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화 〉 잭콕 (2)
* * *
“하움... 츄릅... 쯉... 하아... 츄읍... 헤웁... 츕... 쮸읍... 학... 후움... 츄릅... 쮸읍...”
입술이 떨어지고 얼굴이 멀어졌다. 백지수가 눈을 뜨고 시선이 닿는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이 뜨거운 눈빛으로 내 얼굴을 바라봤다. 백지수가 술이랑 침을 삼켰다. 키스를 거듭할수록 술을 마시는 양은 줄어들고 입술이 맞닿아서 혀를 섞는 시간은 늘어났다. 백지수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고 입술에 뽀뽀를 가볍게 세 번 하고 입을 열었다.
“나 존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됐다. 웃으면 술기운이 달아날 것 같고 꿈꾸는 거라고 답하면 그건 또 그것대로 백지수를 깨울 것 같았다. 그냥 왼손으로 뒷목을 잡고 오른손으로 왼볼을 잡아 끌어와서 입술을 덮쳤다. 백지수가 양팔로 내 목 뒤를 껴안으면서 다시 눈을 감았다. 긴 속눈썹이 옅게 파르르 떨렸다. 귀엽고 예뻤다. 이제 조금만 더 마시게 하고 침대에 눕히면 재울 수 있을 듯했다. 뭔가 아쉬웠다.
“츄읍... 하움... 헤웁... 츄릅... 하악... 쯉... 츄읍... 하웁... 하아...”
입술이 떼어지고 얼굴이 멀어졌다. 벌려진 서로의 입 사이로 뒤집힌 포물선 모양으로 침이 늘어졌다가 서로의 가슴팍 위에 떨어졌다. 왼손을 소파 위로 뻗어 온더락 글라스를 잡고 잭콕을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백지수가 다시 덮쳐와서 당연한 듯 혀를 섞었다. 침이랑 칵테일이 입가로 흘러 목을 타고 내려갔다. 일어나고서 몸이 끈적한 걸 느끼면 꿈이 아니었다는 걸 알 테니 백지수가 잠들었을 때 옷을 다 벗기고 물 묻힌 수건으로 닦아주든가 해야 할 듯했다.
“하움... 츄릅... 쮸읍... 헤웁... 흐응... 하아...”
백지수가 입술을 떼고 입을 열었다.
“가슴 안 만져...?”
미친년. 가슴이 뜨거웠다. 입이 절로 열렸다.
“만져줘?”
“응...”
존나 야했다. 글라스를 천천히 들어 잭콕을 입에 머금었다. 안 만지고 참아야 할까? 그냥 만지는 게 나을 터였다. 만지라고 하는데 안 만지는 게 더 백지수를 술에서 깨게 할 거였다. 고개를 정면으로 하자마자 백지수가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얼굴을 가까이해왔다. 입술이 맞닿고 혀가 뒤섞였다. 입가로 술이 흘러내렸다. 왼팔을 백지수의 등 뒤로 해서 백지수를 안고 오른손을 백지수의 민소매 안으로 비집어 넣었다. 백지수가 갑자기 내 어깨에 올린 두 손을 떼고 민소매 옆구리 쪽을 잡아 위로 끌어올렸다. 백지수의 가슴이 출렁, 하고 튀어나왔다. 제대로 못 본 게 한스러울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한 광경이었다. 키스하면서 흥분했는지 솟아올라 있는 분홍빛 유두랑 적당한 크기의 유륜이 매력적이었다. 왼가슴을 움켜쥐었다. 백지수가 다시 양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입을 맞춰왔다.
“으읏... 쮸읍... 츄릅... 흐응... 하움... 츄읍... 쯉... 하아... 흐읏... 헤웁...”
자위하면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말랑했다. 손가락이 파묻히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크기와 감촉이 주는 만족감이 대단했다. 김세은의 가슴도 말캉했는데 백지수의 가슴은 더 부들부들했다. 김세은한테는 미안하지만 백지수의 가슴이 더 취향이었다. 백지수가 입을 뗐다.
“내 가슴 좋아...?”
