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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218화 (218/438)

〈 218화 〉 연간?? 당했습니다 (4)

* * *

송선우가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음이 잦아들어서 멈췄을 때 송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어떡해야 돼...?”

“어떡하냐니... 정리하고 씻어야 되는 거 아냐...?”

“으응... 그럼 너 쓰고 있는 콘돔은 어떡해...?”

“내가 알아서 버릴게...”

“... 그럼 나 화장실 갈 테니까 내가 말하면 눈 떠야 돼...?”

“응...”

발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멀어졌다. 이내 송선우가 눈 떠도 돼,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고 화장실 쪽을 봤다. 문이 닫혀 있었다. 나도 씻어야 하는데. 갑자기 목이랑 가슴이 뜨거워졌다. 처음 섹스해본 것처럼 창피했다. 자지에서 콘돔을 빼고 묶은 다음 그대로 바닥에 놓고 팬티부터 입었다. 현관 쪽으로 가서 문이 잠겼는지 확인했다. 잠겨 있었다. 송선우가 들어올 때 잠근 모양이었다. 거실로 돌아가 콘돔을 집고 쓰레기통 깊숙한 곳에 버렸다. 다시 돌아가 소파에 앉았다. 바닥에 송선우의 분홍색 레이스 팬티랑 청바지가 남아 있었다. 까먹고 안 챙긴 모양이었다. 내가 들고 가서 문을 두드리고 건네줘야 하나. 왠지 그러기 쑥스러웠다. 심장이 마구 두방망이질 쳤다. 뭔가 비현실적이었다. 오랫동안 봐온 송선우랑 이렇게 덜컥 섹스해버렸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이따가 백지수한테는 어떻게 말하고 김세은한테는 또 어떻게 고백해야 할까. 이마로 식은땀이 흘렀다.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괜히 폰을 켜봤다. 여러 사람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주로 여자들이 보낸 거였다. 정이슬이 보낸 문자도 있었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왜 갑자기 불안해졌는지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나를 덮치는 사람이 송선우가 끝이 아닐 것 같았다. 당장 정이슬도 날 덮칠 것 같고 다른 사람이라고 해서 안전할 것 같지도 않았다. 죄과를 너무 많이 뿌려왔다. 백지수부터 내 업보를 들이밀었고 지금은 송선우가 와서 거둔 느낌이었다. 얼마나 남은 걸까. 생각하기 무서웠다.

“온유야!”

송선우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었다. 화장실 문 틈새가 살짝 벌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송선우의 젖은 머리카락이랑 이마, 그리고 눈과 코의 윗부분만 보였다. 고개를 기울인 채 얼굴만 빼꼼 내민 듯했다.

“나 옷 좀 가져와주라...”

“... 응...”

송선우의 팬티랑 청바지를 들고 다가갔다.

“고개 돌려.”

“응...”

고개를 왼편으로 돌렸다. 문 틈새가 조금 더 벌어지고 송선우의 오른손이 나와 옷을 낚아채 갔다. 문이 다시 닫혔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섹스까지 했는데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너무 꼴렸다. 한숨이 나왔다. 난 진짜 성욕에 돌아버린 미친놈이었다. 다시 돌아가 캐리어에서 갈아입을 속옷이랑 옷을 챙기고 소파에 앉았다. 얼마 안 가 화장실 문이 열렸다. 하얀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은 머리카락이 젖은 송선우가 나왔다. 눈이 마주쳤다. 송선우가 다가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어섰다. 송선우가 빠른 걸음으로 접근했다. 한 걸음씩 느리게 뒤로 물러났다. 송선우가 내가 한 발짝 뒤로 가면 세 발짝 다가와 내 코앞에 서서는 두 손으로 내 양 손목을 잡았다.

“온유야...”

“... 응...”

“...”

내 얼굴을 살핀 송선우가 입을 꾹 다물었다가 다시 입술을 열었다.

“일단 너 씻어야 되지...?”

“응...”

“...”

송선우가 내 왼팔을 봤다.

“너 도와줘야 되지 않아...?”

“...”

같이 화장실에 들어오겠다는 뜻일까. 자지가 껄떡거렸다.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흐음, 하고 콧숨을 내쉬었다.

“아냐 혼자 씻을 수 있어.”

“... 응.씻고 와.”

“알겠어.”

화장실로 들어갔다. 팬티를 내리자마자 자지가 튀어 올라 배를 때렸다. 미칠 것 같았다. 오른손으로 샤워기 헤드를 잡고 물을 틀었다. 머리에 물을 끼얹었다. 온도가 따스했다. 입으로 조용히 숨을 골랐다. 진짜 내가 어떡해야 할까? 머리가 지저분했다. 답이 안 나왔다. 풀어내기에는 너무 상황이 망쳐져 있었다. 다 내가 불러들인 결과였다. 왼손으로 머리를 헝클였다. 답답했다. 혼자서는 아무런 해답도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송선우랑 얘기하고 싶었다. 목욕용 스펀지에 물을 묻히고 바디 워시를 짠 다음 거품을 내 빠르게 몸에 문질렀다. 물로 거품기를 씻어내고 샴푸만 해서 씻어내린 다음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 팬티랑 흰 반 팔 티셔츠, 검은 반바지를 입고 문을 열었다. 송선우가 소파에 앉은 채 헤어드라이어로 긴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었다. 다가가서 오른편에 앉았다. 송선우가 헤어드라이어를 끄고 플러그를 빼서 바닥에 내려놓은 다음 나를 바라봤다. 말없이 마주 봤다. 송선우가 입을 열었다.

“온유야.”

“응...?”

“나 지금 말하는 거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니까 진지하게 답해줘야 돼?”

