04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있었던 태양이 갑자기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이 녀석 왜 이렇게 신출귀몰한 거냐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로 도후는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엘리베이터 탈거에요?”
“응?”
당황해 얼굴을 내리자 보이는 것은 6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다. 어린이집 가방을 등에 메고 있는 아이는 이상하다는 듯 도후를 쳐다보며 다시금 말했다.
“엘리베이터 안 탈 거면 비켜요. 방해 되잖아요.”
“아....알았다.”
태양이 없다는 것에 너무 당황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후는 경황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런 도후의 행동에 아이는 버튼을 누른 채로 그를 쳐다봤다.
“근데. 아저씨.”
아저씨라니. 처음 들어오는 단어에 도후는 숨이 막혔다. 헉-하는 표정을 짓다가 아이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저도 모르게 ‘왜 그래?’라는 말을 하고야 만다. 그것에 아이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엘리베이터 안 탈 거면 그렇게 서있지 말아요. 요즘 유괴범이 많아서 아저씨 같은 사람이 있으면 우리 엄마가 바로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공공이 쓰는 곳 앞에서 그렇게 떡하니 서있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에요. 앞으로 내가 한 말 잘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써먹어요. 지금 제가 한 말이 아저씨한테 유익한 것이 되었으면 하네요.”
또박또박한 어조로 그리 말한 아이는 열리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손을 뒤로 하고 의젓한 폼으로 선 아이는 도후에게 가볍게 고개를 까닥이며 위를 쳐다봤다. 그러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아이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순간 모든 기운이 소진 되었다. 허탈해진 도후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제길.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중얼거리던 도후는 얼굴을 들어 점점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층수 버튼을 노려봤다. 점점 올라가서 10층에서 멈추는 번호를 확인함과 동시에 도후의 눈동자가 예리하게 번뜩인다.
“...두고 보자..!”
이대로 물러나면 그건 천하의 유도후가 아니다. 반드시 태양에게 한방 먹여주고 말 거라는 의지를 다진 도후는 냅다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온 태양은 검은깨를 갈아서 우유에 털어 넣었다. 휘적휘적 저어서는 꿀꺽꿀꺽 마신 태양은 잔을 아래로 내리고 눈을 감고 긴 한숨을 쉬었다.
우유와 간 검은깨가 섞인 것을 먹자마자 속이 뒤틀리는 것 같다. 역시 술이 취한 다음에 이런 걸 먹는 건 무리가 뒤따르는 구나. 그래도 정말 꼭 마시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을 줄은 몰랐다.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끼며 태양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대로 화장실로 달려가 속의 것을 게워낼까 말까-하고 말이다. 검은 깨를 간 우유가 들어있던 투명한 잔을 진지한 눈으로 쳐다보던 태양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만두자.”
이렇게 몸에 좋은 것을 마셨는데 속이 안 좋다고 그것을 토해내면 그건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 힘든 것도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 태양은 잔을 싱크대 안에 넣고 거실로 갔다.
맨 바닥에 주저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쿠션을 다리 위에 올렸다. 그리고 전에 사온 만화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다.
남자가 이런 책을 보면 주변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 만화책이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있던 남자들도 대다수가 경악을 하거나 태양을 기피하게 된다. 오로지 진성만이 얼굴을 발그레하게 하면서 ‘이거 재미있다.’라고 말해줬을 뿐이다. 부친도 제대로 이해해주지 않는 취미 생활이지만 이건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소년만화를 다 보고 소녀 만화를 독파했다. 계속 그쪽만 파다보면 똑같은 패턴에 실증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만화를 원체 좋아하는데 그게 그거 같은 패턴에 지겨워하며 만화를 못 보게 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다. 만화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태양은 다른 방식의 만화책이 없나 싶어서 안 뒤진 것이 없었다. 역사 만화나 어린이용 만화까지 전부 봤다. 심지어 교과서 만화 같은 것과 신문에 있는 만화까지 봤지만 태양의 목마름을 충족시켜 주진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찾아낸 이 만화. 남자와 남자라는 것은 시간 좀 지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만화는 순정 만화와 비슷한 패턴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새로웠다. 때때로 남자치고는 너무 여자같이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뭐 만화니까 크게 상관없다. 그리고 종종 가다 대박인 만화책도 나오니까 말이다. 이번에는 쭉 사고 싶었던 책을 조용히 읽는 시간이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지만 알고 보는 것도 남다른 느낌이다. 손에 잡히는 종이의 부드러운 재질에 배가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태양은 조금 더 깊숙이 책 속에 몰입해 들어갔다.
