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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388화 (387/438)

〈 388화 〉 등교시간에 이수아랑

* * *

계속 팬케이크를 강제로 먹여지면서 식사를 마쳤다. 속에 너무 집어 넣어서 살짝 더부룩했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윤가영이 말했다.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같이 해요.”

윤가영이 은은히 웃었다.

“응...”

이수아가 가만히 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엄마 쉬어. 내가 오빠랑 다 할게.”

“안 그래도 되는데...”

“엄마 아침했잖아. 설거지 같은 건 내가 해야지.”

“그럼 온유는 커피 만들었는데...?”

“오빠는 뭐 그냥 나 도와주는 거고.”

이수아가 고개를 획 돌려 나를 올려봤다. 이수아가 싱그럽게 미소 짓고 양손으로 내 왼팔을 잡았다.

“그럴 거지?”

대놓고 끼 부리는 거인데 가증스럽다거나 하는 느낌이 하나도 없이 마냥 귀여웠다.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억지로 잡아 살짝만 웃었다.

“그래.”

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접시랑 컵을 들었다. 이수아가 남아있는 자기 커피를 다 마셔버리고 일어나서 내 오른편에 붙었다. 싱크대에 접시랑 컵을 내려놓고 이수아가 가져온 것도 받았다. 수세미에 물을 끼얹고 주방 세제를 짜 몇 번 죔죔 거려서 거품을 냈다. 내가 접시나 컵에 세제를 묻혀서 건네면 이수아가 물로 거품을 씻겨 건조대에 올려놓았다. 할 게 별로 없어서 금방 마쳤다. 수건으로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이수아도 물기를 닦아내면서 나를 올려봤다. 뭐라 말을 걸 지는 않았다. 입을 열었다.

“왜?”

이수아가 수건에서 손을 뗐다.

“그냥. 오빠가 가만히 서 가지고 나 봐서.”

“나도 네가 보고 있길래 뭐 할 말 있나 해서 서 있던 건데.”

이수아가 히 웃었다.

“그랬어?”

“응.”

이수아가 흐응, 하고 콧소리를 냈다. 웃음기가 살짝 섞여 있었다. 테이블에 깨지기 쉬운 것을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고개 돌려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 윤가영이 오른손으로 테이블에 놓인 커피 잔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게 자기가 낸 소리에 본인이 더 놀란 눈치였다. 윤가영이 멋쩍게 웃었다.

“미안... 일부러 낸 소리는 아냐...”

“괜찮아요. 안 놀랐어요.”

“응... 근데 온유야...”

“네.”

“오늘도 집에 와...?”

“글쎄요...”

오늘 선우랑 지수한테도 내가 수아랑 했다는 걸 얘기해야 하는데, 그걸 말하고 나면 어떻게 될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나한테 너무 실망해서 나를 며칠 동안 안 보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어쩌면 나한테 욕을 하면서 하루종일 따먹으려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제발 전자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착잡했다.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될지...”

“으응...”

“와야지, 내일이 촬영 시작하는 날인데.”

“그치...”

이수아가 입술을 삐죽이고는 내 오른팔을 잡아 팔짱을 꼈다.

“와야 돼?”

“노력해볼게.”

“걍 오라구.”

“알겠어.”

“응.”

오른손으로 이수아의 오른 옆구리를 한번 주물렀다. 이수아가 허리를 굽히면서 킥킥 웃었다.

“뭐 해애...”

“이제 학교 가야 돼서 너도 씻어야 되니까 놓으라고.”

“걸어가게?”

“걸어가는 거 아냐?”

“아니? 맞는데?”

“그니까.”

이수아가 히 웃었다.

“알겠어.”

이수아가 오른팔을 놓아줬다. 같이 주방을 나섰다.

“오빠 근데 나 이 옷 맘에 들어.”

“응?”

이수아가 오른손 검지랑 엄지로 자기가 입은 반팔을 집었다.

“이거.”

“안 맞잖아.”

“응. 근데 편해. 나 주면 안 돼?”

“맘대로 해.”

“고마워.”

이수아가 양팔을 뻗어왔다. 웃음이 나왔다.

“뭐?”

