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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159화 (159/438)

〈 159화 〉 월요일, 근데 이제 학교를 안 가는 (10)

* * *

별장 안으로 들어가 신발을 벗었다.

“이온유야?”

송선우가 외치는 소리였다. 진짜 안 가고 여기에서 잘 작정으로 남아 있었구나. 어째선가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발을 떼 안으로 걸어갔다. 호랑이 굴에 제발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송선우랑 백지수는 술이랑 글라스가 늘어놓인 아일랜드 앞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둘 다 얼굴이 붉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송선우는 복숭아고 백지수는 사과였다. 송선우가 나를 보고 입을 열었다.

“이온유!”

송선우가 왼팔은 아일랜드에 댄 채 오른손을 들어서 까딱까딱 손짓했다. 백지수는 오른팔을 아일랜드에 대고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게슴츠레 뜬 눈으로 말없이 나를 주시하기만 했다. 왠지 주눅들었다. 천천히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네...”

송선우가 마주보는 자리쪽을 오른손바닥으로 탕탕 쳤다.

“앉아.”

“알겠습니다.”

“가운데에 앉아.”

백지수가 툭 말했다. 의자를 송선우랑 백지수의 어깨가 한눈에 보이는 데로 옮기고 앉았다. 백지수가 말없이 스트레이트 잔에 깔루아, 베일리스, 크렘 드 카카오를 균등하게 플로팅한 다음 왼손으로 잔을 밀어서 내 앞으로 건넸다. 백지수가 나를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마셔.”

“아니...”

“마셔.”

“...”

송선우를 바라봤다. 눈빛이 차가운 게 백지수의 동업자처럼 보였다.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듯했다. 그냥 잔을 들고 입에 털어 넣었다. 단맛에 입안이 얼얼했다. 백지수가 이번엔 올드 패션드 글라스에 굵은 얼음을 채우고 바카디 151, 아마레토, 라임 주스를 빌드하고 유리 머들러로 섞었다. 갈색 빛이 감도는 칙칙한 누런색이 왠지 불길했다. 침을 삼키고 오른손 검지로 바카디 151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거 도수 몇이야?”

“좀 세.”

“아니 정확히 말해주시면 안 될까요?”

“몰라 걍 마시면 알 건데 말 좀 안 시키면 안 돼?”

“...”

“지수 너무 화났다.”

송선우가 왼팔을 벌리고 몸을 기울여 백지수를 안고 백지수의 오른 어깨에 자기 왼 볼을 얹었다. 송선우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빨리 마시고 취해 너도.”

아니 뭐 어떻게 된 거지 이게? 너무 당황스러워서 헛웃음이 나왔다.

“나 취해야 돼?”

송선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 우리 지금 취해서 정신 나갈 거 같은데 너 때문에 참고 있는 거거든?”

“아니 안 취하게 둘이 알아서 조절했어야지...”

“뭘 그런 걸 따지고 있어 그냥 마시라니까.”

백지수가 말했다. 둘 다 눈빛이 사나웠다. 암사자 두 마리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둘이 서로 견제하느라 안 잡아 먹힌 거지 백지수나 송선우 둘 중 한 명이랑 단둘이서만 있었다면 그대로 덮쳐졌을 거 같았다. 오른손으로 올드 패션드 글라스를 잡고 작게 한 입 마셨다. 바로 느껴졌다. 이건 위험했다. 백지수가 눈을 찡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렇게 찔끔찔끔 마실 거야?”

“아니 급성 알코올 중독...”

“누가 원샷하래? 야금야금 마시지 말라는 거지.”

“그래도...”

“중독되면 내가 앰뷸런스 부를 테니까 그냥 마셔.”

“응...”

한 모금 입에 넣고 넘겼다. 목이 아렸다. 아무래도 둘 다 나를 조져버리려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백지수가 자기 앞에 스트레이트 잔을 둘 놓고 깔루아, 베일리스를 빌드하고 휘핑 크림을 올렸다. 이것도 나한테 마시게 하려는 건가? 입을 열었다.

