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22)

<사과맛 당신>

- 01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온 태양은 눈을 가늘게 뜨며 주변을 둘러봤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사람들 중에서 태양이 찾는 사람은 없었다. 안경을 쓰지 않고 와서 잘 보이지 않는 건가 싶어 태양은 눈을 가늘게 뜨며 레스토랑 안을 자세히 살폈다. 그래도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원래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눈에 띠지 않는 것을 보면 그건 정말 심각한 거다. 일일이 테이블 사이를 도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는 일이 될 거라는 생각이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려니 옆으로 직원이 다가왔다.  

“찾으시는 분이 계십니까?”

“아. 제 아버지를 찾으려고 하는데요.”

“프론트 쪽으로 오셔서 성함을 알려주시면 찾아 드리겠습니다. 예약을 하시고 오셨죠?”

맞다. 오늘 이 레스토랑은 예약을 하고 온 거였다. 애초에 무턱대고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프론트로 가는 편이 훨씬 편했을 거라는 생각에 직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태양은 발걸음을 돌렸다. 카운터 앞으로 걸어가자 그곳에 서있던 여직원에 웃는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사람을 찾으려고 하는 데요. 이호수라는 분입니다.”

“잠시 만요.”

여자는 옆에 놓인 컴퓨터를 몇 번 두드리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호수님은 여기 23번 테이블에 계십니다.”

여자는 코팅된 용지를 태양 앞으로 내밀었다. 종이 위에는 레스토랑 안에 있는 테이블이 전부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에 숫자가 적혀 있었다. 과연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두면 훨씬 쉽게 자리를 찾아낼 수 있을 거다. 태양은 23번을 찾아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운데 자리에 있었으니 쉽게 찾을 수가 없었던 거다. 원래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가운데를 먼저 보지 않고 외곽 쪽을 먼저 찾게 되니 말이다. 여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막 떨어지려 하려는데 등 뒤에 뭔가가 부딪힌다.

“아.”

“응?”

어린 목소리가 들리는 것에 눈을 내리자 절반쯤 사라져 버린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던 아이는 태양과 눈이 마주치자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죄송해요.”

아이는 당황한 듯 싶었다. 설마하니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이 다른 사람의 옷을 지저분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일 거다. 아이의 잘못도 있지만 뒤를 제대로 보지 않고 움직인 이쪽의 잘못도 컸기 때문에 태양은 눈물이 물기가 촉촉하게 서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괜찮아. 걱정하지마.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니?”

“저기에....”

“그래? 그럼 가서 부모님께 아이스크림 새로 사달라고 해. 아니면 오빠가 다시 사줄까?”

“아니요. 괜찮아요.”

고개를 저은 아이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정말 죄송해요.’라는 말을 하고는 급히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것을 확인한 태양은 굽힌 허리를 펴고 카운터의 여직원에게 물었다. 

“여기 화장실은 어디에 있습니까.”

“상의를 맡겨 주시면 저희 쪽에서....”

“아니요. 물로 살짝 닦으면 될 것 같은데요.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시면 알아서 해결할게요.”

“화장실은 저 쪽에 있습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화장실이 있었다. 알려준 것에 대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 태양은 한 손으로 아이스크림이 묻은 곳을 가리고 화장실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상의를 벗고 물을 틀었다. 양복이 전부 젖지 않도록 조심해서 아이스크림이 묻은 부분을 털어낸다. 세게 부딪힌 것 같았는데 의외로 아이스크림이 묻은 부분은 조금이다. 이 정도라면 별 표시도 안 나겠다 싶어 물기를 털어내고는 손을 말리는 곳으로 양복을 가지고 갔다. 손을 넣는 곳에 양복을 접어서 집어넣자 곧 부웅-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다. 정말 뜨겁다. 이 정도라면 금방 양복을 말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태양은 집중한 표정으로 바람이 부는 쪽을 쳐다봤다. 

