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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373화 (372/438)

〈 373화 〉 수요일 귀가 후 (1)

* * *

집에 들어가고 신발을 벗었다. 현관을 걸어가는데 다른 발소리가 들렸다. 타박타박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게 아무래도 이쪽으로 오는 듯했다. 윤가영이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가. 내가 오는 것만 기다리다가 소리가 들리자마자 온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느낌이었다. 빨리 얼굴을 마주하고 싶었다. 걸음을 조금 더 빨리해 거실을 봤다. roka티에 검은 돌핀팬츠 차림을 한 이수아가 다가오고 있었다. 살짝 당황스러웠다.

“뭐 급한 거 있어?”

“아니. 걍 원래 집 들어올 때 빨리 걸어.”

“으음. 근데 오빠 방 방향 여기 아니잖아.”

“누구 있나 해서.”

“어.”

심장이 뛰었다. 다행히 적당히 넘어간 듯했다. 조금 버벅이기라도 했으면 감 좋은 이수아가 이상하게 생각했을 텐데. 진짜 천운이었다. 내 방으로 들어갔다. 이수아가 뒤따라 들어왔다.

“근데 존나 하루 걸러서 집 나갔다 오는 거 아냐 이 정도면?”

“뭐가.”

“뭐가는 무슨, 다 알면서.”

등에 멘 가방을 풀고 의자에 내려놓았다.

“근데 너 왜 따라 들어왔냐.”

“바로 하려고.”

왜 야하게 들리지. 존나 내가 이상한 건가. 한숨이 나왔다. 마이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쳐놓았다.

“너 나 벗는 거 보고 싶어?”

“아니?”

이수아가 대답을 하고는 내 침대에 누워서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두 팔이 살짝 가슴을 모으는 느낌인 게 묘하게 섹슈얼했다.

“나 이러고 있을게.”

“미쳤네.”

“뭐가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 교복 와이셔츠 벗고 흰 반팔 티셔츠를 입었다. 통이 넓은 바지를 챙겼다. 근데 여기에서 바지까지 갈아입기는 좀 그런데. 그냥 화장실에 들어가서 빠르게 갈아입고 나왔다. 아직도 눈을 가리고 있는 이수아가 입을 열었다.

“화장실 들어갔다 나온 거야?”

“어.”

“다 갈아입었어?”

“응.”

“그럼 나 눈 가린 거 뺀다?”

“맘대로 해.”

“응.”

이수아가 두 손을 떼고 나를 올려봤다. 누운 모습이 되게 편안해 보였다. 내 침대가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내쫓아야 하나. 그건 너무 오바인 거 같은데. 고민스러웠다. 평소에 너무 내 방에 쉬이 들이면 안 될 듯했다.

침대에 걸터앉고 이수아를 내려봤다. 이수아가 눈을 마주치고는 입을 열었다.

“오빠.”

“뭐.”

“대본집은?”

“책상.”

“그럼 가져와야지.”

“어.”

자리에서 일어나 대본집을 가지고 다시 침대에 앉았다. 이수아가 오른손을 까딱였다.

“뭐.”

“일로 오라는 뜻.”

픽 웃음이 나왔다.

“왜.”

“나 대본집 지금 없으니까 같이 보자는 거지.”

“네 거 챙겨와. 나도 내 거 챙겼으니까.”

“와. 그렇게 쪼잔하게 나온다?”

“내 맘.”

“아 개 유치해 존나.”

“너만 하겠음?”

“와.”

이수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오빠 음슴체 쓰는 거 오랜만에 듣는 거 같다.”

“네가 안 써서.”

“나 안 쓰면 오빠도 안 쓰는 거야?”

“어. 일단 기본적으로 너 따라하느라 쓴 거니까.”

“흐응...”

이수아가 눈웃음 지었다. 왠지 여우라도 보는 느낌이었다.

“근데 너 요즘 음슴체 왜 안 쓰냐.”

“그냥. 언어 습관 예쁘게 하고 살아야지, 이제 배우 될 건데.”

절로 코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네가 말 예쁘게 한다는 게 웃겨서.”

“나 원래 말 예쁘게 잘했거든.”

“나한테는 맨날 욕하고 그러지 않았어?”

“아니거든. 그건 오빠가 자극적인 것만 머리에 담아서 기억 왜곡된 거야.”

피식 웃었다.

“보통 시간 지나면 기억 미화되는 게 정상적인 흐름 아냐?”

