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3화 〉 금요일, 기상 후 (2)
* * *
허니브레드를 다 먹고 빠르게 설거지한 다음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폰을 켜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지수랑 선우한테 답장이 와 있었다. 지수 문자부터 눌렀다.
[나 지금 일어났어]
[너도 잘 잤어?]
지수가 막 자다 깬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이 상상됐다.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응. 아침은 먹었어?]
바로 숫자가 사라지고 줄임표가 떴다.
[아직. 넌 먹었나 봐?]
[응 이미 먹었어]
[너 집에서는 빨리 일어나?]
[그치?]
[음, 내가 주말 같은 때에 자주 봐서 늦잠 자는 거 되게 많이 봐 가지고 그런가 보다]
[그렇네]
[어. 이따 학교에서 보자 나 할 말 있어.]
할 말이라니.
[지금 전화로 하면은 안 되는 거야?]
[응. 대면해서 말하고 싶어.]
[내가 진짜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아기는 아니지?]
[ㅋㅋㅋㅋ 아니 미친놈앜ㅋㅋㅋㅋㅋ]
[아니야 바보야]
[알겠어. 이상한 소리해서 미안해.]
[아냐 웃겼으니까 봐줄게]
[고마워]
[응 학교에서 봐.]
[응]
뒤로가기를 누르고 선우 문자를 확인했다.
[나 일어났어]
[지수 알람 듣고 깼는데 지수는 계속 자고 내가 깼어]
웃음이 나왔다.
[지수가 잠이 많나 보네]
[응. 너도 알지 않아?]
나도 알지 않냐니. 일상적으로 듣기에는 너무 야한 의미를 내포한 말이었다.
[그렇긴 한데 그렇게 말하면 좀 그래]
[뭐가 그런데?]
[내 아랫도리가 아파]
[ㅋㅋㅋㅋㅋㅌㅌㅋㅋ]
[그럼 내가 입으로 호 해줄까?]
[아냐 내가 셀프 케어할게]
[아냐. 내가 달래줄 수도 있는데 왜 혼자 하려 해.]
[남겨놔 일단.]
피식 웃었다.
[알겠어 참고 있을게]
[응응]
미소 지어졌다. 송선우도 진짜 볼수록 귀여운 애였다.
양손 엄지를 빠르게 움직였다.
[밥 아직 안 먹었지?]
[응. 근데 먹을 거야.]
[뭐 먹는데?]
[그냥 스틱 커피랑 빵?]
[그럼 학교 와서 배고프지 않아?]
[배고플 거 같으면 빵 하나 더 먹거나 가방에 챙겨가면 되지.]
[네 거 하나 챙겨줄까? 여기 빵 많은데.]
[아냐 우리 집에도 빵 많아.]
[그래도. 나 너한테 빵 주고 싶은데.]
뭔가 빵 주고 싶다고 한 사람이 또 있던 거 같은데. 강성연이었지. 그래도 어제랑 어저께 진짜로 빵셔틀을 자처하지는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알겠어. 초코 도넛 같은 단 거 하나만 챙겨놔줘.]
[응.]
[고마워]
[그래]
[나도 너 먹을 거 뭐 하나 챙겨줄까?]
[그럼 서로 챙겨주는 거야?]
[그치?]
[좋다. 하나 챙겨줘]
[먹고 싶은 거 뭐 있는데?]
[나도 그냥 좀 단 거? 갑자기 슈크림 빵 먹고 싶다.]
[음, 아마 있을 거야. 가져갈게.]
[응응 고마워]
[응]
선우 것만 챙기면 지수가 서운해할지도 모르니 지수 것도 하나 가져가야 할 듯했다.
[아침 맛있게 먹어]
[응 이따 봐]
[응]
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등을 침대에 붙이고 눈을 감았다가 금방 다시 떴다. 왠지 계속 누워 있다가는 잠들 것 같았다.
