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화 〉 화요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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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이 유강은에게 도도도 달려가서 성하윤을 품에 안아 든 나를 오른손 검지로 가리키면서 입을 열었다.
“강은 선생님! 온유 선생님이 하윤이만 편애해요!”
유강은이 미소 지으며 이지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편애 되게 어려운 말인데. 지성이 엄청 똑똑하다.”
“고마운데요, 온유 선생님 좀 혼내주세요!”
“지금은 안 되고, 유치원 끝나고 나서 선생님이 따로 혼내줄게.”
“으음... 지금은 안 돼요?”
“안 돼요.”
유강은이 상체를 굽히고 이지성의 두 겨드랑이로 손을 넣어서 안아 들었다. 아무리 봐도 힘 쓰는 게 익숙해보였다. 성하윤의 오른손이 내 눈앞을 가렸다.
“왜 하윤아?”
“저 봐주세요.”
“지금 너 안아주고 있잖아.”
“그니까 저한테 집중해주세요.”
“으응...”
이상하게 되게 고집스러웠다. 아직 애라서 그런 걸까? 만약 성하윤이 자라고 나서도 이런 성격이라면 장래에 생길 남자친구가 굉장히 고생할 게 뻔했다. 성하윤이 입을 열었다.
“들썩들썩해주세요.”
“아까도 계속해줬잖아.”
“그래도요.”
“선생님 조금 힘든데?”
“저 가볍잖아요.”
“그래도 오랫동안 들어주고 있으면 힘들어.”
“음...”
성하윤이 오른손을 들어서 입을 감쌌다. 눈을 내리깔고 고민하는 모습이 말도 안 되게 귀여웠다. 미소 지었다. 팔에 반동을 줘 성하윤의 몸이 들썩이게 해줬다. 성하윤이 눈을 크게 뜨고 내 양쪽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성하윤이 미소 지었다.
“흐흫.”
“왜 이렇게 귀여워? 우리 하윤이?”
“저도 몰라여.”
“선생니임...”
유강은에게 안긴 이지성이 내 쪽을 쳐다보다가 유강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유강은이 피식 웃고 내게 다가왔다.
“온유 쌤.”
“네 강은 선생님.”
“지성이도 선생님이랑 놀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좀 놀아주시면 안 돼요?”
이지성이 불안한 눈빛으로 유강은을 보다가 나를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저, 저 하윤이랑 놀고 시퍼요.”
“선생님도 같이?”
이지성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성하윤이 입을 열었다.
“난 싫은데?”
“왜!”
“너 재미없어.”
“어, 어...?”
이지성의 동공이 흔들렸다. 할 말을 잃은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웃어도 될 타이밍은 아니어서 참아내고 진지한 표정을 지은 다음 성하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윤아, 친구한테 그런 말하면 안 되지.”
“근데 지성이 진짜 재미없는데요.”
이지성이 성하윤을 바라보며 울상을 짓고 고개를 획 돌렸다. 화났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건지 울상인 걸 보여주기 싫은 건지 분간이 안 됐다. 어쩌면 두 목적을 모두 수행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 유강은이 오른손으로 이지성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입을 열었다.
“하윤아.”
“네 선생님.”
“지성이한테 사과해.”
“... 미안해 지성아.”
“... 너 하나도 안 미안하잖아.”
이지성이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말했다.
“너 내가 진짜 미안한지 안 미안한지는 어떻게 알고 그런 말해?”
“딱 느껴지거든.”
“거짓말하고 있네.”
“거짓말 아니거든!”
“거짓말쟁이.”
“아니야!”
“하윤아.”
유강은이 목소리를 낮게 깔아서 말했다.
“네 선생님.”
“너 지금 지성이한테 사과하는 거야 놀리는 거야.”
“사과하려는데 지성이가 안 받아주잖아요!”
“그럼 지성이한테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야?”
“...”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말해.”
“... 미안해 지성아. 잘못했어.”
“... 너랑 안 놀아.”
이지성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있었다. 왼손으로 성하윤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면서 유강은 선생님 앞으로 두 발짝 다가갔다. 유강은이 한순간 눈을 크게 떴다가 다시 평상시처럼 떴다. 성하윤이 오른손으로 이지성의 등을 쓸었다.
