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1화 〉 학교 가는 날 (2)
* * *
설거지를 하는데 송선우가 옆에 와서 거들었다. 덕분에 빠르게 마쳤다. 송선우가 씻어야겠다며 2층으로 올라갔다. 소파에 앉아 폰을 켜 문자 앱을 확인했다. 정이슬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야ㅑㅑㅑㅑㅑ]
[이]
[온]
[유]
[이]
[온]
[유]
[이]
[리]
[온]
[유]
[학교 언제 오는 거야]
[밴드부에서 너만 기다리고 있는데]
[ㅠㅜㅠㅜㅠㅠㅠㅠ]
통화했던 게 떠올랐다. 진짜로 기다릴 줄이야.
[언제부터 기다렸는데요?]
[나 일곱 시]
[근데 일곱 시면 그렇게 오래 기다린 거는 아니지 않아요?]
[그렇긴 한데]
[나는 네가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바로 와줄 줄 알았어]
[그런데 네가 문자를 지금 읽은 것으로 보아 너는 집이겠고]
[나는 너를 기다리다가 망부석이 되어서 조례를 놓치고 선생님께 혼나게 되겠지]
[아니 무슨 결론이 그렇게 돼요]
[망부석은 또 뭐고요]
[누나가 제 부인이에요?]
[너 지금]
[네가 네 입으로 말한 거다.]
[아니]
[아닌데요]
[아닌 게 아니다=맞다]
[정이슬=이온유의 부인]
[아니 누나]
[왜?]
[전화할래?]
전화가 걸려왔다. 정이슬이었다. 언제 봐도 즉흥적이고 추진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통화를 연결하고 왼 귀 가까이에 댔다.
“누나.”
ㅡ이렇게 목소리 들으니까 좋다.
“하아...”
ㅡ왜 한숨 쉬어?
“누나 때문에요.”
ㅡ으응? 너를 기다리는 나를 많이 걱정해주는구나. 감동이야. 근데 그렇게 미안해할 거면 차라리 학교에 빨리 와주지.
헛웃음이 나왔다.
“누나 폭주기관차예요? 왤케 말이 빨라요?”
ㅡ정말 왜인지 모르니.
“아뇨 알 거 같아요.”
ㅡ그래?
“네.”
ㅡ그럼 말해 봐봐.
“사실 몰라요.”
ㅡ그럼 내가 알려줘야겠네.
“아뇨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ㅡ그래도 말할래.
“괜찮아요.”
ㅡ네 마음에 도착하기 위해서지.
“...”
ㅡ미안. 이건 진짜 커버 안 될 정도로 썰렁했다. 내가 말해놓고 얼굴 화끈해졌어.
“누나도 수치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ㅡ당연하지. 내가 이불킥을 얼마나 잘하는데.
“그럼 흑역사 제조하는 것 좀 줄여주세요.”
ㅡ나도 그러고 싶은데, 너랑만 있음 이상해진다니까. 사랑의 증상인 것처럼. 지금 표현 좋았지?
“네, 좋네요.”
ㅡ어 너 반응 그렇게 하면 나 또 마음에 흉터 하나 생기는데.
“아뇨 저 방금 거는 진짜 좋다고 생각했어요. 살짝 감동도 했어요.”
ㅡ흐응... 그래. 그런데 너 언제 올 거야 진짜?
“곧 나갈 거예요.”
ㅡ빨리 와. 나 너무 오래 기다렸어.
“알았어요. 갈게요.”
ㅡ응. 다른 사람 안 보고 바로 오는 거야. 밴드부로.
“네.”
ㅡ으응... 근데 너 빨리 끊고 싶어 하는 거 같다?
“아니에요.”
ㅡ하아... 너 진짜 안 되겠다.
“어떡하시게요?”
ㅡ어쩌긴, 네가 나를 사랑하게 하는 거지.
“하지 마요.”
ㅡ내가 뭘 어떻게 할 줄 알고 하지 말라고 하는 거야?
“몰라서 하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ㅡ흐응... 너에게 피해될 행위는 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슨 행동이든 피해가 될 거 같아요.”
ㅡ너 진짜 견고하다.
