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9화 〉 음탕한 윤가영, 미친년 이수아 (1)
* * *
문이 열리고 금방 씻은 듯 머리카락이 촉촉한 윤가영이 들어왔다. 옷차림은 분홍색 면에 딸기가 곳곳에 프린트된 원피스였다. 학생이나 입을 법한 잠옷에 윤가영의 음란한 몸매가 합쳐져서 음탕한 갭을 형성했다.
이수아가 내 시선을 좇아 고개를 돌려 윤가영을 쳐다봤다. 이수아가 경악했다.
“엄마!”
“왜...?”
“옷이...”
“옷 왜...? 예쁘지 않아?”
윤가영이 양손으로 원피스 양쪽 끝을 잡고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원피스 면이 윤가영의 하반신에 달라붙어서 윤가영의 커다란 골반을 드러냈다. 그 속으로 살짝 두드러진 선이 보였다. 티팬티를 입은 모양이었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친딸이 보고 있는데 이런 짓을 할 줄이야. 오셀로도 못 따라갈 질투였다. 아마 크로노스쯤 되어야 견줄 수 있지 않을까. 감탄스러웠다.
“엄마...”
이수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데 윤가영은 진심으로 딸을 이겨 먹으려고 들고 있었다.
윤가영이 양손으로 끝을 팽팽하게 당긴 채 제자리에서 느리게 한 번 빙 돌았다. 커다란 엉덩이가 가감 없이 존재를 드러냈다. 윤가영이 다시 정면으로 돌아오면서 나를 흘겨보며 눈웃음 짓고 나서 이수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안 예뻐...?”
자지가 터질 것 같았다. 윤가영은 남자를 흥분시키는 방법을 아는 여자였다.
“예쁘긴 예쁜데...”
“예쁘면 됐지.”
“그게 아니라... 너무 편하지 않아 복장이...?”
“어차피 집이잖아.”
“집인데...”
이수아가 소리 없이 한숨 쉬었다.
윤가영이 미소 지으면서 상 앞으로 걸어와 내 왼쪽에 앉았다.
“엄마 왜 내 옆에 안 앉아?”
“그냥 가까운 데 앉은 거야.”
“흐응...”
윤가영이 살폿 웃었다.
“미안해 수아야.”
“... 엄마 진짜 오빠 편애하는 거 같아.”
“아니야아...”
“...”
이수아가 피자 조각을 하나 집고 윤가영에게 건넸다.
“먹어 엄마.”
“고마워. 근데 엄마 잠깐만 스트레칭하고.”
윤가영이 두 손을 깍지끼고 손바닥이 천장을 향하게 해서 몸을 앞으로 쭉 뻗었다. 윤가영의 원피스가 살짝 말려 올라가면서 면이 윤가영의 가슴에 밀착했다. 윤가영의 젖꼭지가 툭 두드러졌다. 미친. 원래 원피스 안에 브라캡이 있지 않나? 그걸 빼고 왔나? 이수아도 있는데. 고개를 돌리고 피자를 보면서 양손을 뻗었다. 윤가영의 젖꼭지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윤가영이 하아, 하고 한숨을 흘렸다. 끔찍하게 야릇하고 야하게 들렸다.
이수아가 아랫입술을 깨물고 콧숨을 내쉬었다.
“엄마. 빨리 받아줘.”
“알겠어.”
윤가영이 양손으로 피자 조각을 받고 바로 한 입 베어 물었다.
윤가영의 컵에 콜라를 따라주고 나도 피자를 한 입 했다.
이수아가 스파게티의 뚜껑을 열고 일회용 포크를 푹 쑤셔 돌돌 말았다. 이수아랑 눈이 마주쳤다.
“왜, 오빠도 먹고 싶어?”
고개 저었다. 이수아가 눈썹을 치켜세웠다가 다시 내리고 포크를 들었다. 이수아가 고개를 숙여 포크에 말린 스파게티를 입에 넣었다.
옆에서 큼큼,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윤가영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윤가영이 눈웃음 지으면서 왼손으로 잔을 잡았다.
“그냥 갑자기 목에 뭐 걸리는 느낌 나서.”
윤가영이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설마 지금 이수아한테 시선이 가서 내 눈을 돌리려고 한 건가? 도대체 수아를 얼마나 진심으로 연적이라고 생각하면 이러는 걸까. 어지러웠다.
“피자 먹어 온유야.”
“네.”
피자를 입에 넣었다. 윤가영이 나를 바라보면서 또 피자를 한 입 하고 우물거렸다. 조용히 꼭꼭 씹는 모습이 귀여웠다. 느낌이 꼭 내 자지를 입에 물 때랑 비슷했다. 어쩌면 윤가영이 그 느낌이랑 비슷하게 씹으려고 노력하는 걸지도 몰랐다.
윤가영이 눈을 돌려 이수아를 보았다. 순간 아차 싶었다. 아이컨택이 너무 오래 이어지면 의심을 살 수 있을 거였다. 이수아의 성격상 직설적으로 둘이 왜 그렇게 서로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냐는 질문도 할 거였다. 그럼 분명 난처해질 거였다.
윤가영은 그럼 지금 기만적인 섹스 어필을 하면서 이수아의 의심을 사지 않을 선을 넘어서지 않는 건가? 혀가 내둘러졌다. 의식적으로 하는 거든 무의식적으로 하는 거든 사람이 이 이상으로 음탕할 방도는 없을 거였다.
“수아야.”
윤가영이 말했다.
“응?”
“스파게티 혼자 다 먹을 수 있어?”