화장실로 들어가 괜히 얼굴에 물을 끼얹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다음 방으로 돌아와 게이밍 체어에 앉았다. 폰을 켜고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 시간을 태우다가 등교 타이밍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거실 소파에 교복을 입고 있는 이수아가 폰을 보고 있다가 내 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봤다.
“나 기다렸어?”
“기다린 건 아니고.”
“어.”
이수아가 일어나서 내 쪽으로 걸어왔다. 가만히 보다가 현관 쪽으로 나란히 걸어갔다. 이수아가 발을 옮기다 주방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아 나 엄마한테 인사하고 가야 되는데.”
“... 주방에 없어?”
“응. 2층에 있나 봐.”
“어. 인사하고 와.”
“어.”
이수아가 계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 여기 있어!”
윤가영 목소리였다. 들려온 방향 상 홈 짐을 만들어놓은 쪽에 있는 듯했다.
이수아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결국에는 내가 시선을 던진 쪽으로 같이 눈길을 보냈다. 이윽고 그쪽에서 윤가영이 걸어 나왔다. 운동한 지 얼마 안 됐는지 땀이 흐르는 게 보이지는 않았다.
“엄마 운동했어?”
“응...”
“갑자기 운동을 왜 해?”
“그냥 좀 하고 싶어서...?”
윤가영이 두 손으로 허벅지를 만졌다.
“하체 좀 단단하게 하려구...”
“으응...”
이수아가 나를 올려봤다. 살짝 째려보는 느낌이었다. 시선을 돌려 윤가영을 안 보는 척했다.
“알겠어. 엄마 나 오빠랑 학교 갈게.”
“응.”
윤가영이 오른손을 흔들었다.
“잘 가.”
윤가영이 시선을 내게로 돌렸다.
“온유도 잘 가.”
“네.”
뒤돌아서고 현관으로 갔다. 신발을 신고 이수아랑 같이 밖으로 나섰다. 집 문을 잠그고 대문을 넘어섰다. 이수아가 왠지 모르게 천천히 걸어서 혼자 앞서갔다.
“야!”
이수아가 타타타 달려와서 내 오른편에 나란히 서서 걸었다.
“야라고 했냐?”
“어.”
“왜 또 오빠 대접 안 해줘?”
“뭐래. 이게 오빠 대접 하는 거거든?”
“그렇게 막 대하는 게?”
“아니? 친근하게 구는 거지.”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아는 친근함의 정의랑 네가 아는 거랑 좀 다른 거 같은데?”
“아 개소리하지 마. 그럼 오빠는 친한 사람한테 어떻게 하는데?”
“몰라. 근데 너처럼은 안 해.”
“아 진짜 화법 개 비호감이야. 오빠 주변에 친구 없지?”
피식 웃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너한테 하는 것처럼 말하겠어?”
이수아가 말없이 나를 째려보다가 정면을 보고 입을 열었다.
“오히려 좋아.”
“허. 미쳤냐 갑자기?”
“뭐가.”
“왜 오히려 좋은데?”
“나만 특별하게 대하는 거잖아.”
헛웃었다.
“특별하게 대하는 게 맞긴 맞지.”
“그니까.”
“... 근데 너 변태야?”
이수아가 눈살을 찌푸리고 나를 쳐다봤다.
“왜?”
“아니 빡친다고 하면서 오히려 좋다고 하니까. 이상해서.”
“... 피할 수 없으니까 즐기는 거지. 오빠가 계속 좆 같이 군다고 나만 혼자 화나면 다 나만 손해 보는 거니까”
“일류 마인드인데?”
이수아가 픽 웃었다.
“지금 나 멕이는 거지?”
“아니.”
이수아가 물끄러미 나를 올려봤다.
“아니가 끝이야?”
“무슨 의미야?”
“아니, 뭐 더 할 말 없냐고.”
“뭔 말을 더 해.”
“진짜 개 노잼이네. 대화해줄 맛이 하나도 안 난다.”
“응 난 개 재밌어.”
“아...”
이수아가 왼발을 굴러 땅을 한 번 찼다. 순간 발끝이 땅에 걸린 듯 보여서 아플 것 같아 보였다.
