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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340화 (339/438)

〈 340화 〉 수요일 종례 끝나고 (3)

* * *

나체인 윤가영이랑 같이 침대에 누웠다. 윤가영의 뒤에서 오른팔로 윤가영을 안았다. 살내음과 샴푸향이 향긋했다. 언젠가는 윤가영도 지수랑 선우하고 같은 향이 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자지가 껄떡거리면서 윤가영의 허벅지를 툭 건드렸다. 윤가영이 고개를 돌려와서 나를 바라봤다.

“또 해줄까요...?”

“아니에요. 여보 힘들잖아요.”

“안 힘들어요...”

“안 힘들어도, 내 마음이 편치 않아요. 그니까 그래요.”

“네...”

윤가영은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려는 사람처럼 자꾸 내게 뭔가를 해주려고 하고 자기를 어필하려 했다. 실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그러지 않아도 아껴주고 사랑해줄 건데. 자신을 주지 않고는 무엇도 받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계속 비쳐 보여서 안타까웠다.

절대 버리지 않으리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본인이 불안을 느끼고 마는 것은 내가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저 옆에 있어 주고, 꼭 안아주면서 내가 언제고 곁에 있으리라는 것을 체감하게 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서 진동이 울렸다. 아까 벗어 던진 바지의 오른 주머니에 들어있던 내 폰인 모양이었다.

“여보 문자 온 거 같은데요...?”

“네. 안 보면 안 될 거 같아요.”

지수나 선우가 보낸 거라면 바로 확인해야 했다.

“제가 갖다 줄까요?”

“아뇨, 제가 내려갈게요.”

“네...”

침대에서 내려갔다. 바지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고 잠금을 풀었다. 메시지 앱을 켰는데 지수랑 선우한테서 새로 온 문자는 없었다. 대신 서유은의 이름이 맨 위에 올라와 있었다. 눌러서 확인했다.

[저 진짜 괜찮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이번에는 온점을 빼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경직되어 있는 느낌은 남아 있었다.

그런데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데 내가 괜히 추궁하듯 더 캐묻는 건 좀 아니다 싶었다. 뭐라 답장할까 잠깐 고민하고 타이핑했다.

[그럼 다행이네.]

[너 상태 조금 안 좋은 거 같아서 걱정돼 가지고 문자 했어.]

숫자가 바로 사라졌다. 폰을 손에 쥐고 있는 모양이었다. 문자를 쓴다는 표시는 바로 뜨지 않았다. 답할 말을 고민하는 건가? 근데 그렇다기에는 내가 보낸 문자가 답하기 어려운 게 아닌데.

“누구예요?”

고개를 뒤로 돌려 침대에 누워 흰 이불을 덮고 있는 윤가영을 봤다.

“아는 후배예요.”

“여자예요...?”

웃음이 나왔다.

“네.”

침대로 올라가 윤가영의 오른편으로 다가가 앉았다. 윤가영이 이불로 하체를 가린 채 상체를 일으키고 나를 바라봤다. 커다란 가슴이랑 골반이 눈길을 끌었다. 시선을 올려 윤가영의 얼굴을 보면서 왼팔로 윤가영을 안고 입을 열었다.

“질투하는 거예요?”

“아뇨...? ... 사실 맞아요.”

살폿 웃었다.

“내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왜 말을 바꿔요.”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서요...”

“그래요.”

오른손에 든 폰을 잠깐 내려놓고 윤가영의 왼볼을 잡은 다음 오른볼에 입술을 쪽 맞췄다.

“그냥 후배니까 너무 질투하지 마요.”

“네...”

빙긋 미소 짓고 윤가영을 보다가 다시 입술을 윤가영의 오른 볼에 댔다. 윤가영이 고개를 획 돌려 왼쪽을 봤다가 입술을 꾹 다물더니 얼마 안 가 입술을 프, 하고 터뜨리고는 배시시 웃었다. 미치도록 귀여웠다. 오른손으로 윤가영의 왼 볼을 쓰다듬었다.

“나 봐요.”

“안 돼요...”

“나 봐요.”

“...”

윤가영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봐왔다. 시선을 차마 못 마주치겠는지 눈이 약간 아래쪽으로 가 내 입술을 봤다.

“나랑 키스하고 싶어요?”

“... 네... 근데 저 양치 안 했는데요...?”

“안 해도 되지 않아요?”

“여보 기분 나쁘지 않아요...?”

“여보가 다 삼켰으니까 괜찮죠.”

“히... 근데 그래도 별로 안 좋을 거 같은데...”

“으음... 입 안 헹구고 키스하면 여보가 불편할 거 같은 거예요?”

“네...”

“그럼 양치하고 키스해요.”

“알겠어요...”

윤가영이 왼손으로 내 오른팔을 쓱 쓸었다.

“양치할 거예요?”

“네...”

