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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326화 (325/438)

〈 326화 〉 밤과 아침

* * *

송선우랑 백지수와 함께 화장실로 들어가서 양치를 한 다음 빠르게 몸을 씻었다. 수건으로 백지수의 몸에 묻은 물기를 먼저 닦아줬다. 송선우가 양팔로 겨드랑이를 감싸고 물끄러미 나를 보고만 있었다. 뒤이어 송선우의 몸도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 줬다. 송선우가 히히 웃었다. 나도 마주 웃고 입을 열었다.

“나 내려가서 물 떠올 테니까 둘은 머리 말리고 있어.”

“흐흫. 응.”

“알겠어.”

백지수가 답하면서 내게 다가와 수건으로 내 몸 앞쪽의 물기를 닦아줬다. 송선우도 제 손에 든 수건으로 내 몸 뒤쪽의 물기를 닦아줬다. 나는 수건으로 머리를 비벼 물기를 닦았다.

“고마워.”

“고마우면 잘해.”

내 자지의 묻은 물기를 정성껏 닦아주는 백지수가 말했다. 살짝 장난기가 들었다.

“나 잘하잖아.”

백지수가 피식 웃었다.

“미친놈...”

송선우가 눈을 깜빡거리다가 아, 하고 소리 냈다.

“흐흫. 잘하긴 하지.”

송선우를 보면서 눈웃음 지었다.

“이제 다 됐어.”

백지수가 말했다.

“나도.”

“응. 물 가져올게.”

“어.”

“빨리 와 온유야.”

“알겠어.”

빠르게 달려서 1층으로 내려갔다. 주방에서 텀블러 하나를 잡아서 뜨거운 물이랑 찬물을 섞어서 미지근한 물을 만들고 한 모금 마셨다. 수온이 적당한 것 같았다. 빠른 걸음으로 2층으로 가 백지수 방에 들어갔다. 서 있는 송선우가 거울 앞 의자에 앉아 있는 백지수의 머리카락을 말려주고 있었다. 선우는 회색 브라에 회색 팬티만 입고 있었고, 지수는 노브라에 로카티를 걸치고 검은 돌핀팬츠를 입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텀블러를 화장대에 놓았다. 백지수가 텀블러를 보고 왼손을 뻗어 한 모금을 마시고 도로 내려놓은 다음 거울을 통해 나를 쳐다봤다.

“왜 텀블러 하나만 가져왔어?”

“공용으로 쓰려고.”

“에바 아니야?”

“흫. 난 괜찮아 온유야.”

“고마워. 지수야 그럼 선우 거랑 내 거도 따로 가져올까?”

“아냐 됐어. 걍 다 써, 뭔 상관이라고.”

웃음이 절로 입에 걸렸다.

“응.”

송선우가 헤어드라이어를 껐다.

“다 했어 지수야.”

“고마워.”

“응.”

백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 자리에 송선우가 앉았다. 송선우가 텀블러를 들어서 물을 꼴깍꼴깍 마셨다. 백지수가 헤어드라이어를 들었다.

“선우는 내가 해줄게.”

“응.”

헤어드라이어를 건네받고 온풍을 틀어 송선우의 머리에 쏘았다. 송선우가 거울을 통해 나를 쳐다봤다.

“나 머리 자를까 온유야?”

“음? 왜?”

“내 머리 드라이하는 거 시간 많이 걸리잖아.”

“으응... 근데 드라이 오래 걸리는 게 네가 불편해서 자르고 싶은 거야?”

“나도 불편하긴 하지. 근데 네 시간도 걸리게 되니까.”

“난 괜찮아. 오히려 너 긴 머리 한 거 예뻐서 안 잘라줬음 좋겠기도 하고 그래.”

“흐흫. 그래? 그럼 안 잘라도 되겠다.”

“응.”

폰을 보던 백지수가 폰을 침대 옆 협탁에 내려놓고 내 뒤로 와서 나를 꼭 껴안았다. 백지수의 말랑말랑하기 그지없는 커다란 가슴이 느껴졌다.

“이온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응.”

“난 그럼 머리 기를까?”

“왜? 너 헤어스타일 예쁜데?”

