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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350화 (349/438)

〈 350화 〉 대본 리딩하는 날 (5)

* * *

두근, 두근, 두근, 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도록 심장이 빠르게 박동했다. 이수아도 듣는 것 아닐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소리가 컸다. 이수아랑 키스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워서 살짝 멍한 느낌까지 들었다.

이수아는 어떨까. 나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뛸까. 나처럼 곧 있으면 키스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머리가 하얘졌을까.

이수아랑 눈을 마주치기가 부끄러웠다. 시선을 살짝 옆으로 해 침대 옆 협탁을 보면서 대본 내용을 떠올렸다.

이윤우와 정하윤은 마침내 사귀는 사이가 됐다. 평일이면 학교에서 대면하고, 주말마다 만나서 데이트를 하지만, 둘 다 아직 겁쟁이를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탓에 연애 진도는 지지부진하다. 손을 잡고 껴안는 것까지는 갔지만 아직 뽀뽀도 해보지 않았다.

이윤우와 정하윤은 오늘도 만나서 데이트를 했다. 우선 대학로로 가 코믹 연극을 보고, 홍대를 돌아다녔다. 대학생 연인들의 틈에 있으면서 왠지 어른이 된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의미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했다. 조금 이르게 저녁을 먹고, 한강을 돌아다니며 한적함을 즐겼다. 하늘은 어둑해지고, 슬슬 말할 거리도 떨어지는 시기다. 느린 진척도에 내심 불만을 품고 있는 두 사람은 사귀기 이전처럼 상대가 자신을 요구해주기를 기다리고만 있다. 이때 이윤우가 용기를 내어 키스를 해보자고 말하고, 둘은 처음으로 입술을 맞대어본다.

“안 해?”

이수아가 물었다. 긴장이 몸을 덮쳐왔다. 진짜 오랜만에 전신이 빳빳해지는 느낌이었다.

“할 거야.”

“그럼 빨리해. 기다리게 하지 말고.”

“알겠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작게 한숨 쉬었다. 두 번 심호흡한 다음 다시 이수아를 바라봤다. 무표정한 옆얼굴에서 약간의 불만이 읽혔다. 지금 정하윤에 몰입해 있는 건가. 나도 빨리 배역에 빠져들어야 하는데. 자꾸 윤가영이 생각나서 몰입이 어려웠다.

“뭐해?”

“아니, 미안.”

“하아...”

한숨 쉰 이수아가 눈을 찡그렸다.

“왜 뜸 들여. 그냥 빨리하면 되잖아.”

“알아.”

근데 내 속사정이 복잡해서 어떻게 하기가 어려운걸.

“그럼 뭐가 문젠데.”

“그냥, 말했잖아. 남매인데 키스한다고 생각하니까 배역 몰입이 좀 어려워.”

“... 걍 진짜 처음 사귄 여친이라고 생각해. 남매라고 생각하지 말고.”

피식 웃었다.

“그게 말처럼 쉬워?”

“어. 난 오빠가 오빠인 거 별 상관없는데?”

“...”

이수아가 피식 웃고 오른손 손등으로 내 가슴팍을 툭 쳤다.

“존나 왜 반응을 안 해...”

“당황스러워서.”

“나도 오빠가 아무 말 안 하니까 당황스러웠잖아. 뻘쭘하고.”

“그건 나 당황시킨 네 잘못이지.”

“몰라. 그냥 오빠가 나 당황하지 말라고 배려해서 대충이라도 반응해줬으면 되지 않아?”

“에반데.”

“뭐가 에바야. 오빠는 내 오빠인데.”

“너 오빠인 거 별 신경 안 쓴다면서 또 나한테는 오빠 역할 요구한다? 좀 모순 아니야?”

“아냐. 내 머릿속에는 충돌 안 일으켜. 그리고 괜히 창피해서 막 그런 거 따지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하기나 하자.”

“... 어.”

진짜 빨리 하고 윤가영한테 사과하러 가야 할 듯했다.

이수아가 고개를 돌려 벽 쪽을 봤다. 우리는 지금 한강 벤치에 앉아있는 거였다. 나는 이윤우고, 이수아는 정하윤이었다.

정하윤이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눈에 무언가를 담지는 않았다. 신경은 온통 정하윤에게 쏠려 있었다. 빨리 진도를 나가고 싶은 마음만 굴뚝 같은 게 이윤우의 심리였다.

고개를 느릿하게 돌려 정하윤의 얼굴을 바라봤다. 옆얼굴이 윤가영이 어렸을 때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닮아 있었다. 아, 자꾸 몰입이 깨지면 안 되는데. 답답했다.

나는 이윤우다. 나는 이윤우다. 머릿속으로 두 번만 되뇌고, 정하윤의 입술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하윤아.”

정하윤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응?”

“... 키스, 해볼래?”

내가 말했다. 정하윤이 대답 없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더니 갑작스레 양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얼굴을 가까이해왔다. 본능에 따른 건지, 이수아가 키스하기 적당하게 고개 각도를 살짝 틀었다. 이내 입술이 맞닿았다. 이수아의 입술은 보드랍기 그지없었다.

속으로 하나, 둘, 하고 숫자를 세는데, 셋을 셀 때 이수아가 입술을 떼고 몸을 뒤로 물렸다.

“존나, 이렇게 하면 될걸... 뭘 물어보고 있어...”

흥분됐다. 한편으로는 조금 멍했다. 몇 번을 섹스한 여자친구의 딸이랑 키스하다니. 충격에서 헤어나오기가 어려웠다.