“뭐야?”

“블로우잡.”

“어, 어...?”

“블로우잡이라고.”

“...”

백지수가 잔 하나를 왼손으로 밀어 송선우 앞으로 건넸다. 내리깐 두 눈이 흔들림 없이 고요한 게 맛이 가버린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을 거였다. 백지수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뭔가 말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이 나올지 하나도 감이 안 와서 두려웠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누가 더 잘 마시는지 네가 심사해봐.”

“... 내가?”

백지수가 눈을 찡그렸다.

“너 유치원 갔다 와서 지능 수준 다섯 살로 퇴보했냐? 왜 자꾸 되물어?”

“... 알겠어.”

“우리 둘이서 누가 더 맛있게 마시는지 대결하기로 했는데, 자꾸 서로 자기가 더 잘 마신다고 우겨 가지고 제대로 봐줄 제삼자 필요했던 거야.”

송선우가 말했다. 이런 걸 왜 하는 걸까. 이해하기 힘들었다. 송선우가 잔을 내려보고 입을 열었다.

“근데 내 거 왤케 휘핑 크림 적어?”

백지수가 휘핑 크림 스프레이를 짜서 층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올렸다.

“됐어?”

“응. 이제 할까 지수야?”

백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송선우가 입을 열었다.

“동시에 하지는 말자. 시선 분산 되면 안 되니까.”

“어. 먼저 해.”

“오키.”

송선우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두 손을 올려 옆머리를 모으고 뒷머리까지 끌어 잡았다. 송선우의 하얀 목이 훤히 드러났다. 송선우가 머리카락을 쥔 채로 고개를 내렸다. 송선우의 입이 열렸다. 뾰족한 분홍색 혀가 잔 위로 올라온 휘핑 크림을 핥아 살짝살짝 건드렸다. 잿더미가 자기 몸을 핥짝여서 털을 관리하는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정성스러웠다. 그렇게 고개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기울여가며 휘핑 크림을 핥은 송선우가 조금 힘들었는지 고개를 뒤로 빼며 더운 한숨을 흘렸다. 잔을 봤는데 휘핑 크림이 겉만 핥은 바닐라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뾰족하게 깎여 있었다. 송선우가 다시 고개를 숙여 잔의 끝에 가까운 부분에 입술을 맞추고 물어서 그대로 상체를 일으켜 세운 다음 목을 뒤로 젖혔다. 잔의 내용물이 송선우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송선우가 꼴깍꼴깍 삼키고 잔을 입에 문 채로 고개를 다시 숙여 아일랜드에 내려놓았다. 송선우의 왼쪽 입가로 휘핑 크림이랑 술 방울이 살짝 묻어났다. 송선우가 입가를 혀로 닦아내고 나를 쳐다보며 눈을 곱게 휘어 살폿 미소 짓고는 입을 열었다.

“맛있다.”

돌겠다. 팬티 속에서 자지가 껄떡거렸다. 얘는 야한 거를 연구하나? 살짝 어지러웠다. 이걸 어떻게 이길 방법이 있나? 도저히 상상이 안 됐다. 고개를 돌려 백지수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쳤다. 아무래도 포기할 것 같은 눈빛은 아니었다. 왜 다 이렇게 진심이지? 이유를 알고 싶었다. 백지수가 고개 돌려 송선우를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나 한다.”

“응.”

송선우가 답하고 오른팔을 아일랜드에 대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백지수를 바라봤다. 백지수가 일어서서 아일랜드 옆에 있는 검은색 머리띠를 가지고 앞머리를 뒤로 넘긴 다음 두 손을 뒤로 해 뒷짐 지고는 한 번 한숨을 폭 쉬고 고개를 내렸다. 백지수가 잔 위로 솟아오른 휘핑 크림 윗부분에 키스라도 하듯이 쪽쪽거렸다. 입맞춤은 위에서 아래로 정면에서 옆으로 점점 이동했다. 휘핑 크림의 형태가 입술 모양으로 바뀌고 차츰 사라졌다. 그렇게 입술만 쓰던 백지수가 갑자기 입을 벌려 혀를 턱 앞으로 내빼고 휘핑 크림 윗부분을 노골적으로 핥았다. 휘핑 크림이 무너져서 일부분이 잔 바깥으로 떨어졌다. 정수리에 전류가 흐르기라도 한 것처럼 짜릿함이 느껴졌다. 뭐가 백지수랑 송선우를 이렇게 미치도록 야하게 했을까? 백지수가 잔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고개를 뒤로 빼고 입을 벌렸다.