딩동딩동딩동-
웬 또 약장수가 남의 집 벨을 저렇게 누르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벨 아래에 [신문, 우유 배달 사절. 종교인 출입금지. 장사꾼 거부.]라는 글귀를 정확하게 적어 놨는데 말이다. 그 글을 읽으면 알아서 물러나겠지 싶어 태양은 한숨을 쉬며 다시금 자세를 바로 잡았다.
딩동딩동딩동-
“..........뭐지?”
저번처럼 선글라스를 써서 글씨를 못 읽는 사람이다. 그래도 혹 모른다. 이제서 보고 알아서 물러날 수도 말이다.
책을 덮은 태양은 진지한 눈으로 천장을 쳐다봤다.
조용하다. 물러난 걸까?
딩동딩동딩동딩동.
“.....죽으려고..”
아까보다 한 번 더 눌렀다. 이건 직접 상대하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을 거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간 사이에 주름을 만든 태양은 책을 바닥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군지 모르지만 하필이면 내가 취미 생활을 한창 즐기고 있을 때 건드리다니. 정말 운이 없는 사람이다. 완전히 작살을 내줄 거라며 살벌한 표정을 지은 태양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성큼성큼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바로 잠금쇠를 열고 문을 열었다.
“지금 여는 거야? 조금 더 비티다가 열줄 알았는데 말야.”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종교인도 아니고, 약장사도 아니고, 신물 팔이도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재수 없는 유도후였다. 팔짱을 끼고 이쪽을 당당하게 내려다보는 그를 빤히 쳐다보던 태양은 복도 쪽으로 몸을 내밀어 벨 아래에 붙어있는 종이를 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
“이거 읽어 보십시오.”
“뭐? 뭘 읽어보라는 거야.”
‘또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도후는 태양이 가리키는 것을 쳐다봤다.
벨 아래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어떤 것이 적혀져 있었는데 그것에 뭔가 싶었던 도후는 선글라스를 위로 올리고 눈을 가늘게 뜬 채로 그 글씨를 읽어 내려갔다.
“신문, 우유 배달 사절. 종교인 출입금지. 장사꾼 거부.”
“그렇습니다. 틀린 말없이 잘 읽으셨군요.”
“이런 걸 누가 못 읽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도후는 내심 좀 뿌듯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도후를 쳐다보며 태양은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한글은 좀 읽으시네요. 그런데 이해력이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태양에게 긍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들어서 살짝 기분이 좋아져 있던 도후는 다음 순간 완전히 바닥으로 내팽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뒷목에서 확-하고 올라오는 무언가를 느끼며 도후는 입가의 웃음을 지우며 태양을 노려봤다.
“지금 전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 때문에 방해를 받았죠. 이렇게 경고문까지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벨을 누른 겁니까? 그렇게 누르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거란 걸 생각할 수도 없는 겁니까?”
잘 들으라는 듯 또박또박한 어조로 말을 하는 태양이지만 그런 태양을 보고 있으면 드는 것은 불쾌함과 열 받음뿐이다. 도후는 아래로 내린 손을 주먹 쥐며 음산한 어조로 맞받아쳤다.
“그렇게 이웃 사람을 생각할 거면 네가 빨리 문을 열었으면 되잖아.”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이웃 사람들한테 피해가 된다며! 그러면 그 사람들 피해보기 전에 문 열었으면 되잖아! 나도 이렇게 많이 벨 누르기 싫었다고!”
그보다 여기를 찾기 위해서 저 끝에서부터 일일이 벨을 누르고 지나가다가 겨우 여기를 아는 사람을 만나서 중간부터는 건너뛰고 바로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거다. 나름대로 힘들게 와서 벨을 눌렀는데 있으면서도 시간 끌면서 문 안 연 것은 전적으로 그쪽의 잘못이다. 그리 생각하며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 도후지만 그런 도후를 쳐다보는 태양의 눈동자 안쪽에는 ‘정말 한심하다.’라는 뉘앙스의 감정이 섞여 있었다.
“장난합니까? 내 집에서 내가 문 열고 싶을 때 문 여는 거지. 미쳤다고 남 눈치 보면서 열어야 합니까? 정말 웃기는 사람이군요.”
