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4화 〉 금요일 종례 후 (2)
* * *
왼팔은 선우한테 주고 오른팔은 지수한테 준 채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둘 다 내 팔을 베개처럼 베고는 다리를 내 허벅지 위에 걸치고 팔을 내 가슴팍에 얹었다. 몸에 선우랑 지수의 팔다리가 전부 걸쳐지니 바디 필로우라도 된 것 같았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다 같이 나신이라서 그런가 지수랑 선우의 살 내음이 맡아졌다. 둘의 호흡이 조금씩 가다듬어지는 소리를 조용히 들었다. 맞닿은 몸에서 열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기분 좋게 따스했다. 이렇게 살을 맞대고 있는 게 이불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았다. 이대로 잠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폰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협탁 쪽이었다. 눈을 뜨고 왼쪽을 바라봤다. 진동이 그치지 않고 또 울렸다. 내 폰이었다. 이후로 간헐적으로 세 번 더 폰이 울렸다. 진동이 주기적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닌 게 전화가 아니라 문자가 온 모양이었다. 선우가 고개를 돌려 협탁을 바라봤다.
“누구 폰이야?”
지수가 물었다. 오른쪽을 봤는데 누구 폰인지 별로 궁금하지는 않은지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온유 폰 같은데?”
“내 폰 맞아.”
“으응. 줄까?”
“응.”
선우가 오른손으로 침대를 짚어 상체를 살짝 들고 왼손을 뻗어 내 폰을 잡아 내게 건넸다. 왼손으로 받았다.
“고마워.”
“응.”
화면을 켰다. 문자가 왔다는 표시가 있었다. 엄지로 잠금을 풀고 상태 바를 내렸다. 이수아한테서 문자가 다섯 개 연달아 와 있었다. 상태 바에 나타나는 마지막 문자 내용이 집에 오라고 재촉하는 내용이었다. 일단은 지수랑 선우하고 좀 같이 있고 싶은데. 오늘이 사귀기로 한 첫날인 수아가 보내온 문자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왼손 엄지로 문자를 확인했다.
[내일이 촬영일인데 최소한 집에는 있어야지]
[매니저님이 데리러 올 건데 같이 안 탈 거야?]
[진짜 무음 설정해놓은 거 아니면 빨리 폰 좀 봐]
[문자 보면 바로 집 와야 돼]
[ㅃㄹ 튀어와]
선우가 조금 밑으로 내려가 자기 오른팔을 베고 왼손을 내 가슴팍에 얹은 채 내 폰을 올려봤다.
“여동생이야?”
“응.”
“뭔데.”
계속 눈을 감고 있던 지수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내 폰을 봤다. 지수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콧숨을 내쉬었다.
“너 갈 거면 밤에 가. 저녁까지 우리랑 같이 먹고.”
“알겠어. 잠깐만 문자 보내게.”
“어.”
지수가 양손으로 침대를 밀어내며 상체를 띄웠다. 오른팔을 빠르게 빼내고 양손 엄지로 키패드를 두드렸다.
[저녁 먹고 밤에 갈게]
전송하고 양손으로 폰을 잡아들었다. 지수랑 선우가 내 옆에 바짝 붙어 같이 폰을 올려봤다. 수아는 내가 이렇게 여자친구들이랑 다 같이 볼 거라고는 생각 못 할 텐데 이래도 되나. 고민하는 중에 숫자가 사라졌다. 말 줄임표가 떴다.
[아니]
[그냥 지금 와]
[보고 싶단 말야]
선우가 살폿 웃었다. 내 입꼬리도 살짝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얘 귀엽다.”
선우가 말했다. 수아가 진짜 귀엽기는 한데 지금 수긍하면 지수가 조금 서운해할 수도 있을 듯했다. 일단은 입을 다무는 게 나을 듯했다. 화면에 또 말 줄임표가 떴다.
[빨리 안 오면 나 진짜 울 거야]
[알겠어 빨리 갈게]
지수가 뚱한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질투하는 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지수의 왼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했다. 지수가 입술을 앙다물더니 나한테서 등을 돌렸다. 폰을 끄고 베개 위에 내려놓았다. 뒤에서 지수를 안아줘야 할 거 같은데 선우가 의식됐다. 고개를 살짝 돌려 왼쪽을 봤는데 바로 눈이 마주쳤다. 선우가 눈웃음 짓고 왼손 검지로 지수의 등을 가리켰다. 역시 선우는 배려심 깊었다. 마주 눈웃음 지어 보이고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지수의 등에 밀착하고는 왼팔로 지수를 껴안았다. 오른팔을 침대에 대 사이드 플랭크를 하듯 살짝 몸을 띄우고 지수의 옆얼굴을 내려봤다. 무표정한 얼굴이 살짝 삐친 듯했다. 얼굴을 가까이 해 지수의 왼볼에 입을 쪽 맞췄다.
“지수야.”
“...”
다시 지수의 왼볼에 입술을 맞췄다.
“지수야.”
“뭐.”
살폿 웃었다. 한 번 더 지수의 왼볼에 입술을 맞췄다.
“사랑해.”
지수가 자기 입술을 앙다물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약간의 웃음기가 느껴졌다. 자존심 때문에 억지로 표정을 관리하는 느낌이었다.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지수야.”
“...”
지수의 왼볼에 입술을 맞췄다.
“지수야.”
“... 응...”
작은 목소리가 너무 귀여웠다. 왼손으로 지수의 옆구리를 주물렀다.
“아, 야.”
지수가 왼손으로 내 왼손등을 약하게 쳤다.
“왜.”
“옆구리 막 주무르지 마...”
“알겠어.”
“응...”
