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8화 〉 대본 리딩하는 날 (13)
* * *
빠르게 먹고 먼저 일어나려 했는데 윤가영이 마음에 걸렸다. 윤가영이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같이 앉아서 떡볶이를 먹고 방으로 돌아갔다. 화장실에서 칫솔을 들고 양치했다. 지수 별장에 가기 전에 윤가영을 한번 보고 싶은데. 이수아가 나를 노리려 날카로이 감각을 세우고 있는 지금 윤가영을 보러 2층에 간다면 이상함을 감지할 것 같았다. 가능한 한 티가 나는 행동을 최대한 삼가야 했다. 양칫물을 싱크대에 뱉고 물로 입을 헹궜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화장실을 나왔다. 똑똑, 하고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윤가영 아님 이수아인데. 이수아가 대본 연습하자고 온 건가? 윤가영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누구예요?”
“나야...”
윤가영이구나. 내가 떠나가기 전에 한번 보려고 온 모양이었다.
근데 집에 이수아가 있는데 이렇게 대놓고 와도 되는 건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그런 한편으로 묘한 스릴감이 찾아왔다.
의심 많은 딸이 바로 근처에 있는데도 정인인 새아들을 찾아오는 새엄마라니. 게다가 찾아온 이유도 의심 많은 딸이 마음에 품고 있는 남자가 바로 자기 남자친구라서 혹여 뺏기게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어서 그런 거라니. 그냥 단순히 보통 사람들이 자기 연인을 찾아가겠다고 가볍게 마음을 먹고 행하는 것과는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들어와요.”
“응...”
문이 열렸다. 검은 롱슬리브 티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는 윤가영이 안으로 들어왔다. 문 밖을 봤는데 이수아는 보이지 않았다. 윤가영을 바라보며 살폿 웃고 그대로 다가갔다. 윤가영이 마주 미소 짓고는 문을 닫았다. 왼팔을 뻗어 문을 잠가버리고 양팔로 윤가영을 안았다. 윤가영이 소리 없이 히히 웃으면서 나를 마주 안았다. 윤가영의 이마에 입술을 쪽 맞추고 얼굴을 바라봤다. 입을 열어 조용히 소리냈다.
“이렇게 와도 돼요?”
“괜찮을 거예요... 수아가 와서 왜 같이 있냐고 물어보면 내가 여보 자작곡 들어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되니까...”
“으응. 그럼 문 잠가놓으면 안 되겠네요.”
“아뇨... 일단 잠가놔요. 여보가 수아 말고 나한테만 자작곡 들려주려고 잠가놨다고 하면 될 거예요.”
“그래요. 일단 눕죠.”
윤가영이 살폿 웃었다.
“네...”
윤가영을 가볍게 안아들고 침대에 눕혔다. 윤가영의 오른편으로 가 눕고 왼팔로 윤가영을 안았다. 윤가영이 옆으로 누워 나를 마주봤다. 자연스럽게 입술을 포갰다. 윤가영이 몸을 밀착해왔다. 윤가영의 가슴이 짓뭉개져왔다. 말랑한 느낌이 남자를 자극했다.
“쮸읍... 츄읍... 쯉...”
평소보다는 소리가 작았다. 이수아를 의식해서 그런 듯했다.
윤가영이 입술을 떼고 내 얼굴을 응시했다.
“왜요?”
“그냥, 갑자기 여보 얼굴 보고 싶어져서요...”
“으응. 그럼 나도 봐야겠네요.”
왼손으로 윤가영의 왼볼을 쓰다듬었다. 윤가영이 히죽 웃었다.
“어때요 저?”
“예뻐요. 사랑스럽고. 내가 당신 미워했던 때가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으응...”
윤가영이 시선을 살짝 내려 눈을 피했다. 웃음이 나왔다.
“왜 눈 피해요.”
“그냥... 미안해서요...”
“괜찮아요. 다 용서했으니까 이런 말 할 수 있던 거죠.”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럴 필요 없어요. 당신한테는 이제 사랑밖에 다른 감정 없어요.”
윤가영이 히 웃었다.
“그래요...?”
“네. 그니까 죄책감 같은 거 가지지 말아요.”
“알겠어요...”
살폿 웃었다.
“내 얼굴은 어때요? 여보가 보기에?”
“멋있어요... 원래 이상형 같은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보 얼굴이 내 이상형이었구나 하는 생각 들 정도로...”
웃음이 나왔다.
“나 처음 봤을 때도 그 생각했어요?”
“아...”
윤가영이 멋쩍게 웃었다.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럼 나 처음 봤을 때 무슨 생각했어요?”
“그냥... 진짜 되게 잘생겼다... 그 생각...”
“그때는 나랑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몰랐죠... 여보도 몰랐을 거잖아요...”