원래 약속시간은 8시였다. 그런데 지금은 못 되도 8시 반은 된 것 같다. 오는 길에 차가 너무 막혔고 레스토랑 안에 들어와서도 여기저기를 해맨데다 거기다가 이런 일도 생겼다. 아버지의 재혼에 대해서 불만은 없다고 말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찾아가는 시간이 늦어진다면 그 마음 약한 사람 많은 오해를 하고 있을 거다. 머리를 부여잡으며 ‘어떻게 하지? 우리 아들이 내 결혼을 반대하고 있는 건가봐. 그래서 일부러 늦게 오는 거야. 정말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라면서 혼란 상태에 빠져 있을 거다. 사소한 일에 오해를 잘 하고 꽁해 있는 사람이니 빨리 말려야 할 것 같다. 

양복을 조금 더 깊숙이 밀어 넣은 태양은 뜨거운 바람이 두 번 돌아서야 양복을 끄집어내고 다시금 몸에 걸쳤다. 커다란 거울 앞에 가서 선 태양은 양복의 뒤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되겠다.”

구겨진 흔적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는 자리에 앉으면 어떻게든 커버가 될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태양은 손가락을 들어 머리모양을 다듬었다. 

오늘은 태양의 부친인 호수의 재혼 상대와 만나는 자리였다. 오랫동안 혼자서 태양을 키우던 부친에게 상대가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그가 재혼을 한다고 했을 때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저 축하해 줘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과연 그 재혼 상대 앞에서 잘 할 수 있을까 싶다. 원래 낯선 사람과 잘 이야기 하지 못하는 성격이니 말이다. 그래도 아버지의 행복이 걸린 문제니까 무리를 해서라도 노력해야 겠다. 그 순간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왔다. 

덜컹.

“그러니까 너랑 언제 약속을 잡았다는 건데? 기억나지 않아.”

안으로 들어서던 사내는 거울 앞에 선 태양을 발견하고는 살짝 표정을 찡그렸다. 폰을 들고 밖으로 나갈까 싶어 몸을 돌리던 사내는 폰 반대편에 있는 상대가 화가 나는 말을 했는지 바로 표정을 굳히며 문을 닫고 화장실 한쪽으로 들어갔다. 깨끗한 벽에 등을 기댄 사내는 여전히 구겨진 얼굴을 한 채로 언성을 높이며 통화를 했다. 

“내가 언제 너랑 계속 만나겠다고 한 건데? 그런 기억이 없다니까. 너 괜한 말 하지마. 기분 나쁘니까.”

지금 저 남자와 통화를 하는 상대가 누군지 정말 불쌍하다. 기분 나쁘다는 말이라니. 욕을 하는 것보다 훨씬 심한 말이라 여겨진다. 저 남자도 얼굴은 정말 잘 생겼는데 성격이 영 아니구나. 별 영양가 없는 생각을 하던 태양은 슬그머니 입술 꼬리를 올리며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잠깐만.'라며 폰에서 귀를 뗀 사내가 손가락을 세워 태양을 가리켰다. 

“너. 지금 왜 남의 통화를 엿듣는 거야.”

인상을 쓰면서 이쪽에 손가락질을 하는 것도 기분 나쁜데 저런 식으로 말을 하니 기가 찬다. 엿듣기는 누가 엿들었다는 말인가. 태양은 착 가라앉은 어조로 말했다. 

“남이 통화 듣는 게 싫으면 사람 없는 곳으로 가세요. 이런 좁고 말이 잘 울리는 곳에서 그렇게 크게 통화를 하는 걸 보면 다른 사람이 듣기를 원해서 그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뭐?”

“나가 줄 테니까 마저 통화하세요. 상대분 기다리겠네요.”

태양은 사내를 완전 무시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나와서 양복의 구겨진 곳을 손으로 두어번 두드린 태양은 안쪽으로 들어갔다. 

