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7화 〉 시크네스 뮤비 2차 티저와 이준권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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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김밥 세 줄을 도마에 올려 한 입 크기로 썰어놓고 직사각형 접시에 옮긴 다음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미소된장국도 테이블에 내려놓고 바로 2층으로 향했다. 백지수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누워 있는 지수랑 선우 사이로 기어가서 왼손은 선우의 오른 옆구리를 잡고 오른손은 지수의 왼 옆구리를 잡은 채 살살 흔들었다. 지수랑 선우가 비슷한 순간에 으음, 하고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먼저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 건 선우였다.
“온유야...”
“응.”
송선우가 말없이 왼손을 까딱였다. 얼굴을 가까이 했다. 송선우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소리 없이 입술을 쪽 맞췄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도 마주 송선우의 입술에 입 맞추고 다시 상체를 세운 다음 지수를 내려봤다. 아무 소리 없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만 있었다. 두 손 밑으로 보이는 아랫입술이 왠지 새초롬했다. 양손으로 빛을 가리고 있는 것부터 입술까지 다 귀여웠다.
“점심 먹어 지수야.”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야...?”
“응. 대충 열한 시 반 정도 됐을걸.”
“으응... 먼저 내려가... 좀 씻을게...”
“응.”
송선우가 왼손바닥으로 내 등을 톡톡 건드렸다.
“응?”
“점심 메뉴 뭐야?”
“참치 김밥이랑 미소된장국.”
“맛있겠다...”
살폿 웃었다.
“다행이다.”
고개를 돌려 백지수를 바라봤다.
“너는 괜찮아? 참치 김밥이랑 미소된장국?”
“좋아. 그것보다 일단.”
지수가 오른손을 까딱였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서 두 손으로 침대를 짚었다. 백지수가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입술을 가볍게 맞췄다. 보답하듯이 나도 백지수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췄다. 백지수가 시선을 마주치며 배시시 웃었다.
“근데 하나 또 모자란 거 있는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입술을 한 번 더 맞췄다. 눈을 마주치며 잠깐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사랑해 지수야.”
백지수가 빙긋 웃었다.
“나도 사랑해 온유야.”
어느새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송선우가 뒤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나 질투나.”
살폿 웃고 몸을 살짝 돌린 다음 두 팔로 송선우를 안았다.
“사랑해 선우야.”
“흐흫. 나도 사랑해 온유야.”
눈웃음 지었다. 송선우가 양손으로 내 목을 감싸 잡고 입술에 뽀뽀해왔다. 바른 게 하나도 없음에도 입술을 부드럽고 촉촉했다.
백지수가 왼손으로 내 등을 약하게 한 대 쳤다.
“이제 내려가.”
“알겠어.”
“금방 갈게 온유야.”
“응.”
침대에서 내려갔다. 회색 속옷 차림인 송선우랑 노브라로 로카티랑 검은 돌핀팬츠를 입은 백지수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갑자기 백지수가 눈살을 찌푸리고 갑자기 쪼그려 앉아서 나를 쳐다봤다. 송선우는 꿈쩍거리며 화장실 쪽으로 발을 뻗으려다가 뒷걸음질 쳐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왜?”
“왜냐고?”
백지수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진짜 왜 그러지.
“진짜 몰라서 물어?”
“... 응...”
“어제 너 존나 흥분해서 우리 존나 따먹었잖아.”
“아, 아...”
“아 이러네.”
백지수가 투덜댔다.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민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미안해.”
“하나도 안 미안한 거 같은데?”
“아냐. 너 귀여워서 웃은 거지 진짜 속으로는 미안해 하고 있어.”
“흐응...”
“나한테도 미안하다 해주라.”
송선우가 말했다.
“미안해 선우야.”
“흫. 응. 봐줄게.”
“고마워.”
순간 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송선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구 배에서 난 소리야?”
“난 아니야.”
백지수가 답했다. 송선우의 눈이 나를 향했다. 멋쩍게 웃었다.
“나야.”
“으응... 배고프면 빨리 먼저 먹고 있어.”
“아냐. 기다릴게.”
“흐음... 알겠어. 그럼 나 머리 안 감고 딱 얼굴만 씻은 담에 내려갈게.”
백지수가 송선우를 쳐다봤다.
“너 주말에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샤워해?”
“응.”
“뭐 어디 안 나갈 때도?”
“그치?”
“... 되게 부지런하네.”
송선우가 히 웃었다.
“고마워.”
송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백지수에게 다가가고 두 손을 백지수의 겨드랑이 사이로 넣어 백지수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 화장실 들어가자.”
“응.”
백지수가 송선우의 두 팔에 갇힌 채로 뒤뚱뒤뚱 걸어가서 화장실로 둘이 같이 들어갔다.
이제는 지수가 선우한테 짜증을 내비치지는 않으려나. 뭔가 잘 풀린 느낌에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되도록 내 여자친구들이 서로 다툼 없이 살았으면 했다.
혼자 1층으로 내려가 주방에 들어갔다. 내가 앉은 의자 오른편에 의자를 하나 옮겨놓고 내 자리에 앉아 폰을 켰다. 크롬에 들어가서 기사란을 훑었다. 상단에 시크네스의 두 번째 티저가 올라왔다는 토막 기사가 있었다. 뮤비는 4월 23일에 드랍 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바로 유튜브로 들어가서 티저를 확인했다. 뮤비 티저로 전체적인 비트랑 훅의 일부분만 13초 길이로 짧게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영상 속의 비중은 이렇게 깔끔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네 명의 멤버가 균등하게 가져갔다. 4인 단체샷이랑 클로즈업까지 다 합쳐서 세은이는 3초 조금 넘게 나온 느낌이었다. 이왕이면 세은이가 1초라도 더 길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아쉬움이 들었다.