“감사의 뽀뽀 해주려는 거지. 빨리 와.”

“어.”

상체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했다. 이수아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내 입에 입술을 쪽 맞췄다. 이수아가 손을 떼고 빙긋 웃었다.

“이제 씻으러 가.”

“너도.”

“응.”

이수아가 빙 돌아 자그 방쪽으로 걸어갔다. 나도 내 방으로 들어갔다. 교복을 내 침다 위에 던져놓고 갈아입을 팬티를 챙겼다. 빠르게 양치하고 샤워도 해서 나와 교복을 입고 침대에 걸터앉아 헤어드라이어를 틀었다. 머리를 말리는데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야...”

윤가영 목소리였다. 나야, 라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드라이어를 껐다.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윤가영이 들어왔다. 콘센트를 뽑고 일어났다. 윤가영이 문을 닫고 다가오면서 양팔을 벌려왔다. 마주 두 팔을 벌렸다. 윤가영이 내 품에 폭 안겼다. 커다란 가슴이 짓눌려왔다. 느낌이 너무 좋았다. 안을 때마다 행복했다. 양팔로 윤가영의 가녀린 몸을 안고 오른손으로 등을 쓸었다. 윤가영이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봤다.

“여보...”

“네.”

“... 뽀뽀해주세요...”

살폿 웃었다. 입술을 맞췄다. 윤가영이 눈을 감았다. 긴 속눈썹이 왠지 모르게 야했다. 입술을 움직였다. 잠시 가만히 있던 윤가영이 은은히 미소 짓고는 마주 입술을 움직였다.

“쮸읍... 츄읍... 쯉...”

하반신으로 피가 점점 몰렸다. 간 새벽에 내가 아다를 가져간 애의 엄마랑 키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칠 듯한 배덕감을 줬다. 앞으로 윤가영이랑 뭘 할 때마다 수아가 생각나서 죄악적인 쾌감을 느끼고 말 터였다.

“츄읍... 하웁... 쮸읍... 츄릅... 아움... 쯉...”

윤가영이 입술을 뗐다.

“오늘 오는 거죠...?”

“노력해볼게요, 최대한.”

“알겠어요...”

미소 지었다. 두 팔로 윤가영을 꼭 안았다. 윤가영이 고개를 숙이고 나를 안은 팔에 힘을 줬다. 뭔가 나한테 매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윤가영은 많은 부분 나한테 의지하고 살아가는 듯했다. 약간 세은이랑 비슷한 것 같았다. 왼손으로 윤가영의 등을 토닥였다.

“나 여보밖에 없어요...”

“나도 여보 없음 안 돼요.”

“으응...”

미소가 지어졌다.

“사랑해요 여보.”

“저두 사랑해요...”

“그래요.”

“... 여보 나가야죠...?”

“그렇긴 한데 엄청 급하지는 않죠.”

“으응...”

윤가영이 고개를 들고는 왼손을 내 오른볼에 댔다.

“여보...”

“네.”

“수아 앞에서 여보한테 존댓말해도 괜찮아요...?”

살폿 웃었다.

“그건 여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죠.”

“근데 여보가 좀 싫어할 수도 있잖아요...”

“난 괜찮아요. 수아는 싫다고 할 수 있어도.”

“응... 알겠어요...”

“그럼 수아 앞에서도 나한테 존댓말할 거예요?”

“좀만 생각해보구요...”

“알겠어요.”

윤가영이 나를 안은 팔을 풀어줬다.

“이제 학교가요...”

“알겠어요.”

나도 팔을 풀었다. 윤가영이 한 발짝 물러나줬다. 마이를 걸치고 가방을 멨다. 윤가영한테 다가가서 양손으로 얼굴을 잡고 뽀뽀햤다. 윤가영이 배시시웃었다. 너무 사랑스러웠다. 윤가영이 두 손으로 내 옆구리를 잡고는 까치발을 들어 내 입에 쪽 뽀뽀해왔다. 미소가 입을 떠나지 앟을 것만 같았다.

“여보 왜 이리 귀여워요?”

“히... 여보가 사랑해주니까요...”

“그럼 맨날 더 귀여워지는 거예요?”

