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5화 〉 용서, 주도권
* * *
지수 왼 볼에 입술을 맞췄다. 티셔츠를 걷어 올리고 지수를 꼬옥 껴안았다. 그렇게 살을 맞댔다. 브라에 감싸진 지수의 가슴이 짓뭉개져 왔다. 부드러웠다. 지수가 나를 마주 안았다. 체온이 차츰 올랐다. 목 왼쪽이랑 왼 어깨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지수가 내 오른 어깨에 이마를 댄 채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다가 내 오른 볼에 입술을 맞췄다. 고개를 돌려 자연스럽게 입술을 맞댔다. 양손으로 지수의 볼을 잡았다. 지수가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았다. 그대로 별 움직임 없이 길게 입 맞췄다. 섹슈얼한 느낌 대신 사랑을 갈구하는 느낌이 강했다. 기분이 야릇했다. 흥분됐다.
“쯥...”
지수가 입술을 떼고 몸을 떨어뜨렸다. 눈을 마주쳤다. 지수가 오른손을 뻗었다.
“네 옷 줘.”
“응.”
왼손으로 내 티셔츠를 잡아 건넸다. 지수가 내 티셔츠를 잡고 내 머리 위로 씌워 밑으로 내렸다. 살폿 웃고 지수의 도움을 받아 티셔츠를 입었다. 지수가 픽 웃었다.
“이제 내 것도 해줘.”
“응.”
지수의 티셔츠를 양손으로 잡았다. 지수가 양팔을 살짝 들었다. 마주 보는데 미소가 지어졌다. 옷을 씌우고 입혔다. 지수가 히 웃고 오른손 엄지를 내 아랫입술에 댔다. 윗입술을 움직여 뽀뽀했다. 지수가 입꼬리를 올렸다.
“왜 이리 뽀뽀하는 걸 좋아해?”
“몰라. 아직 덜 컸나 봐.”
지수가 픽 웃었다.
“미쳤어? 네 몸으로 그런 말 해도 돼?”
“몸만 큰 느낌이라서.”
“그럼 너 지금 구순기라고?”
“방금 같은 때는 그렇게 되는 거 같아.”
“그럼 보지에 자지 넣을 땐 갑자기 생식기되고?”
“응.”
지수가 피식 웃었다.
“어이없어.”
눈웃음 지었다. 다시 지수의 입술에 입 맞췄다. 지수가 양팔로 나를 안은 채 왼쪽으로 쓰러지려 했다. 몸을 따라 기울여서 같이 누웠다. 지수가 히 웃으면서 오른손으로 내 왼 볼을 쓰다듬었다. 왼손을 올려 똑같이 지수의 오른 볼을 쓰다듬었다. 지수가 내 왼 볼을 주물렀다. 나도 지수의 오른 볼을 주물렀다.
“왜 따라 해?”
“사랑하면 닮는다잖아.”
지수가 웃었다.
“오글거려.”
“간지럽다고 해줘.”
“오글거리는 거나 간지러운 거나.”
“많이 다르지 않아?”
“생각해보니까 그런 거 같네.”
살폿 웃었다.
“뭐야.”
“몰라. 나 커피나 줘.”
“응.”
상체를 일으키고 협탁에 있는 아인슈패너를 들어 지수한테 건넸다. 지수가 일어나서 양손으로 아인슈패너를 받았다.
“식었는데 괜찮아?”
“응.”
지수가 뚜껑을 열고 아인슈패너를 한 모금 마셨다. 오른손을 지수의 왼 허벅지에 올렸다. 지수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면서 눈을 크게 떴다. 윗입술에 크림이 살짝 묻어있는 게 귀여웠다. 양손으로 침대를 짚고 얼굴을 가까이 했다. 입술을 대 크림을 훔쳤다. 부드럽고 달콤했다.
“맛있다.”
지수가 눈웃음 짓고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뭐 한 거야?”
“크림 묻어서 닦아줬어.”
지수가 살폿 웃었다.
“변태야 진짜.”
눈웃음 지었다. 시선을 내리고 오른손으로 지수의 왼 허벅지를 약하게 주물렀다.
“왜?”
“나 그 사람한테 통화해야 돼.”
“그 사람?”
“이준권.”
“으응... 그거 누구한테 말했어?”
고개를 들어 지수의 눈을 마주쳤다.
