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0화 〉 사망 소식
* * *
몸이 살짝살짝 흔들렸다. 어깨를 잡은 두 손이 느껴졌다. 빗소리가 나직이 고막을 두드렸다. 별장이 방음이 잘 되는데도 이렇게 소리가 잘 들리는 걸 보면 폭우가 내리는 듯했다. 슬며시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나를 내려보는 윤가영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두 눈에서 작은 물길이 그려져 희미하게 빛을 반사하는 게 보였다. 우는 건가?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졸음이 달아났다. 덜컥 겁이 났다. 부스스 상체를 일으켰다. 두 팔을 벌려 윤가영을 품에 안았다. 윤가영이 안겨 오면서 나를 꼬옥 마주 안았다.
“무슨 일이에요...”
나직하게 말했다. 금방 자다 깨서 목소리가 잠긴 탓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조용하게 목소리가 나왔다.
흐느끼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윤가영의 몸이 간헐적으로 들썩였다. 울음을 삼키고 있었구나. 마음이 무거워졌다. 오른손으로 윤가영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윤가영의 불안정한 호흡이 차차 가다듬어졌다. 윤가영의 이마에 입술을 쪽 맞췄다.
“으흐응...”
윤가영이 내 목 왼쪽에 이마를 묻었다. 숨소리가 골라졌다. 조금은 진정된 것 같았다. 윤가영의 왼쪽 목에 입술을 맞추고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에요.”
“... 준권 씨가 자살했대요...”
“네...?”
고개를 들고 윤가영을 바라봤다.
“그 사람이요?”
윤가영이 고개를 들고 머리를 얕게 끄덕였다. 현실감이 안 들었다. 왜 자살한 거지? 그럴 이유가 없는 인간인데. 어젯밤까지만 해도 괜찮아 보였는데. 아니 괜찮다 못해 건재했는데. 도저히 말이 안 됐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시도만 했다는 거예요...?”
윤가영이 고개를 저었다. 이준권이 죽었다. 이준권이 스스로를 죽였다. 아무리 곱씹어 봐도 사실 같지가 않았다. 영원히 살 것만 같던 그 사람이 왜. 혼란스러웠다. 왜 그랬을까. 아니 지금 이유가 중요한 걸까. 나는 뭘 해야 하는 거지? 나만을 바라보는 윤가영의 눈빛이 흔들렸다. 내가 이대로 정신을 놓으면 안 됐다. 어떡할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
“병원으로 가요, 우리.”
윤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른편에 누운 수아가 깨지 않게 양손으로 왼쪽 요를 짚고 소리 없이 일어났다. 윤가영이 자기 무릎을 짚고 따라 일어났다. 고개를 슬쩍 뒤를 봤다. 지수랑 선우가 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 어째선가 마음이 놓였다. 윤가영의 오른손을 잡고 조심히 문을 열어 방을 나갔다. 문을 닫고 복도를 걸었다. 나란히 계단을 내려갔다.
“빨리 씻고 나가죠.”
“응...”
1층 화장실로 들어갔다. 싱크대에서 얼굴에 물을 끼얹고 비누를 썼다. 물로 비눗기를 없애고 수건에 얼굴을 묻으면서 옆으로 비켜섰다. 윤가영이 고개를 숙여 얼굴을 씻었다. 수건을 들고 기다리다가 윤가영이 수전을 잠갔을 때 건넸다. 윤가영이 고개를 수그린 채 양손으로 받았다.
“고마워요...”
윤가영이 얼굴을 톡톡 두드리면서 물기를 닦고 다시 수건을 건네왔다. 오른손으로 받았다. 윤가영이 고개를 여전히 수그리고 있어서 머리카락이 얼굴로 드리워져 있었다. 뭐하는 거지 했는데 윤가영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려서 눈만 드러나게 하고 고개를 들었다. 웃음이 나왔다.
“뭐하는 거예요?”
“생얼이라서요...”
너무 귀여웠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모든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윤가영을 품에 안으면서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화장 같은 거 안 해도 예뻐요, 여보는.”
“그래두...”
“여보가 보여주는 모습이 다 나한테는 제일 예뻐요.”
“... 어떻게 알았어요...?”
“뭐가요?”
“여보한테는 제일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고 하려 했는데...”
살폿 웃었다.
“사랑하니까 아나 봐요. 빨리 얼굴 보여줘요.”
“알겠어요...”
윤가영이 손을 내렸다. 양손으로 윤가영의 볼을 잡고 입술을 가볍게 맞췄다.
“저희 샤워는요...?”
“안 씻고 가는 게 맞을 거 같아요. 옷만 적당히 입고 나가요.”
“네...”