“..........뭐?”
“하여간 당신이라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 말을 해서 도후의 속을 긁어줄까-하고 궁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속이 안 좋아진다. 뭔가가 확-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태양은 안색을 굳혔다. 가슴에 손을 댄 태양은 창백해진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지금 속이 안 좋아서 당신하고 놀아줄 수가 없으니 이만 돌아가십시오.”
“뭐? 돌아가라고? 그 뻘짓을 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라고? 너 지금 장난해?!”
이 내가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벨이란 벨은 다 눌러서 겨우 여기까지 찾아왔더니 돌아가라는 말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이런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는 다면 그건 유도후가 아니다. 억울하고 화가 나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도후는 냅다 태양의 어깨를 잡아챘다. 그 순간 태양은 속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당장 뭐가 튀어나올 것 같은 감각이 목구멍을 세게 후려쳤다. 상상하기도 두려운 무언가가 목구멍을 뚫고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위기를 느낀 태양은 허리를 숙이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욱!!”
“....왜 그래?”
처음에는 이쪽이 손을 대자마자 허리를 숙이는 것을 보고 또 무슨 쇼를 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보자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로 손으로 입을 막고 있는 모습이 심상치가 않다. 무슨 일이 생기는 건가 싶었던 도후는 안색을 굳히며 태양 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러자 바로 태양이 ‘저리 가요!’라며 냅다 도후의 얼굴을 세게 밀쳐내고 구르듯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뭐....뭐야..”
태양이 밀친 상태 그대로 벽에 달라붙어 있던 도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한 건가 싶어 어떨떨한 상태가 되어서 멍하니 눈을 꿈뻑이기만 하던 그는 화장실 안쪽에서 들리는 우에에엑-하는 소리에 한쪽 눈썹을 위로 올렸다.
아니 갑자기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지금 이 소리는 뭐란 말인가. 지금 토하고 있는 건가. 속이 그렇게 안 좋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도후는 조심스레 신을 벗고 방으로 들어갔다.
태양의 성격상 함부로 들어온 것에 대해서 뭐라 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거실로 들어온 도후는 방을 둘러보면서 미간 사이에 주름을 만들었다.
남자 둘이 사는 집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없었다. 쇼파도 없고 테이블도 없고, 그나마 있는 것들도 작고 낡은 것들뿐이다. 티비가 저렇게 낡고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다니. 벽걸이는 없는 거냐며 주변을 둘러보던 도후는 근처 서랍장에 올려져 있던 리모컨을 발견했다. 고물이 다 되어가는 리모컨은 테이프로 돌돌 말아져 있었다. 이건 도대체 뭔가 싶다. 작동이나 되는 걸까. 몇 번 만지작거리려니 갑자기 티비가 켜진다. 우하하핫-하고 크게 터지는 웃음소리에 당황한 도후는 마구 리모컨을 눌렀지만 티비는 꺼지지 않았다. 결국 직접 티비 앞으로 가서 꺼짐 버튼을 누른 도후는 정말 놀랐다는 듯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때 마침 뒤에서 우웨엑-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도후는 바로 화장실 앞으로 가서 그 곳을 서성거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왜 저렇게 계속 토하기만 하는 걸까. 혹시라도 저 녀석의 몸에 이상한 병이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정말 그렇다면 저 녀석이 아플 경우 뒷바라지를 하는 것은 전부 어머니다. 모처럼 재혼의 꿈에 들떠서 소녀처럼 기뻐하던 어머니가 새로 얻은 아들 때문에 죽도록 고생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이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문제다. 확실하게 집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진지한 표정을 지은 도후는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이봐. 괜찮아?”
물어봐도 대답이 없다. 무시를 할 생각인다. 기분이 저조해지는 것을 느끼며 도후는 다시금 문을 두드렸다.
“괜찮냐고 묻잖아. 이봐. 이....”
벌컥-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문이 활짝 열리고 태양이 나왔다. 안경은 어디로 날아간 건지 알 수 없지만 무표정한 얼굴의 태양의 얼굴과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안 그래도 하얀 피부가 지금은 완전히 창백해져 있다. 툭 치면 그대로 쓰러질 것 같은 모습에 움찔한 도후는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물었다.
“너 괜찮냐?”
“안 괜찮으면 어쩌려고요? 병원에 데려다 주게요?”