“거짓말 아니고 진심으로?”

“응.”

“... 솔직히 객관적으로 별로지 않아? 되게 어중간한데.”

“난 그냥 보기 좋은데... 그냥 네가 예뻐서 그런 건가?”

송선우가 킥킥 웃었다. 백지수가 말없이 양손으로 내 가슴을 주물렀다. 살짝 간지러웠다.

“내 가슴은 왜 만져.”

“그냥.”

웃음이 나왔다. 행복감이 들었다.

선우의 머리를 다 말리고 헤어드라이어를 내려놓았다. 송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면에서 나를 꼭 껴안았다. 송선우의 가슴이 부드럽게 짓눌렸다. 앞에는 송선우가 안아주고, 뒤에는 백지수가 안아줘서 상체에 닿아오는 감각이 사치스러웠다.

“이러지 말고 침대에 눕자 우리.”

“흐흫. 또 하자고?”

“원하면?”

“난 싫어.”

백지수가 말했다. 송선우가 오, 하고 소리 냈다.

“지수가 섹스를 마다하네?”

“졸려서 그런 거거든.”

“으음, 잠은 인정이지.”

“그럼 자자 이제.”

내가 말했다.

“응.”

백지수가 답했다.

그런데 지수도 선우도 나를 안은 팔을 풀어주지를 않았다.

“우리 안 누워?”

“선우가 안 놓잖아.”

“난 지수가 안 놓길래.”

웃음이 나왔다. 지수도 선우도 다 말도 안 되게 귀여웠다. 새삼스레 느끼는 건데 난 진짜 여복이 많은 놈이었다.

“지수야 우리 하나 둘 셋하면 놓자.”

“응. 네가 세.”

“알겠어. 하나. 둘. 셋.”

선우가 먼저 놓았다. 지수가 뒤늦게 나를 놓아줬다.

“왜 늦게 놓아.”

“네가 안 놓을지도 몰라서.”

송선우가 나를 올려봤다.

“지수 내일도 혼내줘야 될 거 같지 않아 온유야?”

살폿 웃었다.

“혼내기 남용하면 안 되지.”

송선우가 히히 웃었다.

“그렇긴 해.”

다 같이 침대로 가 누웠다. 내가 가운데에 있고, 송선우는 내 왼쪽에 백지수는 내 오른쪽에 누웠다.

“나 안아주라 온유야.”

송선우가 말했다.

“나도.”

백지수가 곧바로 뒤이어 말했다. 양팔을 뻗어 송선우랑 백지수를 품에 안았다. 송선우랑 백지수가 꿈틀거리면서 내 몸에 밀착해왔다.

송선우가 오른팔로 내 배를 감싸 안고, 백지수가 왼팔로 내 가슴을 감싸 안았다. 내게 달라붙은 선우랑 지수의 몸에서 비슷한 향이 풍겨왔다. 기분 좋은 배덕감이 느껴졌다.

“아침에 알람 맞춘 사람 있어?”

송선우 목소리였다.

“난 안 맞췄어.”

백지수가 답했다.

“나도.”

“나도 안 맞췄다고 하고 싶은데, 난 알람 있는지 없는지 안 확실해.”

송선우가 말했다. 백지수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확인해.”

“그러려구. 옆에 탁자에 내 폰 있는데 전달해줘.”

“어.”

백지수가 협탁을 더듬어 왼손으로 송선우의 폰을 잡고 선우에게 건네줬다. 송선우가 폰을 켜서 눈을 찡그린 채 엄지로 화면을 두드렸다. 백지수가 똑같이 눈살을 찌푸리며 선우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폰 왤케 길게 해?”

“나 엄마 아빠한테 잘 자라고 문자 하느라고.”

“아. 오키.”

“넌 안 해?”

“전화는 몰라도 문자는 평소에 잘 안 해서 하면 이상하게 볼걸.”

“으응...”

심장이 떨렸다. 나중에 언젠가는 여자친구들의 부모님들한테 인사를 올리러 가야 할 텐데, 그런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백지수 아버님인 백도식만 해도 내 허리를 반으로 접으려 들지 않을까. 각 부모님께 내가 맞아야 할 만큼 맞는다면 나는 그대로 가루가 될지도 몰랐다.