“미안해애...”
성하윤의 목소리에도 물기가 어려있었다. 아이들은 한 명이 울면 꼭 다른 아이도 울곤 했다. 좀 큰 청소년이나 어른이라도 함께 눈물을 흘려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아이들처럼 마구 울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뭐랄까 슬픔의 전염성에 저항할 면역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잘못해써어...”
이지성이 으에엥, 하고 소리 내며 울었다. 자꾸만 들썩이는 작은 등이 말도 안 되게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입술로 이를 감싸고 입을 꾹 다물어서 참아냈다. 성하윤도 훌쩍훌쩍하면서 오른손으로 연신 이지성의 등을 쓸어주었다. 유강은이 오른손으로 이지성의 뒤통수를 쓰다듬어주었다. 유강은이 상체를 살짝 기울여 내 왼 귀 가까이에 입을 댔다.
“온유 쌤.”
내가 안고 있는 성하윤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너무 간지러워서 목 밑으로 소름이 타고 흘렀다.
“지성이 진정되면 잠깐 나와봐요.”
“네.”
나도 똑같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지성이랑 성하윤이 훌쩍임을 그쳤을 때 바닥에 내려주고 둘이 얘기하는 모습을 잠깐 지켜봤다. 나랑 같이 이지성이랑 성하윤을 보던 유강은이 고개를 나를 쳐다보며 오른손 검지로 문 쪽을 가리켰다. 일어서서 문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가고 이내 유강은이 선생님들 한 1분만 나갈 테니까 잘 있어야 돼, 라고 말하고 나와서 문을 닫았다.
“좀만 뒤로 가봐요.”
유강은이 조용히 말했다. 세 걸음 정도 뒷걸음질 쳤다. 유강은이 미소 짓고 입을 열었다.
“그냥 여기 말고 나가서 얘기할래요?”
“... 무슨 말하시려고요?”
“그냥 애들 들을까봐요.”
“애들이 들으면 안 되는 얘기예요?”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일단 나가요.”
“네.”
몸을 돌렸다. 일곱 시 반이 지난 시간이라 그런가 건물의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바깥은 어두웠다. 걸어가서 오른손으로 문을 열고 나갔다. 같이 나온 유강은이 유리문을 닫고 어딘가로 빠르게 걸어갔다. 따라붙었다. 유강은이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온유 쌤.”
“네.”
“애들이 울고 나면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아요?”
“글쎄요...?”
“되게 쉬워요.”
“잘 모르겠어요.”
“단 거를 주면 돼요. 초콜릿 같은 거. 지금 편의점으로 그거 사러 가는 거예요 우리.”
“초콜릿이면 저한테 좋은 거 있어요, 유치원 안에. 반 애들 다 먹을 수 있을 만한 양으로요.”
유강은이 눈을 휘둥그레 크게 뜨고 멈춰섰다.
“그래요?”
“네. 원장실 냉장고에 있는데 가져올까요?”
유강은이 머리를 왼쪽으로 갸웃했다.
“초콜릿이 왜 원장실 냉장고에 있어요?”
“부탁드릴 분이 원장 쌤밖에 없어서요.”
“으음... 그럼 돌아가죠.”
“네.”
도로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강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근데 초콜릿 사러 가는 거면 한 명은 애들 봐주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맞긴 해요. 애들이 말썽을 부리는 편은 아니라서 약간 믿고 그런 거긴 한데, 좋다고 할 순 없긴 하죠...”
유강은이 내 눈을 똑바로 마주쳐왔다.
“근데 저 온유 쌤한테 좋은 정보 알려주려고 한 건데.”
미소 지었다.
“감사해요 그건.”
유강은이 마주 미소 지었다.
“그럼 빨리 들어가죠.”
“네.”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반으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유강은이 계속 나를 따라왔다. 오른손 중지를 뿔처럼 세우고 원장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요, 라고 강혜린이 말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강혜린이 내 뒤를 보고 입을 열었다.
“왜 온유 쌤이랑 강은 쌤이랑 같이 와요?”
