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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287화 (286/438)

〈 287화 〉 오야코동?子?

* * *

여보...?

윤가영이 속삭이는 소리였다. 두 눈을 떴다. 얼굴을 가까이 한 윤가영이 양손으로 자기 머리카락이 내게 흘러내리지 않게 잡아둔 채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윤가영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일어났어요...?”

웃음이 나왔다.

“네. 근데 이래도 돼요?”

“아직 수아 안 깼으니까...”

“문은...”

“닫았어요. 잠갔어요.”

피식 웃었다.

“그럼 키스할까요? 아님 먼저 양치할까요.”

“키스부터 해요...”

“그래요.”

윤가영이 빙긋 웃고 입술을 포개왔다. 양손을 뻗어 윤가영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혀를 섞었다.

“학... 하움... 아웁... 츄읍... 쮸읍... 하아... 쪼옵... 쪽... 쫍... 하앙... 쪼옥... 쫍... 쪼옵...”

“여보.”

“네헤...?”

“아침은 뭐예요?”

“아침, 아직 안 정했어요... 여보 먹고 싶은 거 하려구...”

눈웃음 지었다.

“나 여보 먹고 싶은데.”

“네...?”

윤가영이 상체를 세우고 히히 웃었다.

“안 돼요...”

왼손을 뻗어 오른 손목을 잡았다.

“이리 와요.”

윤가영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학교도 가야 되잖아요...”

“알겠어요.”

상체를 일으켰다. 윤가영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왜요?”

“아뇨... 아침, 아침 준비할게요. 뭐 먹을래요?”

픽 웃었다. 내가 안 붙잡아서 순간 당황했나. 아닌 척 태연하게 구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 단백질 좀 먹고 싶어요.”

“커피는요?”

“주세요.”

“달게 할까요?”

“음.”

어제 진절머리나게 단것을 먹었는데.

“아니요.”

“알겠어요. 씻고 나와요...!”

“아침 뭐 할지는 결정했어요?”

“오야코동이요. 괜찮죠?”

“네. 맛있겠네요.”

윤가영이 히 웃었다.

“다행이네요.”

빙긋 웃었다.

윤가영이 뒷걸음질을 치고 문손잡이를 잡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빠르게 씻고 교복을 입었다. 문을 열고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허기를 자극하는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주방에는 앞치마를 한 윤가영이 분주하게 오야코동을 만들고 있었고, 이수아는 검은 돌핀팬츠에 로카티 차림으로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서 오른손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있었다.

이수아가 내 발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왼눈으로 나를 쳐다보고는 왼손으로 옆 의자를 당겨 꺼내주었다.

“고마워.”

“어.”

윤가영이 순간 뒤를 돌아보아서 나랑 이수아를 눈에 담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가스레인지를 보았다.

“오빠.”

“어?”

이수아가 눈을 좁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오빠 나랑 같이 나가 오늘?”

“어, 아마?”

“응.”

이수아가 두 손을 깍지 끼고 팔을 들어올려 기지개를 켰다. 이수아의 허리가 살짝 뒤로 젖혀지면서 나이답지 않게 커다란 가슴이 티에 달라붙어 드러났다. 그 중심부에 작게 툭 튀어나온 것이 있었다.

바지 속에서 자지가 빠르게 부풀어 올랐다. 시선을 돌리고 왼손을 주머니에 넣은 다음 자지를 억눌렀다.

아니 어떻게 노브라로 나오지? 이수아도 진짜 단단히 미친 년이었다.

“아으...”

이수아가 앉은 자리에서 팔을 머리 뒤로 올리고 반대 손으로 팔꿈치를 잡으며 스트레칭했다.

왜 하필이면 여기에서 스트레칭을 하지? 아니 스트레칭하는 거는 상관없는데 왜 브라를 안 입고 왔을까. 어지러웠다.

“뭔 생각해?”

이수아가 물었다. 고개를 돌리고 억지로 시선을 올려 눈을 바라봤다.

“그냥 멍 때렸는데?”

“어.”

이수아가 스트레칭을 마치고 두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엄마 언제 다 돼?”

“다 했어. 그릇 놓는 것 좀 도와줘.”

“응.”

