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새어머니가 생겼다-286화 (285/438)

〈 286화 〉 잘 준비

* * *

피곤했다. 불을 끄고 늘어지듯 침대에 누웠다.

이수아의 침 성분이 섞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침을 정성스럽게 퉤퉤 뱉어놓고 그거를 까먹을 수가 있기는 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노린 거 같았다.

폰을 켜고 문자 앱을 확인했다. 윤가영이랑 이수아한테서 문자가 온 게 있었다. 윤가영이 보낸 것부터 확인했다.

[잘 자 온유야]

[왜 여보라고 안 해요?]

바로 숫자가 사라졌다.

[창피해서...]

[그냥 여보라고 해요.]

[알겠어요 여보...]

[전화해도 돼요...?]

전화를 걸었다. 바로 연결됐다.

“네.”

ㅡ여보...

속삭이는 목소리였다. 따라서 조용히 소리 냈다.

“왜 이렇게 말해요?”

ㅡ그냥, 수아한테 안 들키려구요...

“그러려면 나만 조심히 소리 내면 되는 거 아니에요?”

ㅡ그래두...

피식 웃었다.

“전화는 내 목소리 들으려고 한 거예요?”

ㅡ네...

“으응...”

ㅡ그리구 여보한테 잘 자라고 말하고 싶어서 했어요...

“그래요.”

ㅡ잘 자요 여보...

“여보도 잘 자요.”

ㅡ히... 네에...

“사랑해요.”

ㅡ저두 사랑해요... 끊을게요...

“네. 사랑해요 여보.”

ㅡ히... 저도 사랑해요 여보... 진짜 끊을게요...

“그래요.”

전화가 끊겼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게 느껴졌다. 윤가영은 목소리만 들어도 귀여웠다.

다음으로 이수아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ㅅㄱ했음]

[내일도 집 오는 거 맞지?]

키패드를 두드렸다.

[네가 그러라면서]

답장을 보내자마자 숫자가 사라졌다. 쓰는 중이라는 표시가 떴다.

[ㅇㅇ]

[그냥 확인차]

왠지 모르게 얄미웠다. 초성체 때문인가? 골려주고 싶었다.

[만약에 나 집에 안 오면 어떡할 거야?]

[내가 너 찾아감.]

[어디 있을 줄 알고?]

[몰라. 전화 ㅈㄴ 할 거야.]

[차단 박음 되는데?]

[폰 빌리면 되지.]

[너 집에 있을 거 아냐?]

[어]

[그럼 빌릴 사람이 있어?]

[몰라 ㅆㅂ]

[집 안 올 작정으로 이런 거 묻는 거 아니지?]

[그냥 얌전히 집 와. 좋은 말로 할 때.]

웃음이 나왔다.

[오빠 대접 좀 해]

문자를 쓰고 있다는 표시는 화면에 뜨는데 답장이 잠시 안 왔다.

[내가 부탁할 테니까, 내일 학교 끝나고 집 와요 오빠.]

[진짜 어색하다]

[그니까 내 말이]

[너도 내가 막 존댓말하고, 꼬박꼬박 오빠라고 하는 게 더 오그라들지 않아?]

[조금 오그라들지]

[그니까]

[무슨 그니까야]

[네가 오그라든다며]

[당장은 조금 오그라들어도 나중에는 익숙해진다고 할 거였는데?]

[아 그러세요]

[그래서,]

[내 입에서 꼬박꼬박 오빠 소리 나오는 거를 봐야겠다 이거야?]

[ㅇㅇ]

[ㅁㅊㄴ]

[미친놈이라니]

[너 그러면 나도 너 막 대한다?]

[응 그럼 가정 폭력이야]

[신고할 거야]

[ㅁㅊㄴ]

[미친년?]

[가정 폭력]

[언어폭력 신고합니다]

헛웃음이 나왔다.

[너 오빠라고 말하면 입에 가시라도 돋아?]

[아니]

[그럼 왜 그래]

[어색하니까]

[어색해도 좀 해]

[내가 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안 좋을 수도 있잖아]

[막말로 너랑 나 같은 드라마 찍게 돼서 자주 같이 있는데 스태프들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게]

[?]