23번 테이블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떠올리며 태양은 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23번은 딱 중간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들 가족끼리니 연인끼리 와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기는 다른 자리와는 달리 중년 여자와 남자가 나란히 앉아있는 테이블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원래 숫기 없는 아버지는 계속해서 안경을 추슬렀고, 그런 부친의 옆에 앉아있는 여자는 계속 웃으면서 그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때마다 부친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긴장이 되는지 손수건을 꺼내 땀으로 젖은 이마를 훔쳐내곤 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여자의 눈동자는 부드럽기만 했다. 자신감 없고 가늘기만 한 아버지를 저런 식으로 믿음직스럽게 쳐다보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던 태양은 잠시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얼굴을 든 부친과 눈이 마주쳤다. 바로 표정이 밝아진 부친은 크게 손을 흔들었고 그것에 옆에 앉아있던 여자도 얼굴을 들어 태양을 쳐다봤다. 두 사람의 시선에 태양은 곧장 그리로 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이 생겨서요.”

“일이라니 무슨 일이 이렇게 오랫동안 생긴 건데?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오늘 차가 많이 막히더라고요. 거기다 이 앞에서 자리를 물어보는데 애가 와서 부딪혀서 아이스크림이 조금 묻었어요. 여기에요.”

손을 들어 허리 부분을 두드린 태양은 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았다. 태양의 말에 손을 들어 입을 가린 여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물었다. 

“어머. 괜찮아요? 잘 닦았어요? 아이스크림은 그거 말라붙으면 닦아내기 곤란한데..”

“바로 화장실에 가서 대충 씻고 말리느라고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하지만 그래도 깨끗하게 닦아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태양의 대답에 여자는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가슴에 손을 대고 희미한 웃음을 짓는 그 모습에는 호수도 호감을 가질 수 있었다. 

부친에게 듣기에는 의사가 직업인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혼을 한 아버지와는 달리 여자 쪽은 오래전에 남편을 잃고 아들 하나와 계속 살아왔다고 한다. 아버지도 여자분도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는 재혼을 한 번도 결혼을 해본 적이 없다 하니 어쩌면 이번 만남은 두 사람에게 있어 큰 인연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태양은 여자를 쳐다봤다. 

“고우시네요. 쉰에 가까운 나이를 가지신 분이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는데요.”

“어머나. 그...그런. 내가 보이는 주름살이 얼마나 많은데..”

여자의 말에 옆에 앉아있던 호수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급히 말했다. 

“호영씨가 무슨 주름살이 있다고 그래. 하나도 없어. 정말로 예뻐.”

“당신 아들 앞에서 그 무슨 말이에요. 늙어서 그런 말 하면 아들이 주책없다고 해요.”

“주책이 없다니.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인 말만 하는 거잖아.”

“그래도 이 사람이....”

애정 표현을 거침없이 하는 아버지 때문에 민망해진 모양이다. 자꾸만 이쪽의 눈치를 살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분의 모습에 태양은 사람 좋게 웃었다

“뭐 어때요. 보기만 좋은 걸요. 두 분이 서로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안심이네요.”

태양의 말과 태도에 여자는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가슴에 손을 올린 호영은 호수를 쳐다봤고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호수의 태도에 용기를 얻어 태양을 쳐다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태양씨은 내가 호수씨랑 재혼을 하는 것에 대해서...”

“저는 정말 불만이 없어요. 어차피 아버지의 인생은 아버지의 것이고, 아버지가 오랫동안 혼자 지내시는 것을 보기가 적적했는데 이런 식으로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으니 잘 되었죠. 아버지가 늘 어린 동생 같아서 걱정이 많았는데 아주머니를 보니 많이 안도가 되네요. 마음이 편해졌어요.”

“태양씨.”

태양의 말에 호영은 정말로 감동한 듯 싶었다. 가슴에 손을 댄 채로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에 옆에 앉아있던 호수가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조금 전 까지 이마의 땀을 닦던 손수건을 건네주고는 아차한 표정을 짓지만 호영은 이미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킁-하고 코를 풀었다. 그것에 난처한 표정을 지은 호수는 태양을 쳐다봤고 태양은 말없이 어깨를 으쓱였다. 