이수아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왤케 벙쪄 있어?”

“아니 그냥...”

이수아가 픽 웃었다.

“존나 모솔 티내내.”

“너도 모솔이잖아.”

“그래도 연기는 잘하잖아. 암튼, 오빠가 망쳤으니까 다시 해.”

“... 굳이? 너 했음 된 거 아냐?”

“어 아니야. 오빠가 안 하면 장면이 의미가 없잖아. 감정이 안 사는데.”

“... 그래.”

이수아가 빙긋 웃고 다시 벽 쪽을 봤다. 몰입이 절대 안 될 것 같았다. 그냥 적당히 대사만 치면서 키스해야 할 듯했다. 이수아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한 번 한숨을 쉬고, 또 이수아를 바라봤다. 방금 나랑 키스를 한 입술을 바라봤다.

“야.”

“어?”

눈이 커진 이수아가 나를 쳐다봤다.

“너 이거 첫키스잖아.”

“응... 오빠도 첫키스잖아.”

“... 그치... 근데 첫키스인데 괜찮아?”

“풋. 뭐가 괜찮냐고 묻는 거야?”

“아니, 나랑 해서 괜찮냐고. 아깝다거나 하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이랑 로맨틱하게 해야 될 건데.”

“상관없어.어차피 다 연기고 연습이니까.”

“으응...”

“다시 해, 빨리.”

“그래.”

이수아가 고개 돌렸다. 나도 다시 정면을 봤다가 고개 돌려 이수아를 봤다. 보드랍고 탐스러운 입술을 보며 입을 열었다.

“키스, 해볼래?”

이수아가 고개 돌려 나를 쳐다봐왔다. 의뭉스러운 시선으로 잠시 나를 본 이수아가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얼굴을 가까이해왔다. 입술이 맞닿았다. 이수아가 입을 살짝 우물거렸다. 내가 호응만 하면 진짜 키스가 될 거였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받아줘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에 이수아가 서서히 상체를 뒤로 물렸다. 내 입에 맞닿았던 부드러운 입술이 움직였다.

“존나, 이렇게 하면 될걸. 뭘 물어보고 있어...”

맞받는 대사는 없었다. 그냥 이대로 멍하니 마주 보다가 반대로 내가 덮쳐야 했다.

목이 바싹바싹 말랐다. 침을 삼키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면 왠지 이수아가 트집을 잡을 것 같았다. 키스하기 전에 침을 삼키는 그런 더럽고 노골적인 짓을 하면 분위기가 안 살지 않냐고.

그냥 양손으로 이수아의 옆구리를 잡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입술을 포갰다. 대본의 디렉팅 상, 지금의 나는 적극적으로 해야 했다. 입술을 움직여 이수아의 입술을 애무했다. 이수아가 흥, 하고 콧소리를 냈다. 조금 놀란 듯한 느낌이었다. 커다래진 눈이 귀여웠다. 이수아가 입술을 마주 움직였다.

“쯉... 쮸읍...”

이수아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양손으로 내 두 손목을 잡고는 등 뒤쪽으로 이끌었다. 껴안아 달라는 건가. 진짜 미칠 것 같았다. 이수아를 끌어안았다. 이수아가 엉덩이를 옮겨 서로의 허벅지가 닿게 밀착해오고 나를 마주 안았다. 이수아의 가슴이 짓눌려왔다. 커다란 가슴을 감싸는 브라가 느껴졌다. 이수아는 지금 젖꼭지가 서 있을까. 궁금했다.이수아의 두 손이 내 등에 달라붙었다. 하반신으로 피가 몰려서 자지가 금방 꼿꼿해졌다.

“쯔읍... 쮸읍...”

이수아가 양손으로 내 옆구리를 쓰다듬었다. 전신에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진짜 돌아버릴 것 같았다. 아직 혀를 넣지도 않았는데. 만약에 혀를 섞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저번에 지수 별장에서 윤가영과 입술이 맞닿고 이성을 잃었던 것처럼 이수아를 덮치게 되는 거 아닐까?

“쯉... 쯔읍...”

눈을 감은 이수아가 두 손으로 내 등을 톡톡 두드렸다. 풀어달라는 거겠지. 입술을 살짝 떼고 이수아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수아가 눈을 뜨고는 입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대써... 대써어...”

풀려버린 혀와 가쁜 호흡, 그리고 화장이라도 한 듯 짙은 홍조와 전체적으로 상기된 얼굴이 끔찍이 색정적이었다. 금방 섹스를 마쳤다고 해도 믿을 만큼 야했다.

“응...”

이수아를 안은 팔을 풀어주고 물러났다. 이수아가 나를 쳐다보면서 입으로 가쁜 숨을 내쉬었다.

“오빠...”

“...”

진짜 존나 야하게 들리네.

“우리 다시 해야 될 거 같아...”

“왜...?”

“내가 망쳐서 제대로 안 했잖아...”

“...”

“다시 하자, 연습.”

“...”

지금 거절을 한다면 이수아는 억지를 부릴 거였다. 어차피 이미 다 키스했는데 좀 더 한다고 무슨 차이가 있냐고. 여기에서 빼는 게 더 이상해 보인다고. 그러니 그냥 바로 받아줘야만 할 거였다.

“어...”

“응... 오빠 아직 대사 안 까먹었지...?”

“응...”

“그럼 바로 하는 거다...?”

“그래...”

이수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또 벽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나도 고개를 돌려 정면을 봤다.

두근, 두근, 두근, 하고 심장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게, 진짜로 첫키스를 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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