[왜 이상하게 본다고 생각해?]

[오히려 사이 좋구나 생각하겠지. 친남매 느낌으로.]

[친남매여도 막말 안 하고 오빠 동생 하는 사이 많아.]

[응]

[나는 그런 사람 아니야]

[애초에 친남매도 아니고]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래. 네 맘대로 해라.]

[ㅇㅋ ㄱㅅ]

한숨이 나왔다.

[자라.]

[너도 잘 자셈.]

[어.]

[ㅇㅇ]

[근데 이렇게 문자 오래 할 거면 차라리 전화 거는 게 낫지 않았어?]

[오빠?]

[왜 갑자기 오빠라고 하냐?]

[서비스]

[ㅁㅊㄴ]

[오빠라고 해도 욕하네]

[앞으로 오빠라고 안 함]

[욕 안 했어도 어차피 안 할 거였잖아]

[딱 한 번 서비스 한 거라고 하면서]

[용케 알았네?]

[그건 됐고. 왜 전화 안 걸고 문자함?]

[네가 문자 보낸 거 봐서 문자로 했지.]

[그리고 이렇게 길게 할 줄 몰랐으니까.]

[ㅇㅇ]

[이제 진짜 자라.]

[ㅇ]

뒤로 가기를 눌렀다. 또 이수아한테 문자가 왔다.

[내 꿈 꿔 오빠]

어지러웠다. 이수아의 이름을 누르고 키패드를 두드렸다.

[ㅈㄹ ㄴ]

[ㅋㅋㅋㅋㅋㅌㅌㅋㅌㅋ]

아찔했다. 이수아가 원래 이렇게 장난을 좋아했나?

왼손으로 얼굴을 쓸고 뒤로 가기를 눌러 다른 문자들을 확인했다.

강예린에게서 온 문자가 있었다. 잠시 볼까 말까 고민하다 눌렀다.

[저녁 먹으면서 성연이랑 말 조금 나눠봤는데, 얼굴이 밝아진 게 눈에 보였어.]

[고마워 온유야. 이 은혜는 어떻게든 갚을게.]

[앞으로도 성연이 좀 케어해 줄 수 있니?]

[염치없는 부탁이라는 거 알고 있어. 근데 들어줄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그래. 미안해.]

[내가 성연이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너한테 꽤 의지하고 있는 거 같아. 네가 도와준다면 성연이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성연이 좀 끌어줘. 친구들이랑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게.]

[자꾸 부탁만 늘어놔서 미안해. 그리고 싫은 소리 안 하고 도와줘서 고마워.]

[진짜 꼭 갚을게. 네가 해준 만큼. 되도록 최대한 비슷하게.]

[너무 두서없이 길게 문자 보내서 미안해. 술 마셔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줘.]

성연이 걱정 때문에 술을 마신 건가. 진짜 끔찍이 아끼시는구나.

괜히 목이 멨다. 강성연이 부러웠다. 키패드를 눌렀다.

[학교에서 성연이 잘 지낼 수 있게 도와줄게요.]

[보답 같은 거 바라서 하는 게 아니니까, 크게 뭐 안 해주셔도 괜찮아요.]

금세 숫자가 사라졌다.

[아니야 온유야.]

[내가 미안해서 그래.]

[저 진짜 괜찮아요. 몇 번 말씀드렸잖아요. 저녁 두 번 대접 받는 정도로 괜찮다고.]

[알아. 다 기억해. 그래도.]

[뭐라도 안 해주면 그 상황을 내가 못 견딜 거 같아.]

[보답하게 해줘. 부탁이야.]

보답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다 있다니. 조금 신기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 아니라고 하는 건 도리어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알겠어요.]

[응. 고마워.]

[잘 자 온유야.]

[네. 어머님도 잘 주무세요.]

[응.]

뒤로 가기를 눌렀다. 다시 문자들을 살폈다. 강성연한테서 온 문자가 다발로 있었다.

강성연? 뭐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다시 봐도 강성연이었다.