이수아가 테이블을 짚고 일어났다. 나도 일어나서 이수아와 함께 식기와 그릇을 꺼냈다.

윤가영이 테이블에 프라이팬을 내려놓고 그릇을 가져가 밥을 퍼담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많이 줄까 온유야?”

“저 적당히 주세요.”

윤가영이 왼손을 밑으로 내려 내 눈에 보이게 했다.

“이만큼?”

“조금만 더요.”

“응.”

윤가영이 밥을 조금 더 넣었다. 윤가영에게 다가가고 양손을 내밀었다. 윤가영이 히죽 웃고 내게 그릇을 넘겨준 뒤 다음 그릇에 밥을 퍼담았다. 내 그릇을 테이블로 옮기고 다시 윤가영에게 다가갔다.

“엄마.”

뒤에서 이수아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봤는데 이수아가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윤가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윤가영도 밥을 담고 뒤돌아 이수아를 바라봤다.

“왜?”

“왜 오빠한테 먼저 물어봐?”

“물어볼 수도 있지.”

“내가 엄마 딸이잖아.”

“온유도...”

윤가영이 나를 올려봤다가 다시 이수아를 바라봤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야릇했다.

“엄마 아들이잖아...”

“근데 난 엄마 친딸이잖아.”

“그래두...”

“엄마는 나보다 오빠가 더 좋아?”

“... 아니야아...”

“왜 바로 대답 안 해?”

“아니... 왜 그래...”

“... 나 밥 조금 먹을래. 덜어줘.”

“밥 얼마 담지도 않았는데...?”

“덜어줘.”

“... 밥 안 먹으면 엄마 속상한데...”

“몰라. 나도 속상해 엄마 때문에.”

“...”

윤가영의 눈빛이 서글퍼졌다.

멋쩍게 웃으면서 윤가영의 손에서 밥그릇이랑 주걱을 뺏어서 밥을 담았다. 윤가영이 말없이 나를 쳐다봤다. 순간 윤가영과 눈을 마주쳤다가 이수아의 앞으로 걸어가 그릇을 내려놓았다. 이수아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봤다.

“뭐 해?”

“네 밥 가져다줬잖아.”

“나 밥 덜어달라고 했는데.”

“그냥 먹어.”

“...”

이수아가 시선을 내려 밥을 보다가 양손으로 그릇을 잡아 들었다.

“근데 이건 너무 많아.”

“덜어줘?”

“어.”

“응.”

밥통에 밥을 조금 덜고 내려놓았다. 이수아가 프라이팬 뚜껑을 열고 국자를 들어 국물을 위에 올렸다.

윤가영이 자기 밥그릇을 챙기고 반대편에 앉았다.

이수아가 내 밥그릇에도 국물을 넣어줬다.

“그냥 내가 할게.”

“호의는 그냥 받아들이세요.”

“...”

“더 넣어?”

“한 국자만.”

“응.”

이수아가 한 국자 더 얹어주고 윤가영을 바라봤다.

“엄마 것도 해줄까?”

윤가영이 빙긋 웃었다.

“아냐 내가 할게. 거리 좀 머니까.”

“응.”

이수아가 내게 국자를 넘겼다.

“넘겨줘. 오빠가 팔 길잖아.”

일어나서 팔 뻗으면 될 거 같은데. 그게 귀찮았나?

“응.”

이수아의 손에서 국자를 받고 윤가영에게 넘겨줬다. 윤가영이 순간 내 손가락을 훑으면서 국자를 가져갔다. 분명 윤가영의 손가락은 따스했는데 등줄기로 서늘한 느낌이 치솟았다.

윤가영이 히 웃고 자기 그릇에 국물을 넣었다.

“엄마 뭐 좋은 일 있어?”

이수아가 물었다.

“좋은 일 있지.”

“뭐?”

“다 같이 아침밥 먹잖아. 거의 처음 있는 일 아니야?”

“... 완전 처음은 아니지.”

“그래두. 이런 적 별로 없었으니까.”

“으응...”

윤가영이 국자를 내려놓고 숟가락을 들었다.

“먹자. 왜 다 안 먹고 있었어.”

“그러게.”

이수아가 나를 쳐다봤다.

“오빠는 알아?”