눈웃음 짓고 윤가영을 안은 왼팔을 풀어줬다. 윤가영이 바로 침대를 기어서 바닥으로 내려간 다음 화장실로 들어갔다. 커다란 골반이랑 실룩이는 엉덩이가 극도로 자극적이었다. 달려가서 껴안고 바로 덮쳐버리고 싶은 몸이었다.

그래도 너무 내 성욕을 밀어붙이려 들면 안 될 거였다. 내가 윤가영의 몸을 엄청 바라는 모습을 보이면 윤가영은 내 성욕에 부응하려고 애쓸 거였고, 내가 성욕을 보이지 않을 때면 자기한테 흥미가 떨어진 거 아닐까 하고 불안해할 터였다.

오른손을 뻗어 다시 폰을 잡았다. 화면에 줄임표 표시가 뜨더니 이내 답장이 왔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계속 딱딱하네. 이쯤 되니 진짜 수상하게 느껴졌다. 직감 상 뭔가 있는 것만 같았다.

문자를 쓰고 있는 표시가 이어서 떴다.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듯했다.

[저 그때 그냥]

[잡생각? 하느라]

[생각 없이 혀 내민 거예요]

지금은 또 내가 알던 서유은이 돌아온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그때라고 하는 건 또 언제일까. 기억을 다 뒤져봐도 서유은이 혀를 내밀었던 적도 없던 거 같은데. 서예은한테 가려고 뛰었다가 숨을 헐떡일 때도 입만 벌리고 있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줄임표가 여전히 떠 있었다. 일단 보내는 건 다 봐야 할 듯했다.

[살짝살짝 정신 놓아가지구요 가끔]

[아침에만 그러는데 평소에는,]

[요즘 또 갑자기 이상해져서 그래요.]

이해가 안 됐다. 혀를 내밀었던 적이 없는데, 그때라고 시기를 지목하고 혀를 내밀었던 이유를 해명한다니.

아니 어쩌면 서유은이 실제로 혀를 내민 적이 있고, 근처에 내가 있었는데 서유은은 내가 그 모습을 봤다고 생각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건가?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오늘 내가 서유은이랑 마주친 적도 별로 없었는데.

도대체 뭘까. 왜 이런 문자를 보냈을까. 알 수 없었다. 일단은 머리를 더 굴리지 말고 답장을 보내야 할 듯했다.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응.]

문자를 다시 봤다. 뭐 암호라도 숨겼나 싶어서 첫글자만 따로 떼놓고 읽었다. 세로로 살아요, 가 읽혔다. 그런데 그 위로는 저, 잡, 생, 이라서 첫글자 암호라고 보기에는 모호한 감이 있었다. 뭔가 더 있어야 했다.

윤가영이 양치를 마쳤는지 화장실에서 나와 침대 위로 올라오고 이불을 덮어 몸을 가렸다. 윤가영을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보.”

“네.”

“바로 키스할래요?”

“여보 후배랑 문자하던 거 아니에요...?”

“이미 다 했어요. 그리고 문자 나누던 중이어도 여보가 우선이죠, 무조건.”

윤가영의 눈꼬리가 휘어졌다.

“그래요?”

“네. 당연한 거죠.”

“히... 그럼 키스해요.”

“좋아요.”

윤가영이 이불을 걷어버리고 양팔을 뻗어왔다. 윤가영을 마주 안고 입술을 포갰다. 민트향이었다. 윤가영이 몸을 더 밀착해왔다. 커다란 두 가슴이 짓뭉개져 왔다. 진짜로 섹스하고 싶었다.

“쮸읍... 츄읍... 쯉... 하움... 츕... 츄릅...”

윤가영이 입술을 뗐다.

“왜요?”

“여보 하고 싶지 않아요...?”

“난 여보 보면 항상 하고 싶어요.”

“그럼 왜 안 해요...?”

순진한 듯 묻는데 내용은 말도 안 되게 음탕했다. 그냥 이대로 눕히고 보지에 자지를 박아버리고 싶었다. 입으로 호흡하면서 욕구를 참아내고 생각을 정리했다.

“... 내가 여보 몸을 엄청 바라고,그런 모습 보이면, 여보는 내 성욕에 부응하려고 최대한 노력할 거죠?”

윤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여보가 힘들잖아요.”

“아뇨...? 하나도 안 힘든데...? 좋아요, 오히려...”

진짜 이 정도면 참는 내가 무례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박아주고 싶게 하는 거 아닌가. 콧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그래도요.내가 여보한테 맨날 해달라고 하다가 하루는 안 요구하면, 나한테 흥미가 떨어진 거 아닐까 하고 불안해할 거 같아서, 여보 걱정돼 가지고 일부러 참고 그런 거예요.”