늘 어린애 같았던 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라서 누구인가 싶었더니 정말 좋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고 거기다 능력까지 있는 분이라면 아버지는 이제 정말 안심이다. 워낙 철이 없는 사람이라 이대로 간다면 이쪽에서 계속 보살펴 줘야 하는 건가 싶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앞으로 두 분이 행복하고 잘 살도록 뒤에서 열심히 보조를 해줘야 할 듯 싶었다. 태양은 앞에 있는 물 잔을 들어 목을 축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데 아주머니 아드님은요?”

“응?”

“저보다 3살 많은 형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올해 24살인 자신보다 3살이나 더 많은 저쪽의 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웬일로 보이지 않는다. 먼저 왔다가 얼굴만 보고 간 건가. 그게 아니라면 늦은 걸까. 하지만 지금 벌써 9시인데. 8시가 약속 시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늦은 거다. 뭐 이쪽도 거의 40분 정도에 도착을 했으니 뭐라 말을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지금이라도 어딘가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려니 호영이 굳은 얼굴로 손을 들었다. 

“아...아니. 그게 말이지.”

“아파서 못 온데요? 그러면 일부러 부르지 마세요. 다음에 보죠 뭐. 어차피 같은 식구가 될 텐데요.”

“그...그렇지. 그래도. 그러니까...”

내내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던 호영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더듬거리는 것이 이상했던 태양은 그녀 쪽으로 몸을 내밀며 물었다. 

“왜 그렇게 식은땀을 흘리세요. 어디 아프세요?”

“응?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난 그저...”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이쪽에서 볼 때에는 그게 아닌 것 같다. 자꾸만 시선을 피하는 것도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도 심상치가 않다. 이쪽도 그쪽을 만나는 것에 많이 긴장을 했는데 호영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은 태양은 호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버지. 이 분 속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그냥 여기서 일어나는 편이...”

“뭐야? 아직 아무것도 안 시켰어?”

껄렁한 목소리와 함께 옆에 있던 의자가 드륵 소리와 함께 끄집어내지고 그 위에 묵직한 것이 올려졌다. 커다란 가방을 올린 사내는 뒤에 있던 테이블의 의자를 끄집어내 태양과 짐이 올려진 곳 사이에 구겨 넣더니 그 자리에 앉았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은은한 청색으로 보이는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다. 그리고 귀에 딱 달라붙어 있는 투명하고 작은 귀걸이. 그리고 검은 선글라스. 그 위로 보이는 미간이 꽤 익숙하다 싶어 가만히 쳐다보던 태양은 이 사내가 방금 화장실에서 만난 자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멍하니 쳐다보는 호수나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태양은 아랑곳 하지도 않은 사내는 손수건에 얼굴을 묻은 채 죽은 척을 하는 여자를 빤히 쳐다보며 투덜댔다.  

“배고프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아무것도 안 시키면 어떻게 해요.”

“....................”

여자의 좌절도 그 옆에 앉은 호수의 멍한 얼굴은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다. 앞에 놓인 잔을 들어 목을 축이던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다 옆에 앉아있는 태양을 비로소 확인하고는 바로 얼굴을 구겼다.  

“뭐야? 너 아까 화장실에서 본 그 녀석이잖아?”

“그렇군요. 방금 전 화장실에서 본 그 사람이군요. 또 만나고 싶지 않은 타입의 사람이었는데 당신이 제 형님이 되시는 분이십니까.”

“뭐? 형님? 내가 왜 네 형님이야.”

바로 얼굴을 험악하게 구기는 사내지만 그런 그를 눈앞에 두고도 태양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그에 반해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휘두를 것 같은 사내의 행동에 여자는 기겁을 하며 앞으로 손을 뻗었다. 

“도후야. 그만해! 그만하고 그냥 참....”