“따라와요.”
윤가영의 왼손을 잡고 화장실을 나섰다. 검은 맨투맨을 입은 채로 회색 후드 집업에 검은 슬랙스를 입었다. 윤가영이 내가 옷을 입는 것을 가만히 보다가 무릎을 굽히고 캐리어에서 검은 폴라티랑 검은 슬랙스를 꺼냈다. 윤가영이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봤다.
“돌아봐주세요...”
“알겠어요.”
뒤돌았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면이 몸을 스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윤가영이 갈아입는 상상됐다. 눈으로 보는 만큼이나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돌아서서 대놓고 보고 싶었다.
“입었어요?”
“아직요...”
“왜 이렇게 걸려요?”
“옷이 걸려서요...”
“이제 돌아봐도 돼요?”
“네...”
뒤돌았다. 검은 폴라티에 슬랙스를 입은 윤가영이 뒷짐을 지고 나를 올려봐왔다. 폴라티 때문에 목에서부터 가슴까지 몸이 그려내는 라인이 선명하게 보였다. 조이는 재질도 아닌 슬랙스는 윤가영의 골반이 큰 탓에 묘하게 야했다. 윤가영한테 다가가서 꼬옥 껴안았다.
“여보 롱패딩이나 코트 걸쳐야겠어요. 비 많이 내리는 거 같던데.”
“여보도 뭐 하나 더 입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코트 입을게요.”
“네... 근데 저 겨울에 입을 만한 외투는 안 챙겼던 거 같아요...”
“그럼 내 거 빌려줄게요.”
“커서 안 맞지 않아요...?”
“그건 그렇네요.”
“저 어떡해요...?”
“음... 수아 거 한 번만 빌려 입고 나가요.”
“그럴게요...”
윤가영을 놓아줬다. 윤가영이 수아의 캐리어를 뒤져서 검은 코트를 꺼내서 입었다. 나도 검은 코트를 위에 걸쳤다.
일단 이준권이 메시지 같은 걸 남긴 게 없는지 확인해야 할 거였다. 그런데 만약 자살 이유를 암시하는 말을 남겼으면 경찰에서 조사를 하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여보. 우리 나가기 전에 일단 입 맞추고 가요.”
윤가영이 도도도 다가와서 양손으로 내 어깨를 짚고 까치발을 들어 뽀뽀했다. 웃음이 나왔다. 긴장이 다시 풀리는 듯했다.
“이거 아니에요...?”
양손으로 윤가영의 얼굴을 잡고 뽀뽀했다.
“사실 나도 원했던 거 같아요.”
윤가영이 히 웃었다. 미소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참기 힘들었다. 입술을 포갰다. 눈 감고 움직임 없이 길게 입맞췄다. 입술을 떼고 눈을 떴다. 윤가영이 달콤한 숨을 내뱉었다.
“원랜 경찰이 간단하게나마 조사하려고 뭐 물어볼 테니까 서로 말이 맞게 얘기해두고 가자는 거였어요.”
“아...”
윤가영의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졌다.
“나 바보 같죠...?”
“아뇨. 사랑스러워요.”
“으으응...”
윤가영의 입꼬리가 일그러졌다. 이내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윤가영이 고개 숙였다.감정이 휘몰아치는 모양이었다. 윤가영을 품에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울지 마요.”
“미안해요오...”
왼손으로 윤가영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나, 흡... 괜히 병실 들어가서... 이제 보기도 싫다고, 이혼하자고 해 가지고... 끅... 사랑받을 자격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윽... 준권 씨 맘 아프게 하고, 여보도 곤란하게 만들고... 끄읍...”
“아니에요. 당신 잘못 없어요.”
“으히잉... 끅...”
웃으면 안 될 거 같은데 우는 게 너무 귀여워서 입꼬리가 멋대로 움직였다. 윤가영의 등을 토닥이다가 안아들어서 소파에 앉혔다. 왼편에 앉아서 꼭 안은 채로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핫초코 만들어줄게요.”
“끕... 네...”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에 갔다. 초코 소스를 만들 시간은 없을 것 같았다. 선반을 열어 핫초코 스틱을 꺼내 컵에 붓고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뽑았다. 티스푼으로 섞고 들고갔다. 계속 나만을 쳐다보던 윤가영이 양손을 뻗어왔다.
“고마워요...”
다시 옆에 앉았다.
“그런데 여보 거는요...?”
“한 모금씩 뺏어 마실게요.”
윤가영이 살폿 웃었다.
“네...”
윤가영이 핫초코를 홀짝였다. 울음을 막 그친 얼굴이 가엾고도 사랑스러웠다. 오른손으로 괜히 윤가영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윤가영이 나한테 핫초코를 건네왔다. 왼손으로 받이서 한 입 마시고 다시 넘겼다.
