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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288화 (287/438)

〈 288화 〉 피곤한 등굣길

* * *

밥을 다 먹고 잠시 쉬다가 교복을 입은 이수아랑 같이 밖으로 나갔다.

혹시 그냥 평소에 브라를 안 입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고개를 돌려 이수아를 바라봤다. 외투에 가려 와이셔츠가 바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수아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봤다.

“왜?”

“아니...”

이걸 말해야 하나.

이수아가 얼굴을 구겼다.

“아니 뭐?”

“그냥 봤어.”

“왜 봤는데?”

“그냥이라고 했잖아.”

“... 개 이상하네.”

이수아가 다시 정면을 보았다.

속이 답답했다.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확인은 해야 할 거 같은데. 말을 꺼내는 게 너무 어려웠다.

이수아가 걸으면서 입을 열었다.

“야.”

“왜.”

“왜 계속 꼬라봄?”

“...”

“말해 말할 거 있으면.”

“...”

진짜 말해야 하나. 하는 게 속이 편하긴 한데.

이수아가 미간을 좁히고 나를 쳐다봤다.

“말하라니까?”

“... 너 브라 입었어?”

“뭐?”

이수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미쳤냐?”

“입었지?”

“어!”

이수아가 성을 내놓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가 다시 나를 쳐다봤다.

“뭔 그딴 질문을 하냐?”

“걱정되니까 그러지.”

“뭔 시발 그런 걱정을 해?”

“... 네가 집에서 안 입어 가지고 평소에 그러고 다니는 건가 했지.”

“아니야 미친놈아.”

“그럼 집에서는 왜...”

“집이니까.”

이수아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아니 내가 이상한 거인가? 혼란스러웠다.

이수아의 입술이 열렸다.

“너 나 집에서 브라 안 입은 거는 어떻게 알았어?”

“어...?”

이수아가 픽 웃었다.

“내 가슴만 존나 뚫어져라 봤나 봐?”

자지가 움찔거렸다. 조금만 더 자극받으면 바로 커져 버릴 것만 같았다.

“존나 변태 새끼야? 응?”

이수아가 조소 어린 표정을 짓고 왼손을 말아쥐어 내 오른팔을 툭툭 쳤다.

진짜 미치겠네.

“너 기지개 켤 때 눈에 보여서 그런 거지 내가 일부러 본 건 아니야.”

“아...”

이수아가 느린 속도로 고개를 얕게 끄덕였다.

“뉘에뉘에.”

“아니라고.”

“알겠습니다아.”

“아니라니까?”

“알겠다니까. 누가 뭐라 했어?”

“네가 뭐라고 하고 있는 거잖아.”

“뭔 소리야. 알겠다고 한 게 뭐라고 한 거야?”

“어투가 그렇잖아.”

“알겠어. 이럼 됐어?”

“... 응.”

이수아가 피식 웃었다.

이후 말없이 쭉 걸었다. 작은 놀이터가 나왔다. 이제 이수아랑 찢어져야 할 거였다.

이수아가 자리에 멈춰 서고는 나를 쳐다봤다.

“잘 가.”

“너도 잘 가.”

이수아가 빙긋 웃었다.

“응. 여동생 보고 꼴리는 오빠야.”

자지가 빠르게 부풀어 올랐다. 주머니에 넣고 있던 왼손으로 빠르게 자지를 잡아 눌렀다.

왜 오빠라는 말이 이렇게 꼴리는 거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안 꼴렸다.”

“진짜?”

이수아가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황급히 몸을 뒤로 돌렸다.

“왜 뒤돌아?”

“그냥 나 갈 길 가려고.”

“너 그쪽으로 가는 거 아니잖아.”

“가는 길 있어.”

“아, 늬에늬에.”

“... 가라.”

“응. 오늘도 집 와야 돼 오빠.”

왜 또 갑자기 꼬박꼬박 오빠라고 하지. 심란했다.

“어. 가.”

“응.”

고개만 오른쪽으로 돌려 뒤를 봤다.

이수아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안 가?”