“그니까. 오빠는 어떻게 기억이 미화도 안 되고 그렇게 왜곡된 건지 궁금하네.”

“내 기억이 정확해서 그런 거 아닐까.”

“아냐. 나 오빠한테 욕 별로 안 했어 진짜.”

“그래. 너 치곤 안 했겠지.”

“아 아냐아.”

눈살을 찌푸린 얼굴을 보면서 픽 웃었다. 뭔가 되게 편한 친구랑 농담을 주고받는 느낌이었다.

이수아가 오른손으로 자기 오른편을 팡팡 쳤다.

“빨리 오기나 해.”

“너나 일어나. 누워서 뭘 어떡하겠다고.”

“오빠 오면 그때 일어나려 했지.”

살폿 웃었다.

“나 너무 좋아한다 너.”

이수아가 코웃음 쳤다.

“뭐래? 아, 오빠가 날 좋아한다고?”

“뭘 어떻게 들으면 그런 뜻이 되냐.”

“그냥 곧이곧대로 들어서?”

“제정신 아니네.”

침대를 기어 이수아 오른쪽으로 갔다. 이수아가 두 손으로 침대를 짚어 상체를 일으키고 엉덩이를 움직여 뒤쪽으로 앙금앙금 갔다. 침대 머리 쪽에 가까워진 이수아가 베개를 대고 등을 붙였다. 나도 베개를 침대 머리에 대고 등을 살짝 기댔다. 이수아가 오른손을 뻗어 내 대본집을 잡으려 했다. 그냥 건네줬다. 이수아가 오른손으로 대본집을 잡은 채 나를 쳐다봤다.

“왜 나 줘?”

“네가 들라고.”

“같이 들어줘야지.”

“싫은데. 내 대본집 같이 보는 건데 네가 들어야지.”

“아 개 쪼잔해.”

“치사하면 네 대본집 가져와.”

“싫어. 약올라서 안 가져올 거야.”

“그러시든가.”

이수아가 입술을 삐죽였다. 표정이 약간 떼를 쓰는 어린애 같았다. 좀 짜증도 날 법한데 귀엽다는 느낌이 강했다. 딱히 혼낼 맘은 안 들고 손으로 입술을 톡톡 두드려주고만 싶었다.

“너 지금 얼굴 애 같애.”

“내 피부가 좀 베이비스럽기 해.”

“아니 약간 고집부리는 애 있잖아. 딱 단비 같은 애.”

“흐응.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아니? 너 단비 몰라?”

“알지. 근데 귀여운 건 맞잖아.”

“글쎄. 난 모르겠는데.”

이수아가 음, 하고 소리 냈다.

“오빠 애 싫어해?”

“싫어하진 않는데? 말 잘 듣고 착한 애는 좋아하지.”

“으응. 그래.”

“왤케 반응이 싱거워.”

“대본 연습해야 하니까.”

이수아가 양손으로 대본집을 잡아 펼쳤다. 장을 넘기는 모습을 보는데 자꾸 허벅지로 눈이 갔다. 바지가 짧은 것도 있는데 이수아의 허벅지 자체가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있었다. 남자라면 그런 충동을 느낄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허벅지였다.

시선을 억지로 들어올려 이수아의 얼굴을 봤다. 옆얼굴을 보는데 콧선이 되게 예쁘다 싶었다. 윤가영이랑 비교하면 조금 더 차가운 인상인데 그래도 부드럽고 예쁜 느낌은 확실히 공통적으로 있었다.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이수아가 윤가영의 딸인 만큼 더 어려서 더 앳되다는 거일 터였다.

왜 자꾸 감상하게 되지. 내가 미친 건가. 관자놀이 마사지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 입을 열었다.

“너 왜 근데 맨날 돌핀팬츠만 입냐?”

“내 맘.”

“다른 바지 좀 입어.”

“왜. 이게 편해.”

“편해도 내가 불편해.”

“오빠가 왜 불편한데.”

“시선 두기 뭐하잖아.”

이수아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허벅지가 왜?”

“...”

진짜 순수하게 궁금한 건가. 이수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허벅지 보여주는 게 어때서?”

뭐지. 내가 이상한 건가. 혼란스러웠다.

“아니, 여자가 짧은 치마 같은 거 입고 돌아다니면 보는 사람이 민망하고 그러잖아. 그런 거지.”

“흐응. 왜 민망한데? 남이 입은 거잖아.”

“몰라. 무슨 공감성 수치 같은 거라도 오는 거겠지.”

