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9화 〉 학교 공실에서 (1)
* * *
언제 말해야 하지 고민만 하다가 점심시간이 됐다. 일단 밥을 먹으러 갔다. 숟가락을 들어 밥이랑 반찬이 기계적으로 입에 넣었다. 별로 맛이 안 났다. 그보다는 입맛이 없었다. 깨작거리다 일어섰다. 같이 먹던 애들이 나를 올려봤다.
“그만 먹게?”
“어.”
“그럼 나 고기 좀.”
“어.”
“씨발 나도.”
“선착순.”
“오키.”
애들이 고기를 집어갔다. 다 가져가는 걸 기다리다가 식판을 들었다. 잔반을 버리고 급식실을 빠져나갔다. 빠르게 양치하고 본관에 들어가 반 쪽으로 걸어갔다. 혼자, 조용하게, 편하게 있고 싶었다. 공실에 들어가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발길을 돌려 교무실로 갔다. 조용히 문을 열었다. 문 가까이가 자리인 수학쌤이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온유야, 점심 안 먹었어?”
“먹었어요.”
“뭐 이리 빨리 먹었대.”
“그냥 좀 오늘 입맛이 없어서 머리 돌아갈 만큼만 먹고 애들 반찬 나눠주고 왔어요.”
“어엉.”
컴퓨터를 보던 하회탈 쌤이 시선을 들어 나를 봤다.
“끼니 자주 거르냐.”
“아뇨. 거르지는 않아요. 오늘만 조금 먹은 거예요.”
“그래.”
하회탈이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밥 잘 챙겨 먹어라... 바빠져도.”
“네.”
“그래. 왜 왔냐.”
“저 그냥 너무 빨리 먹어서 애들 없어 가지고 심심해서 왔어요.”
하회탈이 피식 웃었다.
“밥 안 먹은 애들도 있지 않냐. 걔들이랑 놀아. 선생님들 일하는데 여기 있지 말고.”
“넵.”
대답을 해놓고 뒤돌아서 은근슬쩍 열쇠함을 열었다. 소리가 안 나게 조심히 공실 키를 꺼냈다. 빠르게 교무실을 빠져나갔다. 혹여 쌤들이 내가 키를 가져가 공실로 들어간 걸 알게 되어도 뭐라 크게 질책하지는 않을 거였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열쇠로 문을 열어 공실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고 문을 잠갔다.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댔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와서 눈을 찔렀다. 엉덩이를 들어 커튼을 쳤다. 내부가 어두워졌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제야 좀 편했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폰을 만지작거렸다. 말하는 걸 미루면 안 되는데. 어찌 반응할지가 너무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오늘 바로 얘기를 안 하면 일부러 감춰두는 게 되는 거라서 지수랑 선우를 기만하게 되는 거였다. 게다가 내일부터는 드라마를 촬영하게 되어서 바빠질 테니 둘과 대면한 채 말할 타이밍을 잡기가 더 어려워질 거였다.
지금 말해야 했다. 폰을 꺼내 화면을 켜고 문자로 지수랑 선우를 공실에 와주라고 문자를 보냈다. 지수한테 금방 답신이 와서 화면 상단에 내용이 떴다.
[ㄱㄷ 양치하고]
뒤이어 선우한테도 왔다.
[지수랑 양치하고 갈게]
둘 다한테 응이라고 답을 보내고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괜히 테이블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았다. 별로 안정이 안 됐다. 도는 것도 금방 멈추고 의자를 꺼내 앉았다. 문만 바라봤다. 이제 지수랑 선우가 오면 손잡이를 돌렸을 때 바로 열려야 할 텐데. 일어나서 문 앞으로 걸어갔다.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밖에서 소리가 별로 들려오지 않았다. 아직 밥을 다 먹은 애가 많이 있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애들이 조금 있는 거랑은 별개로 방음도 좀 되는 듯했다.
진동도 안 왔는데 폰을 꺼내봤다. 지수랑 선우한테서 새로 문자가 온 게 없었다. 언제쯤 올까. 지금 당장 보고 싶은 마음이랑 좀만 더 늦게 봤으면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긴장됐다. 오른손으로 문손잡이를 잡고 소리가 최대한 안 나게 주의하면서 돌렸다.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소파로 돌아가서 앉았다.
만약에 지수나 선우 말고 다른 누가 들어오면 어떡하지. 선우나 지수가 들어오는 걸 봐서 다른 애들이 같이 들어오려면 어떡하고. 머리가 지저분했다. 별생각이 다 들었다. 다른 애들이 들어오면 학교가 끝나고 별장으로 돌아가서 말하면 될 일이었다. 아니 그냥 지금 말고 학교가 끝나고서 얘기하는 게 맞지 않나. 지금 말하면 둘 다 수업 시간에 집중을 못 하게 될 텐데. 그런데 학교가 끝나고 말하면 왜 그걸 바로 말 안 하고 지금 말하냐고 할 수도 있을 듯했다. 물론 내 뜻을 들으면 참작해줄 수도 있을 텐데 곧장 얘기하지 않은 거에 서운해하는 건 막을 수 없을 거였다. 그래도 일단 학교가 끝날 때까지는 말을 안 하고 있는 게 맞지 않을까. 고민스러웠다. 문이 열렸다. 지수가 앞에 있고 선우가 뒤에 있었다. 키 차이가 나서 동시에 보였다. 둘이 같이 안에 들어왔다. 선우가 뒤를 보면서 문을 잠갔다. 지수가 먼저 나한테 다가와 내 왼편에 앉았다.
