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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387화 (386/438)

〈 387화 〉 윤가영과 이수아, 팬케이크

* * *

주방으로 들어갔다. 윤가영이 자리에 안 앉고 냉장고를 열어서 보고 있었다. 테이블에 이미 다 세팅돼 있는데. 뭐 하는 거지. 조금 의아했다. 이수아를 의자에 앉혔다. 이수아가 오른손을 뻗어 내 왼소매를 잡고 당겼다. 이수아의 오른편에 앉았다. 이수아가 소매를 놓고 윤가영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엄마 뭐 해?”

“어? 어...”

윤가영이 냉장고 문을 닫고 뒤돌아서 이쪽으로 걸어왔다.

“나 그냥 냉장고에 뭐 채울 거 없나 확인했어...”

“으응...”

윤가영이 내 오른편에 의자를 가져와 놓고 커피도 들고 와 앉았다. 한번 앉으면 다시 자리 바꾸기 어려우니까 애초에 내 옆에 앉을 수 있게 일부러 기다린 거구나. 아닌 척하면서 자기 자리를 착실히 챙기는 게 귀여웠다. 입꼬리가 올라갈 것 같았다. 윤가영이 은은히 미소 지어서 더 입꼬리가 간지러웠다. 억지로 표정을 관리했다. 고개를 돌려 테이블을 봤다. 각자의 접시에 켜켜이 쌓인 팬케이크는 이미 다 8등분 되어 있었다. 윤가영이 입을 열었다.

“빨리 먹자, 거의 다 식었어.”

윤가영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른손으로 잔 손잡이를 잡고 위로 들었다. 이수아가 오른손으로 내 왼 소매를 잡아끌었다. 커피를 한 모금도 못 마시고 이수아를 바라봤다. 뭔가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수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왜 갑자기 애교 부리지. 당혹스러운데 귀여웠다. 이수아의 몸에 안 맞는 사이즈인 내 옷을 입고 있어서 평소보다 더 어린 인상이라서 귀여움이 배가 되는 듯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뭐해?”

“보면 몰라? 모닝 뽀뽀해달라는 거잖아.”

진짜 갑자기 왜 이러지. 내가 너무 윤가영만 봐서 질투심이 일었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이수아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씨잉...”

이수아가 내 왼 소매를 꼬집듯이 쥔 오른손을 밑으로 툭툭 내렸다.

“빨리...”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가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윤가영이 어렸으면 딱 이렇게 굴었을 거 같았다. 근데 바로 앞에 윤가영이 있는데 이런다니. 진짜 미친 거 아닐까. 이마가 뜨거워졌다. 하반신으로 피가 몰릴 것만 같았다.

이수아도 지금 한 게 조금 무리수다 싶었는지 얼굴이 점점 상기되었다. 창피한 줄을 아는 모습이 더 귀여웠다. 그냥 빨리 뽀뽀해주는 게 나을 것도 같은데. 아닌가. 판단이 곧바로 서지를 않았다. 이수아가 오른손을 내 왼허벅지에 올리고 몸을 살짝 숙여와 얼굴을 약간 가깝게 했다. 그러고는 눈을 감았다. 경험상 이수아는 내가 뽀뽀할 때까지 계속 고집부릴 터였다. 왼손으로 이수아의 오른 어깨를 잡고 얼굴을 가까이 해 입술을 맞췄다. 등줄기가 짜릿했다. 여자친구인 새엄마 앞에서 딸이랑 뽀뽀한다는 데에서 오는 배덕감이 너무 강했다. 바로 얼굴을 뒤로 뺐다. 이수아가 눈을 뜨더니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았다. 머리가 빙빙 돌았다.

“왜 그래 또.”

