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5화 〉 왜 그래요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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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몸을 씻고 화장실을 나서서 옷을 입었다. 컴퓨터 의자에 앉아 드라이어로 머리카락을 천천히 말렸다. 한숨이 나왔다.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윤가영은 힘들어서 앓고 있는데 나는 어떻게 위로도 안 하고 자위나 했을까. 가슴이 답답했다. 그냥 성기에 지배되기라도 하는 느낌이었다. 드라이어를 끄고 내려놓았다. 그나마 한 번 자위하고 그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것도 아닐 거였다.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를 열어 남은 피자를 찾는데 보이지 않았다. 윤가영이 진짜 자기가 책임지고 다 먹었나. 굳이 안 그래도 됐는데. 미련한 사람이었다.
계란 두 알이랑 소세지를 꺼냈다. 그릇에 계란을 깨고 소금 간을 한 다음 나무로 만든 젓가락으로 빠르게 휘저었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불을 켠 다음 바로 화력을 줄였다. 소시지에 칼집을 냈다. 계란물을 부어 기다리다가 젓가락으로 툭툭 건드려 돌돌 말았다. 계란말이를 도마에 옮기고 칼집 낸 소시지를 프라이팬에 올렸다. 계란말이를 적당히 잘라주고 흰 접시에 옮긴 다음 프라이팬으로 돌아갔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소시지가 적당히 익었을 때 불을 끄고 계란말이를 올린 흰 접시에 같이 옮겨놓았다. 테이블에 접시를 놓고 위스키랑 얼음을 넣은 올드패션드 글라스를 가져와 의자에 앉았다.
잔에 술을 채우고 소시지부터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육즙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잠시 씹다가 바로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어머니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왼팔을 테이블에 댄 채 이마에 왼손을 대고 오른손으로 술잔을 잡아 얼음이 다 녹아가는 것을 마냥 내려보고 계셨었다. 속이 타는 듯했다. 윤가영도 어머니처럼 아플까. 볼이 살짝 들어간 것을 생각하면 아마 그럴 거였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올라가서 위로해줘야 할까. 아니 윤가영도 어머니만큼 아파봐야 하는 거 아닌가. 복잡했다. 술을 들이켰다. 수척했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위에 윤가영의 얼굴이 겹쳐졌다. 술을 넘겼다. 계란말이를 반 베어 물어 씹다가 다시 술을 들이켰다. 어머니가 있었다면 지금 내게 무얼 하라고 했을까. 일단 술부터 빼앗을 거였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소시지를 한 입 베어 물고 또 술을 들이켰다. 윤가영을 위로하라고 했을까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을까. 알 수 없었다. 위로하라고 어머니가 내게 말을 걸어왔지만 그건 결국 내 상상이었기에 내가 가진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소시지와 계란말이를 먹고 위스키를 마시기를 반복했다. 머릿속이 점점 지저분해지는 느낌이었다. 고가의 술은 사람이 엉망이 되는 사치스러운 방법이었다.
갑자기 모든 게 싫증이 났다. 일어나서 잔에 있는 것을 싱크대에 모두 쏟아부었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벽면을 쳐다봤다. 이대로 윤가영을 내버려 둬야 할까. 무엇을 위해서 그래야 할까. 어머니를 괴롭힌 죗값을 치르게 하려고? 그럼 그 죗값은 어디까지 치러야 하는 걸까. 윤가영이 죽어야 하나? 그건 아니었다. 그 정도까지는 원치 않았다. 그럼 지금 위로해주러 가야 할까. 가고는 싶었다. 도덕 감정이 나를 그리 부추기고 있었다.
그런데 가서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취해야 할까. 그냥 껴안고 등을 쓸어주면서 이준권 나쁜 놈, 울지 마요, 같은 소리나 하면 되는 걸까. 그것으로 위로가 되기는 할까. 그리고 간다 해도 과연 지금 가는 게 맞을까. 술에 취해서 테이블에서 곯아떨어졌는데 침대에 누운 지금은 잠들고 있는 거 아닐까. 아니 그럴 확률이 높지 않나. 그럼 언제 위로해야 하는 걸까. 위로에 적절한 순간이라는 게 존재하기나 할까? 그냥 위로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재차 느끼는바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것은 내 안 좋은 버릇이었다. 가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면 그냥 가는 게 맞을 거였다. 만약 윤가영이 자고 있으면 그냥 돌아서서 나오고 깼을 때 말을 걸면 될 거였다.
계단을 밟아 2층으로 올라갔다. 문 앞에 섰다. 으흐읏, 하고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역시 우는 모양이었다. 오른손으로 문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침대 옆에 나신 상태의 윤가영이 수건을 두 장 겹쳐 엉덩이 밑에 깐 채 두 눈을 감고 오른손 중지랑 약지를 분홍빛의 털 없는 보지 속에 넣어 자위하고 있었다. 쯔북쯔북, 하고 물기 어린 음탕한 소리가 들렸다. 이게 뭐지. 잠시 멍했다가 누가 주먹으로 뒤통수를 때린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물려 있던 윤가영의 입술이 벌어졌다.