“진짜 개 빡쳐 존나...”
“안 아파?”
“아 씨발...”
이수아가 몸을 굽혀 왼손 끝으로 발가락 쪽을 꾹꾹 눌렀다.
“아파...”
픽 웃었다.
“그러게 왜 그랬어.”
“아 존나 오빠가 빡치게 했잖아...”
“땅은 안 차도 됐잖아.”
“아니 버릇이라 그런 건데 어떡해...”
“고쳐 그럼.”
“씨... 아픈데 계속 빡치게 할래?”
“빡치지 말고 즐겨. 네가 그랬잖아. 피하지 못하니까 즐기겠다.”
“아 좆까...”
웃음이 나왔다.
“아직도 못 걷겠어?”
“어. 업어줄래? 개자식아?”
“그런 식으로 말하면 없던 맘도 달아나는데.”
“존나 애초에 맘이 없었으면 달아나든 말든 뭔 상관이야.”
“몰라.”
이수아가 피식 웃었다.
“개 미친놈...”
“너만 하겠어.”
“난 년이거든?”
피식 웃었다.
“그래 미친년아.”
“하. 아 진짜 개 짜증 나...”
“응.”
“존나...”
이수아가 상체를 세우고 왼발을 앞으로 뻗어 걸었다.
“괜찮아?”
“어. 걱정돼?”
“너도 학교는 가야지.”
이수아가 입술을 비틀었다.
“걱정되면 그냥 걱정된다고 말해. 존나 꼬여가지고.”
“사실 별로 걱정 안 돼.”
이수아가 표정을 구겼다. 이번에는 진짜 기분이 나빠 보였다.
“진심?”
“어.”
“뒤질래?”
“나 팰 능력은 있어?”
“어. 저번처럼 한번 좆돼 볼래?”
헛웃음이 나왔다.
“애들이 네 얼굴 다 알 텐데 두 번을 속겠어?”
“오빠 나 못 믿어?”
“하. 넌 뭐 나 엿 먹인다는 소리를 그렇게 스윗하게 하냐?”
이수아가 히 웃었다.
“농담이니까.”
“근데 나 순간 좀 무서웠어.”
“나도 순간 기분 나빴어.”
“뭐가.”
“걱정 좆도 안 된다 했잖아.”
“너 다리 힘 부족하니까 다쳐도 크게 안 다쳤을 거 같다는 거지.”
“나 힘세거든?”
“아닌 거 같은데.”
“못 믿겠음 한번 힘겨루기해 봐 지금.”
“뭐 어떻게 하게.”
이수아가 멈춰 서서 양팔을 옆으로 벌리고 양 손바닥을 내게 내보였다.
“손바닥 밀기 하자고?”
“어.”
피식 웃었다. 이수아의 앞에 가 양손을 폈다. 이수아가 히죽 웃었다.
“시이, 작.”
이수아가 스타트를 본인 입으로 끊고 바로 손바닥을 밀어왔다. 바로 두 손을 뒤로 빼면서 회피했다. 이수아가 그대로 들어오면서 내 가슴팍에 폭 안기고는 양팔로 나를 끌어안았다. 미친년이? 이수아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보면서 내 몸에 밀착해왔다. 나이답지 않게 커다란 이수아의 가슴이 살짝 짓뭉개져 왔다. 왼손을 밑으로 내려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자지를 잡았다. 이수아가 히 웃었다.
“존나 얼었네?”
“... 그만해라.”
“그거 했어?”
“... 놔 이제.”
“섰냐구.”
“나 진짜 화낸다.”
이수아가 히히 웃었다.
“어.”
“화내라고?”
“아니.”
이수아가 팔을 풀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가자 이제.”
“... 어.”
이수아가 먼저 걸어갔다. 왼편으로 가 나란히 걸었다.
아무래도 이수아가 나 가지고 장난치는 거에 맛 들여버린 느낌이었다. 게다가 강도도 점점 심해지는 것 같은데. 언제 한번 진짜 진지하게 타이르든 어쩌든 해야 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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