세은이가 나온 구간만 돌려 보다가 반복 재생을 틀고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다시 들었다. 트랩 사운드에 훅까지 중독성 있어서 화제성만 붙는다면 바로 뜰 것 같았다. 프로모션이야 wx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해줄 것이고, 노래야 워낙 음악을 잘하는 세은이가 있고, 또 세은이가 시크네스 멤버들에 여러모로 만족한 감이 있었으니 걱정할 만한 게 없었다. 그냥 뮤비가 드랍되고 활동이 잘 이뤄지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될 듯했다. 시간이 세은이를 스타로 만들어줄 거였다.
나도 빨리 성공해야 하는데. 배우도 하고 음악도 바로 해야 할 거였다. 나중에 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아쉬움이 들지 않도록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했다.
여자친구들과 꾸릴 삶도 더없이 즐겁고 행복하겠지만, 당장 나는 내가 지니고 가꿔온 능력들을 통해 해보고 싶은 게 많았고, 그것들을 한순간에 다 포기하기가 차마 어려웠다.
참치 김밥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집고 입에 넣었다. 우물거리면서 문자 앱을 켰다. 새벽에 정지연 기자에게서 온 문자가 있었다.
[온유야 기사 업로드했어. 링크 있으니까 한 번 확인해봐.]
[험한 말 있을까 봐 댓글란은 막아놨어. 내가 보낸 링크 기사 말고 다른 기사에서는 댓글란이 있을 수 있는데, 웬만하면 찾아보지 마. 사람들의 반응에서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너의 상처를 긁을 말을 보게 될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커뮤니티 같은 데도 둘러보지 말고.]
[잔소리 늘어놔서 미안해. 언제 한번 봐서 밥이라도 먹자.]
답장을 보낼까 하다가 우선 정지연이 보내온 링크 두 개를 한 번씩 눌러 확인했다. 내용은 저번에 정지연이 보내준 원고와 같았다. 그저 문서가 나만 열람 가능하던 것에서 모두가 열람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물론 그 단순한 변화 하나가 이준권을 나락으로 보내줄 것이었다.
뒤로 가기를 눌러 텍스팅했다.
[기사 써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평생 밥은 제가 사드릴게요.]
문자를 보내고 멍하니 벽지를 바라봤다. 뭔가 현실감이 없었다.
갑자기 오른손에 진동이 울렸다. 폰을 내려봤다.
[고마워, 근데 맘만 받을게 온유야. 그리고 밥은 내가 살 수 있게 해줘. 애한테 얻어먹으면 조금 그럴 거 같아.]
[알겠어요. 그럼 담에 봬요.]
[응. 노파심에 재차 강조하는 건데, 댓글 같은 거 찾아보려 하지 마.]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래. 나중에 밥 먹고 싶을 때 문자나 전화해. 웬만하면 시간 뺄게.]
[네 감사해요(미소 짓는 이모티콘)(미소 짓는 이모티콘)]
[응. 점심은 먹었니?]
[이제 먹으려고요]
[그래. 밥 잘 챙겨 먹어야 돼. 나중에 만났을 때 안색이랑 볼살 같은 거 확인할 거야.]
피식 웃었다.
[잘 먹을게요.]
[응. 점심 맛있게 먹어.]
[누나도요.]
[그래 :]]
정지연 기자님도 이모티콘을 쓰는구나. 항상 문자 끝에 온점을 쓰고 마일드하게 쓰는 탓에 이모티콘은 안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신기했다.
폰을 끄고 미소된장국을 한 입 마셨다. 계단을 보며 참치 김밥을 한 조각 입에 넣으며 우걱거렸다. 송선우랑 백지수가 같이 내려왔다.
“얼마나 먹었어 온유야?”
송선우가 다가오면서 물었다.
“그냥 두 조각.”
“되게 조금 먹었네.”
“그냥 다 같이 먹으려고 하다가.”
“흐흫. 응.”
송선우가 내 왼편 의자에 앉아서 오른손으로 내 왼볼을 쓰다듬었다. 백지수가 내 뒤로 와서 내 등을 꼬옥 껴안았다. 백지수의 커다란 가슴이 부드럽게 짓눌렸다.
“온유야.”
눈빛에 측은함이 담긴 것처럼 보였다.
“응?”
“너 기사 뜬 거 봤어?”
“... 아버지 기사?”
“응.”
“봤어.”
“으응... 괜찮아...?”
“괜찮아. 기사 뜰 거 다 알고 있었어.”
“어떻게...?”
“내가 기자님한테 협조했으니까. 아님 나오기 어려운 내용도 있잖아.”
“으응... 그렇네 확실히.”
“막 심적으로 힘든 건 없어?”
송선우가 물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으응... 힘들면 얘기해줘.”
눈웃음 지었다. 함께 있어주는 선우랑 지수가 고마웠다.
“알겠어. 고마워.”
고개를 돌려 백지수를 올려봤다. 왼손을 뻗어 백지수의 왼볼을 만졌다.
“고마워.”
백지수가 픽 웃었다.
“응.”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랑해 지수야.”
“나는?”
“사랑해 선우야.”
“흐흫. 나도 사랑해 온유야.”
송선우가 내 목 왼쪽에 입술을 맞췄다. 내 뒤에 있는 백지수가 내 오른 볼에 입술을 맞추고 내 오른 귀에 입을 가져다 댔다.
“사랑해 온유야.”
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속삭임에 귀가 간지러웠다.
백지수가 내 오른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싱그러운 향기가 맡아졌다. 정녕 내가 이걸 느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사치스러웠다.
내가 느끼는 행복을 돌려주고 싶었다. 세은이에게, 지수에게, 선우에게, 그리고 윤가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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