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 일요일 (7)
* * *
“하움... 츄읍... 이제 좀 먹자. 쮸읍...”
백지수가 말했다.
“왜 계속, 키스해?”
“쯉... 츄릅... 헤웁... 츄읍... 츕...”
백지수가 입술을 떼고 얼굴을 멀리했다.
“딱 여기까지.”
백지수가 자세를 바로 하고 엉덩이를 살짝 띄워 의자를 약간 앞으로 당겼다. 나도 자세를 고치고 숟가락을 들었다. 밥을 조금 옮겨 공간을 만들고 국자를 들어 국물이랑 건더기를 조금 옮겨놓았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국자 나 줘.”
“응.”
백지수가 국자를 건네받아 김치찌개를 퍼내 자기 밥공기로 옮기면서 입을 열었다.
“너 술 마셔야 돼?”
“술은 왜?”
“너 얘기하려면 술 마셔야 되는 거 아냐?”
“음... 있음 좋지?”
“뭐 먹고 싶어?”
“그냥 소주?”
“의문형 쓰지 마라.”
“소주 마실래.”
“응. 가져와.”
“알겠어. 너도 마실 거야?”
“조금은.”
“오키.”
일어나서 냉장고를 열어 소주를 두 병 꺼내 왼손에 들고 오른손에 맥주잔을 둘 들어서 자리에 앉았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맛보던 백지수가 잔을 보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나 취하게 만들려고?”
“그냥 조금 덜 귀찮으려고.”
“지랄하지 말고 소주잔 가져와.”
“네.”
일어나서 맥주잔을 도로 돌려놓고 소주잔을 두 잔 가져와 앉았다. 소주병을 따놓은 백지수가 바로 잔 하나에 소주를 붓고 나한테 넘기려 했다. 오른손으로 받고 다른 잔에 소주를 부으면서 입을 열었다.
“계속 이렇게 서로 따라주는 거야?”
소주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백지수가 오른손으로 잔을 들고 입을 열었다.
“아니. 첨부터 자작하면 복 나갈까 봐 그러는 건데?”
나도 오른손으로 잔을 들었다. 서로 잔을 가까이해서 부딪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잔을 꺾었다. 백지수가 눈을 찌푸리고 잔을 내려놓은 다음 바로 숟가락을 들어 김치찌개 국물을 두 번 마셨다. 귀여웠다. 입을 열었다.
“너 암만 봐도 술 싫어하는 거 같은데.”
“술은 싫지. 넌 술 그 자체를 좋아하세요?”
“난 네가 좋은데.”
“개 씨이발...”
백지수가 두 손을 들어서 손가락을 마구 오그라뜨렸다.
“내 손 어쩔 거야.”
“펴줄까?”
“해봐.”
두 손을 뻗어서 백지수의 양옆 겨드랑이를 간지럽혔다. 백지수가 큭큭 웃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손을 쫙 펴서 테이블을 잡았다. 간지럽히는 손을 멈추고 상체를 세운 다음 입을 열었다.
“폈어.”
간지러운 느낌이 남았는지 잠시간 계속 고개를 숙인 백지수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진짜 미쳤냐?”
“아뇨.”
“아 진짜...”
백지수가 오른손으로 소주를 들어서 내 잔에 채워 넣은 다음 숟가락을 들었다. 소주를 들고 백지수 잔에 채워주려 기울이는데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나 조금만 줘.”
“응.”
절반만 채워줬다. 한동안 말없이 먹고 마시기만 했다. 백지수는 내가 소주를 넘길 때마다 가득 채워줬다. 한 잔을 털어놓고 입을 열었다.
“네가 나 보내려는 거 아냐?”
“그냥 너 말하기 편한 정신 상태 만들어주려고 도와주는 건데?”
“언제는 나 보고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하직하고 싶냐고 했으면서.”
백지수가 나를 쳐다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취했냐?”
“뭐가.”
“존나 애처럼 투덜대는 거 보면 취한 거 같아서.”
“안 취했어.”
“취한 사람 특. 나 안 취했어라고 말함.”
“아니 나 진짜 안 취했는데.”
“취한 사람 특. 취했다고 말하면 한사코 진짜 안 취했다고 함.”
“아 가불기 미치겠다 진짜.”
백지수가 히히 웃었다. 귀여웠다. 피식 웃었다. 삼겹살을 한 점 집어먹었다. 국물을 머금고 있어서 씹었을 때 즙이 가득 퍼졌다. 백지수를 바라보면서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여기 김치찌개 맛있다.”
백지수가 나를 마주 보면서 미소지었다.
“그치. 내가 시키는 이유가 있어요.”
잔을 왼손으로 들었다. 백지수도 소주잔을 들어서 그대로 부딪었다. 같이 목을 젖혔다. 차차 취기가 올라왔다. 세 잔만 더 털어 넣었다. 백지수를 바라봤다. 백지수가 나를 보고 왼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이제 말하게?”
“응.”
“해.”
입을 열었다가 도로 닫고 멋쩍게 웃었다.
“막상 말하려니까 안 나온다 말이.”
백지수가 오른손으로 소주를 들었다.
“그럼 술 더 넣음 되겠네.”
잔이 거의 가득 채워졌다. 털어 넣었다. 눈이 찡그려졌다. 백지수가 웃고 입을 열었다.
“개 쓰죠 이온유.”
“나 안 쓰다 한 적 없는데?”
“나도 걍 말한 건데?”
“아 개 유치해.”
“반사.”
“반에 사랑하는 사람 있어?”
“어. 너.”
“와.”