“그쵸. 괜히 두드리지 말아 주세요.”
ㅡ아니. 네가 자꾸 내 도전의식을 건드리고 있는데 포기는 못 하지.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면 저 밴드부 안 찾아가요.”
ㅡ만약 네가 그런다면 내가 네 반으로 찾아가서 시간 보내다가 나갈 거야.
“농담이죠?”
ㅡ난 언제나 진심이었어.
“누나 진짜 대박이네요.”
ㅡ그치. 너 나 놓치면 후회할 거야.
말문이 막혔다. 실소가 섞인 한숨이 나왔다.
ㅡ끈질기게 사랑해주겠어.
“누나 저 진짜 무서워요.”
스피커로 히히 웃는 소리가 넘어왔다. 계단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내려오는 모양이었다.
“이제 끊을게요.”
ㅡ응. 이따 보자.
“네.”
전화를 끊었다. 송선우랑 백지수가 교복 차림을 하고 가방을 멘 채 내게 다가왔다. 백지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누구랑 통화했어?”
“밴드부 보컬 누나.”
송선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슬 언니?”
“응.”
“왜 그렇게 호칭해?”
“거리감을 주기 위해서.”
송선우가 피식 웃고 내 왼편에 앉았다.
“언니 계속 대쉬해 너한테?”
“응.”
백지수가 내 오른편에 털썩 앉았다.
“진짜 돌겠네...”
송선우가 백지수를 바라봤다.
“왜?”
“왜냐니.”
“응? 아니 나 진짜 모르겠어. 왜?”
“하아...”
백지수가 왼손 검지로 나를 삿대질했다.
“넌 얘 믿어?”
심장이 쿡쿡 찔리는 듯했다.
“... 온유가 더 늘릴 거 같다고?”
“어.”
“에이...”
백지수가 픽 웃었다.
“무슨 에이야. 새엄마도 건드린 놈인데.”
식은땀이 흐를 것만 같았다. 백지수가 나를 쳐다봤다. 백지수가 오른손을 뻗어 내 오른 볼을 어루만졌다.
“내가 너 사랑해서 이런 말 하는 거 알지?”
“... 응...”
“삐치지 마.”
“안 삐쳤어.”
“그래.”
송선우가 말없이 백지수랑 내가 대화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나를 껴안았다. 왼팔로 송선우의 가슴이 느껴졌다. 백지수가 송선우를 내려봤다.
“왜 갑자기 껴안아?”
“그냥 둘이서 너무 오붓해서 나도 오붓해지려고.”
백지수가 허, 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송선우가 왼손으로 내 왼 볼을 만졌다.
“이제 학교 가자.”
“이온유나 놓고 말해.”
“왤케 열 올라 있어 지수야.”
“존나 스트레스니까 그러지.”
“화내지 마.”
“아...”
백지수가 폰을 꺼내고 양손 엄지를 놀렸다.
“택시 불렀으니까 이제 놔.”
“좀 기다려야 되지 않아?”
“그냥 좀 놔.”
“흐흫... 알겠어.”
송선우가 나를 놓아줬다. 백지수가 폰을 오른편에 내려놓고 양팔을 벌렸다.
“안아줘.”
송선우가 픽 웃었다.
“에바 아니야?”
“너는 많이 안았잖아.”
백지수가 나를 쳐다봤다.
“빨리 안아라.”
“알겠어.”
백지수를 품에 안았다. 백지수가 나를 마주 꼬옥 껴안았다. 백지수의 가슴이 부드럽게 짓눌렸다. 샴푸 향이 은은했다.
“택시 언제 오는데?”
“오 분 기다려야 돼.”
“그때까지 이러고 있게?”
“응.”
송선우가 픽 웃었다.
“너 진짜 귀엽다.”
“응.”
송선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백지수가 나를 올려봤다.
“키스하자.”
“여기에서?”
“어. 그럼 학교 가서 키스할래?”
“...”
“빨리.”
“하지 마.”
송선우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렸다. 백지수가 빙긋 웃었다.
“왜?”
“... 너 키스하면 나도 온유랑 키스할 거야.”
백지수가 피식 웃고 나를 바라봤다.
“입술 대.”
“...”
