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6화 〉 혼란스러운 금요일 (3)
* * *
테이블에 커피잔을 다 세팅하고 윤가영의 왼편으로 다시 갔다. 그릇에 팬케이크 반죽이 착실히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윤가영이 국자로 반죽을 떠내 프라이팬에 올렸다. 이제 슬슬 수아를 불러야 할 듯했다.
“수아 깨우러 갈게요.”
윤가영이 오른손에 뒤집개를 쥔 채로 나를 올려봤다.
“제가 가면 안 돼요...?”
“왜요? 제가 그냥 가면 되는데.”
“그냥... 알겠어요...”
질투하는 건지 뭐를 걱정하는 건지. 잘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을 듯했다. 웃음이 나왔다. 윤가영의 뒤로 가 두 팔로 허리를 감싸 안고 왼볼에 입술을 맞췄다.
“여보 왜 이리 귀여워요?”
“으으응... 놀리지 마요...”
“놀리는 거 아닌데.”
“흐응...”
살폿 웃었다.
“빨리 부르고 올게요.”
“네...”
윤가영의 왼볼에 다시 입술을 맞췄다. 윤가영이 고개를 돌려 내 오른볼에 입술을 쪽 맞췄다. 싱긋 웃었다. 윤가영이 히 웃었다. 너무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두 손으로 윤가영의 옆구리를 잡고 주물렀다. 윤가영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얼어붙었다.
“이제 진짜 갈게요.”
“네...”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주방을 나서고 내 방 쪽으로 걸어갔다. 힘들어하는데도 내 성욕을 밀어붙여 늦게까지 피곤하게 했으니까 지금도 푹 잘 터였다. 오른손으로 문을 잡았다. 일어날 때는 문 여는 소리 같은 소음으로 깨는 게 아니라 내가 조심스레 깨우는 게 나을 거였다. 그리고 떨어져서 있는 것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게 좋을 거고. 소리가 안 나도록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침대에 여전히 이수아가 옆으로 누워 잠자고 있었다. 문을 닫고 조심스레 침대에 누웠다. 다행히 매트리스가 눌리는 거에 깨지는 않았다. 왼손으로 이불을 잡아 들었다. 이수아의 나신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피부에 커다란 가슴이랑 가는 허리 라인, 분홍빛 보지에 큰 골반과 살집 있는 허벅지까지 전부 예뻤다. 저항이 없었다면 입에서 절로 탄식을 뱉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역시 여체는 매력적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수아의 몸은 여체 중에서도 특히나 매력적인 몸이었다.
이불 안에 들어가고 베개를 베 가만히 이수아의 얼굴을 바라봤다. 조용하기만 하면 마냥 순수해 보이고 예쁜 애인데. 방어기제 때문에 간혹 까칠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쉬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윤가영처럼 태생이 마음 여리고 착해서 더 안타까웠다.
“수아야.”
답이 없었다. 바로 깨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왼손을 이수아의 오른볼에 가져다 댔다.
“수아야.”
왼손 엄지를 움직여 수아의 볼을 쓰다듬었다. 감겨 있는 이수아의 눈꺼풀이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으음...”
목소리가 약간 잠겨있었다. 피로감이 느껴지는 게 괜히 기특하고 귀여웠다. 살폿 웃음이 나왔다.
“일어나.”
“응...”
이수아가 오른손을 들어 검지로 자기 눈을 비볐다. 그러고는 눈을 게슴츠레 떠 나를 바라봤다.
“오빠...”
“응.”
이수아가 오른손을 들어 내 왼볼에 착 붙였다. 뭔가 때린 건 아닌데 타격감이 있어서 눈이 크게 뜨였다. 이수아가 히 웃었다. 왼손을 들어 이수아의 오론손 위에 포갰다.
“왜 쳐.”
“나 지금 존나 아프니까 오빠도 좀 맞아야 되는 거 아닌가 해서.”
“으응... 많이 아파?”
“응.”
“미안해.”
이수아가 픽 웃었다.