“오빠 가만히 서 있는 거 개 웃겨서.”

“너 왜 자꾸 오빠라고 하냐?”

“네가 오빠 소리 들으면 이상해져서?”

“미친년...”

이수아가 킥킥 웃었다.

“왜 여동생한테 미친년이라고 해 오빠.”

이수아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아직 발기 다 안 가라앉았는데. 걸음을 옮겨 놀이터를 빙 돌았다.

이수아가 내게 따라붙는 속도를 더 높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머리가 빙빙 돌았다.

“아 꺼져 미친년아.”

“아 오빠아, 욕하지 마.”

이수아가 더 빨리 걸어왔다.

미친년. 개 미친년.

걸음을 더 빨리해서 거의 경보를 하는 속도로 나아갔다.

“왜 따라오는데?”

“그냥 오빠 존나 웃겨서라니까.”

“학교나 가.”

“오빠도 학교 가.”

“아 제발 학교 좀 가주세요.”

“오빠도요.”

“미친년...”

이수아가 장난기가 심한 아이처럼 웃었다.

자지가 차차 가라앉았다. 빨리 수그러들어야 하는데. 미치도록 심란했다.

“왜 또 욕해애...”

“아 애교 부리지 마 존나 어색하니까.”

“오빠 왤케 욕해. 평소에 안 그러잖아.”

“네가 내 입에서 욕이 나오게 하잖아.”

“응? 내가 언제?”

“지금, 방금.”

이수아가 코웃음 쳤다.

드디어 자지가 도로 가라앉았다.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이수아도 멈춰섰다가 내게 느릿하게 다가왔다.

“근데 왜 나한테서 도망친 거야?”

“내 몸이 나도 모르게 너한테 거부반응을 일으켰나 봐.”

이수아가 피식 웃었다.

“거부반응? 예스반응 아니고?”

“뭔 개소리야. 헛소리하지 마.”

이수아가 킥킥 웃으면서 내게 다가와 왼손을 내 가슴을 툭 치고 그대로 손을 얹어놓았다.

“오빠 오늘 반응 왤케 웃기게 해?”

오른손을 올려 이수아의 왼손을 포갰다.

이수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갑자기 손 포개고 그래?”

이수아가 왼손을 뒤로 빼려고 했다.

이수아의 왼손 위에 포개놓았던 오른손을 뗐다.

이수아가 눈웃음을 짓고는 왼손을 내 가슴 위에 계속 얹어놓았다.

“너 나한테 왜 그래 오늘?”

“흫... 그냥 오빠랑 노는 게 재밌네?”

“넌 오빠가 장난감이야?”

“몰라? 오빠가 장난감처럼 구는 건 맞는 거 같은데.”

미친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너 자꾸 그럼 혼난다.”

이수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혼내봐 어디.”

“...”

“못 혼내죠? 그냥 열만 받죠?”

“너 사람 열 받게 하는 법 어디에서 배워와?”

“응, 그런 적 없죠? 그런 거 가르치는 곳이 있을 리가 없죠?”

“진짜 돌겠다.”

“돈 거는 방금 한 게 돈 거죠?”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수아가 웃음을 터뜨리면서 오른손으로 내 왼 가슴을 탁탁 쳤다.

“진짜 개 웃겨.”

“네가 드립 치고 네가 웃으면 어떡해.”

“아니 내가 한 거긴 한데 개 웃기잖아.”

“웃는 건 알겠는데 내 가슴에서 손은 언제 뗄 거야?”

“몰라?”

“왜 몰라.”

“네가 내 가슴에서 시선 안 뗐잖아. 난 네 가슴에서 손 잠깐 안 뗄 수도 있지.”

또 자지가 화날 것만 같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구름도 없는 것이 참 창창했다.

“하아...”

“빡쳤어 오빠?”

“어.”

이수아가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꼴려? 오빠는?”

자지가 부풀어 올랐다. 아니 진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응? 오빠.”

“그만해라.”

“진짠가 봐?”

“아니야 미친년아.”

“왜 또 욕 섞어.”

“...”