백지수가 나직이 물었다. 피식 웃었다. 웃음을 참기에는 백지수가 너무 귀여웠다.
“존나 좋아.”
오른손 엄지랑 검지 첫째 마디로 왼가슴 유두를 살짝 꼬집듯이 했다.
“읏...!”
가슴을 빨아보고 싶었다. 참아야 했다. 뭔가 키스 마크가 잘 남을 것 같은 몸인데 물고 빨다 보면 흔적이 남아버려서 들켜버리고 말 것 같았다. 백지수가 다시 내 입술을 덮쳐왔다. 술을 마셔서 더 취하게 해야 하는데, 백지수는 어느 순간부터 자꾸 키스만 하려 했다.
“하움... 헤웁... 츄읍... 가슴... 쮸읍... 츕... 빨아도 돼...”
나도 빨고 싶었다. 혀를 돌리면서 유륜을 핥다가 가슴 사이로 얼굴을 파묻어서 양손으로 가슴 양옆을 주물러도 보고 엄지로 유두를 눌러도 보고 싶었다. 뒤로 박으면서 출렁이는 가슴을 보다가 움켜쥐고 목덜미에 키스 마크를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아직은 실수로 돌릴 수 있었다. 없던 일인 듯 연기할 수 있었다. 몸에 흔적을 남기는 순간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거였다. 입술이 떨어지고 다시 잭콕을 입에 머금었다. 백지수가 입술을 덮쳐왔다. 양손으로 백지수의 가슴을 움켜쥐고 주물렀다. 김세은의 가슴보다 훨씬 더 크고 부드럽고 말캉한 가슴이 주무르는 대로 형태를 바꾸었다.
“으응... 하움... 헤웁... 츄읍... 흐음... 쯉... 하아... 츄릅... 쮸읍... 헥...”
백지수가 입술을 뗐다. 얼굴이 멀어졌다. 백지수의 눈이 게슴츠레 풀려있었다. 졸린 모양이었다. 이대로 백지수가 빨리 잠들었으면 했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이대로 계속 가슴을 주무르면서 키스하고 섹스도 하고 싶었다. 입을 열었다.
“졸려?”
“으응...”
“침대로 갈까?”
“침대...?”
“응.”
백지수가 가만히 내 눈을 마주 봤다. 귀여워서 절로 미소지어졌다. 백지수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양쪽 볼에 입술을 맞춰 뽀뽀했다. 백지수가 내 목덜미를 잡고 양쪽 볼이랑 이마랑 콧잔등이랑 입술에 가볍게 뽀뽀했다. 백지수가 배시시 웃었다. 사랑스러웠다. 김세은에게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을 백지수에게서도 느끼고 있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명을 마음에 품어도 되는 걸까? 백지수가 내 어깨를 잡고 소파에서 일어나 바로 다시 내 왼편에 털썩 앉았다. 백지수가 민소매를 아예 훌렁 벗어버렸다. 이번엔 가슴이 민소매를 따라 올라갔다가 떨어지면서 출렁이는 게 제대로 보였다. 얼굴을 처박고 싶을 정도로 탐스러운 예쁜 반구 형태를 띤 가슴 중앙에 있는 유두가 바짝 서 있었다. 백지수도 존나 꼴려 있는 모양이었다. 도끼 자국이 있는 곳을 봤다. 돌핀팬츠가 검은색이라 잘은 안 보였지만 흥건한 건 식별할 수 있었다. 그냥 이대로 덮쳐서 바지를 비껴 자지를 박아넣고 싶었다. 백지수가 나를 쳐다보고 두 팔을 벌리면서 입을 열었다.
“나 안고 가줘.”
웃음이 나왔다. 평소에 애교라는 건 찾기 힘든 백지수가 가끔 이렇게 응석을 부리거나 할 땐 정말 웬만큼 귀여운 어린 아이보다도 더 귀여웠다.
“알겠어.”