왠지 가슴이 간지러웠다. 누르기 살짝 껄끄러웠다. 무시해도 될까? 근데 강예린한테도 다 답장했는데. 강예린이 간밤에 나랑 문자 했다는 걸 얘기라도 하면 강성연이 나를 못 미더워할지도 몰랐다. 그럼 강성연은 계속 겉돌게 될 수도 있을 거였다.

못 본 척하면 안 될 듯했다. 마음을 다지고 엄지로 눌렀다.

[오늘 고마웠어 온유야.]

[ㅇ]

[ㅇ]

[ㅇ]

[ㅇ]

[ㅇ]

[ㅇ]

[ㅇ]

[오늘 고마웠어 온유야.]

[장례식 때 못 가서 미안해.]

[아니 안 가서 미안해. 진짜 잘못했어.]

[먼저 다가와 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잘 지내자.]

뭐지.

[ㅇ 도배는 왜 한 거야?]

숫자가 바로 사라졌다. 무서운 반응 속도였다. 폰으로 영상이라도 보고 있었나?

[아 그거.]

[마지막으로 내가 문자 보냈던 게 조의문이라서.]

[네가 그거 보면 마음 상할까 봐.]

[아.]

강성연이 꽤 섬세한 구석이 있었구나.

[사실 그것보다는 내가 창피하고 보기 싫어서 치워버린 거야.]

[그때 안 가서 정말 미안해.]

[괜찮아. 이미 화해도 다 했잖아.]

[응...]

[잠깐 전화 좀 할 수 있어 온유야?]

왜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안 되면 안 해도 돼.]

[미안해. 느닷없이 요구해서.]

[아냐. 전화해도 돼.]

[하자. 전화.]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얘가 왜 이러지? 몸 곳곳이 간지러워졌다.

전화를 연결하고 오른 귀 가까이에 댔다.

“응. 성연아.”

ㅡ아, 온유야.

강성연 목소리가 원래 이렇게 얇았나? 답지 않게 엄청 여자스러웠다. 그냥 기분 탓인가? 헷갈렸다.

“왜 전화했어?”

ㅡ어... 그냥. 다시 너랑 친해지려고?

“... 어머님이 시킨 거야?”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웃음소리도 강성연 같지 않았다. 괜히 목이 간지러워졌다.

ㅡ아니야아...

미친.

“그럼?”

ㅡ말했잖아, 친해지려고 그런다고...

“으응...”

ㅡ... 좀 오바였어?

“약간?”

ㅡ미안.

농담처럼 던진 말인데 왜 갑자기 미안하다 할까.

자존감이 되게 낮아졌나? 당혹스러웠다.

“아냐 괜찮아. 왜 그래.”

ㅡ미안해서.

“아냐. 내가 미안해.”

강성연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너무 생소해서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ㅡ네가 왜 미안해해...

“미안해서.”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진짜 이게 톰보이처럼 굴던 강성연이 맞나? 미칠 것 같았다.

ㅡ으응...

“...”

ㅡ자려고 했어?

“어...”

ㅡ전화해서 미안해. 문자 보낸 것두.

“괜찮아.”

ㅡ응, 고마워. 잘 자.

“어... 너도 잘 자.”

ㅡ응.

전화가 끊겼다. 현실감이 안 들어서 화면이 꺼질 때까지 가만히 폰을 쳐다보았다.

내가 진짜 강성연이랑 통화한 게 맞나? 다시 폰을 켰다. 통화 기록을 보면 강성연이 맞기는 맞는데.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목을 긁고 폰을 껐다. 눈을 감았는데 뭔가 찜찜했다. 다시 폰을 잡고 문자 앱을 켰다.

송선우랑 백지수한테서 온 문자가 없었다. 평소라면 보냈을 텐데. 잘 자라고는 해야 할 듯싶었다.

송선우랑 백지수한테 잘 자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윽고 전화가 왔다. 백지수였다. 연결했다.

“여보세요.”

ㅡ여보 맞아요.

피식 웃었다.

ㅡ웃음이 나와?

“왜 화났어.”