“제 아버지와 아주머니가 재혼을 하시면 싫어도 그쪽과 나는 형제가 되는 겁니다. 그것도 계산이 안 됩니까. 저보다 3살이나 많다고 했으면서 의외로 머리가 나쁘시네요.”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손을 앞으로 뻗은 채로 여자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호수는 이마에 손을 짚으며 ‘과연 우리 태양이. 한방 하는 구나. 이 결혼은 못 할 수도 있겠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허탈해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든 말든 태양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던 태양은 굳어서 멍하니 있는 도후의 모습을 위, 아래로 흩어보며 인상을 썼다. 정장을 입으려면 정장만 골라서 입을 것이지 왜 저런 청바지에 운동화에 거기다 후드티를 걸쳐 입은 것이란 말인가. 선글라스도 목까지 기른 머리카락의 길이도,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저 귀걸이다. 반짝거리면서 아까부터 계속 태양의 시야에 거슬리는 예쁜 동그란 것. 살짝 미간 사이에 주름을 만든 태양은 투명스럽게 말했다. 

“거기다 취향도 나빠요.”

“..................뭐?”

“당신. 취향 나쁘다고요.”

“.....................”

화장실에서 일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도무지 말이 곱게 나갈 수가 없다. 아니. 재혼이라는 중요한 일이 있는 자리에 이렇게 껄렁하고 불량스러운 모습이라니. 도대체 생각하는 머리가 있는 사람인가 싶다. 정말 싫다는 듯 눈을 흘기며 쳐다보자 그것에 도후의 입가가 살짝 씰룩거린다. 

“너. 지금 누구한테....”

“저기 말야. 유도후 아냐?”

“정말?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맞는 것 같아. 저렇게 생겼는데 비슷한 사람일리가 없잖아.”

갑자기 주변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자들이 이쪽을 쳐다보거나 손가락질을 하거나 핸드폰을 위로 올리는 것에 태양은 한쪽 눈썹을 위로 올렸다. 왜 이러는 거지? 의문에 빠져 인상을 쓰고 있으려니 혀를 찬 도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나 먼저 나가요. 그리고 이 녀석 처리하면 이번 재혼 나도 반대 안할게요.”

“어머. 애! 어디를....!”

엄지로 태양을 가리킨 도후는 커다란 짐을 들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망치듯 나가 버리는 도후의 모습에 주변에 있는 테이블은 난리다. 소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폰을 들어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그것에 움찔한 태양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가만히 굳어 있었다. 호영도 어쩔 줄 몰라 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자 자리에서 일어난 호수가 그런 호영의 어깨를 잡았다. 

“같이 나가요. 우리들만 여기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그럴까요?”

급히 고개를 끄덕인 호영은 가방과 겉옷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태양도 엉겁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니 갑자기 호수가 태양의 팔을 붙잡으며 말한다. 

“내가 프론트에 가서 예약을 취소하거나 뒤로 미룰 테니까 넌 호영씨랑 같이 도후한테 가봐. 알았지?”

“알았어요. 아주머니. 우리 먼저 나가요.”

평소에는 멍하니 있으면서 이럴 때에는 꽤 믿음직스럽다. 하지만 과연 아버지가 제대로 예약을 뒤로 미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걱정을 하면서도 태양은 머리 속으로 유도후라는 이름을 반복해서 떠올려봤다. 

특이한 이름이다. 그 이름을 가진 연예인이 있나 싶었지만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 원체 연예인이 관심이 없고 소위 말하는 특급 연예인이 아니라면 일일이 기억을 안 하는 타입이라서 더더욱 떠올리는 것이 힘이 든다. 그렇다면 연예인이 아니라 스포츠 스타인가? 가수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이상하다. 미간 사이에 주름을 만든 채로 곰곰이 생각을 해보려니 레스토랑 바깥으로 나온 몇몇 사람들이 ‘거기에 있어?’리고 묻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유도후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쫓아서 나온 모양이다. 저렇게 쫓아서 나올 정도로 라면 이쪽이 아는 것보다 훨씬 유명한 사람이라는 말인데. 그런 생각으로 가만히 있으려니 주변을 둘러보던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하는 소리를 내며 이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에 태양은 얼굴을 내리고 호영을 쳐다봤다.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아니. 잠깐만. 지금 찾고 있는데..”

“일단 내려가서 찾아봐요.”

“그래.”