“흘렸다...”

미칠 것 같았다. 오늘은 무조건 자위하고 자야 할 거였다. 백지수가 다시 고개를 밑으로 내리고 입을 크게 벌려 잔의 중간 부분이 안 보일 정도로 넣고 그대로 물은 다음 고개를 들어 바로 목을 젖혔다. 꼴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술이 백지수의 목을 넘어가는 게 보였다. 백지수가 고개를 내려 잔을 내려놓고 상체를 일으킨 다음 멍하니 입을 벌렸다.

“하아...”

술에 약한 백지수는 아무것도 안 해도 버티기도 힘든 지금 상황에 도수도 높은 걸 스트레이트로 넘겼으니 확실히 힘들 거였다. 근데 너무 야해서 일부러 계산이라도 해서 한 행동으로 느껴졌다. 송선우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누가 이겼어?”

둘 다 야했다. 그냥 야한 것도 아니고 존나 야했다. 둘은 맛있게 먹는 게 아니라 야하게 먹는 걸 대결한 거였다. 누가 이겼다고 말하기 껄끄러웠다. 일단 중요한 걸 물어봐야 할 거였다.

“승자 갈리는 게 중요한 상황이야...?”

“어.”

백지수가 짧게 답했다. 둘이 무슨 모종의 거래라도 했나? 이긴 사람이 나를 따먹는다거나 키스권을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아마 아닐 거였다. 그런 거래는 무조건 백지수의 손해였다. 백지수가 그런 거래를 할 리는 없었다. 그럼 뭐지? 그냥 자존심 싸움인가? 알 수 없었다. 여자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송선우가 입을 열었다.

“빨리 말해.”

“...”

어떻게든 모르는 척 빠져나가야 했다. 고민하고 입을 열었다.

“일단... 지수가 살짝 흘렸으니까... 선우가 이긴 거 같은데...?”

백지수가 코웃음 치고 머리띠를 빼 아일랜드에 내려놓았다. 앞 머리카락이 약간 치솟아 있는 게 사나워보였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진짜? 진짜 그게 기준이야?”

송선우가 미소 지었다.

“왜 그래 지수야, 패배를 받아들여.”

백지수가 입을 살짝 벌린 채로 시선을 돌려 송선우를 노려보다가 다시 나를 쳐다봤다.

“그게 진짜 네 결정인 거지?”

말로 대답하기 어려웠다. 고개를 끄덕였다. 송선우가 히히 웃고 입을 열었다.

“너 그럼 오늘 나랑 자야 돼.”

뭔 소리지? 섹스하자고 대놓고 말하는 건가? 자지가 터져버리기라도 할 것 같았다. 송선우가 분홍빛 입술을 열었다.

“지수랑 나랑 내기한 게 이긴 사람은 너랑 침대에서 자고 진 사람은 소파에서 자는 거였어.”

“... 그래?”

“응.”

송선우가 배시시 웃었다.

“근데 내 의견은요...?”

“너 존나 좋잖아 지금.”

백지수가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말문이 막혔다.

“무슨 소리예요...”

“아 씨 걍 자, 선우랑.”

왜 이 말도 야하게 들리는 거지? 내가 미친 걸까? 지금 조금 어지럽기는 했다. 화제를 돌리고 싶었다. 백지수를 바라보며 오른손 검지로 누런 칵테일을 가리켰다.

“근데 이거는 이름 뭐야?”

“카타르시스.”

“으응...”

올드 패션드 글라스를 잡고 카타르시스를 한 모금 넘겼다. 속이 뜨거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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