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5화 〉 새아들을 빼앗길까 딸을 질투하는 질투쟁이 새엄마
* * *
밥을 다 먹어갈 즈음에 이수아가 폰을 꺼내 보다가 나를 쳐다봤다.
“피자 먹을래 오빠?”
“너 먹고 싶은 거 주문해.”
“어.”
이수아가 고개를 돌려 장어구이 한 점을 입에 넣고 있는 윤가영을 봤다.
“엄마는 먹고 싶은 거 있어?”
윤가영이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난 배불러 가지구... 딸 먹고 싶은 거 주문해.”
“나 그럼 피자 주문한다?”
“마음대로 해.”
“알겠어.”
이수아가 다시 폰을 만지다가 또 나를 올려봤다.
“오빠 뭐 사이드 메뉴 먹고 싶은 거 있어?”
“딱히.”
“스파게티 주문할 건데 남으면 오빠가 먹어.”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짬처리 반이야?”
“싫음 처음부터 나눠 먹든가.”
“안 먹는다는 선택지는 없는 거네?”
“응.”
윤가영이 멋쩍게 웃었다.
“수아야 다 못 먹을 거 같으면 내가 나눠 먹어줄게.”
이수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마 배부르지 않아?”
“좀 배부르지...?”
“그럼 막 무리해서 먹지 마.”
“아냐. 스파게티 조금이랑 피자 한 조각 정도는 들어갈 배 있어.”
“으음... 근데 나 피자 많이 먹으면 스파게티 조금 많이 남길지도 모르는데 어떡해?”
이수아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그냥 오빠가 남은 거 먹어주라.”
어이없었다. 이수아가 눈웃음 지었다. 즐거운 듯 웃는 표정을 보는데 왠지 모르게 또 침을 뱉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이수아.”
윤가영이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너 왜 자꾸 오빠한테 버릇없이 굴어.”
이수아가 윤가영 대신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버릇없이 군 거야 오빠?”
“...”
난감했다. 여기에서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걸까.
윤가영 편을 들어야 되나? 근데 그럼 이수아가 나중에 왜 엄마 편을 들어줬냐고, 언제 그렇게 친해졌냐고 추궁해올 것 같았다. 차라리 이수아 편을 들어주면 이수아도 별말이 없을 거고 윤가영도 딸 편을 들어준 것이라고 잘 납득할 것 같았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갈등을 피하려고 일단은 수아 편을 들어준 것이라 설명하면 될 일이었다.
“막 엄청 버릇없는 거는 아니지...?”
“그치.”
이수아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윤가영을 봤다.
“오빠가 괜찮다는데 왜 자꾸 엄마가 대신 열 내고 그래.”
“...”
윤가영이 나를 쳐다봤다. 이마에 배신감이라고 쓰여있기라도 한 것 같은 꾸밈 없는 표정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얼굴부터 솔직해질 수 있을까?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엄마 삐쳤어?”
이수아가 놀리듯 말했다. 윤가영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야아...”
“삐친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
이수아가 히 웃으면서 폰을 테이블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윤가영에게 다가갔다. 이수아가 의자에 앉아 있는 윤가영의 뒤로 가 상체를 낮추고 윤가영의 목을 두 팔로 감싸안았다.
“왜 삐쳐 엄마.”
“안 삐쳤다니까...”
“미안해.”
“됐어...”
이수아가 히히 웃으면서 오른손으로 윤가영의 오른 볼을 만지작거렸다.
“엄마 귀여워.”
“아 왜 그래...”
“엄마 귀여우니까.”
윤가영이 한숨을 폭 쉬었다. 입꼬리가 올라갈 것만 같았다.
솔직히 이수아가 이해됐다. 윤가영은 객관적으로 귀여운 사람이었다.
이수아가 턱을 윤가영의 오른 어깨에 얹고 윤가영의 배를 껴안은 채 나를 쳐다봤다.
“오빠 화면에 있는 거 주문 완료해줘.”
“응.”
이수아의 폰을 잡고 주문 화면을 띄웠다.
“너 비밀번호는?”
“아 그건 못 알려주지.”
이수아가 윤가영을 놓고 달려와서 폰을 가져가 양손 엄지를 빠르게 놀렸다.
“됐다.”
이수아가 나를 내려봤다.