“으응... 아읏... 하윽... 으읏... 온유야... 하응... 안 대애...”
이런 미친 씨발. 왜 저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올까. 윤가영이 약지와 중지로 보지를 쑤시는 것을 멈추고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빙글빙글 돌리다가 다시 보지를 빠르게 쑤셨다. 쯔걱쯔걱쯔걱, 하고 질척한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바지를 뚫고 나오기라도 할 것 같았다.
“아흐응...”
윤가영이 몸을 왼쪽으로 살짝 비틀고 왼손을 들어 엄지랑 중지로 왼 가슴 꼭지를 꼬집었다. 윤가영이 으흐윽, 하고 간드러지는 신음을 냈다. 얼마나 몰입했으면 내가 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이렇게 열정적으로 보지를 쑤셔댈까. 머리가 어지러웠다.
“으흐으응...”
윤가영이 오른손 중지랑 약지로 보지를 쑤셔대는 속도가 빨라졌다. 윤가영의 보지에서 찐득해보이는 하얀 액체가 새어 나왔다. 즈푹즈푹즈푹즈푹, 하고 음탕한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으흐윽... 아응... 하읏... 아하아... 안 대애... 아흐읏... 아으응...”
윤가영이 보지에서 중지랑 약지를 빼냈다. 윤가영의 보지에서 물이 찌익, 찌익, 하고 쏘아져 나왔다가 얼마 못 나가고 밑으로 떨어졌다. 윤가영의 애액이 이미 폭 젖어 있던 수건을 더욱 적셔버렸다. 윤가영이 보지에서 물을 뿜으면서 두 다리를 좁혀 무릎을 맞댔다. 윤가영의 두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절정한 여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떨림이었다. 자위가 얼마나 좋았으면 저럴까.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어...?”
소리를 들었나. 윤가영이 두 눈을 떴다. 눈이 마주쳤다. 윤가영의 얼굴이 급격히 붉어졌다. 어제 나도 자위하던 것을 들킨 게 떠오른 것도 모자라서 무인텔에서 자위했던 기억도 났다. 공감성 수치가 두 배로 들었다. 온몸이 더워지는 느낌이었다. 진짜 내가 다 창피했다.
윤가영이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만 있다가 뒤늦게 왼손으로 보지를 가리고 오른팔로 오른 가슴을 가리고 오른손바닥으로 왼 가슴을 가렸다. 가슴이 커다란 탓에 팔에 눌리는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윤가영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미칠 것 같았다.
“온유야...”
“네.”
“그니까 이게, 내가 원래 술 취하면 자위하는데, 히꾹...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피임약 끊고 나서, 히끅, 이상하게 배란이 빨리 돼서 그런 건가, 히꾹... 갑자기 성욕이 늘어버려서 자위한 거거든...? 히끅, 이해 좀 해줄 수 있어...? 히끅...”
“...”
횡설수설 야한 말만 해대는 게 할 말 못할 말도 구분 못하는 지경인 듯했다.
“일단 이해해줄게요.”
“고마워... 히꾹... 이제 돌아가줄래...?”
“... 왜 내 이름 불렀어요?”
“... 히꾹... 내가 언제...”
“들었어요.”
“진짜...?”
“온유야, 안 대애, 라고 했잖아요.”
“...”
윤가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히꾹... 미안해...”
“왜 내 이름 불렀어요. 빨리 말해요.”
“...”
윤가영이 침묵을 지켰다. 윤가영의 나신과 부끄러운 듯 상기된 얼굴을 계속 보고 있자니 내가 다 민망했다. 두 눈을 감았다. 사위가 어둡고 고요했다. 딸꾹질 소리만 들렸다. 윤가영은 변명할 생각도 없는 건가? 머리가 점점 뜨거워졌다. 난 윤가영이 우리 엄마처럼 죽기라도 할 것 같아서 위로해주려고 올라왔는데. 슬퍼서 죽을 것만 같이 굴던 윤가영이 내 이름이나 부르면서 보지를 쑤셔대고 있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수분이 빠진 것은 울어서였던 게 맞기나 할까? 눈을 떴다. 두 발이 절로 움직였다. 느리게 윤가영에게 다가갔다. 침대 위로 상체를 얹어 이불을 향해 오른손을 뻗고 있던 윤가영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윤가영이 흐윽,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두 손으로 침대를 짚어 황급히 수건 위로 주저앉았다. 수건이 얼마나 젖었는지 찰박이는 소리가 들렸다. 윤가영의 가슴이 위로 출렁였다가 떨어지는 모습이 잔상처럼 눈에 남았다. 윤가영이 왼손으로 보지를 가리고 오른팔이랑 오른손바닥으로 가슴을 가리고는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보았다. 윤가영의 눈시울이 붉어져 갔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다섯 걸음 정도 앞에서 멈춰 서고 윤가영을 내려봤다.
“왜 이준권 말고 내 이름 불렀냐고요.”
“그게... 내가 미쳐서 그랬어...”
“이유나 말해요.”
“...”
“당신 이준권 좋아하던 거 아니에요?”
“난... 몰라...”
“모른다는 게 무슨 소리예요. 왜 내 이름 불렀냐고요.”