“아니. 너한테만 말했어.”
“음, 다른 사람한테 말할 거야?”
“글쎄.”
“안 해도 되면 걍 하지 마.”
“알겠어.”
지수가 살폿 웃었다. 사랑스러웠다. 다시 짧게 키스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전화하러 갈게.”
“응.”
뒷걸음질 치면서 지수랑 눈을 마주치다가 문손잡이를 잡고 열어서 뒤돌아 나갔다. 2층 복도를 걷는데 선우가 난간을 잡으며 계단을 올라오는 게 보였다.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선우의 눈이 커졌다.
“목에 뭐야?”
“히키.”
“으응...”
선우가 계단을 마저 올라와서 얼굴을 마주했다.
“지수랑 둘이서 무슨 얘기 했어?”
“그냥 수아랑 가영 씨 편히 묵을 수 있게 해줄 수 있냐고.”
“으음... 지금 지수는 괜찮아?”
“괜찮은 거 같아.”
“나 들어가도 될 거 같아?”
“응.”
“알겠어.”
선우가 나를 응시했다. 속이 탔다. 선우한테도 내가 윤가영을 임신시켰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힘들었다. 억지로 입을 열었다.
“선우야.”
“응?”
“지수한테는 금방 얘기한 건데...”
“새엄마 임신했다고?”
“어...”
눈이 휘둥그레지는 게 느껴졌다.
“어떻게 알았어...?”
“그냥 너랑 지수 올라갔을 때 말 걸어서 얘기 조금씩 나누다가 대놓고 물어봤어.”
“임신했냐고...?”
“응. 전에 네가 임신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거 떠올라 가지고, 혹시 테스트는 해봤냐고 물었는데... 고개 숙여서 작게 끄덕이고, 두 줄 떴다고,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되게 작은 목소리로. 근데 나보다 수아가 더 당황했던 거 같아.”
“으응...”
“암튼. 다 들어서 알고 있어.”
“미안해...”
선우가 씁쓸하게 웃고 나를 안았다.
“괜찮아.”
선우를 마주 안았다. 이상했다. 잘못한 건 나인데 내가 위로를 받는다니.
“사실 좀 안 괜찮기는 한데. 그래도. 예상 못 했던 일도 아니잖아. 나도 애 가질 거기도 하고.”
“미안...”
“됐어. 미안한 만큼 훨씬 더 잘해줘. 미안하다는 말 대신.”
“알겠어...”
선우가 양손으로 내 엉덩이를 토닥였다. 양팔을 풀었다. 선우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찡긋거렸다가 내 왼 볼에 입술을 맞췄다.
“너 잘못할 때마다 의기소침해지는 거 보면은 되게 귀여운 거 알아?”
“응...?”
선우가 살폿 웃었다.
“지금처럼 움츠러드는 거. 단 거 먹고 싶어서 높은 선반에 올려놓은 사탕 통 건드렸다가 실수로 떨어뜨려서 다 엎질러 놓고, 자기 잘못한 거 알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의젓하게 와서 고백하는 어린 애 같아. 한 다섯 살 정도 되는 그런 애.”
선우가 양손으로 내 볼을 잡아서 살짝 늘였다가 풀었다.
“너는 무서워?”
“응...?”
“헤어지자고 할까 봐 무섭냐구.”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가 살폿 웃고 양손으로 내 목을 감싸고 엄지로 내 볼을 쓸었다.
“잘못한 거로 틀어지기에는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어. 네가 무서워할 이유가 없을 만큼, 엄청 사랑해.”
“나도 사랑해.”
선우가 살폿 웃었다.
“응... 근데 겁은 먹어줘. 무서워 해줘.”
“매일 무서워해... 내가 별로 좋은 사람 아닌 거 깨닫고 멀어질까 봐...”
선우가 살폿 웃었다.
“그러면 됐어.”
선우가 내 왼 볼에 입술을 맞췄다. 웃음이 나왔다. 오른 볼에 뽀뽀를 돌려줬다. 선우가 입을 열었다.
“내려가 봐. 가영 언니 너 기다릴 거야.”
“응... 사랑해.”
“나도 사랑해 온유야.”
“응...”