“오빠 막 당황하면 욕하고 그러는 거야?”

“아니야. 화나면 욕해.”

“나 때문에 화났어?”

“응.”

“사과할 테니까 고개 좀 내려봐.”

“네가 사과하는 거랑 내가 고개 내리는 게 무슨 관련이 있는데.”

“오빠가 고개를 내려서 내 얼굴을 봐야 내가 사과를 할 거 아니야.”

“... 왜 갑자기 논리적이냐?”

이수아가 웃었다.

“나 맨날 논리적이었거든?”

“아니던데.”

“개소리하지 말구. 고개나 내려봐.”

“...”

자지가 수그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뒤늦게 입을 열었다.

“어.”

고개를 내렸다. 내게 바짝 붙어 두 손을 내 가슴 위에 올려놓은 이수아가 나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이수아가 히 웃었다. 입김이 얼굴에 닿았다. 또 자지가 설 것만 같았다.

이수아가 입을 열었다.

“오빠.”

“뭐. 그전에 지금 너무 가깝지 않아?”

“왜 그걸 신경 써?”

“신경 쓰이니까 쓰지.”

“그러시구나.”

진짜 미쳐버리겠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한숨 쉬었다.

이수아가 뭐가 즐거운지 웃어댔다.

“오빠 그거 알아?”

“뭐.”

“나 지금 오빠 존나 막 대하고 있는데 오빠 별로 화도 안 내는 거?”

“... 난 항상 그랬어.”

“화낼 때도 있었잖아.”

“...”

“솔직히 지금쯤이면 개빡쳐서 내 목이라도 조를 수 있던 거 아냐? 옛날로 치면?”

“안 그랬어.”

“진짜로?”

고개를 돌려 이수아를 바라봤다.

이수아의 얼굴에 피어나 있는 눈웃음이 맑아 보였다.

“넌 날 어떻게 보는 거야.”

“그냥 좀 잘생겼고, 많이 좆 같이 굴면 목 조르거나 개새끼 정의 또박또박 말하면서 욕 박을 정도로 성격 나쁘고, 완전 개새끼인데 계속 보면 또 그렇게 밉진 않은 오빠?”

“... 칭찬이 없는데?”

“개 많이 했는데? 잘생겼고, 거기에 밉진 않다고 한 거면 칭찬이 몇 개야.”

“하나잖아.”

“그런가?”

실소가 나왔다.

“그럼 내가 오빠 똥꼬 좀 빨아줘?”

자지가 팽창했다. 주머니 속에 넣어놓았던 왼손으로 솟구침을 막았다.

“미친 소리 좀 하지 마. 머리 좀 거치고 말 꺼내 제발.”

이수아가 킥킥 웃었다.

“머리 거치고 꺼낸 거야.”

“그게?”

“응. 이 말 하면 오빠가 존나 당황하겠지? 하고.”

“미친년...”

“또 욕한다. 당황해 가지고.”

“하아...”

“힘들어?”

“어. 개 힘들어.”

이수아가 눈웃음 지은 채 나를 보다가 입술을 열었다.

“오빠 보면 볼수록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인성도 착한 게 느껴져.”

“... 왜 갑자기 칭찬이야?”

“똥꼬 빨아달라며.”

“그런 적 없다.”

“왜 정색?”

“아니, 너 그런 말 할 때마다 나 소름 돋아, 누가 들을까 봐.”

“나도 사람들 주변에 없는 거 알고 이런 말 하는 거야.”

“사리분별 하면서 나 엿 먹이는 거라고?”

이수아가 악동처럼 웃었다.

“응.”

속이 답답했다. 나 대신 자지가 성을 냈다. 아 존나.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학교 좀 가자.”

“알겠어.”

이수아가 내 가슴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가자 오빠.”

“그래.”

고개를 내리고 앞을 바라봤다.

이수아가 뒷걸음질을 치며 나를 쳐다보았다.

자지가 보일까 싶어 빠르게 달려 이수아의 왼편으로 나란히 서고 걸었다.

이렇게 피곤한 등굣길은 정말 처음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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