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5화 〉 연간?? 당했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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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무거웠다. 느낌이 숙취 때문은 아니었다. 약간 물리적이었다. 여자 특유의 달콤한 향기와 함께 약간의 숨결이 느껴지고 귀가 간지러웠다. 가위에 눌렸나? 여태 한 번도 눌린 적 없었는데. 근데 바로 앞에 있는 거 같은데 눈을 마주쳐도 되나? 귀신은 안 믿는데 왠지 모르게 무서웠다. 시선을 오른편으로 돌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어두웠다. 귀신의 긴 머리카락이 시야를 가리고 있는 거였다. 그냥 눈을 정면으로 돌렸다. 귀신의 얼굴이 송선우랑 많이 닮아있었다.
“이제 깼구나.”
신기하게 목소리도 송선우랑 닮아있었다. 뭔가 긴장이 확 풀렸다. 가슴의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배에 뜨거운 게 닿은 것도 느껴졌다. 자지가 서 있어서 팬티를 벗어나 있는 모양이었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송선우를 닮은 귀신이 피식 웃었다.
“이 상황에 선 거야?”
당황스러웠다.
“네?”
오른손으로 침대를 더듬었다. 감촉이 침대가 아니라 소파였다. 근데 입이랑 손이 왜 움직여지지? 가위 눌린 게 아닌가? 모골이 송연해졌다. 송선우가 왜 내 앞에 있고 난 왜 소파에 누워 있는 거지? 송선우가 얼굴을 가까이 해왔다. 입술이 포개졌다. 촉촉했다. 혀가 입속으로 들어왔다. 입을 닫으려 했는데 입술을 끈적하게 맞추는 것밖에는 안 됐다. 송선우가 눈웃음 지었다.
“하움... 쮸읍... 헤웁...”
두 손을 송선우의 몸에 대고 밀어냈다.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게 가슴에 손을 댄 듯했다. 송선우가 두 팔로 내 몸을 껴안고 얼굴을 뗐다. 송선우가 입꼬리를 올렸다.
“개 변태.”
“아니...”
송선우가 다시 입술을 덮쳐왔다. 밀어내는 건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두 팔로 송선우를 껴안았다. 송선우가 입술을 뗐다.
“여기서 껴안네? 바람둥이야?”
여유만만이었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왼손으로 송선우의 머리를 감싸 안고 오른팔로 송선우의 등을 껴안은 다음 송선우의 오른 어깨에 턱을 얹은 채로 뒹굴었다. 같이 소파에서 떨어졌다. 엉덩이에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얼굴이 찡그려졌다. 내 등이 바닥에 닿았으니 송선우는 얼굴이 바닥에 찧었을 수도 있었다. 입을 열었다.
“너 얼굴 괜찮아...?”
등에서 두 팔이 빠졌다. 양옆 주변 시야로 두 손이 내려오는 게 보였다. 송선우의 머리가 올라오면서 긴 머리카락이 드리워져서 시야를 가렸다. 두 눈을 크게 뜬 송선우의 얼굴이 보였다. 완전 괜찮아 보였다. 반사신경으로 머리를 뒤로 물리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야?”
“응...”
송선우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기습적으로 얼굴을 가까이 해왔다. 입술이 덮쳐졌다. 이럼 아프게 내려온 의미가 없어지는 건데. 두 손으로 송선우의 얼굴을 붙잡고 밀어내려 했다. 머리를 뒤로 물린 송선우가 나를 내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그렇게 싫어?”
“싫은 건 아니고요...”
“그럼 왜 이렇게 격하게 밀어내?”
“아니... 하아...”
“왜 한숨이야.”
왜 한숨이야, 라는 말을 듣고 나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왜 생각 없이 홀렸냐고 책망하는 걸 듣는 느낌이었다. 송선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왜 울려고 해...”
“안 울어...”
“너 눈물 그렁그렁한데?”
“아니야...”
“울지 마... 너 진짜 나 싫어하는 거 같잖아...”
“... 나 너 안 싫어...”
송선우가 다시 입술을 포갰다가 뗐다. 반응해야 했는데 너무 정신이 없었다. 술을 너무 마신 게 패착이었다. 애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너 나 입 냄새 안 나...?”
송선우가 피식 웃었다. 입꼬리가 올라간 얼굴이 정말 쓸데없이 예뻤다.
“너 여태 키스 피한 게 입 냄새 날까 봐 그런 거야?”
“아니... 그냥 키스하지 말라고 돌려 말한 건데...”
“... 너 말 진짜 너무 예쁘게 한다.”
헛웃음이 나왔다. 송선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웃어?”
“몰라... 그냥 웃음 나왔어...”
“근데 너 웃는 것도 엄청 예쁜 거 알아?”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흐음, 하고 콧숨을 내쉬었다.
“고마워. 고마운데, 좀 비켜주면 안 돼...?”
“왜?”
“나 진짜 힘들어...”
“백지수랑 존나 섹스해서 힘든 거야?”
“...”
“존나 했지?”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둘 다 속옷만 입고 존나 껴안고 자고, 옆 탁자에 몇 개 빠져 있는 콘돔 박스도 있는데 그게 안 한 거라고?”
“...”
“너 여자친구 없다면서.”
송선우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선우야...”
“없다면서...”
“...”
송선우의 얼굴이 구겨졌다. 송선우가 고개를 숙였다. 송선우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서 내 볼에 닿았다. 송선우의 눈물은 뜨거웠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편해졌다. 오른손을 들어 송선우의 등을 쓸었다. 여자의 눈물은 남자로 하여금 견디기 힘들 정도로 마음을 불편하게 해서 우는 여자를 달래도록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송선우가 자기 몸을 내 몸 위에 얹고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았다. 부드러운 가슴이 느껴졌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시도때도 없이 서는 자지가 미워졌다. 두 팔로 송선우를 안았다. 오른손을 위로 올려 송선우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울지 마...”