선우가 미소 지으면서 뒷걸음질 치다가 산뜻하게 뒤돌았다. 멍하니 선우가 방쪽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다가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 소파에 윤가영이랑 수아가 같이 앉아있었다. 둘 사이 기류가 다소 어색해 보였다.윤가영이 나를 보자마자 일어나서 내게 다가왔다. 수아는 내게 시선을 고정하기는 했지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윤가영이 왼손을 들어 엄지로 내 목에 있는 히키 부근을 훑었다.
“목에 이거 뭐야...?”
“그냥 물린 거예요.”
“물렸다구...?”
“네. 별거 아니에요.”
“으응...”
얼굴을 들여다봤다. 선우한테 임신한 걸 고백한 후로 어떻게 잘 진정했는지 괜찮아 보였다. 기특하고 고마웠다. 품에 꼬옥 끌어안고 주방 쪽을 봤다. 테이블이 다 치워져 있었다.
“설거지는 다 한 거예요?”
“응...”
“고마워요.”
“응... 나 여기서 뭐 할 거 있을까?”
살폿 웃었다. 양손으로 윤가영의 양팔을 잡았다.
“그냥 편히 있어요. 영화 같은 거 보구.”
“알겠어...”
윤가영의 왼팔에 팔짱을 끼고 수아한테로 걸어갔다. 수아가 소파 왼쪽으로 붙었다. 수아 옆에 앉았다. 수아가 나를 쳐다봐왔다.
“오빠.”
“응?”
“왜 엄마 임신한 거 얘기 안 했어?”
“미안해. 오늘 처음 알았는데 이준권 와서 바빠 가지고 바로 말을 못 했어.”
수아가 콧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근데 우리는 어디에서 자야 돼?”
“물어볼게.”
“이 소파에서도 잘 수 있을 거 같은데...?”
윤가영이 말했다.
“근데 나 오빠랑 자고 싶은데.”
수아가 말했다.
“얘기해볼게. 어떻게 잘지.”
“응. 오빠도 영화 볼 거야?”
“나 화장실 좀 들어가려고.”
“응.”
화장실로 들어갔다. 수건을 하나 꺼내 따뜻한 물을 적셨다. 수건을 접고 거울을 보면서 히키에 가져다 댔다.
근데 진짜 어떻게 자지. 침대를 더 구해서 붙여야 하나. 초장기로 묵는 게 아니면 그건 너무 오바하는 거 같은데. 고민됐다. 이준권이 온 것만으로 발생하는 고민거리가 너무 많은 느낌이었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이준권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송신음이 두 번 들리고 연결됐다. 일단 녹음을 켰다.
ㅡ온유야.
“뭐요.”
헛웃음이 들렸다. 괜히 기분 좋았다.
ㅡ집에 왔는데 반기는 사람이 없네?
“그래요?”
ㅡ뭐 어떡한 거니?
“글쎄요. 새엄마가 그리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나 보죠.”
웃음소리가 들렸다. 호탕한 척하는 느낌이었다.
ㅡ네가 아주 날 잡아먹으려 드는구나.
“뭔 소리예요?”
ㅡ순진한 척하지 말아라.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건데, 대체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ㅡ네가 어떻게 꼬였을까 생각하지. 가영 씨랑 수아.
“내가 뭘 했겠어요? 그냥 당신이 비호감이라 마음 떠난 거겠지. 다 당신 잘못 아니겠어요?”
작게 한숨 소리가 들렸다. 행복 수치가 살짝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ㅡ내가 너를 너무 우습게 봤구나. 회피밖에 못 하는 줄 알았는데.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이혼준비나 해요.”
ㅡ어떻게 조종한 거야?
“조종이라뇨.”
ㅡ가영 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었거든. 내가 그렇게 했고.
기분 나빴다. 사람 심리를 조종했다고 아무렇지도 밝히는 게 역겨웠다. 화가 치밀었다.
“그런데 이번엔 당신이 실패했네.”
ㅡ이번이라니?
“우리 엄마 생각 안 나?”
ㅡ아, 그래.
씨발 새끼. 끊어버렸다. 폰을 주머니에 넣고 세면했다. 폰이 진동했다. 수신을 거절했다. 문자가 왔다.
[말도 안 하고 왜 끊니, 아들아.]
[가영 씨는 돌려보내렴.]
전화 걸었다. 바로 연결됐다.
“헛소리하지 마세요.”
끊었다. 희열감이 차올랐다. 폰 전원을 껐다.
주도권은 나한테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