윤가영이 잠시 우물대다가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윤가영이 내게 와락 안겨왔다. 살폿 웃고 마주 안았다. 양손으로 잠깐 등을 토닥여주다 입술을 포갰다. 혀가 얽혀왔다. 윤가영이 내 혀를 쪼옥쪼옥 빨다가 입술을 떼고 나를 바라봐왔다.

“만약에 여보가 맨날 저한테 섹스하자고 하다가 언제는 말 안 해도요, 저는 여보한테 그럴 사정이 있구나 하고 이해할 거예요.”

절로 미소 지어졌다.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제가 더 고마워요 여보... 맨날 상냥하게 대해주구, 되게 생각해줘서...”

눈웃음 짓고 윤가영의 입술을 쪽 맞췄다.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요...”

살폿 웃고 오른팔에 힘을 줘 윤가영을 침대에 눕혔다. 윤가영이 작게 꺅, 하고 소리를 내고는 나를 마주 보며 히히 웃었다. 입술을 덮치고 짧게 혀를 섞었다. 서로 껴안은 상태로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윤가영도 배시시 웃었다.

윤가영이 꼼지락대면서 내 품으로 들어와 이마를 내 가슴팍에 댔다. 오른손으로 윤가영의 등을 쓸다가 입을 열었다.

“종이나 펜 같은 거 있어요?”

“어, 여기 옆에 협탁 보면 노트랑 볼펜 있을 거예요.”

“지금 한 장만 쓸게요.”

“네...”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랑 펜을 챙기고 침대에 걸터앉은 다음 필기하면서 문자를 뜯어봤다.

생각 없이, 라고 했으니까 잡생각이라고 쓴 데에서 생각을 지워야 하나. 그럼 잡? 하느라, 가 되는 건가. 이상한데. 그냥 생각 없이의 생각이랑 없이라는 문구를 지우고 보면 되나. 그러면.

[(저) 그때 그냥]

[(잡)? 하느라]

[(혀) 내민 거예요]

[(살)짝살짝 정신 놓아가지구요 가끔]

[(아)침에만 그러는데 평소에는,]

[(요)즘 또 갑자기 이상해져서 그래요.]

저 잡혀 살아요.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보통 여동생이 언니한테 잡혀 산다고 가족 외의 사람한테 말을 할까?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상담 정도야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렇게 내용을 꽁꽁 숨기면서까지 말을 꺼내지는 않을 거였다.

근데 애초에 왜 숨기면서 말한 거지. 서예은이 서유은 폰을 뺏어서 보기라도 하는 걸까.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건 너무 집착하는 건데. 여동생한테 그러는 언니가 있을 수 있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됐다.

불현듯 오늘 종례 끝나고 교문 앞에서 서예은이 서유은을 대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둘만 있을 때도 그런 느낌으로 서로 대한다면, 아니 내가 봤던 모습보다 더 서유은이 서예은한테 휘둘린다면 진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몰랐다.

문자에서 내가 뭐 놓친 게 있나. 볼펜을 붙잡은 채 머리를 굴렸다.

“오래 걸려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윤가영을 바라봤다. 내 오른편에 걸터앉은 윤가영은 검은 브래지어랑 검은 레이스 팬티를 입고 있었다.

“조금 걸릴 거 같아요.”

“그럼 저 내려가서 저녁 준비할까요...?”

“아, 네. 그럼 일단 나 먼저 내려갈게요. 수아 의심 안 하게.”

“네...”

빙긋 웃고 윤가영의 입술에 짧게 키스한 다음 노트를 한 장만 찢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게요.”

윤가영이 오른손을 흔들었다.

“이따 봐요...”

살폿 웃었다.

“네.”

윤가영 방을 나서고 1층에 내려간 다음 내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게이밍 체어에 앉아 생각한 것들을 차차 써 내렸다.

일단 서유은은 서예은한테 잡혀 살고 있다.

생각 없이, 라는 문구에 따라 생각이라는 문구를 다 지워서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잡 하느라 혀 내민 거예요. 가끔 살짝살짝 정신 놓아가지구요. 평소에는 아침에만 그러는데 요즘 또 갑자기 이상해져서 그래요.

혀를 내미는 잡이라니. 진짜 하나밖에 생각 안 나는데. 내가 쓰레기인 건가.

머리가 지끈거렸다.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근데 만약에 진짜 블로우잡을 한다는 의미로 쓴 거면 서예은이 서유은한테 그런 걸 강요하는 건가? 살짝살짝 정신 놓는다고 말한 세 번째 문장부터는 서예은을 설명한 거고.

소름 돋았다. 이거는 범죄인데? 전화해야 하나? 근데 서예은이 옆에 있을 수도 있는데. 바로 옆에 없더라도 문자를 일부러 암호화해서 보낸 걸 생각하면 폰을 검사하면서 통화 기록이나 문자 내역 같은 걸 캐물을 테고.

그냥 내일 학교에서 물어봐야 할 듯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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