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1화 〉 아니 나 진짜 어떡해야 하지 (3)
* * *
“이온유 화장실로 와!”
백지수 목소리였다. 왜 이렇게 빨리 왔지? 물만 끼얹은 건가. 계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흰 박스티를 입고 있는 백지수가 내려오고 있었다. 걸을 때 검은 돌핀팬츠가 언뜻 보였다. 몸 대부분을 박스티가 가려서 밑에 아무것도 안 입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듯했다. 백지수가 계단을 다 내려오고 멈춰 서서 팔짱을 꼈다. 백지수가 나를 봤다가 뒤에 있는 송선우를 흘깃 보고 다시 나를 바라봤다.
“안 와?”
“... 갈게...”
일어서서 화장실로 향했다. 백지수가 몸을 돌려 화장실로 들어갔다. 다다다 뛰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오른손으로 뒤쪽 허리를 잡고 몸을 구부린 송선우가 왼편에 따라붙었다. 조금 긴장됐다. 어떤 식으로든 둘이 싸울 게 뻔했다. 송선우가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니 백지수가 몰아붙이는 일방적인 모습이 펼쳐질 확률이 높았지만 마냥 일방적으로 흐를 것 같지도 않았다. 샴푸 의자에 누워 있는 백지수가 나랑 눈을 마주치고는 바로 시선을 돌려 송선우를 쳐다봤다. 내가 다 떨렸다. 백지수가 시선을 돌려 나를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뭐 해?”
“...”
백지수 옆으로 다가갔다. 백지수가 눈을 감았다.
“감겨.”
“응...”
오른손으로 샤워기 헤드를 들고 물을 틀었다. 왠지 손이 떨리는 느낌이었다. 수온을 맞추고 백지수의 머리를 적셨다. 송선우가 팔짱을 끼고 백지수를 내려보고 있다가 내 왼편으로 걸어왔다. 백지수가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송선우.”
무서웠다. 송선우를 봤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응.”
“너 왜 여깄어?”
“무슨 의미야?”
백지수가 피식 웃었다. 죽을 맛이었다.
“내 별장엔 왜 왔고 지금은 이온유가 내 머리 감기게 하고 있는데 왜 옆에 달라붙어 있냐고.”
송선우가 입꼬리를 올렸다. 도망가고 싶었다. 샤워기 헤드를 내려놓고 손에 샴푸를 짰다.
“일단은 너 보러 왔지.”
“날 보러 왔다고?”
“응.”
백지수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송선우가 입을 열었다.
“온유 오늘 온다고 한 것도 있었고.”
“그게 더 중요한 거 아니었어?”
“아니? 온유가 진짜 올지 말지는 안 확실한 거니까. 너 보러 왔다고 말해야지.”
“아 그래?”
“응.”
미칠 것 같았다. 송선우는 허락받는다고 했으면서 왜 이러는 걸까. 지수 얼굴 보고 갑자기 화나기라도 했나? 물을 틀어 백지수의 머리에 있는 거품기를 씻어냈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왜 옆에 있는데?”
“그냥 나 혼자 있기 싫어서.”
“다리도 아플 건데 그냥 혼자 있지 그래?”
“무슨 의미야?”
“뭔 의미겠어?”
“...”
“야 이온유 잠깐 물 꺼봐.”
“응...”
오른손으로 샤워기 헤드를 잡은 채 수도를 잠갔다.
“손으로 내 머리 받쳐.”
“응...”
왼손으로 백지수의 머리를 받쳤다. 백지수가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송선우를 바라봤다.
“내가 아는 선우는 미성년자끼리 섹스하면 안 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송선우가 히죽 웃었다.
“응. 그래서?”
“하. 그래서라고?”
“뭐 잘못됐어?”
“너 너무 언행 불일치 하는 거 아냐?”
“하. 그러는 넌 너무 언행일치하는 거 같은데, 내가 보기에.”
“언행일치하는 게 뭐 어때서. 자기 신념도 못 지키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아? 아니다. 신념도 아니었지. 신념이었으면 여친도 있는 애 협박하고 존나 따먹는 게 말이 안 되지.”
“... 그러는 너도 이온유 덮쳐서 김세은한테서 뺏은 거잖아.”
백지수가 나를 쏘아봤다.
“넌 그걸 또 존나 송선우한테 가서 쫄래쫄래 말했냐?”
송선우가 피식 웃었다.
“그냥 내가 찍은 건데? 진짜였나 봐?”
“...”
“누가 보면 네가 진짜 피해자인 줄로만 알겠어. 너도 남자친구 뺏은 건 똑같은데.”
백지수의 눈빛이 흔들렸다. 송선우가 왜 이러는지 이해될 거 같았다. 그러니까 송선우는 지금 세 번째로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될 불리한 지위를 피하고자 백지수를 자기랑 동격으로 끌어내리려는 거였다.