“왜 불렀어?”
아직도 판단이 서지를 않았다. 멋쩍게 웃었다.
“그냥...”
백지수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송선우가 싱긋 웃고 빠르게 걸어와 내 오른편에 와서 앉았다.
“우리 은밀하게 보려고 부른 거야?”
“응... 학교에선 셋만 있기 어려우니까.”
“그치... 여기 빼면 옥상 정도밖에 없는 거 같다 진짜.”
“응. 근데 옥상도 가끔 하회탈 쌤 올라가고 하니까 여기밖에 없어.”
“으응...”
송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잠이 듣던 백지수가 나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야.”
눈빛이 날카로웠다. 긴장됐다.
“응.”
“너 우리한테 뭐 할 말 있지.”
“...”
“할 거면 그냥 말해 답답하니까.”
오른손 검지로 허벅지를 꾹 눌렀다. 살짝 아팠다. 그냥 말해야 하나. 아니면 학교가 끝나고 얘기한다고 할까. 근데 지수 성격상 학교가 끝날 때까지 내가 입을 다물고 있는 걸 미치도록 답답해할 거였다. 이미 지수가 눈치를 채버렸으니 당장 말하는 게 맞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나 이수아랑도 했어.”
“... 뭐 씨발?”
지수 목소리가 낮았다. 황당함이랑 화가 뒤섞인 듯했다.
“이런 개 시발새끼가... 뭘 씨발?”
이번에는 새끼라고 말할 때 음이탈이 났다. 백지수가 오른손으로 내 멱살을 쥐었다.
“누구랑 뭘 해 네가...”
미안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진짜 뒤지고 싶어서 그러냐...?”
백지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였다. 몇 번 믿음을 깬 남자친구가 새엄마랑 한 것도 모자라서 이번에 새여동생이랑도 섹스를 한 거니까. 사람이 아니라 짐승으로 보일 수도 있을 터였다. 아니 그냥 나는 짐승만도 못할지도 몰랐다.
“개새끼가 말도 못 하는 것 봐...”
백지수가 오른 무릎을 소파에 대고 왼무릎도 소파에 올려 내 허벅지를 깔고 앉고는 양손으로 내 멱살을 쥐었다.
“넌 씨발 다 좆 꼴리면 꼴리는 대로 다 박지?”
“... 미안.”
“개새끼...”
백지수가 양손을 내려 내 바지를 잡았다. 교복 후크가 풀어졌다. 백지수가 그대로 지퍼를 내리고 내 팬티를 끌어내렸다. 자지 윗부분이 살짝 드러났다.
“뭐해 지수야...”
송선우가 당혹스러운 듯 말했다. 백지수가 대답은 안 하고 오른손으로 내 자지를 억지로 꺼냈다. 빠져나오면서 혈류가 몰린 자지가 그대로 꼿꼿이 섰다.
“존나 바로 서는 거 봐... 뇌가 좆에 달려가지고.”
백지수가 양손으로 자지를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송선우의 동공이 흔들렸다.
“여기서 하려고...?”
“이 새끼가 세웠잖아.”
“...”
백지수가 오른손 검지로 내 귀두 끝을 만졌다가 엄지랑 비볐다. 어느새 쿠퍼액이 나온 모양이었다.
“씨발...”
백지수가 오른손을 치마 속으로 넣었다가 그냥 왼손으로 치맛단을 잡아 올렸다. 백지수의 허벅지랑 핑크색 팬티가 드러났다. 송선우의 입이 벌어졌다.
“너 속바지 안 입었었어...?”
“어.”
백지수가 오른손 검지랑 중지로 팬티를 오른쪽으로 비끼었다. 핑크색의 앙다문 보지가 모습을 보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존나 꼴렸다.
“아니 지수야 여기 학굔데...”
송선우가 타이르듯 말했다. 백지수가 오른손으로 내 자지를 잡고 허리를 들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하는 건 학교 끝나고 별장 가서도 해도 되잖아...”
“근데 이 새끼가 세웠잖아.”
송선우가 말문이 막힌 듯 입만 벙긋거렸다.
“존나 매일 성욕 안 채워주면 이제 유은이나 이슬 언니까지 다 따먹을걸.”
“그래도 이따 하면 될 거 지금은 좀 아니잖아...”
“아냐. 네가 이 새끼 몰라서 그래.”
백지수가 내 자지를 보지 입구에 맞췄다. 백지수가 허리를 천천히 내렸다. 귀두가 보지 속으로 매끈히 들어갔다. 안이 젖어 있었다. 언제 이렇게 젖은 거지? 자지 만질 때부터 젖었나? 이 공실로 들어와서 언제 젖기 시작했건 간에 이 타이밍에 이 정도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진짜 존나 음탕하기 그지없는 애였다.
“흐응...”
신음이 작았다. 평소랑 달라서 더 야했다. 백지수가 계속 허리를 내려 귀두가 자궁구에 닿게 했다.
“학...”
보지가 꼭꼭 조여들었다. 온몸이 데워졌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복을 입고 선우가 보는 앞에서 지수랑 섹스한다는 데에서 오는 배덕감이 너무 강했다. 입에서 절로 탄식이 새어나왔다.
백지수가 나를 내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개새끼...”
이런 상황에 이토록 흥분해버리는 걸 보면 나는 진짜 개새끼가 맞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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