이수아가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면서 말없이 입술을 맞대왔다. 그대로 입술을 움직여 애무해왔다. 진짜 돌아버린 거 같았다. 자지가 솟는 게 느껴졌다. 아니 근데 너무 오래 키스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때 이수아가 입술을 떼고 상체를 뒤로 물렸다. 온몸이 달아올랐다. 반팔 티셔츠도 벗어버리고 싶었다. 실제로 입술이 닿은 시간은 3초도 안 된 거 같은데 체감상 3분이 넘도록 진하게 애무를 받은 느낌이었다.

이수아가 내 뒤를 흘깃 봤다가 고개를 돌려 오른손으로 자기 커피잔 손잡이를 잡았다. 이수아가 컵을 드는데 수면이 진동했다. 자세히 보니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렇게 떨 거면 왜 자기 엄마 앞에서 애정 과시를 한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오빠도 커피 마셔... 아까 마시려 했잖아...”

이수아가 나를 바라보지 않고 말했다. 목소리가 작은 게 평소랑 다르게 소심한 느낌이었다. 진짜 미치도록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수아가 윤가영 딸이라는 게 새삼스레 느껴졌다.

“알겠어.”

오른손으로 커피잔을 감싸 잡았다. 손바닥에 따스함이 느껴졌다. 오른편에서 윤가영이 왼손으로 내 오른팔 상완을 잡고 주물렀다. 단순히 팔이 만져진 거뿐인데 몸에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나를 이성으로서 사랑하는 모녀 사이에 껴 있다는 것만으로 머리가 저릿해지는 듯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억지로 고개를 돌려 윤가영을 바라봤다. 윤가영이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눈을 살짝 내렸다. 원래도 발그레했던 얼굴이 금방 화악 붉어졌다. 윤가영의 입이 열렸다.

“나한테도 해줘요...”

목소리가 엄청 작았다. 차마 딸 앞에서 대놓고는 말하지 못하겠는 모양이었다. 윤가영의 목이 붉어지는 게 보였다. 미치도록 귀엽고 야했다. 그냥 이 자리에서 덮쳐버리고 싶었다.

“엄마 오빠한테 존댓말 해?”

이수아 목소리였다. 윤가영이 고개를 들어 이수아를 바라봤다.

“응...?”

나도 고개를 돌려 이수아를 바라봤다. 이수아는 어느새 커피잔을 놓고 윤가영을 보고 있었다. 아직도 부끄러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이수아가 입을 열었다.

“엄마 오빠한테 존댓말 하냐고.”

“응...”

“왜 해? 오빠가 더 어린데.”

“...”

고개를 돌려 윤가영을 봤다. 윤가영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한테 구조를 요청하기라도 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에도 나를 의지한다는 게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윤가영이 왼손으로 내 오른팔을 잡고 입을 열었다.

“내 마음이거든...”

유치했다. 그리고 존나 귀여웠다. 엄마가 딸을 상대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

뭔가 말문이 막힌 느낌이었다. 자기 엄마가 새아들한테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믿기지 않을 거였다.

“그래도 내 앞에서는 그냥 존댓말 안 쓰면 안 돼?”

“엄마가 알아서 할게...”

“아니...”

이수아가 나를 쳐다봤다.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이수아가 작게 한숨 쉬었다. 오른편에서 윤가영이 내 오른팔을 주물렀다. 고개를 돌려 윤가영의 얼굴을 바라봤다.

“빨리...”

왼팔이 붙잡혔다. 이수아였다. 고개를 돌렸다. 이수아가 나를 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진짜 어떡해야 되는 거지. 머리가 안 돌아갔다. 이수아가 왼손으로 포크를 잡아 팬케이크를 찍고 내 입 앞으로 가져다 댔다.

“먹어.”

입에 넣었다. 이수아가 그제야 내 왼팔을 잡던 오른손을 놓았다. 입을 우물거렸다. 왠지 체할 거 같았다. 왼손으로 커피잔을 잡았다. 윤가영이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눈망울이 슬펐다. 그러니까, 어딘가 애처로웠다. 팬케이크를 삼키고 티슈로 입술을 닦았다.

“엄마도 좀 먹어. 오빠만 보고 있지 말고.”