“... 난 너랑 달라.”
“뭐가 다른데? 잘만 사귀고 있던 김세은이랑 이온유 사이 끼어들어서 유혹하고 강제로 덮치고 한 건데?”
“...”
“따지고 보면 나보다 네가 더 악질 아냐? 김세은한테서 이온유 뺏고 존나 부려먹으면서 부부처럼 살고. 이젠 완전 온유 부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꼽주고 있는데? 세은이가 알면 진짜 어이없겠다.”
“어이없겠다고? 야 이온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백지수가 날 올려봤다.
“김세은이 나는 인정했지.”
“으응...”
백지수가 시선을 송선우에게로 돌렸다.
“근데 넌 뭐 김세은이 인정한 것도 아니고 남의 집 쳐들어와서 남자친구 뺏었으면서 김세은이 알면 어이없겠다고? 김세은이 알아서 어이없을 건 너야 선우야. 그리고, 그리고 난 몰랐어. 다 이온유 이 새끼가...”
백지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미안했다. 순간 송선우의 눈이 측은해졌다가 거의 곧바로 다시 무감해졌다. 어떻게 표정을 바로 감출 수 있는 걸까. 송선우는 보면 볼수록 연기력이 상당하다는 게 느껴졌다.
“여친 있다고 말하지도 않고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고. 흡... 존나 난 그냥 서로 사랑하고 있는 건 줄 알았는데. 흑... 그게 내가 잘못한 거야? 어?”
“...”
“넌, 넌 존나 남의 집 들어와서, 끕... 제멋대로 남자친구 데려가서 따먹은 건데. 근데 내가 더 쓰레기라고? 양심이 없어도, 윽... 적당히 없어야지 이 미친년이.”
백지수가 두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지옥 같은 침묵이 공간을 메웠다. 속이 타들어 갔다.
“끕... 이온유.”
“응...?”
“키스해.”
“키스...?”
“어. 빨리.”
“...”
백지수가 두 팔을 벌려왔다. 송선우가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흡... 오라고.”
“...”
느리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백지수가 두 손으로 얼굴을 붙잡았다. 두 손으로 백지수의 머리를 받치듯 잡았다. 백지수가 입술을 포개왔다.
“하웁... 흡... 쯉... 헤웁... 츄릅... 츄읍...”
평소보다 소리가 훨씬 노골적으로 났다. 송선우를 일부러 골려주려는 거 같았다. 온몸이 뜨거워졌다. 송선우를 바로 앞에 두고 백지수랑 키스한다는 데에서 오는 배덕감이 미칠 듯이 컸다.
“쮸읍... 츕... 하움... 츄읍... 헤웁... 하움...”
“... 언제까지 키스할 건데?”
“츄릅... 부러워 선우야?”
“...”
“하웁... 츄읍... 존나 기분 더러워?”
“어. 존나 끔찍하니까 그만해주면 안 돼?”
백지수가 눈웃음 지었다.
“좆 까. 쮸읍... 츄읍...”
“...”
송선우가 콧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송선우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지고 있을까. 미안하지만 지금은 백지수에게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미안하니까 적당히 해줘. 제발. 부탁이야 지수야.”
“헤웁... 싫은데? 츕...”
“...”
왜 갑자기 대답을 안 할까. 두려워졌다. 발소리가 들리고 등에 부드러운 느낌이 났다. 목덜미에 촉촉한 게 닿아왔다. 입술을 맞추는 듯했다. 송선우의 두 손이 내 허벅지랑 골반을 더듬다 바지 속으로 들어와서 팬티까지 잡아서 밑으로 약간 끌어내렸다. 자지가 튀어나오려 했다. 송선우가 오른손으로 내 자지를 잡았다. 자지가 밖에 나오면서 껄떡거렸다. 백지수가 입술을 뗐다.
“하아... 존나 뭐 하냐 송선우?”
“그냥 온유 거 만지는데?”
“하. 너 창녀야?”
송선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너무 난감해서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그건 너 아니야? 속옷만 입고 침대에서 온유한테 안긴 거 봤을 때 딱 그 생각했는데. 진짜...”
송선우가 단어를 흐렸다.
“같다고.”
“... 너 지금 존나 씨발 나랑 싸우자고 그따위로 말하는 거지?”
“먼저 싸우자고 달려든 건 너였지.”
“지랄하지 마 싸움 신청 건 건 너지 미친년아. 자고 있는 이온유 보쌈해서 따먹었는데. 그런 상황에 내가 존나 호구도 아니고 말도 못 하고 있으라고?”
“음, 생각해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 미안해.”
“씨발... 입술 대 이온유.”
“응...”
