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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209화 (209/438)

〈 209화 〉 강간 아다 따였습니다 (1)

* * *

상복을 안 갈아입고 원래 입던 옷이 담긴 쇼핑백을 왼손에 든 채 친척 아저씨가 모는 차의 조수석에 탔다. 뒷좌석에 탄 윤가영과 함께 서울로 올라갔다. 나는 집 말고 강남역에 내려달라고 했다.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차에서 내리니 윤가영이 차창으로 내게 손 인사했다. 왼손을 들어 대충 한 번 휘적거리고 폰을 꺼내 문자 앱을 켰다. 백지수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너 언제 와?]

[나 지금 강남 4번 출구에 있어]

[지하철 타고 갈 거야]

읽었다는 표시가 안 떴다. 점심시간이니 밥을 먹고 있거나 할 거였다. 아니 근데 밥 먹을 때도 혼자 있음 보통 폰 하지 않나? 조금 의아했다. 지하철을 타서 자리에 앉았는데 시선이 자꾸 느껴졌다. 다음 역에서 나와서 택시를 탔다. 폰을 꺼내 봤다. 문자가 와 있었다.

[바로 오는 거야?]

[응]

숫자가 바로 사라지고 문자를 쓰고 있다는 표시가 떴다. 자꾸 쓰다 지우는 건지 시간이 걸렸다.

[기다릴게]

웃음이 나왔다. 할 말이 많았을 텐데, 문자로 하는 건 아니다 싶어서 짧게 보낸 듯했다. 백지수가 귀엽게 느껴졌다.

[빨리 갈게]

[응]

폰을 오른 주머니에 넣었다. 왼편 차창을 보는데 갑자기 걱정이 몰려왔다. 지금은 백지수가 내게 더 없이 호의적인 것 같지만,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도 그래 줄지는 확실치 않았다. 반대로 나와 연을 끊으려 할 확률이 높았다. 한숨이 나왔다.

“저 창문 좀 열어도 돼요?”

“네 여세요.”

“감사합니다.”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부딪혀 왔다. 해야 할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려 하는데 잘 떠오르지 않았다. 백지수 별장으로 차츰 가까워져 갔다. 답답했다. 그냥 진솔하게 말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익숙한 풍경이 보일 때 백지수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곧 도착해]

답장은 바로 오지 않았다. 택시에서 내리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택시가 떠나가는 것을 보면서 쇼핑백에 있는 옷의 주머니를 뒤져 키링을 찾았다. 대문 열쇠를 잡고 걸어가는데 대문 앞에 옷으로 보이는 비닐 택배가 있었다. 왼손으로 들고 대문을 바로 여닫았다.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었다. 유리문을 여니 여자 냄새가 풍겨왔다. 거실로 걸어가면서 입을 열어 성대를 울렸다.

“백지수! 나 왔어!”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거실에서 백지수는 보이지 않았다. 문자한 뉘앙스를 보면 분명 집에 있을 텐데. 택배를 소파에 내려놓고 2층으로 올라갔다. 백지수 방이 닫혀 있었다. 아응, 찌붑찌붑, 으응, 하고 음탕한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자위하고 있었구나. 발기했다. 목 부근이 뜨거워졌다. 노크했다.

“이온유야?”

백지수가 외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별장은 방음이 너무 잘 됐다. 마음껏 교성을 내지르기를 위해 설계된 집이 아닐까 할 정도로.

“응.”

3초 정도가 지나고 문이 열렸다. 땀으로 적신 더벅머리를 한 백지수가 나를 올려봤다. 백지수의 흰 민소매는 땀으로 젖어서 브라를 입지 않은 백지수의 유두가 바짝 선 가슴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선명한 도끼 자국이 나 있는 CK 브랜드의 회색 팬티는 보지 쪽이 푹 젖어 있었다. 너무 음란했다.

“온유야...”

“...”

백지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백지수가 내 얼굴부터 차차 훑어보며 고개를 숙였다.

“... 미안해...”

왜 미안하다고 하는 걸까.

“아니야.”

“... 일단 들어올래...?”

“응...”

백지수가 두 발짝 뒷걸음질 치고 뒤돌아 침대에 걸터앉았다. 문을 닫고 다가가서 백지수의 왼편에 앉아 가만히 얼굴을 바라봤다. 백지수가 말없이 나를 쳐다봤다. 얼굴이 붉은 게 부끄러운 듯했다.

“... 자위하고 있었어?”

“응...”

“나 오는 거 알았잖아.”

“그치...”

“...”

할 말이 안 떠올랐다. 백지수가 고개 숙이고 오른손을 자기 오른 허벅지 위에 올리고 검지로 허벅지를 쿡쿡 찔렀다.

“원래 내가 생각한 건, 너 오면 나 따먹게 해서 기분 풀어주려 했던 거거든...”

“...”

“내가 생각이 짧았지...? 너 아직 많이 심란할 건데...”

“... 아니야. 고마워.”

“나 생각해서 말 안 해줘도 돼...”

“...”

마음이 무거워졌다. 백지수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전달해질수록 내가 지은 죄를 터놓는 게 더 어렵게 느껴졌다. 억지로 입을 열었다.

“지수야.”

“응...?”

백지수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두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양손을 들어 엄지로 눈물을 닦아줬다. 정장을 벗어서 바닥에 던졌다. 백지수가 내 하얀 와이셔츠에 비쳐 보이는 왼팔의 붕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백지수를 껴안았다.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해...?”

“나 너한테 고백해야 할 거 있어서...”

“... 너 설마 어디 막 아프거나 한 거 아니지...?”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야 그런 거...”

“그럼 뭐길래 그러는데 불안하게...”