이수아가 말했다.

“알겠어.”

“... 응.”

이수아가 팬케이크를 찍어 자기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이제 상황이 좀 정리된 느낌이었다. 고개를 돌려 윤가영을 바라봤다. 시선을 마주친 윤가영이 갑자기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아 입술을 쪽 맞췄다. 그러고는 곧바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왼편에서 콧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진짜...”

이수아가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하고는 작게 한숨 쉬었다. 윤가영이 모르는 척하고 오른손으로 포크를 쥐어 팬케이크 조각을 찍어 내 입 앞에 가져다댔다. 이수아가 한 거를 다 하려는 모양이었다. 진짜 할 건 다 하는 게 미치도록 귀여웠다. 입을 벌렸다. 윤가영이 팬케이크를 내 입에 넣어줬다. 입을 닫고 우물거렸다.

“맛있어?”

고개를 끄덕이고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맛있어요.”

윤가영이 히 웃었다. 이수아가 오른 팔꿈치로 내 왼 옆구리를 콕 찔렀다. 고개를 돌려 이수아를 바라봤다. 표정이 뚱했다.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이 복잡한 관계가 적응될 때까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텐데. 그때마다 어떡해야 할까. 걱정스러웠다.

“빨리 먹어.”

고개를 끄덕이면서 열심히 씹고는 목으로 넘겼다. 이수아가 팬케이크를 찍어놓고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삼키자마자 바로 내 입 앞으로 가져다 댔다. 살폿 웃었다. 이수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나 커피 좀...”

“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수아가 포크를 찌르듯 가까이 갖다 댔다. 입을 벌렸다. 팬케이크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또 씹어 넘겼다. 이번에는 윤가영이 팬케이크를 줬다. 또 입을 벌리고 받아들였다. 팬케이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이수아가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왜 내가 주는 건 커피 마시고 먹고 엄마가 주는 건 그냥 먹어?”

난처했다. 안 돌아가는 머리를 억지로 굴렸다. 팬케이크를 삼키고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네가 두 번째로 준 거까지 먹은 게 삼 연속으로 커피 안 마시고 먹은 거라서 좀 뻑뻑해 가지고 그런 거야.”

“흐응... 알겠어. 미안.”

“어...”

이수아가 고개를 돌려 포크로 팬케이크를 찍고 내 쪽으로 건넸다. 일단 오른손으로 받았다.

“먹여달라고?”

“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나한테 복수하라고.”

뭔가 본 목적이 나한테 복수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먹여준다는 거 자체에 있는 거 같은데. 그렇다고 뭐라 지적할 수가 없었다. 이수아가 입을 벌렸다. 입 안에 안착시켰다. 이수아가 입술을 다물었다. 포크를 뒤로 뺐다. 이수아가 입을 우물거리고 오른손바닥을 내보였다. 포크를 건네줬다. 이수아가 포크로 팬케이크를 찍어 내 입 앞에 갖다 댔다. 곧장 물었다. 이수아가 미소 지은 채 포크를 뒤로 뺐다. 열심히 우물거렸다. 삼켜 넘기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윤가영이 말없이 나한테 팬케이크가 찍힌 포크를 내밀었다. 이수아가 왼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오른팔을 뻗어 윤가영의 포크를 낚아채듯 잡고 윤가영의 입 앞에 갖다 댔다. 윤가영이 불만스러운 눈을 하고 입을 벌렸다. 이수아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윤가영의 입에 팬케이크를 넣었다. 윤가영이 입을 닫자 이수아가 포크를 뒤로 빼고 바로 윤가영한테 돌려줬다. 윤가영이 심술난 얼굴을 하고 입을 우물거렸다. 진짜 둘 다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런 귀여운 모녀한테 동시에 사랑받는다니. 행복감과 배덕감이 함께 들었다.

두 사람은 나한테 떼어놓을 수 없는 불행이었고, 다시는 찾기 힘들 복이면서, 앞으로 영원히 마주하게 될 죄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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