“됐어...”
이수아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살폿 웃고 얼굴을 가까이해 쪽 입술을 맞췄다. 이수아가 눈을 반쯤 떴다. 왠지 표정이 뚱했다.
“왤케 짧아.”
“아침 먹어야 되니까.”
“벌써?”
“응. 너 밥 먹고 씻고 학교 가야 돼.”
“으음... 그래도 키스 한번 못할 정도로 여유 없는 건 아니지 않아?”
“그치.”
“그럼 해줘. 나 사랑하는 만큼.”
“그럴 정도로 시간이 많지는 않은데.”
이수아가 픽 웃었다.
“진짜 개지랄...”
살폿 웃었다. 얼굴을 가까이 해 입술을 포갰다. 이수아가 눈을 감고 마주 입술을 움직였다. 혀가 뒤섞이지는 않고 가볍게 입술만 붙였다 떼기를 반복했다.
“쮸읍... 츄읍... 쯉...”
근데 2층에서 윤가영이랑 키스했는데 바로 이렇게 수아랑 키스해도 되는 건가. 하면 안 될 거 같은데 멈출 수는 없었다.
“쯉... 츄읍...”
이수아가 입술을 떼고 하아, 하고 숨을 내쉬더니 눈을 떠 나를 바라봤다.
“오빠.”
“응.”
“새벽에 오빠가 말한 거 있잖아.”
“응...”
“다 진짜야?”
“... 진짜야.”
“우리 엄마까지 오빠 여자친구라고?”
“맞아.”
“아...”
이수아가 양손으로 자기 얼굴을 감싸고는 등을 침대에 붙였다. 뭐라도 말을 해야 할 거 같은데 꺼낼 게 없었다. 이수아가 입을 열었다.
“나 어떡해...?”
뭐라고 답하지. 머리가 안 돌아갔다. 왼손으로 이수아의 허리를 안았다.
“나 어떡하냐구...”
“걱정하지 마.”
“아니 나가면 바로 엄마 있을 건데 어떻게 안 해...”
“으응...”
“... 존나 어색해 뒤지면 다 오빠 탓이야.”
“미안해.”
“이 씨...”
이수아가 얼굴에서 두 손을 치우고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근데 오빠 원래 깨 있었지. 그래서 주방 가고 아침 만들고 한 거고.”
“응.”
“그럼 엄마는 다 알아? 나랑 오빠 한 거?”
“응...”
“아...”
이수아가 베개를 가지고 얼굴을 가렸다. 그 상태로 아, 하고 소리 죽여 비명 질렀다. 되게 힘들어하는 거 같은데 베개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 자체가 너무 귀여웠다.
이수아가 앓는 소리를 내는 걸 멈춘 후로도 잠깐 얼굴을 베개에 묻고 있다가 나중에 밑으로 내렸다. 이수아가 원망 섞인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럼 엄만 어떻게 반응했어? 했다는 거 알고?”
“좀 충격받았지.”
“막 울었어...?”
“울지는 않았어.”
조금 눈물을 글썽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걸 얘기하는 건 수아의 죄책감을 부추길 듯했다. 그냥 함구하고 있는 게 좋을 거였다.
“으응...”
이수아가 오른손 검지로 침대 시트를 톡톡 두드리다가 시선을 내리고 한숨 쉬었다. 위로해주고 싶은데 할 말이 떠오르지를 않았다.
“오빠.”
“응...”
“... 하아...”
한숨 소리가 가슴에 스며들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졌다. 미안했다. 왼손을 뻗어 이수아의 오른볼을 쓰다듬었다. 이수아가 다시 나를 쳐다봐왔다.
“나 엄마랑 싸워야 돼?”
“아냐... 그러지 마...”
“그럼 어떡해?”
“그냥 원래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흐음...”
이수아가 오른손으로 내 왼볼을 약하게 꼬집었다.
“나 요즘 엄마한테 까칠하게 대한 거 알지.”
“어... 응...”
“그렇게 하라고?”