“온유 쌤이 저 초콜릿 주시겠다고 해서 같이 왔어요.”
유강은이 재빠르게 답했다. 그런 식으로 말한 적 없는데. 조금 당황스러웠다. 유강은을 바라봤다. 유강은이 나를 쳐다보며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봐달라는 건가? 고개를 돌려 강혜린을 쳐다봤다.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강혜린이 팔짱을 끼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도 초콜릿 먹고 싶은데.”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같이 먹어요.”
“좋아요.”
강혜린이 냉장고를 열어서 갈색빛을 띤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디저트 상자를 꺼내고 내게 다가와 건네줬다. 두 손으로 받았다. 오른손으로 뚜껑을 열고 강혜린을 보며 입을 열었다.
“먹고 싶으신 거 골라주세요.”
강혜린이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두 개 골라요? 아까처럼?”
왜 아까처럼을 강조하는 거지.
“이거 애들도 먹을 거라서, 딱 하나만 골라주세요.”
“아, 애들 주는 거였어요?”
강혜린이 고개를 얕게 끄덕이면서 내 왼편을 바라봤다. 고개를 돌려봤다. 유강은이 미소 짓고 있었다.
“네. 지성이랑 하윤이 울어 가지고 단 거 줘야 할 거 같아서 편의점으로 사러 가려 했는데 온유 쌤이 마침 자기한테 좋은 거 있다고 해서 왔어요.”
“으음... 그렇구나.”
강혜린이 왼손으로 오른 팔꿈치를 받치고 오른손으로 턱 오른쪽을 받쳤다. 그러고 있으니까 가슴이 부각되어 보였다. 분명 의도한 건 아닐 텐데 몸이 야하다보니 모든 행동이 야해보였다. 유강은이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초콜릿 남는 건 다 저랑 나눠 드시는 거 맞죠? 온유 쌤?”
이런 말한 적 없는데. 왜 또 이러시는 거지. 나를 쳐다보는 유강은의 눈빛이 왠지 뜨거웠다. 일단 그럴 생각이 있긴 있었으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유강은이 흡족한 미소를 짓고 강혜린을 바라봤다. 강혜린이 미소 짓고 갸또 쇼콜라를 집어들어 반으로 가르고 오른손에 든 걸 자기 입에 넣고는 오른손으로 입을 가렸다.
“온유 쌤도 먹어요.”
그렇게 말한 강혜린이 왼손에 든 걸 내 입 가까이에 가져다댔다. 입을 벌렸다. 강혜린이 갸또 반 조각을 내 입에 넣어줬다. 강혜린이 씨익 웃었다.
“맛있죠.”
고개를 끄덕이고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네.”
“나중에 또 줄 수 있으면 줄게요.”
“감사해요.”
“이제 둘 다 빨리 가요. 애들 기다리겠다.”
유강은이 입을 열었다.
“그렇네요. 가죠 온유 쌤?”
“네.”
같이 원장실을 나갔다. 유강은이 문을 닫고 나란히 걸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실 말씀 있으세요?”
유강은이 오른손 검지로 디저트 상자를 가리켰다.
“온유 쌤 이거 혜린 쌤한테 받으신 거예요?”
“네. 정확히는 혜린 쌤 언니분이 주신 거예요.”
“아아...”
유강은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혜린 쌤 언니가 왜 온유 쌤한테 이런 걸 줘요?”
멋쩍게 웃었다.
“이게 사정이 좀 길어서요. 다 끝나고 아홉 시에 말씀드릴게요.”
“으음... 알겠어요.”
같이 반으로 들어갔다. 유강은이 능숙하게 아이들을 불러모아 나를 보조로 두고 가벼운 게임을 하며 초콜릿을 나눠줬다. 종류가 다 달라서 원하는 게 겹치면 싸울 법도 했는데 아무도 싸우지 않고 만족했다. 뭐든지 다 맛있었던 것도 있겠지만 아무도 불만을 가지지 않은 건 유강은의 능력이 있어서 가능한 거였다. 유강은이 뭍에 나온 인어처럼 앉아서 성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문득 유강은은 자기 아이를 잘 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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