“... 일요일에... 네가 나 위로해주고 내가 실수로 네 거기 본 날부터... 잠들기만 하면, 자꾸 내 꿈에 네가 나와서... 그때마다 너랑 내가... 무인텔이나 집에서 막... 몇 번씩이나 그거 하고... 아주 잠깐만 잠들든 어쩌든, 깨고 보면 꼭 거기가 젖어있어서... 그래서 자위해 버렸어... 미안해...”
“...”
윤가영이 송구한 듯 고개를 숙였다. 이내 윤가영이 엉덩이를 조금 뒤로 밀면서 등을 침대에 붙였다. 분명 몸을 더 잘 가리려고 한 움직임일 텐데, 오른팔이 가리고 있는 커다란 가슴이 움직임에 맞춰 부드럽게 흔들려서 유혹하는 몸짓으로밖에는 안 보였다. 천박하다시피 야한 몸이었다. 눈이 충혈되는 느낌이었다. 진짜 미칠 것만 같았다.
“난... 나는 당신이 우리 엄마처럼 될까 봐 무서워서 위로해주러 왔는데... 내가 왜 이런 꼴을 봐야 돼요?”
“미안해...”
“존나 발정 나서, 당신 그놈 돌아오면 그 새끼 애 임신할 거예요?”
“아니야...!”
윤가영이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봤다. 큰소리를 내놓고 도리어 자기가 놀랐는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윤가영이 도로 고개를 숙였다.
“... 네가 그 사람 애 가지지 말랬잖아...”
“... 그럼 왜 이혼 준비도 안 하고 이 집구석에 있는 건데요?”
“...”
“벙어리예요?”
“나중에, 나중에 얘기하자...”
“이것만 답해요. 부탁이에요.”
“... 나도 모르겠어... 그냥, 네가 나 챙겨주는 게 좋았나 봐... 그래서 계속 안 좋아하는 술 마시고... 너한테 챙겨지고... 그렇게 반복하면서 가까워지고 싶었나 봐... 내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윤가영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가면서 순간 윤가영의 보지에서 액체가 찔끔 흘러나왔다. 다행히 처음처럼 거세게 뿜어지지는 않아서 내 다리에 닿지 않았다. 윤가영이 깔고 앉은 수건이 보지 물에 젖어서 색이 어두워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윤가영이 자신의 모습이 수치스러운지 아흐읏, 하고 신음을 내며 두 다리를 오므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분홍빛 유륜이랑 유두가 예쁜 커다란 가슴과 애액이 맺혀 있는 분홍빛 보지가 보였다. 윤가영의 보지에서 물이 흘러나와 천천히 윤가영의 보지 밑 살을 따라 내려가다가 윤가영의 엉덩이 구멍을 훑고는 수건으로 똑 떨어졌다. 윤가영의 목이 더 붉어지는 건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빨개졌다. 자지가 끊어질 것만 같았다. 윤가영이 하는 행동과 윤가영의 몸이 보이는 신체 반응 모두가 따먹어달라는 신호로밖에 안 보였다. 윤가영이 말한 챙겨진다는 말이 실은 보살핌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취해진다는 의미지 않았을까.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아니 정말 터무니없는 걸까? 더운 숨을 내뱉는 입술이 왠지 내 자지를 갈구하는 듯 보였다. 그럴 리 없는데. 머릿속이 끔찍하게 지저분했다. 목이 바싹 말라갔다. 입을 열었다. 당신 거기 보여요. 윤가영이 얼굴을 가린 두 손을 살짝 밑으로 내려 나를 올려봤다. 어...? 윤가영이 내 시선을 따라 밑을 보고는 황급히 양손으로 보지를 가렸다. 분홍빛 유륜과 유두는 그대로 드러나 있는 채였다. 윤가영이 그 상태에서 차마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바닥을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선을 올렸다. 그러던 중간에 윤가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인지 궁금해서 아래를 봤는데 내 자지가 바지를 뚫고 비어져 나오려는 듯 왼 허벅지 쪽에서 그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다시 윤가영을 내려봤다. 눈빛이 흐린 것이 무슨 속내를 품고 있는지 알 수 없게 했다. 침을 삼켰다. 뒤돌아섰다. 못 본 척해줄게요, 라고 말하고 그대로 방을 걸어 나갔다. 집에는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가능한 빨리 나가야 할 거였다. 그런데 곧장 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윤가영이 발치에 휴지를 쌓아뒀던 날 흘렸던 게 애액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윤가영은 아마 그때도 나를 생각하며 자위했을 거였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최대한 빠르게 세 번만 자위하고 씻어낸 다음 밖으로 나섰다. 지수 자취방을 목적지로 택시를 호출하고 벽 쪽에 가 쪼그려 앉았다. 자위를 아예 안 하고 애초에 택시를 부른 다음 밖에 나왔어야 했는데. 입이 씁쓸했다. 하수구를 눈으로 찾고 걸어가서 침을 모아 뱉었다.
내 안에 있는 모든 더러운 것이 다 내가 뱉은 침 속에 담겨서 그대로 흘러내려 갔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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