“나한테 많이 실망할 수 있어... 아니 실망할 거야...”

“...”

두 팔을 풀고 상체를 똑바로 세워 두 손을 내 허벅지 위에 다소곳이 올리고 백지수와 눈을 마주쳤다.

“나 너랑 사귀기 전부터 김세은이랑 섹스까지 하면서 사귀고 있었어.”

“...”

잠시 멍하니 내 얼굴을 보던 백지수가 눈을 팍 찌푸렸다.

“뭐?”

“김세은이랑...”

“아니 그건 들었는데, 네 전여친 얘기를 왜 나한테 해?”

“전여친 아니야...”

백지수의 두 눈이 흔들렸다.

“아니 무슨, 그럼 뭔데?”

죄악감이 덮쳐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목덜미로 땀이 흘렀다.

“간단히 말하면, 지금도 김세은이랑 사귀고 있고... 그 상태에서 너랑도 사귄다는 거야...”

“... 뭐라고 이 개 미친 쓰레기 새끼야?”

“...”

백지수가 나를 올려보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진짜 사람이 극도로 배신감이랑 화가 치밀면 전신이 떨리는구나. 느닷없는 깨달음이었다.

“너 그럼 씨발 저번에 나한테 바람피우면 어떡하냐고 했을 때 그 바람상대가 나였던 거야?”

“... 응...”

“이런 씨발...”

“근데 나 너 말고 다른 사람한테도 입술 뺏긴 적 있어...”

“누구?”

“송선우랑 이슬 누나...”

“그럼 그 둘은 이미 따먹었어?”

“아니... 갑자기 입술 포개서 밀어냈는데 둘 다 나 포기 안 한대...”

“이런 개 씨발... 네가 공공재냐? 존나 무슨 입술을 아무한테나 다 대줘 미친 새끼야!”

“... 너도 나한테 키갈했었잖아...”

“아니 그렇긴 한데 씨발...!”

백지수가 오른손을 들었다. 때리려는 거겠지. 눈을 감았다. 볼에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곧바로 입에 백지수의 촉촉한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다.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하움... 헤웁...”

엉덩이를 살짝 띄운 채 오른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고 입술을 포개온 백지수가 왼손을 밑으로 내려 내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내 귀두를 주물렀다. 자지가 껄떡거리려 했다.

“츄릅... 너 씨발 강간은 아직, 하웁... 안 당해봤지? 쮸읍...”

이게 무슨 질문일까.

“츕... 대답 안 해?”

“안 당했어요...”

백지수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내 정면에서 입술을 포개면서 자지를 만져댔다.

“하움... 츄읍...”

백지수가 입술을 떼고 나를 뒤로 밀쳤다. 등이 침대에 닿아 몸이 흔들렸다.

“빨리 옷이랑 바지 벗어 개새끼야.”

“네...?”

“너 존나 따먹을 거니까 벗으라고.”

“...”

백지수가 팔짱을 꼈다.

“안 벗어?”

“벗을게요...”

일어서서 바지랑 팬티를 내렸다. 자지가 튀어 올라서 배를 때렸다. 백지수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와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너무 긴장돼서 심장이 튀어나가기라도 할 것 같았다. 백지수가 내 팔에서 와이셔츠를 빼고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오른손으로 내 가슴을 밀었다. 안 밀려났다. 백지수가 눈을 찌푸렸다.

“침대에 누워.”

“네...”

침대 가운데에 가서 누웠다. 백지수가 나를 내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자지 흔들어서 세워둬.”

“알겠습니다...”

오른손으로 자지 밑부분을 감싸 쥐고 흔들었다. 쿠퍼액이 나왔다. 백지수가 가만히 나를 내려보면서 민소매를 벗어 던졌다. 가슴이 민소매 면을 따라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출렁거렸다. 백지수가 팬티를 내렸다. 얼마나 자위했는지 하얀 액이 살짝 새어나온 일자 보지가 야했다. 수치스러우면서도 극도로 흥분됐다. 백지수가 몸을 돌려서 커다란 엉덩이를 실룩이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콘돔을 가져오려는 건가. 금방 화장실을 나온 백지수는 왼손에는 러브젤을 두 통 들고 오른손에는 10개입 콘돔이 20개 들어가는 콘돔 박스를 들고 있었다. 얼마나 섹스하려고 그러는 걸까. 백지수가 천천히 다가와서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러브젤이랑 콘돔 박스를 내려놓고 콘돔을 하나 꺼냈다. 백지수가 일어선 채 오른손 검지랑 엄지를 콘돔 안에 넣고 벌리는 걸 보는데 사정감이 몰려왔다. 아직 삽입도 안 했는데 이렇게 꼴린다니. 얼마나 정액을 짜내질까. 벌써 자지가 욱신거리는 느낌이었다. 두려웠다. 백지수가 침대 위로 올라와 무릎으로 기어서 내 다리 사이로 들어오려 했다. 다리를 벌려줬다. 백지수가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

“말 안 해도 알아서 잘하네?”

“...”

백지수가 말없이 왼손으로 콘돔 끝을 잡고 귀두에 콘돔을 씌운 다음 양손으로 콘돔을 잡고 천천히 내렸다. 백지수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시선을 올려 나를 쳐다봤다.

“너 이거 왜 안 딱 맞아...?”

“몰라...?”

“... 너 진짜 존나 크긴 크구나...”

불알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백지수가 왼손으로 내 불알을 만지고 있었다. 손에 러브젤을 짜고 왔나? 목이 부르르 떨렸다. 백지수가 씨익 웃었다.

“네 강간 아다는 내가 따는 거야.”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언제나처럼 백지수는 내 상상을 뛰어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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