백지수가 두 팔로 내 목을 감싸고 입술을 덮쳤다. 혀가 들어왔다. 숨이 살짝 막혔다. 송선우의 서투른 손길이 내 위에 올라서 처음이지만 꿋꿋하게 열심히도 엉덩이를 찍어 내리던 모습을 상기하게 했다. 귀로는 백지수가 키스하면서 일부러 내는 추잡한 소리가 들렸고, 입술이랑 목덜미에는 각각 백지수랑 송선우의 입술이 느껴졌다. 바짝 선 자지는 송선우의 차가운 손이 밑부분을 감싸 쥐어 마구 흔들어대서 요도랑 쾌감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자극이 너무 강했다. 이러다 금방 쌀 것 같았다. 왼 귀가 갑자기 약하게 깨물렸다. 자지가 찌릿했다. 키스하다 말고 입이 벌어졌다.
“하악...”
“좋아 온유야?”
송선우가 물었다. 백지수가 눈을 찡그리고 입을 뗐다.
“야 이온유.”
“응...?”
“내가 입으로 받아줄까?”
“네...?”
“받아줘 말아.”
“...”
“너 정액 먹어?”
송선우가 물었다. 백지수가 눈꼬리를 올렸다.
“온유 정액이잖아. 넌 못 먹어?”
“아니 나도 먹을 순 있겠지... 근데 너 정액 먹는다고 서슴지 않고 말하는 거 보니까... 그냥 진짜... 같다.”
“하. 존나 지는 얼마나 도덕적이고 순결하다고 창녀니 뭐니 지랄이야.”
“헙.”
송선우가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가 다시 손을 뗐다.
“난 창녀라 한 적은 없는데... 네가 나한테 창녀라고 해서 나도 모르게 좀 발끈해 가지고 약간 공격적으로 말했나 봐. 미안?”
“개 미친년.”
위기였다. 진짜 쌀 것 같았다. 목이 부르르 떨렸다. 송선우가 고개를 돌려 내 왼쪽 목덜미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왜 온유야?”
“나 지금 쌀 거 같아...”
“그래?”
“내가 입으로 안 받아줘도 돼?”
백지수가 말했다. 고개를 왼편으로 돌려봤다. 송선우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얼굴이 붉어진 게 야한 말을 듣는 것만으로 부끄러움이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삼 초 센다. 삼. 이.”
“받아줘...”
“어.”
머리카락이 젖어 있는 백지수가 샴푸 의자에서 일어났다. 송선우가 웃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백지수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입을 벌렸다.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백지수의 박스티를 적셨다. 커다란 가슴과 분홍빛 혀가 보였다.
“내가 흔들어줘야 돼?”
“응...”
“어.”
백지수가 오른손으로 자지 밑을 잡고 빠르게 흔들었다. 사정감이 몰려왔다.
“나 진짜 쌀 거 같아...”
백지수가 무릎으로 기어 조금 더 가까이 왔다.
“싸.”
자지가 움찔거리면서 뷰릇뷰릇 사정했다. 매초가 지날 때마다 백지수의 얼굴과 혀에 희끄무레한 정액이 가득해졌다. 송선우가 와 소리를 냈다. 순간 극도의 부끄러움과 함께 쾌감이 전신을 휘몰아쳤다. 자지가 정액을 토해내는 걸 멈췄을 때 백지수가 오른손 엄지로 요도를 꾹 누르면서 정액을 다 짜내면서 귀두 끝부분을 입에 머금었다. 엄지로 요도 끝까지 정액을 짜낸 백지수가 귀두를 쪼옥 빨면서 입술을 오므렸다. 팔짱을 끼고 있던 송선우가 얼굴에 정액이 묻어 있는 백지수를 내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대로 삼키는 거야?”
백지수가 송선우를 째려봤다. 원래는 안 삼키고 뱉을 생각이었는데 송선우의 말이 자존심을 건드려서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백지수가 시선을 돌려 나를 올려보고 눈웃음 지으며 꿀꺽 삼켜버렸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백지수가 일어서서 자기 가슴이 짓뭉개져 오도록 나를 꽉 껴안고 송선우를 노려봤다.
“넌 이런 거 못 하지?”
“... 나도 하려면 할 수 있거든.”
백지수가 잠시 송선우를 쳐다보다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아니 입으로 받는 거 말고, 가슴으로 누르는 거.”
“...”
“이온유 가슴 존나 좋아하는데 별로 사랑 못 받겠다 넌.”
백지수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난 가슴에 자지도 끼워줬는데 넌 못해서 아쉽겠다. 좀 안타까워.”
“...”
입을 살짝 벌린 송선우가 나를 쳐다봤다.
“진짜야 온유야?”
“... 응...”
백지수가 송선우를 보며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송선우가 패자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얼굴이 붉어진 모습이 그저 조금 창피하고 정신없어 보였다.
나도 살짝 멍했다.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흐른 걸까. 돌이켜볼수록 혼란스러웠다. 백지수랑 송선우 둘 다 미친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쩌면 둘을 이렇게 바꿔버린 내가 제일 미쳐있는 걸지도 몰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