계단을 내려가면서 태양도 계속해서 도후라는 인간을 찾았다. 꽤 눈에 띄는 타입이었음에도 불구 잘 들어오지 않는다. 정말 움직임이 빠르다. 그 짧은 순간 어디로 건 걸까 싶다. 그런 생각으로 눈을 들자 보이는 것은 도로의 앞에 서있는 커다란 백화점에 걸어진 광고판이다. 

한 남자가 양손을 깎지 끼고 머리 뒤에 댄 채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넥타이를 풀어져서 어깨에 걸쳐져 있었고 와이셔츠의 단추도 전부 잠가져 있지 않았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대충 뒤로 넘긴 사내는 몽롱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마약을 한 건가?’하고 무심하게 생각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광고판에 걸린 사내의 얼굴이 바로 도후 였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시비를 붙이던 남자, 그리고 재혼할 상대의 아들이라는 사람이었다. 그제야 태양은 저 얼굴을 한 사람이 도시 여기저기에 걸려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세계에 있는 사람인지라 애초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는데 앞으로 형제가 될지도 모른다니. 이상한 기분이다. 묘한 느낌에 사로잡혀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려니 호영이 태양의 팔을 잡아 당겼다. 

“저기다. 저기에 있어.”

호영이 가리키는 것은 잘빠진 검은색 차다. 정말 저건가 싶어 눈을 가늘게 뜨며 쳐다보고 있자 호영이 급히 파란불인 신호등으로 뛰어들었다. 중간까지 잘 달려가다가 끝에 가서 불이 깜박거리자 옆에서 차가 튀어나온다. 놀란 태양은 호영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조심하세요.”

“괜찮아. 보험 하나는 확실하게 들었으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다. 보험을 암만 잘 들어도 차에 부딪혀서 신체 중 일부러 불구가 되어 버리면 그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런 생각으로 한마디 해줄 생각이었는데 그건 맞은편에 세워진 검은 차의 주인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바로 유리창이 내려가고 그 안 에서 도후가 나타났다. 

“뭐하는 거야! 차에 치어죽고 싶어?!”

“시끄러워! 그러면 애초에 멋대로 나가지 않았으면 좋았잖아!”

되려 성을 낸 호영은 도후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차 문을 열고 안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어정쩡하게 서있는 태양의 팔도 잡아 당겨 차에 타게 한다. 문을 닫자마자 호영은 기운이 빠진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의자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런 호영을 흘겨본 도후는 눈을 옮겨 태양을 노려봤다. 도후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거울을 통해서 태양을 노려보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싶어도 확연히 느껴질 만큼 살벌하게 노려보고 있지만 태양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되려 ‘나를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냐.'라는 느낌으로 마주 보는 것에 도후의 입술이 씰룩인다. 참을 수가 없어진 건지 그는 뒤로 몸을 돌리며 호영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아니. 저 녀석 도대체 뭐에요?”

“뭐가?”

“이 녀석이요. 동생 하나 생긴다고 해서 뭔가 했더니 왜 이런 녀석이냐고요!”

“태양씨가 뭐가 어때서? 번듯하고 잘 생기고 예의바르기만 하구만.”

“예의바르다고요? 초면에 보자마자 센스가 나쁘다는 둥의 말을 하는 자식이라고요!”

“자식이라니! 아직 네 동생도 안 되었는데 말조심 하지 못하니?!”

울컥한 듯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호영은 손을 들어 도후의 머리를 두드렸다. 그것에 도후가 ‘왜 때려요?! 이 아줌마가..!’라면서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티격 대는 동안 옆에 문이 열리고 호수가 나타났다. 왔냐는 말을 하기도 전에 호수는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고는 양복을 잡고 흔들었다.  

“아. 힘들었다.”

그리 말하며 방긋 웃는 호수의 얼굴은 땀이 한 바가지였다. 어지간히 긴장을 한 모양이다. 땀이 왜 이렇게 났냐고 생각을 하면서 태양은 호수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뒷자리에 어른 셋이 앉으려고 하니 어지간히 답답하다. 꽉 끼어서 앉은 세 사람을 마음에 들지 않은 듯 흘겨보던 도후는 담배를 입에 물고 투덜댔다. 