“다 마셔요.”
“네...”
윤가영이 남은 핫초코를 홀짝여가며 다 마셨다. 여기 있어요, 라고 말하면서 자연스레 컵을 가져가서 주방 싱크대에 놓았다. 다시소파로 돌아와 윤가영 옆에 앉았다.
“우리 복도 걸을 때 여보가 귀에 대고 안 사랑한다고 했다고 얘기했잖아요.”
“네...”
“그때 무슨 얘기했다고 할까요?”
“모르겠어요...”
“음, 그럼 그냥 사랑한다고 했다고 하는 거 어때요? 쑥쓰러워서 귀에 대고 말했다고 하면 되니까.”
“알겠어요...”
“경찰이 최근에 아버지가 이상한 모습 보였느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하죠. 아니 여보는 실제로 모르는 거 맞죠. 한국 온지도 얼마 안 됐고 어제 처음 봤으니까.”
“네...”
“여보는 이준권 관련해서 뭐 물으면 다 사실대로 답해요. 해외로 가고 몇 번 연락 왔을 때 바람피우고 있다는 거 알게 됐고, 나한테 얘기 다 들어서 상습적으로 불륜한 사람인 거 듣고, 그나마 남아 있는 정이 다 떨어졌다고. 그리고 요전에 귀국했다고 나한테서 듣고 나서 그 사람이랑 마주치지 않게 딸 데리고 빠르게 빠져나왔다고. 그러다가 어제 칼에 찔렸다는 소식 듣고 동정심 들어서 나랑 같이 찾아갔는데, 자기가 불륜 저지른 거에 별로 죄책감 없어 보여서 이혼하자고 했다고. 그렇게 얘기해요.”
윤가영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요...”
“네.”
“... 한 번만 더 얘기해주면 안 돼요...?”
어조랑 눈빛에 죄책감이 담겨 있었다. 귀여워서 입꼬리가 올라갈 것 같았다. 그런데 웃으면 윤가영이 자존심 상해할 것 같았다. 꾹 참았다.
“음, 그냥 그 사람 추악한 면 하나하나 알게 되면서 정떨어져 가지고 귀국했을 때 피했다가, 칼 찔렸다는 소식 듣고 병문안 갔는데 그 사람이 불륜 저지른 거에 별 의식 없이 뻔뻔하게 나와서 홧김에 그 자리에서 이혼하자고 했다고요.”
“으응...”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네... 여보는 어떻게 말할 거예요...?”
“나도 그냥 기억하는 거 다 말할 거예요. 우리 사랑하는 사이라는 거만 빼고. 괜히 거짓말했다가 진술 어긋나면 파고들 수 있잖아요.”
“네...”
“마음의 준비는 다 된 거 같아요?”
“안아주세요...”
살폿 웃었다. 윤가영을 품에 안았다. 왼손으로 폰을 잡고 택시 앱을 켰다. 윤가영이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앞머리 몇 가닥이 이마에 붙어 있었다. 왼손으로 걷어내고 이마에 입 맞췄다. 윤가영이 엉덩이를 살짝 들어 내 오른 볼에 입술을 맞춰왔다.
“사랑해요 여보...”
“나도 사랑해요 여보.”
윤가영이 내 목에 이마를 댔다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이제 가요...”
“그래요.”
같이 일어났다. 택시를 호출했다. 윤가영의 오른팔에 팔짱을 끼고 함께 걸어 현관에 가 신발을 신었다.
“수아는 안 데려가는 게 맞겠죠...?”
“네. 괜히 같이 갔다가 끼어서 경찰 조사 받을지도 모르니까 나중에 부르기로 해요.”
“오히려 자리에 없어서 의심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준권 씨랑 사이가 되게 원만했던 것도 아닌데...”
“경찰이 그런 사정은 모르겠죠. 그 사람 행적 조사하다가 귀국 후에 수아랑 한 번도 마주쳤을 리 없겠다 판단되면 조사도 안 할 거고요. 애초에 우리도 조사한다고 하면 참고인 조사로 부를 거예요.”
“알겠어요...”
현관문을 열었다. 거센 빗소리가 덮쳐왔다. 하늘이 무너진 듯 비가 퍼부어져 내리고 있었다. 검은 우산을 두 개 잡아 하나는 윤가영한테 주고 하나는 펼쳐서 들었다. 함께 대문을 나섰다. 서로의 우산 끝을 맞댄 채 택시를 부른 곳으로 묵묵히 걸어갔다. 택시가 멈춰섰다. 뒷문을 열어주고 윤가영이 먼저 들어가게 한 다음 내가 올라탔다. 말없이 차창을 내다봤다. 비가 우수수 쏟아지고 있었다. 젖은 세상은 회색과 푸른 빛을 품고 있었다.