심드렁하게 말한 태양은 바깥으로 나와 곧장 냉장고의 문을 열고 물을 꺼냈다. 병 채로 꺼내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에 도후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꺼내서 옷 겉면에 끼워 넣었다.
물을 마시고 병을 다시 집어넣고 이쪽을 흘겨보는 태양은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방금 그렇게나 심하게 토악질을 하던 모습은 분명 심상치 않았다. 혹시라도 어머니도 모르는 병 같은 것이 이 녀석에게 있자면 그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늙은 어머니가 지금부터 고생하는 모습은 죽어도 볼 수가 없다. 그리 생각한 도후는 거실로 가서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만화책을 집어 드는 태양의 옆으로 가 앉았다. 그런 도후의 행동에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태양은 옆으로 눈을 흘기며 말했다.
“왜 앉는 건데요?”
“할 말이 있으니까.”
“그 전에 문 잠갔어요?”
“뭐?”
도통 말을 못 알아드는 것에 한숨을 쉰 태양은 책 위로 눈을 들어 도후를 쳐다봤다.
“문 잠갔냐고요. 지금 좀도둑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요? 사람 있어도 문 따고 들어와서 몽둥이로 머리 두드리는 시대란 말이에요. 얼른 가서 문이나 잠그고 와요. 어서.”
다른 사람이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면 도후는 바로 무시했을 거다. 내가 왜 그런 말을 따라야 하느냐며 배 째라는 식으로 나갔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태양에게는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도후는 현관문 앞으로 가서 잠금쇠들을 쳐다봤다. 위에서부터 하나씩 잠그고 나서야 다시금 거실로 간 그는 태양과는 정확히 세발자국 떨어진 곳에 주저앉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문을 잠그고 왔겠다 이제부터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 하는데 태양은 만화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뭘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보고 있나 싶었더니 표지에 [19세미만구독불가]라는 딱지가 자랑스레 박혀 있다.
저런 것을 보는 녀석이라니. 저 놈의 아버지나 우리 불쌍한 어머니는 과연 이 사실을 알고나 있을지 모르겠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던 도후는 천장을 쳐다보고 긴 한숨을 쉬었다. 그것에 태양이 도후를 흘겨보며 말했다.
“왜 남의 집에 와서 한숨을 쉬고 그래요? 재수 없게.”
또 울컥하게 된다. 말 한마디를 해도 꼭 저런 식으로 말을 해야 하는 건가 싶다. 화가 나서 거하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흥분하게 되는 쪽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 도후는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무슨 병 있는 거 아냐?”
“병은 무슨 병이요. 난 건강해요.”
“그런데 아까 그건 뭐야?”
“뭐가요.”
“화장실 가서 토했잖아. 그렇게 심하게 말야. 너 분명히 무슨 병 있는 거야. 그렇지? 그래서 의사인 우리 엄마한테 너희 아버지가 접근한 거라고!”
도후는 지금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 외에는 그 어떠한 다른 이유도 없는 거다. 이번 재혼은 결혼사기에 성립하다는 식으로 줄줄이 말하려 했지만 그런 도후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태양은 말했다.
“병은 무슨 병이요. 대낮부터 술 나발 불어서 속 뒤집혀서 오바이트하면 다들 병에 걸린 건가. 그리고 먼저 접근한 건 우리 아버지가 아니라 아줌마라는 것도 알아야지. 매일처럼 도시락 싸다 주고, 보너스 주고, 그러다가 갑자기 어느 날 덮쳐 서는 질질 짜면서 들어왔던 아버지를 본 내 심정을 알기나 하는 거야 뭐야.”
“.........................”
잘난 척 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도후지만 태양의 말에는 끽 소리도 못하게 된다. 위로 들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아래로 내린 도후는 긴장이 가득 찬 표정으로 태양을 쳐다보며 물었다.
“뭐야. 그러면 우리 엄마가 먼저 네 아버지를 덮쳤다는 거야?”
도후의 물음에 태양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들으라는 듯 말했다.
“난 강간당한 줄 알고 사진 찍고 증거자료 모았지. 머 그때에는 합의라기보다는 아줌마가 덮친 식이었으니까 강간 맞구나. 그때 사진이 아직 남아있으려니...”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것에 놀란 도후는 급히 태양의 발에 매달리며 물었다.
“기다려! 사진이라니! 그건 무슨 말이야!”
“말했잖아요. 우리 아버지 강간당한 것 같아서 증거자료 좀 모았다고요.”