“남자는 짧은 치마 안 입잖아.”

“걍 넘어가. 암튼 내가 보기 뭐하니까 돌핀팬츠 좀 입지 마.”

“으음. 싫은데?”

목소리랑 표정이 쓸데없이 상큼했다. 솔직히 좀 귀여웠다. 그래서 더 짜증 났다.

“집 난방을 아예 다 꺼놔야겠네.”

“응, 그럼 자기도 손해죠.”

“응 나 추위 별로 안 타서 그 정도는 감수 가능하죠.”

“응 어치파 오빠가 난방 꺼도 엄마가 다시 키죠.”

아마 안 그럴 건데.

“그래도 내가 상시 확인하면서 끄면 되죠.”

“그럼 난 이불 속에 처박혀서 오빠 부르고 내 방에서 연습하면 되죠.”

“내가 안 가버리면 되죠.”

“그럼 내가 오빠 방 쳐들어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하면 되죠.”

이수아가 몸을 숙여 이불을 양손에 끌어 쥐고 몸을 다시 뒤로 했다. 이불이 끌려와서 이수아의 허벅지를 덮었다.

“이렇게.”

뭔데 귀엽지. 무심코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진짜 윤가영한테 좋은 건 거의 다 물려받았는지 이수아한테도 사랑스러운 면이 꽤 있었다.

이수아가 오른손으로 대본집을 쥐고 내 앞으로 내밀었다. 들기 싫은가. 입을 열었다.

“네가 들어야지.”

“같이 들어.”

“싫어.”

“아 왜애.”

“말했잖아. 이거 내 거니까 네가 들어야 된다고.”

“억지야.”

“하나도 아니죠.”

이수아가 피식 웃었다.

“진심 개초딩같애.”

“반사.”

이수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반에 사랑하는 사람 있어?”

“개초딩.”

이수아가 히 웃었다.

“오빠 정신연령 맞춰서 놀아주는 거거든.”

“그건 내가 할 소린데.”

이수아가 흥, 하고 콧소리를 냈다.

“알겠어. 오빠가 나 놀아주는 거 맞으니까 빨리 같이 들어줘.”

이쯤되면 이제 슬슬 연습을 시작해야 할 거 같기는 했다. 오른손을 뻗어 대본집을 잡았다. 이수아가 엉덩이를 살짝 움직여 자세를 다시 잡고 왼손으로 대본집을 맞들었다. 주변시야로 이수아의 몸이 보였다. 자꾸 시선이 쏠리는 느낌이었다. 특히 가슴 쪽으로 남자라서 어쩔 수 없는 거다 싶은데 살짝 자괴감이 들었다.

계속 시선 처리를 신경 쓰는데 자꾸만 눈이 이수아의 가슴 쪽으로 회귀하려 했다. roka티 면 너머로 이수아의 가슴에 살짝 도드라진 게 눈에 들어왔다. 유두인가? 서늘한 감이 척수를 타고 솟는 느낌이 들었다.

“너 브라 안 입었어?”

“어...?”

이수아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면서 3초 정도 멍하니 있다가 두 팔로 가슴을 가렸다. 이수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걸 왜 봐?”

“보이니까 본 거지. 나 억울해.”

“...”

말없이 나를 응시하는 게 왠지 모르게 존나 꼴렸다. 홧김에 눕혀버리고 싶었다.

이수아가 두 팔을 소리 없이 내려 가슴 밑 쪽에서 팔짱을 꼈다. 자기 큰 가슴을 부각하는 느낌이었다. 이수아가 입을 열었다.

“소신 발언하면, 브라 좀 안 입음 안 돼? 내가 입기 싫음 마는 거 아냐?”

“... 나도 남자야.”

“그래서, 신경 쓰여?”

“어.”

진짜 존나. 미치도록.

“빨리 입고 와. 안 입으면 안 할 거니까.”

“... 존나...”

이수아가 조용히 구시렁대면서 침대에서 내려갔다.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는 뒷모습을 마냥 지켜봤다. 돌핀팬츠 밑으로 살짝 보이는 엉덩이 밑살이랑 허벅지가 잔상처럼 눈에 남았다. 자지가 급속도로 커지는 게 느껴졌다. 아 진짜 씨발. 꼴리면 안 되는데. 왼손으로 자지를 억눌렀다. 한숨이 나왔다. 내가 발정이 난 건지 이수아가 존나 야한 건지. 도저히 분간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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