“근데 오빠랑 엄마 밥 다 먹은 거야?”
“다 먹었지? 그래서 시킨 거 아냐?”
“그렇긴 한데, 눈치로 짐작한 거니까.”
“다 먹었어.”
“응.”
이수아가 윤가영을 봤다.
“그럼 나 내 것만 설거지하고 먼저 방 들어갈게 엄마.”
“응...”
이수아가 자기가 쓴 수저랑 그릇을 들고 가 빠르게 설거지하고 주방을 나섰다.
윤가영이 이수아가 나가는 것을 보고 있다가 나를 쳐다봤다.
“설거지 할까 온유야...?”
“네.”
윤가영이 미소 지었다.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가영과 함께 테이블을 정리하고 싱크대 앞에 섰다.
“온유 네가 헹구는 거 할래?”
“네.”
“응.”
윤가영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식기들에 주방 세제를 묻힌 다음 내게 건네주었다. 대놓고 손을 스치며 건네받고 거품을 물에 씻어내렸다. 윤가영이 히히 웃었다. 귀여워서 절로 웃음 지어졌다.
“당신.”
“... 응...?”
단둘만 있는 거는 아니라고 존댓말은 안 하는 건가. 이런 걸 의식하는 모습도 귀여웠다.
한편으로는 딸도 있고 수줍음도 많은 유부녀가 나를 깊이 사랑하고 기쁘게 따먹힌다는 사실이 상기돼서 미치도록 꼴렸다.
빠르게 설거지를 뒤를 돌아봤다가 윤가영의 뒤로 가 그대로 껴안았다.
윤가영이 두 손으로 내 양팔을 잡고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보면서 달콤한 한숨을 흘렸다.
“여기서 이럼 안 돼요...”
“뽀뽀 한 번만 해요.”
“네...”
짧게 입술을 맞추고 윤가영의 왼 귀에 입을 가까이 댔다.
“사랑해요.”
윤가영이 히 웃었다.
“저두요...”
윤가영을 놓아주고 뒷걸음질 쳤다.
윤가영이 뒤돌아서 나를 쳐다보았다.
“이제 수아 방으로 가는 거 맞, 지...?”
이번에는 또 반말이다. 눈웃음 지었다.
“네.”
“으응...”
“이따 배달 오면 봐요.”
“그래...”
미소 짓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양치하는데 오른 허벅지가 약간 물기 어린 느낌이 들었다. 물로 입을 헹구고 칫솔을 내려놓은 다음 바지랑 팬티를 내렸다. 쿠퍼액이 오른 허벅지에 묻어 있었다. 아니 뭐 알몸을 본 것도 아닌데 왜 이러지. 어이없었다.
아까 화장실 들어올 때 문을 잠가놓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팬티랑 바지를 올려서 나가는 것도 찜찜했다. 그냥 씻고 나가서 빠르게 문을 잠근 다음 팬티랑 바지를 꺼내입어야 할 듯했다.
샤워기를 오른손에 잡아 다리에 물을 끼얹었다. 스펀지에 바디 워시를 짜고 발랐다. 밖에서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누구세요?”
“나, 나...”
윤가영 목소리였다. 이수아였으면 진짜 큰일 나는 거였는데. 다행스러웠다.
“나 씻고 있으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네에...”
빠르게 거품기를 없애고 샤워기를 도로 꽂은 다음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문은 잠갔어요?”
“잠갔어요...”
“네.”
화장실을 나섰다. 내 침대에 앉아있는 윤가영이 나를 쳐다보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왜 벗고 있어요...?”
“쿠퍼액 너무 나와서요. 뒤에서 당신 껴안을 때 그랬나 봐요.”
“아...”
윤가영이 미소 지으면서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저 때문이네요...?”
피식 웃었다.
“그쵸.”
윤가영에게 다가가 왼편에 앉았다.
“근데 왜 찾아 왔어요?”
“그냥...”
윤가영이 오른손으로 자기 허벅지를 쓸다가 나를 쳐다봤다.
“수아... 이상하지 않아요...?”
“음, 수아는 원래부터 저한테는 좀 이상하게 굴기는 했죠.”
“그게 아니라요...”
“그럼요?”
“...”
윤가영이 나를 껴안아왔다. 마주 안아줬다.
“그냥 이상해요... 우리 수아...”