“너 그런 것도 모으고 있었어! 너 설마 결혼하고 난 후에 그 자료를 사용해서 이혼하고 위자료 잔뜩 뜯어낼 생각은...!”
말을 하던 도후는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다리를 붙잡힌 태양이 이쪽을 내려다보는 눈빛이라는 것이 굉장히 차가웠기 때문이다.
눈에서 얼음 칼날이 튀어나올 것 같은 시선이다. 저도 모르게 움찔하게 된 도후는 잡고 있던 다리를 놓고 슬그머니 팔을 내렸다. 그런 도후를 내려다보며 태양은 답답한 듯 말했다.
“당신이라는 인간은 왜 그렇게 밖에 생각 안 해요? 왜 꼭 그런 식으로 말을 해서 사람 기분 나쁘게 하냐고요. 그 사진 예전에 다 지웠어요. 화나서 병원에 불 지르려고 달려 나가려던걸 우리 아버지가 붙잡으면서 그래도 그 사람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때부터 다 지웠다고요.”
태양에 말에 도후는 무안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 사진을 꺼내서 뭘 어떻게 하려고 할 것처럼 구니까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옆으로 눈을 들어 태양을 흘겨보며 도후는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따졌다.
“.......그런데 왜 있는 것처럼 말했어?”
“당신 바보라서 좀 놀려주려고 했죠.”
입술을 이죽거리며 그리 말한 태양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바닥에 누워버렸다. 쿠션에 머리를 대고는 느긋하게 만화책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에 도후는 입술을 씰룩거리며 물었다.
“너 지금 나 바보라고 했냐?”
“그럼 자기가 천재인줄 알았어요? 내 살다 당신처럼 단순하고 바보 같은 인간은 또 처음 봐요.”
“너 이 자식!”
“방금 다 토해서 기운 하나 없거든요. 그러니까 용건만 말하고 나가요. 이런 식으로 당신하고 대화 많이 나누다가 어영부영 친해진다는 상황은 달갑지 않으니까.”
뭐 저런 놈이 있는지 모르겠다. 싸가지에서부터 인간 말종이라는 놈들까지 전부 다 봐왔지만 저렇게 정 떨어지는 놈은 또 처음이다. 그냥 형이라고 부르면서 달라붙으면 귀엽게라도 봐주려만 지금 저 태도는 뭐란 말인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도후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헛웃음만 계속해서 터트렸다. 그런 그를 흘겨보던 태양은 손가락으로 옆자리를 두드렸다.
“그렇게 떨어져 있지 말고 이리로 와 봐요. 이야기 해야죠.”
“무슨 이야기를 해? 너 같은 녀석하고 대화를 나누면 나 속 터져. 그냥 갈 거다.”
“왜 왔는지 이야기는 해줘야죠. 왜 왔어요?”
저 잘난 인간이 왜 여기까지 친히 납셨는지는 정말 모르진 않는다. 분명 아줌마가 뭐라고 했으니까 온 걸 거다. 뻔하다는 듯한 느낌으로 쳐다보려니 그런 태양의 시선에 혀를 차며 도후가 입을 열고 말한다.
“엄마한테 전화가 왔잖아. 너 잘 좀 보살펴 주라고 말야. 너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했기래....”
“아줌마라는 아직 통화한 적 없어요. 날 좋아하는 것 같긴 하지만 아직은 좀 어려우신지 통화는 하지 않으시네요.”
태양은 읽고 있던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당신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고 있어요. 어머니가 재혼을 하신다고 하니까 정말 괜찮을지 재혼을 해서 더 행복해질지 그 반대인지가 걱정되는 거겠죠.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우리 아버지 정말 남자답지 못하고 사람이고 심약해요. 그래서 처음에 재혼을 한다고 했을 때 꼭 찬성하지만은 않았어요. 정말 잘 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몰랐고, 전처럼 실패해서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아버지도 그것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힘들어하셨지만 그래도 아줌마를 정말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를 할 수 없었던 거고 재혼을 결심했던 거죠. 원래 다른 사람 덕 보고 사는 걸 못하는 사람이에요. 꼭 자기 스스로 노력해서 손에 넣는 것만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나도 애초에 아버지한테 얹혀살거나 덕 볼 생각은 없었어요. 졸업하고 일하게 되면 알아서 독립할 거예요. 내가 아줌마한테 손을 벌린다거나 신세를 진다거나 하는 걱정은 하지 말아요. 안 그럴 거니까.”