“아니. 먹자.”

“... 어.”

이수아가 숟가락을 들었다. 뒤따라 숟가락을 들고 한 입을 넣고 닭고기도 추가적으로 입에 넣었다.

잠깐 사이 살짝 식었는지 먹기 딱 좋을 정도의 온도였다. 맛도 마음에 들었다.

고개를 들고 윤가영을 바라보며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맛있네요.”

“응?”

윤가영이 눈웃음 짓고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고마워.”

“... 엄마랑 오빠 왜 이렇게 사이 좋아?”

“아니야... 그렇게 사이 좋지 않아...”

“아닌데. 내가 볼 때 너무 좋은데 둘이.”

“...”

이수아가 왼팔 팔꿈치로 내 오른팔을 툭 쳤다.

“뭐라고 말 좀 해봐.”

“과민반응하지 마.”

“뭐가 과민반응인데 이게?”

“말투부터 화나 있잖아.”

“...”

이수아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신기하게 억지웃음 같지는 않았다.

“그럼, 이렇게 사근사근 말할까?”

“...”

목소리부터 어투까지 답지 않게 상냥했다. 내심 감탄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연기였다.

이수아는 왜 이렇게 연기를 잘할까? 신기했다.

“어투 바꿨잖아요 오빠, 이제 말해주면 안 돼요?”

“... 뭔 말을 해. 변명해야 되는 것도 아닌데.”

“그럼 언제 친해졌는지는 알려줄 수 있어? 요?”

헛웃음이 나왔다.

“요 늦게 붙이는 거 뭐야.”

“평소 말투 때문에 순간 나온 거야. 그래서, 언제 친해졌냐고.”

“그냥 사과받고 나서 용서하고 좀 나아진 거야. 그냥 맛있다고 한 거인데 뭘 의미 부여하고 그래. 밥이나 먹어.”

“... 내가 이상하다고?”

“어.”

밥이랑 닭고기를 입에 넣었다. 너무 긴장돼서 식은땀이라도 흐를 것 같았다.

이수아가 나를 보면서 밥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다가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왤케 닭고기만 먹어?”

“그냥. 닭 좋아하니까.”

“계란 슬퍼해.”

피식 웃었다.

“알겠어. 먹을게.”

이수아가 윤가영을 봤다.

“미안 엄마.”

“... 괜찮아...”

이수아가 이번에는 나를 쳐다봤다.

“시비 걸어서 미안.”

“응.”

다시 밥을 입에 넣었다. 기계적으로 저작 운동을 했다.

이수아가 밥을 우물우물 씹었다.

윤가영이 밥을 먹다가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온유야. 오야코동 무슨 뜻인지 알아?”

“네? 몰라요.”

“부모 자식 덮밥이래, 오야가 부모고, 코가 자식.”

“아 그래요.”

이수아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작명 센스 뭐야? 일본 사람들?”

“그니까.”

이수아가 숟갈을 떴다가 도로 내려놓고 그릇을 보았다.

“좀 끔찍한데. 엄마랑 딸 다 먹는다는 뜻 아냐?”

“그니까.”

이수아가 나를 쳐다봤다.

“왤케 기계처럼 리액션해.”

“미안.”

“씨... 나쁜 새끼.”

윤가영이 눈을 좁게 떴다.

“왜 갑자기 욕해...”

“이거 오야코동 오빠가 해달라고 한 거 아냐?”

“아냐, 그냥 내가 해준 거야...”

“진짜?”

“응...”

“... 몰라 오빠 잘못이야.”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한테 왜 그래.”

“몰라, 걍 다 오빠 잘못이야.”

이수아가 오야코동을 한 숟갈 떠먹었다.

윤가영도 한 숟갈을 떠 입 안에 넣었다.

나는 국물만 살짝 떠 입에 넣었다.

감칠맛이 입 안에 번졌다.

시선을 내려 그릇을 봤다.

계란이 많이 남아있었다.

아직도 먹을 게 많았다.

깨끗이 비워내야 할 거였다.

다행히 배에 채워 넣어야 할 공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다시, 한 숟갈을 떠 계란과 닭고기를 함께 올리고 입에 넣었다.

역시 마음에 드는 조합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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