ㅡ문자를 좆도 안 보내니까 그러지. 너 부인한테 존나 소홀하게 대하는 거 아니야?

“미안해. 나 대본 보는 데 집중하느라 그랬어. 그리고 자기 전에 문자는 했잖아.”

ㅡ아, 그래? 그럼 너 나중에 가수 되고 배우 일도 하면 아무것도 못 하겠다?

“아냐. 앞으로 연락 잘할게. 미안해.”

ㅡ이미 들었던 말 같은데 왜 안 바뀌었을까요?

“진짜 잘할게. 미안해.”

ㅡ한 번만 봐준다.

“응. 고마워.”

ㅡ온유야.

송선우 목소리였다.

“옆에 송선우 있어?”

ㅡ응. 나 있어.

전화 좀 바꿔줘 지수야, 라고 송선우가 말하는 소리가 넘어왔다.

ㅡ문자 봤어 온유야.

“으응... 근데 왜 거깄어?”

ㅡ그냥 오늘 나랑 지수랑 같이 자기로 해서.

“어...”

ㅡ앞으로도 종종 지수 별장에서 묵기로 했어.

ㅡ뭐? 미쳤어?

백지수 목소리였다.

ㅡ왜? 되는 거 아니었어?

ㅡ아니, 네가 가끔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한 거지. 종종은 또 뭐야. 그런 거 허락한 적 없어.

ㅡ흐흫... 좀 봐주라. 나도 온유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

ㅡ아니 그럼 너도 네 자취방 하나 구해서 이온유 부르든가.

ㅡ내가 그게 안 돼. 그니까 좀 빌릴게.

ㅡ아니, 하아 씨... 야, 이온유.

“어...?”

ㅡ네가 좀 말해 봐.

“뭘 어떻게 말해...”

송선우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ㅡ너도 나 같이 있는 게 좋지 온유야?

ㅡ아 뭔 소리야. 여기 내 별장이라고오...

ㅡ그냥 공유하자. 어차피 남자친구도 공유하는데.

ㅡ아 진짜 지랄하지 마...

어지러웠다. 여자친구가 여럿이면 정신이 털린다는 문제가 있구나. 차마 알지 못했던 문제였다.

ㅡ이온유 빨리 송선우한테 뭐라고 해보라니까.

ㅡ나 사랑한다고 온유야? 응. 다 알아들었어.

ㅡ아니.

백지수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ㅡ미쳤어 진짜?

ㅡ몰라. 확실한 건 나 여기 못 있으면 진짜 완전히 돌아버릴 거야.

ㅡ아니...

ㅡ같이 있는 거 허락해주라. 응?

ㅡ아, 아흣... 간지럽히지 마...

송선우가 간지럽히기 공격이라도 시전하나.

ㅡ허락해줘잉.

ㅡ아... 아 그만해....

ㅡ허락한다고 말해줘.

ㅡ가끄음... 가끔 오는 건 된다고 했잖아...

ㅡ종종으로 바꿔.

ㅡ아... 아흐읏... 그만, 아... 아 하지 마아...

ㅡ빨리.

ㅡ아, 아읏... 아흣... 아, 알겠어... 그만해...

ㅡ응. 고마워.

ㅡ하아...

“... 끝난 거야?”

ㅡ응. 내가 허락 다 받았어.

송선우가 기쁜 듯 답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으응...”

ㅡ잘했지?

“잘, 잘했네.”

ㅡ흐흫...

ㅡ내 폰 줘.

ㅡ응. 잘 자 온유야.

“어, 잘 자.”

ㅡ응.

잠시 소리가 끊겼다.

ㅡ야 이온유.

백지수 목소리였다.

“응.”

ㅡ너 언제 와?

“일단 내일까지는 집에 있어야 돼.”

ㅡ그럼 모레는 여기 오는 거지?

“아마도.”

ㅡ아마도 말고 그냥 와.

“응.”

ㅡ잘 자.

“잘 자 지수야.”

ㅡ응. 끊어.

“응. 앞으로 연락 잘할게.”

ㅡ어. 기특하네, 우리 남편.

“남편이요?”