태양의 말에 도후는 어깨에서 힘을 풀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태양이나 그 아버지에 대해서 무턱대고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저렇게 말을 해주니 안심이 된다. 혼자 사는 부모님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걱정을 하고 있겠지만...
도후는 손가락으로 한쪽 손등을 꾹꾹 눌렀다. 태양이 진지하게 먼저 속내를 말을 해주기 때문일까. 이쪽도 그냥 편히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안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한 기분을 느끼며 도후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내가 걱정하는 건....어머니가 편해지셨으면 하니까. 나이도 많은데 이제 와서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는 꼴은 난 못 봐.”
중얼거리는 말에 태양은 눈을 내려 도후를 쳐다봤다.
27살이나 되는 사람이 말을 하면서 저렇게 쑥스러워 하니까 보는 쪽도 괜히 기분이 묘해진다. 거기다 도후가 저런 식으로 솔직하게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태양도 조금은 편하게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사람이 안 힘들면서 살면 얼마나 좋아요. 힘들어 하면서 살면서도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우리 아버지랑 재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아버지랑 계속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 분의 결정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했고요.”
태양의 말에 도후는 표정을 굳혔다. 설마하니 태양이 저런 식으로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도후에게 있어서 태양은 건방지고 인하무인인데다 말만 잘하는 꼬맹이였다. 꼬맹이라고 치기에는 지나치게 나이가 많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저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번 재혼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도후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 생각이 깊군.”
“원래 생각 없이 사는데 지금은 생각 많이 한 거예요. 그래서 배고 좀 고프네요. 뭐 만들 줄 알아요?”
“...........뭐?”
의아해하는 반문에 태양은 책을 덮고 쿠션을 겨드랑이 사이에 넣은 채 도후를 쳐다보며 다시금 말했다.
“배고프다고요. 먹을 것 만들 줄 아냐고요.”
다시금 건네지는 말에 도후는 기가 막혀 하며 손가락을 들어 스스로를 가리켰다.
“나더러 지금 먹을 걸 만들라고 말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요.”
“너 정말이지...”
지금 누구한테 먹을 것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울컥한 도후는 반쯤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배고프면 시켜먹어! 자장면이라도 시켜 먹으라고!”
“난 원래 시켜먹는 음식 잘 못 먹어요. 그래서 당신한테 뭐 좀 만들어 달라는 거잖아요.”
개 뻥이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혼자 밥을 먹어야 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음식 시켜서도 아주 잘 먹는다. 잘 시켜먹는 단골집도 있었다.
처음에는 원래 이러려고 했던 것이 아님에도 불구 점점 도후를 놀리는 것에 재미를 들리게 됐다.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하고 머리로는 자꾸만 생각해도 또 이런 식이다. 이쯤되니 느긋한 기분이 된 태양은 ‘이제 어떻게 할 건데?’라는 느낌으로 도후를 쳐다봤다. 그것에 도후는 굳은 표정으로 태양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뭐라도 뒤집어엎고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쿠션을 꿰고 이쪽을 쳐다보는 태양의 얼굴색이 영 아니다. 툭 치면 그대로 쓰러질 것 같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냥 두고 가기가 그렇다. 아주 만약 그냥 두고 갔다가 무슨 일이라고 생기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쪽의 잘못이 아닌데도 누명을 씌울 수도 있다. 태양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리 하도고 남을 것 같다.
“제길.”
속이 꼬이는 것을 느끼며 도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잔뜩 인상을 쓴 채로 여기저기를 뒤적이던 그는 혀를 찼다.
이건 도대체 어디에 뭐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되어있다. 몇 번 서랍장을 열어보던 도후는 자신이 여기서 왜 이렇고 있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얼굴을 들어 태양을 불렀다.
“야! 프라이팬이 어디에 있어? 왜 주방이 이따위로 정리가 되어있어. 쓸 것은 딱딱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싱크대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서 얼굴을 길게 들고는 투덜대는 도후의 모습에 태양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쪽과 거실을 반으로 나누는 역할을 하는 식탁에 엎드리며 물었다.
“정말로 밥 해주게요?”
“그럼 해줘야지. 너 그대로 쓰러지면 나한 곤란해져. 엄마가 뭐라고 한단 말이야.”