*
택시가 정차했다.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택시에서 내렸다. 우산을 펼쳤다. 어젯밤에 봤던 병원이 눈에 들어왔다. 윤가영이 뒤이어 내려 우산을 펼쳤다. 함께 병원으로 들어갔다. 막무가내로 접수처로 돌진했다. 안에 있던 사람 한 명이 나를 알아본 건지 눈을 크게 떴다.
“어제 아버님 면회 보러 오신 분 맞으시죠...?”
“네... 지금 어디 있어요?”
“영안실에 계세요... 본관 뒤편에 있는 건물 지하 2층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바로 돌아서서 윤가영이랑 거리를 좁히며 앞으로 걸어갔다. 윤가영이 내 오른편에 서 같이 걸었다. 영안실 건물로 들어가 계단을 밟아 2층으로 내려갔다. 내부를 슥 훑었다. 안에 있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를 보자마자 입을 열었다.
“이준권 씨 친족 분 되세요?”
“아들입니다.”
직원이 냉장고 쪽으로 걸어갔다. 윤가영이랑 같이 다가가서 앞에 섰다. 직원이 애써 바디가 올려진 트레이를 꺼냈다. 천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체형의 윤곽만으로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 제가 열어봐도 되나요?”
“네. 보기 힘드실 수 있으니까 목은 안 드러나게 조심하세요.”
목을 매달아서 자살한 건가. 양손으로 조심히 천을 잡아 걷어냈다. 혈색이 물러나 있는 얼굴은 회색과 푸른 빛을 담고 있었다. 죽을 때마저 창백한 도시의 색채를 머금은 채 시들어가는 거였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다는 느낌도 없어서 영원히 죽지 않을 것만 같은 사람이었는데.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데도 비현실적이었다.
윤가영이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덮었다. 윤가영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언제 봐도 눈물 많은 여자였다.
“박스에 고인분이 생전에 가지고 계셨던 소지품들 있으니까 확인하세요.”
“네...”
천을 도로 덮고 박스 안을 들여다봤다. 생전에 입었던 옷이랑 지갑, 핸드폰 정도밖에 없었다. 평소 소지하던 그대로 떠나버린 거였다. 옷을 조심히 들어 박스 밑을 봤다. 고이 접힌 바지 위에 작은 메모지가 있었다. 왼손으로 메모지를 잡고 옷을 도로 내려놓은 다음 허리를 펴 글귀를 살폈다.
[오래 생각해본 결과, 깊은 욕심 끝에 내가 져버린 행복은 돌아올 길 없고, 내다본 앞날은 내리막뿐이다. 내 삶에 회의를 느끼고 떠난다.
온유야, 아들아. 세상 모든 일이 네게 호의적으로 흘러가지만은 않을 수 있다.
분명 세상 모두가 네게 호의적이지는 않을 테다. 기억해둬라.]
어딘가 저주스러웠다.
“저, 학생.”
흠칫 놀랐다. 고개를 돌려 내게 말을 건 사내를 봤다. 청년은 경찰복을 입고 있었다. 경찰은 두 명이 있었다.
“학생 아버지가 귀국하고 나서 만난 사람이 학생 말고 별로 없어서요. 잠깐 경찰서로 와서 얘기 좀 해줄 수 있어요?”
“네? 네...”
“부담 가질 거 없고, 그냥 묻는 거에만 잘 대답해주면 돼요. 진짜 금방 끝날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하는 걸 전담한 듯 보이는 경찰이 윤가영을 바라봤다.
“새엄마예요.”
“아, 네. 저, 새어머니도 괜찮으시다면 와주실 수 있을까요?”
윤가영이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걸로는 모자랐는지 코트 소매로도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지금 가실 수 있을까요?”
“네...”
“장례식은 어떡하실 건가요?”
직원이 물었다. 어째서인지 매정하게 느껴졌다.
“여기에서 치를게요... 돌아와서 세부사항 결정하겠습니다...”
윤가영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경찰이 앞장섰다. 영안실 건물을 빠져나오고 우산을 펼친 채 도로 쪽으로 걸어갔다. 경찰차가 바로 보였다. 경찰차가 눈에 띄는 디자인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경찰 둘이 각각 운전석이랑 조수석에 탔다. 뒷문을 열고 윤가영이 먼저 타게 한 다음 나중에 탔다. 운전석에 오른 경찰이 안전벨트를 메고 엑셀을 밟았다.
끔찍하게 긴장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