“몰라. 다 먹지는 못할 거 같긴 한데. 어차피 오빠가 먹어준다고 했으니까.”
눈이 휘둥그레지는 게 느껴졌다.
“내가 언제.”
이수아의 눈이 커졌다.
“먹어준다고 했잖아?”
“뭔 소리야.”
“그러기로 하지 않았어?”
이수아가 확신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지.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 사과해야 하나 싶었다. 미안하다고 말하려 입을 여는데 불현듯 지금 이수아가 연기하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도로 입을 다물었다.
윤가영이 이수아를 쳐다봤다.
“너 거짓말하는 거지.”
이수아가 피식 웃었다.
“뭔 소리야. 이런 거로 거짓말해서 뭐해.”
“...”
“만약에 거짓말이었으면 오빠가 바로 뭐라고 했겠지.”
“방금 온유가 뭐라고 했잖아.”
“근데 계속 뭐라고는 안 하잖아. 본인이 남은 거 먹겠다고 했으니까.”
이수아의 어조가 너무 당당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남은 스파게티를 먹겠다고 직접 말한 적은 없던 거 같은데. 이수아 때문에 헷갈렸다.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왠지 저녁을 먹을 때 내가 내 입으로 남은 스파게티는 내가 먹겠다고 한 것 같기도 했다.
이수아가 나를 쳐다보았다가 다시 윤가영을 봤다.
“봐 봐. 오빠 꿀 먹은 벙어리 됐잖아.”
“그건 수아 네가 온유한테 말할 틈을 안 줘서 그런 거 아니야?”
“아냐 말할 틈 줬어. 아니다. 그냥 지금 오빠한테 물어보자.”
이수아가 나를 쳐다보면서 왼손등을 바닥에 대고 내 쪽으로 상체를 기울여 왔다.
“오빠.”
“어.”
“똑바로 말해. 오빠가 오빠 입으로 내가 스파게티 남기면 그거 먹겠다고 했지?”
“...”
아닌 거 같은데.
윤가영이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온유야 너 저녁 먹을 때는 그런 얘기한 적 없잖아.”
“그쵸...?”
윤가영이 이수아를 봤다.
“그렇다잖아.”
“아니 저녁 시간 말고 피자 왔을 때 대화하다가 그랬어.”
이수아가 나를 쏘아봤다. 느낌이 왔다. 이수아가 윤가영한테 기싸움을 걸려고 거짓말을 한 거였다. 나는 여기에서 이수아 편을 들어줄지 윤가영 편을 들어줄지 선택해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짧았다. 일단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머릿속을 빠르게 정리하고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제가 기억 돌이켜봤는데요, 원래 스파게티 남으면 같이 먹어주겠다고 한 건 새엄마였어요. 저녁 먹고 피자 주문할 때 새엄마가 그 말 했고, 그다음에 수아가 어차피 엄마는 많이 못 먹을 거니까 남는 거는 제가 먹어달라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배달 와서 피자 가져왔을 때는 스파게티 먹어주겠다 뭐 하겠다 말한 거 없었고요.”
“으응...”
윤가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수아를 바라봤다. 윤가영의 얼굴이 살짝 밝아 보였다. 언제 봐도 기분이 겉에 표나는 사람이었다.
“온유가 그렇다는데 딸?”
이수아가 윤가영을 보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 나를 쳐다봤다.
“좀 받아주지.”
“받아주면 내가 네 잔반 먹게 되는 거잖아.”
“꼭 그래야 되는 건 아니지. 버려도 뭐라고 안 했을 건데.”
“그거는 내가 하기 싫어서.”
이수아가 흐음, 하고 콧소리를 냈다.
“남는 게 싫은 거면 어차피 오빠가 남는 스파게티 먹는다는 뜻 아니야?”
“그건 아니지. 내가 먹기로 한 게 아니니까 음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안 하지.”
“근데 음식이 앞에 있는데?”
“그건 네 음식이잖아.”
“내 음식을 오빠에게 제공한다니까?”
“내가 안 받는다고요.”
“어째서?”
“배부르든가 먹기 싫든가, 이유가 있겠지.”
이수아가 포크로 스파게티를 가리켰다.
“이 맛있는 게 먹기 싫다고?”
“... 배부르다고 하지 뭐.”
“오빠 지금 안 배부르지 않아?”
“아 됐어. 이게 뭔 말싸움이야. 유치하게.”
“으음... 유치한 여동생이랑 말싸움으로 티키타카 되게 잘 되는 오빠는 얼마나 유치한 거야?”
“그만 좀 해. 피자 다 식어.”
피자 조각을 집고 입에 넣었다. 이수아가 눈살을 찌푸리고 나를 바라봤다.
윤가영이 말없이 이수아랑 나를 번갈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그릇 가져올 테니까 차라리 다 같이 나눠 먹자.”
이수아가 윤가영을 쳐다봤다.
“응.”
윤가영이 방에서 나갔다.
이수아가 나를 쳐다봤다.
“엄마가 나눠 먹자고 안 했어도 난 오빠 강제로 먹게 했을 거야.”
헛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몰라. 어떻게든.”
“... 진짜 너 때매 돌겠다.”
이수아가 눈웃음 지었다.
“왜, 막상 먹으면 맛있다고 하게 될 건데.”
“맛있든 말든...”
말문이 막혔다. 말하는 게 무용해서 입이 절로 다물린 듯했다. 잔을 들어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이수아가 나를 쳐다보며 히 웃었다.
“오빠 포기했어?”
“응.”
“내가 이겼네.”
이수아가 미소 지었다.
이수아는 내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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