“아니... 원래 서로 사이좋은 모녀였으니까 그렇게 지내면 되지 않을까... 그런 얘기였어.”
이수아가 내 볼에서 손을 떼고 내 옆구리에 손목을 올렸다.
“근데 관계가 완전 달라졌는데?”
“모녀지간인 거는 같잖아...”
“근데 오빠가 사이에 꼈는데? 존나 엄마랑 딸 관계라서 더 복잡한 거 같은데 나는?”
맞는 말이었다.
“으응...”
“리액션만 하지 말고오...”
“미안해.”
“아 진짜아...”
그런데 진짜 미안하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이수아가 작게 한숨 쉬고 입을 열었다.
“근데 오빠 진짜 나랑 할 거면 엄마랑은 이제 그만해야 되는 거 아냐?”
“... 그거는 안 돼.”
“왜. 안 되는 게 맞잖아 상식적으로.”
“그래도 안 돼.”
이수아가 흥, 하고 콧소리 냈다.
“나 입을 옷이나 갖다 줘.”
“네 방에서 가져와?”
“아니. 오빠 옷.”
“커서 안 맞을 건데.”
“그래도. 잠깐만 걸치고 있을 건데 상관없잖아.”
“알겠어.”
“응.”
이수아가 내 옆구리에 올린 손을 옮겨 자기 옆구리에 올렸다. 침대에서 일어나 옷이 든 서랍을 열었다. 검은 반팔 티랑 회색 고무줄 반바지를 꺼냈다. 이수아한테 건넸다. 이수아가 왼손을 뻗어 받고 입을 열었다.
“나 팬티도 주워서 줘.”
“어, 어.”
밑을 살폈다. 침대 오른편 바닥에 이수아의 팬티가 떨어져 있었다. 주워서 건넸다. 이수아가 오른손으로 받고 이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불이 들썩였다. 안에서 분주히 입고 있는 모양이었다. 침대 왼편으로 가 걸터앉고 이수아를 바라봤다.
“안에 보고 싶어?”
“응.”
이수아가 픽 웃었다.
“개변태.”
“아냐.”
“맞는데.”
이수아가 이번에는 반팔 티를 잡아 윗몸에 걸쳤다.
“계속 보고 있는 거 보면 완전 맞는데.”
“그냥 기다리는 거잖아.”
“그래도.”
이수아가 바지를 이불 안에 넣고 빠르게 움직였다. 이불이 잠깐 들썩이다가 안정됐다.
“다 입었어.”
“잘했어.”
“그게 끝?”
“뭐해줘?”
“그걸 내가 말해야 돼?”
“그치.”
이수아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몸을 기울여 왼팔을 침대에 대고 입술을 맞췄다. 이수아가 히 웃었다.
“아네.”
“좀 뒤늦게 깨달았어.”
이수아가 흥, 하고 콧소리를 내고는 이불을 걷어 두 팔을 벌려왔다.
“이제 나 안아 들어줘.”
“응. 좀 일로 와서 업혀.”
“업히라구?”
“응.”
“난 그냥 말 그대로 들어줬음 좋겠는데.”
“알겠어 그럼.”
“응.”
이수아가 옆으로 바짝 붙어왔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이수아의 허벅지랑 등 뒤로 두 팔을 넣고 상체를 들었다. 이수아가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았다.
“그냥 해주네?”
“해달라고 했으니까.”
“응. 가자.”
“그래.”
오른손으로 문을 열었다. 이쪽으로 걸어오던 윤가영이 나를 보자마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윤가영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그, 늦게 와서, 부르려고...”
“죄송해요.”
“응... 잘 잤어 딸...?”
“응...”
“밥 먹으러 가자...”
“네.”
윤가영이 먼저 뒤돌아서서 주방으로 향했다. 걸음걸이가 왠지 삐걱거리는 느낌이었다. 비슷한 보폭으로 빠르지 않게 뒤따라갔다. 공기가 어색했다. 앞으로 최소한 며칠은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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