“그것 봐요. 내가 다른 곳으로 옮기자고 그랬죠? 사람들 훤히 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으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잖아요.”

“안 생길 줄 알았지. 몇 년 동안 무명이었다가 이제 조금 떴는데 이렇게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무명이라니요. 그래도 난 전에 꽤 잘 나갔다고요!”

“잘 나가긴 뭘 잘 나가. 뭘 한다고 하면 꼭 소속사 망하고 음반은 시작도 하기 전에 반품 들어갔으면서.”

“그때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점점 언성이 높아진다. 계속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언성을 높이던 둘은 눈을 댕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태양과 호수를 발견하고는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 호영은 태양의 앞에서 점잖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이 걸리는 듯 얼굴을 붉히며 손바닥으로 뺨을 쓰다듬었다. 

“험험. 일단 자리를 옮겨야 겠네요. 설마하니 이런 일이 생길지 몰랐으니까요.”

“그냥 여기서 이야기 하죠. 유명한 사람이라면 어디를 가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요.”

“그...그럴까.”

“네.”

고개를 끄덕인 태양은 도후를 쳐다봤다. 그것에 도후는 흥-하고 앞으로 얼굴을 돌린다. 

연예인인지 가수인지 모델인지 뭔가 중의 하나인 모양이다. 얼굴은 좀 본 것 같지만 확실하게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꽤 유명한 것 같으니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몰려들게 될 거다. 괜히 사람들의 이목을 받아봤자 좋을 것 하나 없다. 그냥 이 차 안에서 이야기를 대충 마무리하고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듯 싶었다. 배가 좀 고프기는 해도 말이다. 

손으로 다시 한 번 뺨을 쓰다듬음 호영은 눈에 힘을 주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너희들은 우리들의 재혼에 불만이 없는 거지?”

“없어요.”

“저 녀석만 마음에 안 들지 다른 건 괜찮아요.”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웅얼거리는 도후에 호영은 눈을 반짝 올려 떴다. '지금 초지는 거니?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라고 노려보고 있지만 도후는 꿋꿋했다. 앞을 쳐다보며 턱을 위로 세우는 모습에 한숨을 쉰 호영은 태양을 쳐다보며 말했다. 

“미안하다. 애가 좀 버릇이 없어서. 나이만 먹었지 철은 덜 들었거든.”

“그래요.”

확실히 철은 좀 덜 든 것 같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다. 배가 슬슬 고파지고 있었고 이 답답한 곳에서 조금이라도 빨라 나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말을 생략하고 일이 빨리 진행되게 하는 것이 현명할 듯 싶었다. 어서 다음 말을 하라는 듯 빤히 쳐다보자 호영이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괜찮다면 봄에 결혼식을 하고 싶은데. 괜찮겠니?”

“저는 상관없어요. 서로들 좋을 때 하세요. 그리고 좋으시면 시간 끌지 말고 바로 식을 올리는 것이 좋죠.”

“그..그렇지? 그런데 이 나이에 식을 올린다고 하면 다들 흉보지 않을까.”

“남들이 흉을 보는 게 무슨 상관이세요. 두 분이 좋으면 그걸로 된 거죠. 그리고 아버지도 아주머니도 두 분 다 동안이셔서 아무도 재혼하는 걸 모를 거예요.”

“정말? 그럴까....”

“그럼요.”

태양의 말에 호영을 손을 마주 잡으며 감탄을 했다. ‘어머나. 드레스를 또 입을 줄은 몰랐네.’라면서 설레 하는 모습이 마치 소녀 같았다. 앞에 앉아있던 도후가 ‘동안은 무슨, 다들 주책이라고 하지.’라고 중얼거렸지만 뒤에 앉아있는 사람들 중에서 그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중에서도 도후를 가장 없는 사람 취급을 하던 호영은 정말 안도한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나는 태양이가 싫어하면 어떻게 하나 싶었어. 그런데 호수씨가 말한 것처럼 정말 속이 깊은 청년이네요. 어른스럽고 그리고 상냥한 것 같아. 호수씨랑 성격이 꼭 빼닮았네요. 태양씨같은 아들이 생겨서 정말 다행이야.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저도 아주머니 같은 미인이 분이 제 새어머니가 되어서 정말 좋아요.”