백지수 앞에서 왼 무릎을 꿇었다. 백지수의 두 무릎 뒤로 오른팔을 넣고 왼팔로 등을 받쳤다. 백지수가 나를 끌어안았다. 가슴이 맞닿아 상의 너머로 바짝 선 유두가 느껴졌다. 왼볼에 한 번 가볍게 뽀뽀하고 일어났다. 걸어가는데 백지수가 내 양어깨를 잡아서 몸을 세워 내 얼굴 곳곳에 뽀뽀를 퍼부었다. 얼굴이랑 머리카락에 시야가 자꾸 가려서 걸음을 빨리할 수 없었다. 계단 앞에서 멈춰 서고 입을 열었다.
“나 앞 안 보여.”
백지수가 장난스레 미소지었다.
“너 넘어져서 나 떨어뜨리면 죽어.”
“나도 너 안 떨어뜨리고 싶으니까 좀 봐줘.”
“내가 딱 한 번만 들어준다.”
백지수가 말하고 내 왼어깨에 머리를 얹었다. 피곤했다. 2층으로 올라가 백지수 방에 갔다. 침대 왼편에 백지수를 눕혔다. 백지수가 정자세로 누운 채로 말없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양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존나 꼴렸다. 입을 열었다.
“뭐 해?”
“갑자기 창피해서...”
그냥 존나 따먹을까? 심하게 고민됐다.
“넌 왜 안 벗어.”
“나도 창피해서.”
“지랄.”
“너 계속 가슴 가릴 거야?”
“너 바지 벗으면 안 가릴게.”
“약간 불공정하지 않아?”
“좆까. 꼬우면 다 벗든가. 그럼 나도 벗을 테니까.”
백지수의 얼굴이 붉었다. 없던 수치심이 갑자기 몰려온 건가? 그러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말은 당돌한 척 툭툭 뱉는 게 또 존나 야했다. 그냥 하는 짓이 다 하나하나 야했다. 괜스레 침을 삼켰다. 백지수를 따먹어도 될까? 일단 상의를 느리게 벗으면서 시간을 벌었다. 옷을 바닥에 버리듯 내려놓았다. 히꾹, 하고 딸꾹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 몸 진짜 존나 좋다... 히끅...”
피식 웃었다.
“네 몸도 예뻐.”
“... 지랄...”
백지수가 상체를 일으켜 양손으로 이불을 잡고 그대로 누우면서 가슴을 가렸다.
“히꾹...”
백지수가 누운 채로 침을 꼴깍 삼켰다. 미치도록 귀여웠다. 그냥 다 내려놓고 존나 따먹고 싶었다. 입을 열었다.
“나 아까 현관문 안 잠그고 왔는데 잠그고 올게.”
“... 알겠어. 빨리 와.”
달려서 내려갔다. 일단 조금의 시간은 벌었는데. 어떻게 재워야 할까. 머리가 안 돌아갔다. 현관문을 잠갔다. 술을 더 먹여야 하나? 온더락 글라스에 남아 있던 걸 싱크대에 버리고 잭 다니엘 1.5 온스랑 콜라를 부어 섞고 잔을 왼손에 들었다. 또 뭘 해야 재울 수 있지? 양초를 태울까? 화장대에 하나 있던 거 같은데, 그걸 침대 옆 작은 탁자에 두고 태우면서 재워야 할 듯했다. 만약 못 재우면 어떡하지? 섹스해야 하나? 이건 좋은 질문이 아니었다. 아까 답을 내지 않은 물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동시에 두 명을 마음에 품어도 되는 건가? 안 될 거였다. 그럼 두 명을 마음에 품는 게 죄가 되는 걸까? 죄라고 할 순 없을 거였다. 죄는 행동에만 묻는 것이었다. 백지수랑 섹스를 하면 죄를 짓는 것일 거였다. 아니 이미 죄를 지었다고 할 수 있었다. 섹스를 하느냐 안 하느냐는 지금 상황을 적은 확률로라도 돌이킬 수 있느냐와 어떤 확률로도 돌이킬 수 없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가능하다면 돌이켜야 할 거였다. 백지수를 무조건 재워야만 했다. 못 재우는 경우는 존재해서는 안 됐다. 두 번 심호흡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