웃음이 나왔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예요.”
“... 아까 수아가, 장어 말고 다른 거 먹는다고 했잖아요...”
“네.”
“근데 또 여보한테 장어 쌈까지 싸서 두 개씩 막 먹이구... 부추도 넣구...”
“...”
자지가 솟아올랐다. 윤가영이 오른손으로 자지를 감싸쥐고 위아래로 살살 흔들었다.
“이런 의미 아니에요...?”
미칠 것 같았다.
“내 자지 먹는다고요?”
윤가영이 나를 올려보았다. 눈빛에서 질척한 감정이 읽히는 느낌이었다. 아마 성욕이랑 질투가 엮여있는 듯했다.
윤가영의 입술이 열리면서 한숨처럼 달콤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네헤에...”
참기 어려웠다. 양손으로 윤가영의 목을 붙잡고 입술을 포갰다. 윤가영의 혀가 섞여들었다.
“하움... 쮸읍... 츄릅... 쪼옵... 쪼옥... 쫍... 츄릅... 쯉... 아움... 헤웁... 아움...”
입술을 뗐다.
“수아가 설마 그랬겠어요? 그냥 여보가 너무 야해서 너무 앞질러 생각하는 거 같아요.”
“... 아닐 수도 있어요...”
“수아도 여보처럼 야하기라도 해요?”
“저도 몰라서 그래요...”
윤가영이 양팔로 나를 안아서 세게 죄어왔다. 윤가영의 불안과 나를 향한 사랑이 살결에 닿아오는 느낌이었다.
윤가영이 가슴 졸이는 것이 전혀 불가해하지 않았다. 반의반만 윤가영을 닮았어도 이수아는 엄청 야할 테니까. 실제로 오늘 대본 보기 전에 이수아가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이수아도 야한 면이 꽤 있었다.
“여보...”
윤가영이 말했다.
“네.”
“수아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요...”
심장이 한순간 세게 쥐어짜였다가 도로 풀리는 느낌이 났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이렇게까지 강샘을 부린다니.
“여보 수아 너무 질투하는 거 아니에요?”
“... 죄송해요...”
“꾸짖으려 말한 거 아니에요. 그냥 여보 너무 야하고 귀여워서 놀라 가지고 한 말이에요.”
“네헤...”
“근데 왜 이리 질투하는 거예요?”
“그냥... 여보가 수아한테 잘해주면, 수아 되게 추진력 좋고 실행 잘하는 애니까... 서로 호감 있다고 생각하면 진짜 무슨 짓 할지 모른단 말예요...”
“으응...”
“그니까 너무 막 잘해주지 마요...”
입꼬리가 올라갔다. 존나 사랑스러웠다.
윤가영의 이마에 입술을 가볍게 맞췄다.
“알겠어요. 수아한테 좀 쌀쌀맞게도 굴고 할게요. 그리고, 제가 잘 막을게요, 수아가 무슨 짓하면.”
“... 네헤...”
“그리고 아까 수아가 배달 음식 주문했잖아요. 그거 먹자는 의미일 거예요, 순수하게.”
“그래요...?”
“네.”
“으응...”
“걱정하지 마요. 내가 잘할게요.”
“알겠어요...”
윤가영이 입으로 새근새근 숨쉬었다. 가슴께에 숨결이 닿아와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윤가영이 오른손으로 내 가슴을 짚고 나를 쳐다봤다.
“근데요 여보...”
“말해요.”
“수아가 먹다가 저한테 전화 안 하면요...?”
“내가 전화 걸게요. 그럼 되잖아요.”
“... 네...”
“다른 의미 있어요?”
“아뇨... 여보가 전화 걸어줄 거니까...”
“네.”
윤가영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나 당신 거예요. 수아는 그냥 내 여동생이고.”
윤가영이 배시시 웃었다.
“네헤에...”
언제봐도 야하고 예쁜 미소였다.
양손으로 윤가영의 옆구리를 잡고 입술을 포갰다.
윤가영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눈을 감은 채 혀를 섞어왔다.
딸이 새아들을 뺏어갈까 봐 숨김없이 질투해대는 새엄마라니. 생각할수록 더 야했다.
문득 수아가 이대로 윤가영이 더 질투하도록 계속 도발해주면 좋겠다, 하는 나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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