“어머. 태양씨.”

감동을 받은 것일까. 양손을 잡은 호영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느낀 것이지만 이 사람은 정말 소녀 같은 분이다. 순수하고 쉽게 감동을 받고 마음이 여린 것 같다. 아들인 도후를 상대로는 간혹 울컥하거나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뭐, 그런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유우부단한 면이 있는 아버지가 의외로 괜찮은 사람을 잡았다고 생각하면서 가만히 있으려니 도후가 길게 한숨을 쉬며 뒤로 얼굴을 돌린다. 

“내 차에서 드라마 그만 찍고 좀 내려요. 나 지금 갈 데 있단 말이에요.”

“가기는 어디를 가. 가지마. 오늘 같은 날에 꼭 다른 곳으로 빠져야 겠니?”

“먼저 약속 잡은 거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오라고 한 건 엄마에요.”

아까부터 계속해서 틱틱 거리는 도후의 태도에 호영의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미간 사이에 주름을 만들고 인상을 팍 구긴 호영은 태양을 대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되어서는 음산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너 자꾸 그렇게 나오면 이번 광고 없을 줄 알아.”

“왜 그런 걸로 협박하는 거예요.”

“네 물주가 누구인지 잘 파악하고 알아서 행동해. 오늘은 약속 다 때려 치고 여기에 있는 태양씨 집에 데려다 줘. 알았니?”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어디서 말대꾸니! 하라고 하면 할 것이지!”

냅다 도후의 머리를 후려친 호영은 태양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도후의 머리를 칠 때에는 괴수 같은 얼굴을 하더니만 지금은 상냥하기 그지없는 웃음을 짓고 있다. 지금은 이렇지만 익숙해지고 서로에게 격이 없어지면 자신도 도후처럼 대하는 것일까. 이쪽이 잘못을 하면 저런 식으로 머리를 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빨리 그렇게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며 태양은 동그란 눈을 꿈뻑이며 손을 잡는 호영을 쳐다봤다. 태양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호영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 

“태양씨. 부족한 우리 아들이 집까지 데려다 줄 거예요. 편안하게 들어가요. 알았죠?”

“네. 알았습니다. 그런데 두 분은 오늘 안 들어가세요.”

“으..으응. 다음에 같이 들어가도록 해요.”

얼버무린 호영은 태양의 건너편에 앉아있는 호수의 손을 잡았다. 세 사람이 대화를 하는 동안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던 호수는 갑자기 손을 잡아당기는 호영을 쳐다보며 왜 그러냐고 묻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에 눈짓으로 태양과 도후를 가리킨 호영은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런 호영의 눈치를 보면 호수도 태양을 한번 쳐다보고는 차에서 내렸다. 호수의 팔에 손을 감은 호영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드는 것에 태양도 손을 흔들었다. 어차피 썬팅을 해놔서 손을 흔드는 것을 안 보이겠지만 말이다. 

호영은 자신과 도후 둘만 남겨둬서는 사이가 좋아질 기회를 주고 싶었을 거다. 청년 둘이 남아있으면 어떤 식으로든지 의기투합을 하겠거니 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지만 그 생각에는 상당한 오류가 있었다. 애초에 친해지고 싶어 하지 않는 두 사람이라면 뭔 짓을 해도 친해질 수가 없는 법이다.  

“쓸데없는 짓 하기는.”

투덜대는 말에 태양은 도후를 쳐다봤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쓰고 있더니만 급기야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한 번 길게 연기를 뱉어내나 싶더니만 뒤를 쳐다보고는 굳은 얼굴로 한마디 던졌다. 

“야. 내려.”

“싫습니다.”

“뭐?”

“아주머니가 나 집까지 데려다 주라고 했잖아요.”

“..........뭐라고?”

to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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