방금 송선우가 한 말을 가지고 내가 백지수랑 키스하는 거에 동의한 거라고 봐도 되는 걸까. 아닐 거였다. 그런데 거절하는 것도 이상한데. 어려웠다. 백지수가 내 허벅지 위로 엉덩이를 깔고 앉고 양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은 다음 얼굴을 가까이 해왔다. 송선우의 시선이 느껴졌다. 송선우가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내 입에 백지수의 입술이 포개졌다.
“하움... 쮸읍... 츄릅... 츄읍... 헤웁...”
백지수가 눈웃음 지으면서 송선우 쪽을 바라봤다.
“그만해.”
“츄릅... 싫은데.”
“...”
“쮸읍... 츕...”
“이제 됐잖아.”
“헤웁... 하웁... 츄읍...”
“...”
“쮸읍... 좋지 온유야.”
“...”
“아움... 대답 안 할 거야?”
“... 좋아...”
“아직 오 분 안 됐어?”
“쮸읍... 응.”
“이 씨...”
송선우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백지수랑 내 쪽을 일별했다가 현관으로 걸어갔다. 백지수가 내 왼 볼에 입술을 맞추고 왼발부터 바닥을 디뎌 일어섰다.
“가자.”
“응... 기타만 챙기고.”
“어.”
가방을 멨다. 백지수가 현관 쪽으로 가 신발을 신었다. 기타 방에 들어갔다. 송선우가 있었다. 송선우가 나를 끌어안고 입술을 덮쳐왔다.
“하웁... 츄읍... 쮸읍... 츄릅... 헤웁... 아움... 쪼옵... 쪼옥...”
송선우가 내 혀를 빨아댔다.
“뭐야 송선우 밖에 안 나갔어?”
백지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다급히 다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 시야 왼쪽으로 백지수가 보였다. 송선우가 눈웃음 지으면서 내 혀를 빨았다.
“쪼옵... 쪼옥... 쫍... 쪼옵...”
백지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니...”
“쪼옵... 쪼옥... 나도 빨아주라 온유야...”
침묵이 기타 방을 메웠다. 송선우가 수줍은 듯 혀를 내밀었다.
“빨리이...”
“...”
“지수가 나도 키스하게 해준댔잖아...”
어지러웠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됐다.
“빨아줘...”
송선우가 양손으로 내 목덜미를 잡아끌었다. 백지수가 팔짱을 끼고 가슴 위에 얹듯이 올렸다.
“택시 왔어. 나가야 돼.”
“육 분 정도 남았던 거 봤어.”
현관 쪽으로 갈 때 백지수의 폰을 보고 오는 시간을 확인했던 건가. 그럼 지금까지 한 게 다 설계였다는 건데. 조금 소름이 돋았다.
“온유야 나 네가 빨아줄 때까지 안 놓을 거야.”
“...”
“빨리. 나 진심이야.”
고개를 돌려 백지수를 바라봤다.
“잠깐 나가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백지수가 눈을 찌푸렸다.
“장난해?”
송선우가 히 웃었다.
“봐도 돼.”
“...”
송선우가 혀를 내밀어왔다. 백지수가 방에서 나갔다.
“해.”
바깥에서 백지수가 말했다. 어느새 발기해있던 자지가 껄떡거렸다. 입술을 오므려 송선우의 혀를 쪼옵쪼옵 빨았다. 최대한 소리가 안 나게 하려 해도 주변이 조용해서 빠는 소리가 너무 잘 들렸다. 송선우가 눈웃음 지으면서 문 쪽을 바라봤다.
“... 존나 추잡해.”
백지수가 말했다.
“그만해 이제 나가야 돼.”
“응.”
송선우가 답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빨아줄까 온유야?”
“...”
“그냥 쳐 나와라 이온유. 뒤지기 싫으면.”
백지수가 말했다.
“네.”
케이스를 챙기고 다 같이 현관으로 갔다. 신발을 대충 구겨 신었다.
송선우까지 여기로 와서 셋이서 동거한다고 하면 방금 같은 상황이 반복될 텐데. 상상만 해도 수명이 깎이는 듯했다.
생명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가끔은 집에서 자야 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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