투덜대면서도 계속해서 서랍을 열면서 프라이팬을 찾는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빤히 쳐다보고만 있다 도후가 서랍을 잡고 있는 채로 얼굴을 들어 태양을 빤히 쳐다봤다.
“프라이팬 어디에 있냐고 묻잖아.”
“위에 있어요.”
“위에?”
자리에서 일어난 도후는 위 선반에서 프라이팬을 꺼내고는 길게 한숨을 쉬며 그것을 흔들었다.
“프라이팬 같은 무거운 것은 아래에 집어넣어야 하잖아. 누가 이런 걸 위에 올려 두냐.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누가 그런 거 신경 쓰고 집어넣어요. 그냥 손에 잘 닿는 곳에 아무렇게나 두는 거지.”
“아무렇게나 두다니. 냄비나 프라이팬 같은 건 아래에 두고 위에는 접시나 반찬통이나 조미료 같은 것을 정리해서 올려둬야지. 넌 그런 것도 모르냐. 아버지랑 둘이 살았으면 네가 살림했을 거 아냐.”
프라이팬을 흔들며 말하는 도후는 굉장히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델처럼 빼입고 온 사내가 저런 커다란 프라이팬을 흔들면서 살림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하니 그게 그렇게 이상할 수가 없다. 이 이간이 왜 이러나 싶을 정도다.
도후는 도후 대로 여전히 식탁에 엎드린 채로 아무 대꾸가 없는 태양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이 물어보면 뭐라고 대꾸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 녀석은 이래서 문제라며 혀를 찬 도후는 프라이팬을 가스렌지에 올리고는 식용우를 찾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원했던 곳에 식용유가 있었던 건지 별다른 말없이 그것을 끄집어낸다. 너무도 익숙하게 냉장고에서 참치를 꺼내고 밥통에서 밥을 푼다. 밥을 두 번 크게 푸나 싶더니 태양을 쳐다봤다.
“배고프냐?”
“다 토해서 배고파요.”
“너는 왜 낮부터 술을 마시고 그래. 학생이라면서. 너도 대학교 들어가서 놀기만 하는 놈팽이냐?”
“나름대로 수업은 잘 들어요. 그런데 밥 먹다가 갑자기 열 받는 일이 있어서 술 좀 마신 것뿐이에요.”
“열 받는 일?”
“그런 게 있어요.”
확실히 대답을 해주지 않는 것에 도후의 표정이 다시금 굳어진다.
아니. 말을 할 거면 시원하게 다 할 것이지 왜 하다가 만단 말인가. 이 녀석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라는 듯 미간 사이에 주름을 만들고 쳐다보는 도후지만 태양은 그렇게 보나마나 별 상관없다는 듯 축 퍼져서는 이쪽이 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 그것에 혀를 찬 도후는 가스렌지 앞에 서서는 김치 볶음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술을 마신 것은 전부 저 인간 때문이다. 저 인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니 점점 열이 받아서 술을 마시지 않고는 베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것에 진실이었지만 저렇게 밥까지 해주는 사람에게 뭐라 해서 일을 파토 낼 수는 없다. 어느새 태양은 도후가 얼마나 괜찮은 것을 만들어줄까-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실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한다. 요리 하는 순서도 다 맞는 것 같다. 김치도 꺼내서 쉰 것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확인을 하고 나서야 그것을 꺼내 가위로 자른다. 중간부터는 더웠던지 입고 있던 잠바를 벗고 소매를 걷고 진지한 표정으로 프라이팬을 잡고 돌린다. 능숙하게 볶음밥을 만드는 것에 태양은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요리 잘 하나 봐요?”
“못 할 것처럼 보였나?”
“그냥 사먹을 것처럼 보였어요.”
이쪽하고 비슷한 타입이라 적당히 배고프면 굶고 아주 배고프면 아무거나 주워 먹고 그것에 질리면 시켜 먹지나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 생각을 대폭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정말 신기한 듯 이쪽의 손놀림에 집중하고 있는 태양의 모습에 도후는 일부러 보라는 듯 기교를 넣어 밥알을 공중에 날렸다. 그것에 태양의 입술이 동그랗게 변한다. ‘오오.’하면서 감탄을 하는 듯한 그 모습에 도후는 내심 뻐기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혼자 밥 해 먹을 때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게 된 거야. 웬만한 여자들 보다는 나을 거다.”
“정말이요?”
정말 요리를 만들어서 먹었던 모양이다. 정말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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