“그쵸. 돌이켜보면 옛날에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이 요즘 좀 많이 일어나긴 했어요. 여보랑 사귈 줄도 몰랐고, 여자친구가 이렇게 많아질 줄도 몰랐고...”
“으응... 그럼 이제는 별일 안 생기겠죠...?”
살폿 웃었다.
“그러길 바라죠. 근데 뭐가 됐든 지금까지 있던 일들보다 더한 일은 안 일어날 거 같기는 해요.”
윤가영이 얕게 고개를 끄덕였다.
“놀랄 일은 안 생겼으면 좋겠어요...”
“나도요. 아직 오월도 안 됐는데 올해 놀랄 수 있는 한계 수치까지 이미 다 놀라버린 느낌이에요.”
윤가영이 살폿 웃었다.
“별일 없을 거예요...”
마주 빙긋 웃었다.
“고마워요.”
“히...”
윤가영이 얼굴을 가까이해 내 입술에 입술을 쪽 맞췄다.
“올해 남은 날 동안은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 여보...”
미소 짓고 윤가영의 입술에 입술을 쪽 맞췄다.
“여보한테도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
“히... 고마워요.”
눈웃음 짓고 윤가영의 입술을 덮쳤다. 윤가영이 곧장 혀를 섞어왔다.
“쮸읍... 츄읍... 쯉... 츄릅... 헤웁... 아움... 하웁... 쯉... 츄읍... 쮸읍...”
윤가영이 하아, 하고 숨을 내쉬었다. 내가 가기 전에 아쉬움이 남지 않게 키스를 잔뜩 해두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같이 오래 못 있어 줘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그리구 이미 오래 같이 있어 줬잖아요... 게다가 앞으로 며칠 동안은 내가 여보 독점하게 될 거구...”
눈웃음 지었다.
“그렇네요. 여보가 나 독점하겠네요, 며칠.”
윤가영이 기분 좋은지 히 웃었다. 나보다 열 살은 많은 여자인데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입술을 포갰다. 윤가영이 곧장 입술을 마주 움직이면서 쯉쯉 빨아왔다. 이미 발기한 자지가 껄떡거렸다. 입술을 떼고 윤가영의 얼굴을 바라봤다.
“나 가기 전에 한 번 할래요?”
“안 돼요... 수아도 있는데...”
“안 들릴 거예요. 방음 좋으니까 조금만 신경 쓰면 될 거예요.”
“그래두... 저 신음 참을 자신 없단 말예요...”
웃음이 나왔다.
“여보 진짜 야하네요.”
“여보 때문이에요...”
“그럼 책임져줄게요. 해요.”
“... 그래도 저 지금 피임약 없으니까...”
“피임약 먹지 말라고 한 다음부터 아예 안 산 거예요?”
“네...”
살폿 웃었다.
“왜 이렇게 말을 잘 들어요.”
“여보가 한 말이니까...”
“그때는 여보 아니었잖아요.”
“그래두... 여보 내 여보 된 후로 약속했던 거 계속 지켜온 거죠...”
“알아요. 여보 귀여워서 반응 보려구 살짝 장난친 거예요.”
“힝...”
진짜 미치도록 귀여웠다. 윤가영의 입술에 입술을 쪽 맞췄다.
“사랑해요 여보.”
“저두 사랑해요...”
미소 지었다.
“근데 진짜 안 해도 괜찮아요?”
“네... 대신 안 한 거 하나도 안 아쉬울 만큼 진하게 키스해줘요...”
“그래요.”
기습적으로 윤가영의 몸 위로 올라가고 두 팔을 윤가영의 상체 옆에 대서 플랭크 하듯 자세를 취했다. 윤가영이 눈을 크게 뜨고는 이내 눈웃음 지었다. 마주 웃으면서 얼굴을 가까이했다. 입술을 포갰다. 윤가영이 두 팔로 내 몸을 안고 쮸읍쮸읍 빨아댔다.
“쯉... 츄읍... 하웁... 아움... 쮸읍... 여보...”
“네?”
“츄읍... 혀 빨아줄까요...?”
“좋아요.”
혀를 내밀었다. 윤가영이 내 몸에 매달리듯 하면서 상체를 살짝 들고 혀를 쪽쪽 빨아왔다.
“쪼옵... 쪼옥... 쫍... 쪼옵...”
내 반응을 살피려 하는 시선이 너무 음탕했다. 내 혀를 꼼꼼히 빨아주는 입술이 야했다. 그냥 윤가영은 음란했다.
윤가영이 입술을 떼고 등을 침대에 붙인 다음 하, 하아, 하고 숨을 몰아 내쉬었다.
“좀 쉬고 내가 빨아줄까요?”