지수가 왼손으로 내 왼손등을 잡았다가 내 손을 쥔 채로 조물조물거렸다. 이대로 계속 만질 기세였다. 오른팔을 떼 옆구리를 침대에 붙이고 베개를 벴다. 선우가 내 왼옆구리에 왼손을 얹고 바짝 붙어왔다. 등으로 선우의 가슴이 짓눌려왔다. 너무 기분 좋았다. 선우가 왼팔로 나를 꼬옥 안고는 왼손으로 내 가슴을 주물렀다.
“나 네 여동생 한번 얼굴 보고 싶어.”
“이따 카톡 프로필 보여줄게. 아니다. 지금 보여줄게.”
오른손을 위로 올려 더듬더듬 폰을 찾아 잡았다. 고개를 위로 들고 잠금을 풀었다. 카톡을 켜고 수아의 프로필을 눌러 선우한테 건넸다. 선우가 오른손으로 받고 엎드린 채 옆으로 넘겨봤다.
“엄청 예쁘다... 근데 네 폰 갤러리에 사진 찍어놓거나 한 거는 없어?”
“응. 사이가 막 좋았던 게 아니라서.”
백지수가 몸을 획 돌려 등을 침대에 붙이고 내 쪽을 봐왔다.
“근데 그럼 섹스는 왜 하게 됐는데?”
“그냥, 되게 복잡해.”
“존나 복잡한 게 왜 이리 많아 너는.”
“그러게.”
백지수가 콧숨을 내쉬었다.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이 귀여웠다. 지수는 요즘 부쩍 귀여움이 올라온 느낌이었다.
왼편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바로 옆에서 느껴진 걸 보면 내 폰인 듯했다.
“너 여동생한테 문자 왔어 온유야.”
송선우가 말했다.
“뭔데?”
“지금 오고 있어? 이렇게 왔어.”
“눌러서 확인했어?”
“아니? 그냥 딱 문자 왔을 때 화면 위쪽에 뜬 거 봤어.”
“응.”
“답장할래?”
“응.”
지수의 입술에 입을 한 번 쪽 맞추고 몸을 뒤집었다. 폰을 오른손으로 건네받고 바로 수아 문자를 확인했다.
[지금 오고 있어?]
키패드를 열었다.
[가능한 한 빨리 갈게]
[근데 저녁은 여기에서 먹고 갈 거야]
[그럼 나 서운해지는데]
[미안해]
[담에 네가 원하는 거 해줄게]
[씨]
[진짜 풀려나자마자 바로 달려와야 돼]
백지수가 작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응]
“근데 얘 뭐 우리가 가두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한다?”
지수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살폿 웃었다. 폰을 끄고 내려놓은 다음 다시 바로 누웠다. 지수가 나를 보면서 머리를 살짝 들었다. 팔베개를 쓰려는 듯했다. 오른팔이랑 왼팔을 뻗어 지수랑 선우가 내 팔을 벨 수 있게 했다. 곧바로 두 팔이 베개가 됐다. 지수가 오른손 검지로 내 가슴을 콕콕 눌렀다.
“왜 우리 옹호 안 해?”
“아니 뭐, 내가 다 택한 거지. 너희랑 같이 있는 거. 너무 자명해 가지고 굳이 말해야 하나 싶었어.”
“으응. 알겠어.”
“응.”
“나 네 여동생 프사 보여줘. 나 아까 못 봤어.”
“응. 내 폰 내 머리 위쪽에 있어.”
“응.”
지수가 고개를 들고 오른손을 내 위로 뻗었다. 지수의 겨드랑이랑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선이 너무 예쁜 몸이었다. 손으로 훑어보고만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지수가 내 폰을 내 오른손에 올렸다. 오른손으로 잠금을 풀고 카톡에 들어가 이수아의 프로필을 찾아서 눌렀다. 지수가 양손으로 폰을 들어서 오른손 엄지로 슥슥 넘겨봤다. 같이 이수아의 프사를 보면서 오른손으로 지수의 오른 가슴을 주물렀다. 지수가 픽 웃었다.
“변태야?”
“응.”
“하... 진짜 취향 하나는 일관적이네.”
“음? 무슨 취향?”
“네 취향.”
“내 취향이 어떤데?”
“그냥, 예쁘고 가슴 큰 거. 딱 그거 두 개.”
“그건 남자들 다 그래.”
“뭐 어쨌든. 얘 폰 좀 테이블에 놔주라 선우야.”
“응.”
선우가 지수한테서 내 폰을 건네받고 협탁에 내려놓았다.
“고마워.”
“응.”
선우가 바로 뒤돌아 왼다리를 내 왼 허벅지에 얹고 왼팔로 내 배를 안아왔다. 지수는 내 가슴팍을 안고 오른손을 내 왼볼에 대고는 오른 다리를 내 오른 허벅지에 올렸다. 다시 휴먼 바디필로우가 됐다.
“우리 잠깐 잘까?”
송선우가 물었다. 이대로 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마음대로.”
내가 말했다. 선우가 응, 이라고 하고 이불을 끌어 우리 몸 위에 덮었다. 상반신의 절반 정도가 가려졌다. 지수한테도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지수를 바라봤다.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래도 잘 마음이 있는 듯했다. 그래도 일단 묻기는 물어야 했다.
“잘래 지수야?”
“응...”
“그래.”
눈을 감았다. 지수랑 선우의 살 내음을 맡고, 둘이 숨 쉬는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이불 안이 체온으로 데워져 갔다. 온몸이 나른했다.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따 또 깨면 지수랑 선우하고 있다가 집으로 가야 했다. 앞으로도 계속 별장이랑 집을 왕복하면서 있어야 할 텐데, 여자친구들로서는 나랑 항상 함께하지 못하니 불만스러울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나중에는 다 같이 살 수 있을 만한 공간을 만들어야 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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