“몰라요...?”

어정쩡하게 답하는 것도 귀여웠다. 양팔로 윤가영의 허리를 감싸 안고 들었다. 윤가영의 눈이 커졌다가 이내 히히 웃었다. 윤가영의 오른 볼에 입술을 맞췄다. 윤가영이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내 왼볼에 입술을 맞췄다.

“여보 근데 나 드는 거 안 힘들어요...?”

“가벼워요. 걱정 마요.”

“으응...”

밖에서 걸음 소리가 들렸다. 윤가영의 두 눈이 커졌다.

“내려줘요...!”

“알겠어요.”

윤가영의 발이 땅에 닿게 했다. 윤가영이 두 발짝 뒷걸음질치고 문 쪽으로 가 손잡이를 잡았다. 윤가영이 손잡이를 돌리지도 않았는데 문이 열렸다. 머리가 살짝 젖어있는 교복 차림의 이수아가 왼손에 내가 빌려줬던 반바지를 들고 서 있었다.

“엄마?”

“응...”

“왜 또 오빠 방에 있었어?”

“그냥...”

윤가영이 입술을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냐...?”

“...”

이수아가 말문이 막혔는지 별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저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난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는데. 이수아도 그걸 알았는지 다시 고개 돌려 윤가영을 봤다.

“알겠어. 우리 이제 학교 갈게.”

이수아가 반바지를 오른손으로 바꿔 들고 내 쪽으로 뻗어왔다. 다가가 받아서 두 번 접고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가자 오빠.”

“어, 어.”

이수아가 내 왼손을 잡았다. 윤가영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저 갈게요.”

“잘 가...”

“잘 있어 엄마.”

“응... 잘 가...”

“응.”

이수아가 앞서 걸었다. 발을 맞췄다.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이수아랑 대문을 나서고 나란히 걸었다. 이수아가 나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나 좀만 업어주면 안 돼?”

“왜?”

“나 지금 존나 아파서 걷기 싫어.”

살폿 웃었다.

“얼마나 업어줘?”

“그냥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그래.”

“진짜 업어주게?”

“싫음 말고.”

“아냐. 좋아. 사랑해.”

픽 웃었다. 이수아한테 가방을 건넸다. 이수아가 내 가방을 겹쳐 멨다. 무릎을 굽렸다. 이수아가 내 등에 붙었다. 몸을 일으켜 이수아를 등에 업고 천천히 걸었다. 이수아가 양팔로 내 목을 감싸 안은 채 뒤에서 히히 웃었다.

“고마워 오빠.”

“응.”

“사실 반만 고마워.”

“왜 또.”

“아프게 한 게 오빠니까. 그리고 나 학교 가서 존나 잘 거 같애.”

“나도.”

이수아가 히 웃었다.

“그래도 오빠는 안 아프잖아.”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진짜 오빠도 아파봐야 아는데.”

“안 돼. 나 아픈 거 싫어.”

“누구는 좋은 줄 알아?”

“진짜 좋아하는 사람도 더러 있어.”

“난 아니거든.”

“그래.”

이수아가 흥, 하고 콧소리 냈다. 계속 쭉 걸었다. 이수아가 왼손으로 내 가슴을 주물었다.

“이제 내려줘.”

“어.”

조심히 이수아를 내려줬다. 이수아가 바로 내 가방을 돌려줬다. 내가 가방을 메자마자 이수아가 내 왼팔을 잡아 팔짱을 끼고 왼손으로 꽉 붙잡아 고정했다.

“너무 과하게 잡지는 마.”

“알겠어.”

이수아가 왼손을 놓아줬다. 그냥 가볍게 팔짱을 낀 상태로 걸었다.

“오빠.”

“응.”

“...”

이수아가 주변을 둘러봤다.

“엄마랑 계속 할 거야?”

“...”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이 없었다.

“책임지기로 했어.”

“다?”

“다.”

이수아가 콧숨을 내쉬었다.

“존나 욕심쟁이야 진짜...”

“...”

“오빠 나 처음 봤을 때는 여친 없었지.”

“있었어.”

“있었다고?”

“응.”

“몇 명?”

“한 명.”