“어떻게, 흡... 안 울어... 다, 뺏겼는데...”
“뭐가 다 뺏겨...”
“네가, 흑... 내 전분데... 끕... 다 뺏긴 거잖아...”
“...”
“흡... 흑...”
“...”
울음이 차차 잦아들었다. 곧 그치겠구나 싶었는데 도저히 울음이 끊기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2분을 셌다. 여전히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너 연기하는 거지.”
“흐윽... 아니야...”
말없이 두 손을 올려 송선우의 두 팔을 잡았다. 송선우가 힘을 줬는지 팔이 빠지지를 않았다. 순간 울음소리가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다 울었네.”
“... 들켰다...”
한숨이 나왔다.
“좀 나와주면 안 돼?”
“싫어...”
“아니 나 창피해요...”
“껴안는 걸로 창피하면 지수랑 섹스는 어떻게 했는데.”
“아니...”
“...”
송선우가 갑자기 입술을 포갰다 떼고 다시 맞춰오기를 반복했다. 다섯 번 내 입술을 훔친 송선우가 배시시 웃었다. 송선우가 내 등 뒤에서 팔을 빼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어 상체를 세우며 내 골반에 앉은 다음 왼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오른손으로 손 부채질을 해댔다.
“아... 나 왜 웃지...?”
“...”
송선우가 몸을 살짝 기울여오면서 두 손으로 내 가슴을 눌렀다. 머리카락이 다시 얼굴 위로 쏟아졌다.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하아... 온유야...”
“응...?”
“미안해.”
“... 뭐가?”
“너한테 내 감정 쏟아붓고 강요한 거.”
“...”
“그리고 나 앞으로도 똑같이 잘못할 거 같아.”
“...”
“그래도 돼?”
“안 돼...”
“그럼 더 미안해.”
“...”
“나 미친 거 같지? 너한테.”
“...”
송선우가 왼손으로 내 가슴 가운데를 짚고 오른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모아쥐었다. 하얀 목선이 드러났다. 이제야 송선우가 입은 복장이 보였다. 살구색 브라가 비쳐 보이는 하얀 블라우스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송선우가 머리카락을 최대한 자기 등 뒤로 보내고 두 손으로 다시 내 가슴을 짚었다.
“온유야.”
“응.”
“나 너 사랑해.”
“... 나 아니면 안 되겠어...?”
“응. 이미 말하지 않았어?”
“...”
“무슨 생각해?”
“어떡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까.”
송선우가 살폿 웃었다.
“그걸 얘기하면 어떡해.”
“진짜 답이 안 나와서.”
“그냥 전력으로 나 아예 밀쳐버리면 되지 않아?”
“...”
“진짜 이기적인 생각이긴 한데, 내가 너한테 달라붙는 거에 네 잘못도 조금은 있는 거 같애.”
“... 어디가?”
“완전히 단호하게는 안 밀어내잖아.”
“네가 밀려난다고 포기할 성격은 아니잖아.”
송선우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치.”
“...”
“내가 계속 밀어붙이면 나도 네 맘속에 들어갈 수 있어?”
“뭔 소리야...”
“나 너 뺏고 싶어. 10 퍼센트라도. 네가 나 좋아서 자꾸 생각나게 하고 싶어.”
“...”
“지수랑 섹스할 때도 나 떠오르게 하고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너 진짜 정신 나갔구나...”
“몰라. 진짜 그런가 봐.”
“...”
송선우가 말없이 나를 내려보다가 허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송선우의 도끼 자국이 자지 밑부분에 닿아서 자꾸 비벼졌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송선우가 미소 지었다.
“좋아?”
“...”
진짜 힘으로 밀어내야 할까. 그다음에는 어떡하지? 2층으로 올라가서 백지수 방에 들어가고 옷을 입은 다음 백지수를 깨워야 하나. 그러고 나면, 백지수한테 모든 걸 맡겨야 할까. 머리가 지끈거렸다. 송선우가 몸을 낮추면서 입술을 포갰다.
“하움... 쮸읍...”
고개를 흔들다가 왼쪽으로 돌렸다. 송선우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내 오른 볼에 입술을 맞췄다. 입술이 닿는 곳이 차츰 아래로 내려가서 목이랑 쇄골이 마킹당했다.
“선우야... 제발...”
“쯉... 제발 뭐?”
“그만해...”
“못해.”
“...”
두 손으로 송선우의 겨드랑이 쪽 옆구리를 잡았다. 송선우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나 사진 다 찍어놨어.”
“... 어...?”
“너랑 지수 속옷 차림으로 같은 베개, 이불 쓰고 있는 사진이랑 콘돔 박스 사진 다 찍었어.”
“... 야...”
송선우의 눈이 서글퍼졌다.
“나랑 섹스해주면... 그때 바로 다 지울게...”
“...”
“그 정도면 괜찮지 않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송선우가 몸을 숙이고 입술을 포개왔다. 목에 촉촉한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다. 곧이어 뜨거운 액체가 목 왼쪽에 떨어지고 그대로 흐르는 게 느껴졌다. 흐느낌을 죽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물을 흘리는 듯했다. 입술의 느낌이 더는 들지 않았다. 송선우가 몸을 밀착해 나를 껴안으면서 송선우의 가슴이 부드럽게 짓뭉개졌다. 두 팔로 송선우를 껴안았다. 왼손을 올려 송선우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목이 멨다. 내 죄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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