문자를 보내던 송선우가 어느 순간 폰을 껐다.

“나 봤는데 애초에 알람 없었어. 내 폰 다시 탁자에 놔주라 지수야.”

“응.”

선우의 손에서 다시 지수의 손을 거치고 폰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얀 이불이 지수랑 선우, 그리고 내 체온으로 달아올랐다. 보일러를 세게 틀어서 더 더운 느낌이 있었다.

“아침에 또 씻어야겠다...”

송선우가 말했다. 지수랑 내가 픽 웃었다.

““그니까.””

지수랑 동시에 말했다. 송선우가 즐거운 일을 마주한 아이처럼 히히 웃었다. 기분이 최고조로 좋았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답을 찾을 수 없는 의문이 머리를 떠돌았다.

졸음이 몰려왔다. 뭔가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지수의 오른 볼에 입술을 맞추고 선우의 왼 볼에 입술을 맞췄다. 선우가 흐흫,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오른 볼에 부드러운 감촉이 들었다.

“지수야 손 좀 치워줘.”

선우 목소리였다.

“왜?”

“나 온유한테 안기게.”

지수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오른 가슴에 말랑말랑한 볼이 닿았다.

“흐흫, 고마워 지수야.”

오른 볼에 다시 부드러운 감촉이 들었다.

“사랑해 온유야.”

“사랑해 선우야.”

“나는?”

백지수가 왼편에서 물었다.

“사랑해 지수야.”

“응.”

왼 볼에 부드러운 감촉이 들었다. 지수의 달콤한 향기가 풍겨왔다. 지수가 왼편에서 내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나도 사랑해 온유야.”

“나도 사랑해 지수야.”

“나한테도 다시 말해줘.”

“사랑해 선우야.”

“흐흫... 나도 사랑해.”

절로 미소 지어졌다.

“응.”

다 행복하게 해줘야지. 상념 속에 다짐 하나를 집어 올려 마음에 새기고 수마에 몸을 맡겼다.

*

눈꺼풀 너머로 느껴지는 세상이 밝았다. 이미 해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몸은 아주 잠깐 잠들었다가 깬 사람처럼 나른했다.

양팔에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뜨고 양옆을 봤다. 왼쪽에 지수가 누워있고, 오른쪽에 선우가 누워있었다. 둘 다 나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누워 있었다. 아마 자다가 불편해서 몸을 뒤척이다 내 팔에서 빠져나간 듯했다.

침대에서 나오고 폰을 잡아 화면을 켰다. 열한 시 칠 분이었다. 점심을 준비하고 둘을 깨워서 밥을 먹여야 할 것 같았다.

일 층으로 내려가고 화장실에 들어가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주방으로 가 냉장고를 열었다. 왠지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아직 잠에 덜 깬 느낌이었다. 일단 냉장고를 닫고 테이블에서 의자를 꺼내 앉았다. 두 팔을 테이블에 대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국물 요리를 좀 해주고 싶은데. 냉장고에는 마라탕 소스가 없었다. 그냥 된장국 만들까. 그럼 같이 먹을 게 필요할 듯한데. 뭘 해야 될까. 손을 얼굴에서 치우고 눈을 뜬 다음 주방을 둘러봤다. 김밥 김이 있었다. 참치 김밥에 미소된장국을 만들어주면 될 듯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가 꼬르륵거렸다. 일단 내 배부터 조금이나마 채워놓아야 할 듯했다.

믹스 커피를 두 개 따고 뜨거운 물을 따른 다음 설탕을 약간 넣고 숟가락으로 저었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조금 부어 넣었다. 빵 바구니에서 소시지 빵을 하나 가져와서 의자에 앉고 느긋하게 먹었다. 빨리 먹으면 배가 금방 꺼질지 몰랐다.

소시지 빵 포장지를 버리고 컵을 싱크대에 내려놓은 다음 손을 씻었다. 냉장고에서 김밥 햄, 단무지, 맛살, 깻잎, 당근, 참치캔, 계란, 마요네즈랑 미소된장, 다시마, 팽이버섯, 두부, 쪽파를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이제 시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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