“미친...”

이수아가 한숨 쉬었다.

“그럼 차라리 다행이라 해야 되나...”

뭐라 답할 말이 없었다. 그냥 멋쩍게 웃기만 했다.

걷다가 놀이터가 보였다. 여기에서 수아한테 개새끼라고 했었는데. 심장이 쿡 찔리는 느낌이었다. 이수아가 나를 올려봤다. 괜히 긴장됐다.

“좀 앉았다가 가자.”

“... 그래.”

이수아가 원통 미끄럼틀로 가 앉았다. 두 명이 앉기에는 비좁은데. 이수아가 경사 있는 자리에 조금 비스듬히 앉고 나를 봤다. 왼편에 앉았다. 이수아가 히 웃었다.

“진짜 개 좁다.”

“그니까. 왤케 엉덩이가 커서 그래.”

이수아가 킥킥 웃었다.

“존나 변태 같애.”

“맞으니까.”

“그렇네. 괜히 아닌 것처럼 얘기했다.”

피식 웃었다. 이수아도 마주 웃었다.

“좀 위로 올라갈래?”

“거꾸로 올라가자고?”

“응. 밖에서 안 보이게.”

“너 올라갈 수는 있어?”

“당연하지. 일단 일어나 봐.”

“응.”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수아가 뒤돌아 양손으로 미끄럼틀 안을 짚고 기어올랐다. 커다란 엉덩이랑 허벅지가 존나 꼴렸다. 위로 갈 때마다 엉덩이가 실룩여서 덮쳐버리고 싶었다.

“오빠도 올라와.”

이수아가 말하는 소리가 울렸다. 바로 이수아를 따라서 미끄럼틀 안을 거슬러 올라갔다. 이수아를 밑에 두고 덮치는 듯한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이수아가 오른손을 까딱였다. 얼굴을 가까이 해 입술을 포갰다. 이수아가 마주 입술을 움직였다.

“쮸읍... 츄읍... 쯉...”

밖에서 이렇게 진득하게 키스한다니. 전신이 달아올랐다. 극도로 흥분됐다. 이수아가 입술을 떼고 나를 올려봤다.

“좋아?”

“어. 존나 좋아.”

이수아가 히 웃었다. 다시 입술을 포갰다.

“하웁... 츄읍... 쯉... 헤웁... 아움... 쮸읍...”

이수아가 양손으로 내 가슴을 약하게 눌렀다. 입술을 뗐다. 이수아가 하아, 하고 숨을 내쉬었다. 숨결이 달콤했다. 그냥 이대로 이수아를 벗기고 싶었다.

“나 지금 점점 자제력 떨어지는 느낌이야.”

이수아가 히 웃었다. 웃음이 미치도록 야했다.

“그럼 학교는?”

“가야지.”

“그니까, 어떡할 거냐구.”

밖에서 하자는 건가? 이마가 뜨거웠다. 진짜 존나 요망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어디 화장실 같은 데라도 가서 따먹어버리고 싶었다. 참아야 했다. 입을 열었다.

“그냥 가야지 뭘 어떡해.”

이수아가 히히 웃었다.

“응. 가자.”

“어.”

이수아가 밑으로 내려가 땅을 밟았다. 이수아가 미끄럼틀에서 조금 멀어진 걸 확인하고 뒤이어 내려갔다. 발을 디디고 움직였다. 이수아가 왼편에 나란히 서서 팔짱을 껴왔다.

“조금만 느슨하게 하자.”

“응.”

이수아가 몸을 약간 떨어뜨리고 자기 마이 주머니에 오른손을 넣었다. 이 정도면 남들한테 해명 가능한 수준의 거리감이었다. 애초에 이수아랑 찢어질 쯤이 되어도 아는 사람이 우리를 볼 확률이 적기도 했지만 조심해둬서 나쁠 건 없었다.

팔짱을 낀 채 쭉 나란히 걸었다. 서로 말이 없었다. 머릿속으로 지수랑 선우한테 내가 새여동생이랑도 했다는 걸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떠올렸다. 딱히 생각나는 건 없었다. 학교에 가서도 계속 고민해봐야 할 듯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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