ㅡ그럼 뭐라 해?

“아냐. 남편 좋은 거 같아.”

ㅡ응. 진짜 끊어.

“어. 잘 자. 사랑해.”

ㅡ나도 사랑해.

ㅡ온유야 왜 나한테는 사랑해라고 안 해?

송선우 목소리였다. 멋쩍게 웃었다.

“사랑해 선우야.”

ㅡ흐흫. 나두 사랑해 온유야.

ㅡ미치겠다 진짜.

나도 혼란스러웠다. 아마 내가 제일 미칠 것 같은 사람일 터였다.

ㅡ진짜 끊어 이제.

백지수 목소리였다.

“응. 잘 자.”

ㅡ어.

ㅡ잘 자!

“응.”

송선우에게 답한 것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폰을 껐다. 두 눈을 감았다. 이제 진짜 자야 할 듯했다.

똑똑, 하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저예요오...”

윤가영이 속삭이는 소리가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절로 눈이 떠졌다.

폰을 켜고 침대에서 일어나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바로 열어줬다. 왼손에 폰을 들고 있는 윤가영이 멋쩍게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왜 왔어요?”

“그냥... 잠이 안 와서요... 그래서 여보랑 잘 수 있나 하구...”

“... 일단 들어와요.”

“네헤에...”

윤가영이 안에 들어왔다. 문을 닫고 잠가버렸다.

윤가영이 바로 침대로 가 드러누웠다. 진짜 너무 귀여웠다. 수아한테 들키면 안 되니 이럼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진지하게 말할 생각이었는데, 그럴 마음이 모조리 사그라들었다.

침대로 걸어가 윤가영의 왼편에 드러누웠다. 윤가영이 바로 나를 꼬옥 껴안아 왔다. 윤가영의 커다란 가슴이 짓눌리면서 부드러움이 덮쳐왔다. 나도 윤가영을 마주 안았다.

“근데 여기에서 자도 돼요?”

“새벽에 알람 맞춘 거 있어요...”

“그때 깨고 혼자 나가겠다구요?”

“네...”

“좋네요.”

“히... 저 머리 좋죠?”

“엄청 좋아요.”

“히히...”

웃음이 나왔다. 왼손으로 윤가영의 앞머리를 걷어내고 이마에 입술을 가볍게 맞췄다.

“여보 진짜 귀여워요.”

“감사해요...”

“자기 전에 잠깐 키스할까요?”

“좋아요...”

윤가영이 조금 위로 올라왔다. 왼손으로 윤가영의 오른 볼을 잡고 입술을 포갰다.

“하움... 아움... 츄읍... 쮸읍... 츄릅... 헤웁... 아움... 쪼옵... 쪼옥... 쪼옵...쫍... 쪽...”

혀를 뒤로 뺐다.

“이 정도까지 할까요?”

“왜요...?”

“그럼 조금 더 해요.”

“네헤에...”

다시 입술을 덮쳤다.

“츄읍... 쮸읍... 쫍... 쪼옥... 쪼옵... 쫍... 쪼옥... 츄릅... 쮸읍... 쯉... 헤웁... 하웁... 아움...쪼옵... 쪼옥... 쫍... 쪽... 쪼옵...츄릅... 쮸읍...”

입술을 떼고 머리를 뒤로 물렸다.

“여기까지 해요. 더 하면 내가 여보 덮쳐서 서로 못 잘 거 같아요.”

“히... 알겠어요...”

“잘 자요 여보.”

“여보도 잘 자요...”

“그래요.”

베개에 머리를 벴다. 윤가영이 내게 밀착해와서 내 가슴에 이마를 박고 오른팔로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진짜 이 여자가 나이가 서른둘인 새엄마가 맞나. 봐도 봐도 어려 보이고 귀엽기만 한데.

“사랑해요 여보...”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새엄마 같지 않은 여자였다.

“나도 사랑해요.”

왼팔로 윤가영을 세게 안았다. 윤가영이 히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가영의 살 내음과 복사꽃 향을 닮은 샴푸 내음이 올라왔다.

오늘은 왠지 푹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