두 손을 마구 오그라뜨리고 올려서 보여줬다.
“어떡할 거야 이거.”
“펴줘?”
“빨리 펴보세요.”
“바로 펴 드림.”
백지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테이블에 오른손을 짚고 얼굴을 가까이해와서 내 왼 귀 귓바퀴를 깨물었다. 발기했다. 백지수가 다시 자리에 앉고 나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펴졌지.”
“아니요?”
“너 지금 다시 오그라뜨린 거잖아.”
“아닌데 진심.”
“억지 부리지 마세요.”
“억지는 네가 부리는 거죠.”
“아무리 봐도 구란데.”
“아니 나 진짜 핀 적 없어.”
“진짜?”
“진짜로.”
“으음...”
백지수가 테이블에 오른팔을 대고 오른손으로 턱을 괬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나 너 무조건 피게 할 수 있는 방법 하나 있긴 해. 나그네 옷 벗기기 느낌으로.”
“뭔데?”
“잠깐만.”
백지수가 나를 마주 보는 쪽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뭔가 예감이 안 좋았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20초 동안 내 가슴 마음대로 만질 수 있게 해줄게.”
말을 한 백지수의 귀가 급속도로 붉어졌다. 섹스 어필을 이런 식으로 할 줄이야. 조금 감동적일 정도였다.
“일. 이. 삼.”
백지수가 카운트를 셌다. 숫자를 셀 때마다 백지수의 얼굴이 조금씩 붉어졌다. 창피해할 거면서 이런 건 왜 할까? 존나 야했다.
“사. 오. 육.”
그냥 만질까? 고민됐다. 네가 이겼어요, 라고 말하면서 손을 펴서 보여줘서 유야무야 넘어갈 수도 있는데, 왠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칠. 팔. 구.”
시간은 계속 지나갔다. 지금부터라도 만지면 십 초는 마음껏 만질 수 있었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진짜 이건 못 참겠다. 양손을 들어서 백지수의 가슴을 정면으로 약하게 움켜쥐었다. 백지수가 흠칫 몸을 들썩였다. 미치도록 귀여웠다.
“십. 십일. 십이.”
백지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백지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이십 초를 다 세고 난 후에 어떡할지를 생각하고 있을까? 백지수는 카운트를 다 세고 손을 떼게 할까 아님 계속 만져도 된다고 허락할까? 궁금했다. 가슴을 주물렀다. 백지수가 입을 꾹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십삼... 흣... 십사... 십오...”
백지수가 숫자를 세는 게 느려졌다. 이십 초 후에는 만지지 못하게 할 건데 가슴이 주물러지는 건 좋아서 일부러 느리게 세는 걸까? 존나 음탕했다. 따먹고 싶었다. 두 손을 측면 쪽으로 쓸면서 위치를 옮기고 엄지로 유두가 있을 부분을 더듬어 찾았다. 백지수가 입을 다물고 흥, 하고 콧소리를 냈다. 대놓고 신음을 내는 건 부끄러운 건가? 음란하고 귀여웠다. 백지수의 얼굴은 어느새 너무 붉어져서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다.
“십육... 십칠...”
엄지를 눌렀다. 백지수가 고개를 숙이면서 두 손을 뻗어와 내 어깨 위에 얹고 손을 오므렸다. 힘이 느껴졌다. 기분이 그렇게 좋은가? 물어보고 싶었다. 근데 지금 백지수는 내가 발기한 걸 정면으로 보고 있을 건데. 뭔가 지금이 끝나면 백지수가 섹스하자고 달려들 것 같았다. 따먹어야 하나? 따먹어도 될까? 복잡했다.
“십파알... 으응... 십구우... 이시입...”
손을 떼고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백지수가 고개를 숙인 채로 숨을 골랐다. 백지수가 고개를 들고 나를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너 가슴 왤케 야하게 만져.”
“네?”
“너 나 말고 다른 여자 가슴 존나 만져본 적 있는 거 아냐?”
“아니 이건 남자의 본능이라서요...”
“내 가슴이 처음이야?”
백지수의 가슴을 만져본 건 처음이었다.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양심이 찔렸다.
“씨발...”
백지수가 내 소주잔을 들고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런 다음 바로 눈을 찡그리면서 젓가락을 들어 삼겹살을 집어 먹었다.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보다 네가 더 취한 거 같은데?”
“몰라 씨발.”
백지수가 내 잔에 소주를 따랐다. 입을 열었다.
“그거 내 잔이야.”
“그래? 그래서?”
소주를 뺏어 들고 백지수 잔에 따라 주었다. 백지수가 기어코 오른손으로 내 잔을 잡아서 들었다. 하는 수 없이 백지수 잔을 들었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러브샷하자.”
“갑자기?”
“하자면 하는 거지 뭘 갑자기야. 뒤질래?”
“아니요.”
고분고분 팔을 크로스 했다. 동시에 마시고 꼴깍 삼켰다. 똑같이 눈을 찌푸렸다. 백지수가 나를 보고 살폿 웃었다. 나도 미소지었다. 좋은 기분이 올라왔다. 어머니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새어버린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백지수가 잠시라도 내 기분이 풀릴 수 있게 배려해준 걸지도 몰랐다. 아니 그냥 그럴 확률이 높았다. 입을 열었다.
“고마워.”
백지수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그냥 고마워서.”
백지수가 픽 웃었다.
“고마우면 나중에 잘 갚으세요.”
“네.”
미소지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백지수가 원하는 게 있다면 되도록 최고로 돌려주고 싶었다. 그만큼 백지수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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