“... 알겠어.”

송선우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 네 세 번째라도 하면 안 돼?”

“...”

“응...?”

“...”

이 상황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 생각 없이 빨리 나온 내가 원망스러웠다. 송선우의 눈이 서글퍼졌다.

“안 돼...?”

“... 내가 정할 게 아니야...”

“왜 네가 못 정해. 네 마음이잖아. 그냥 네가 나 세 번째로 두면 되는 거 아냐...?”

“...”

송선우가 두 손을 들어 내 목덜미를 붙잡고 내 왼 어깨에 이마를 박았다.

“나 진짜 너 아니면 안 돼... 그니까 제발... 나 좀 가져줘...”

할 말이 없었다. 가슴이 타들어 갔다. 안아주고 싶었다. 안아주는 것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두 팔을 벌리고 송선우를 안았다. 송선우가 기다렸다는 듯 나를 꽉 껴안았다. 오른손으로 송선우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아직 촉촉이 젖어 있는 머리카락 탓에 물기가 묻었다. 헤어드라이어 바람 때문인지 겉을 매만지는 손바닥은 따스하면서도 가끔 그 안을 훑게 되는 새끼손가락은 서늘했다.

“사랑해 온유야...”

“...”

“딱 한 번만 더 사랑한다고 해주면 안 돼...?”

“...”

“말해줘...”

“... 안 돼...”

“그냥 딱 한 번도...?”

“못하겠어...”

“...”

송선우의 숨소리가 들렸다. 호흡할 때마다 송선우의 가슴이 부풀었다 들어가면서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내 호흡 소리도 들렸다. 서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간격이 점차 좁혀져서 숨소리가 하나인 듯 뒤섞였다.

“온유야...”

“... 응...?”

“내가 조금만 빨리 고백했으면...”

“그런 말 하지 마...”

송선우가 살폿 웃었다.

“알겠어...”

다시 침묵이 거실을 메웠다. 겹쳐진 숨소리만 들렸다. 송선우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한 번만, 딱 한 번만 사랑한다고 해줘...”

“...”

입을 열었는데 말이 안 나왔다. 마음이 한없이 어지럽혀져 있었다. 할 말은 수없이 많은데 모두 꼬이고 엮여 있어서 하나를 꺼낼 수가 없었다. 밀어내야 할 텐데 밀어내고 싶지 않았다. 끌어안으면 안 되는데 팔을 풀고 싶지 않았다. 지독한 이기심이었다. 흐느낌 같은 한숨을 쉬었다.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안 돼... 못 해... 지금 너 사랑한다고 말하면... 진짜 사랑할 거 같아서...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인정하게 될 거 같아서... 못하겠어... 하면 안 될 거 같아...”

“...”

송선우가 두 팔을 풀었다. 가슴이 철렁였다. 송선우는 나를 놓았구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두 팔을 풀고 몸을 뗐다.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송선우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끝일까. 송선우가 갑자기 두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붙잡고 입술을 덮쳐왔다. 심장이 떨어지는 듯했다. 송선우의 혀가 입속에 들어왔다.

“하움... 츄릅... 쯉... 헤웁... 츄읍...”

두 손으로 송선우의 양팔을 잡고 뒤로 밀어냈다. 송선우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은 채 순순히 몸을 뒤로 물리고 나를 마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포기할 수가 없잖아...”

“...”

“네가너 엄청 이기적이랬잖아.”

“...”

송선우가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눈을 뜨고 나를 바라봤다. 슬픔으로 젖었던 눈빛에 한 점의 의지가 살아나 있었다.

“너보다 내가 훨씬 더 이기적이야.”

“...”

“네가 다른 누구랑 사귀고 있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사랑하니까 너한테 내 맘 밀어붙이고 네가 날 사랑하게 할 거야.”

“...”

“사랑한다고, 나 없으면 안 되겠다고, 네 입으로 다 말하게 할 거야.”

“...”

송선우가 나를 보고 눈웃음 지었다. 가슴이 떨렸다. 이 순간을, 송선우가 지은 미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송선우가 분홍빛 입술을 열었다.

“야.”

“응...?”

“너 나 사랑하지?”

“...”

“네 눈 보면 알아.”

“... 어떻게 아는데...?”

송선우가 살폿 웃었다.

“알지 당연히.”

“...”

“너 거울 많이 안 보지?”

“...”

“네가 거울로 네 눈 본 것보다 내가 네 눈 본 적이 훨씬 많을걸? 시간으로 따지면 더 커질 거고.”

“...”

“근데 내가 너랑 있을 때 셀카 자주 찍잖아.”

“응...”

“그때 내 눈이랑 지금 네 눈 진짜 엄청 닮아있어.”

“...”

송선우가 천천히 입술을 가까이 해왔다. 밀어내야 할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두 눈을 감았다. 입술에 촉촉한 느낌이 들었다. 혀가 들어왔다. 두 손으로 송선우의 양팔을 잡았다. 나는 밀어낼 수 없었다. 송선우의 입술이 떨어지고 왼 귀에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랑해 온유야...”

난 어떡해야 할까. 입술에 송선우의 입술이 닿았다. 송선우가 입술을 스스르 내려 턱에 한 번 입 맞추고 그대로 시선을 올려 내 눈을 쳐다봤다.

“한 번만 사랑한다고 해줘...”

“... 사랑해 선우야...”

송선우가 눈웃음 지었다. 다시 입술이 포개졌다. 눈을 감았다. 부드러운 가슴이 느껴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토록 두근거리는 건 죄일까. 그렇다 한들 멈출 수는 없었다. 죽을 때까지 내 심장은 이렇게 제멋대로 뛰고 말 거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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