“좋아여...”
웃음이 나왔다.
“지금 흥분했어요?”
“헤... 조금이요...”
“근데도 안 할 거예요?”
“네... 혹시라도 임신하면 큰일 나잖아요...”
“알겠어요.”
윤가영이 수줍게 웃었다.
“콘돔 준비할게요...”
살폿 웃었다.
“네. 혀 내밀어요.”
“네헤...”
윤가영이 혀를 내밀었다. 입술을 오므리고 윤가영의 혀를 쪼옥쪼옥 빨았다. 윤가영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을 감았다. 행복해 보였다. 새아들 밑에 깔려서 혀를 빨리며 기뻐하는 새엄마라니. 보면 볼수록 음탕한 여자였다.
혀를 빨리던 윤가영이 혀를 입안에 넣고 입술을 오므리면서 키스해왔다. 자연스러운 전환이었다. 윤가영의 움직임에 응해서 혀를 섞었다. 윤가영이 눈을 뜨고 나를 쳐다봤다. 게슴츠레 뜬 눈이 야했다. 윤가영도 섹스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내가 덮쳐주기를 바라는 건가? 잘 감이 오지를 않았다. 윤가영이 너무 야한 탓에 판단력이 흐려지는 느낌이었다.
오른손을 밑으로 내려 윤가영의 바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윤가영이 흣, 하고 소리 내고 두 손으로 내 오른손을 붙잡았다.
“안 대여...”
“왜요.”
“여보랑 하면 임신할 거 같단 말예여...”
콧숨을 내쉬었다.
“그럼 왜 자꾸 야하게 굴고 그래요.”
“죄송해여...”
히 웃었다.
“그냥 안달나서 해본 소리예요.”
“네헤...”
침대에 진동이 살짝 느껴졌다.
“전화 온 거 같네여...?”
“내 폰인가 봐요.”
“봐봐여...”
“알겠어요.”
시선을 던졌다. 역시 내 폰이었다. 화면에 백지수라고 이름이 떠 있었다. 윤가영의 이마에 뽀뽀했다.
“지수예요. 나 슬슬 가야 될 거 같아요.”
“네...”
“전화 받을게요.”
“알겠어여...”
윤가영의 몸 위에서 나와 침대에 걸터앉고 전화를 연결해 폰을 왼 귀 가까이에 댔다.
“여보세요.”
ㅡ밥 아직 다 안 먹었어?
“다 먹었어. 갈 거야.”
ㅡ으응. 그럼 시켜놓을게. 빨리 와.
“응. 바로 갈게.”
ㅡ알겠어. 끊을게?
“응.”
전화가 끊겼다. 윤가영을 바라보고 두 손 두 다리로 기어가서 입술을 쪽 맞췄다.
“내일 봐요.”
“네헤...”
“근데 수아가 여보가 내 방에서 나오는 거 보게 되면 어떡해요?”
“그건... 제가 빨래 때문에 왔다고 할게요...”
“알겠어요. 그럼 저 진짜 갈게요?”
윤가영이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뽀뽀했다.
“잘 가요...”
싱긋 웃었다.
“네. 잘 있어요.”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도요.”
윤가영이 히 웃었다. 마지막으로 입술을 쪽 맞추고 침대에서 나왔다. 방을 나서고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려 이수아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집을 나갔다. 택시를 부르고 대기한 다음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며 뒷좌석에 탔다. 택시기사가 안녕하세요, 하고 답하고 출발했다.
지수랑 선우한테 지금 가고 있다고 전화해야 할까. 아까 지수랑 통화해서 내가 올 거라는 걸 알기는 알 텐데. 전화를 안 걸어도 되기는 할 거였다. 만약 전화를 지금 해도 좋으면 하는 게 맞을 거였다.
지금 내가 지수랑 선우한테 전화를 걸면 택시기사가 곧장 내가 여자친구랑 통화한다는 느낌을 받을 거였다. 겁쟁이둘이 올해 방영되고 택시기사가 나를 기억한다고 하면 어떻게든 문제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가능한 한 조심해두는 게 좋을 거였다.
지수랑 선우한테 지금 택시 타고 가고 있다고 문자를 보냈다. 백지수한테 먼저 문자를 보내서인가 먼저 답이 왔다.
[응.]
이어서 선우한테서 답장이 왔다.
[응응 기다리고 있을게]
웃음이 나왔다. 폰을 오른 주머니에 넣고 차창으로 시선을 던졌다. 고층 건물들이 휙휙 지나갔다. 뜬금없게도 지금 두 여자친구랑 한 명씩 섹스하러 가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불현듯 서유은이 떠올랐다. 서예은한테 계속 당하고 있을까. 속이 뜨거워졌다. 답답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통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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