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잭콕 (1)
* * *
냉장고를 열어 오른손으로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꺼내 바로 빨대를 물어 한 모금 마셨다. 조금 밍밍했다.
“제 거도 주세요.”
서유은이 뒤에서 말했다.
“응.”
왼손으로 다른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꺼내 서유은에게 건네주고 왼손으로 냉장고 문을 닫았다.
“얼음 녹아서 조금 밍밍해.”
서유은이 빨대를 물고 쪼옥 빨고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래도 맛있어요.”
미소지었다.
“고마워.”
“이게 왜 고마워요...?”
“고맙지, 맛없다고 하면 무안한데 안 그래 줬으니까.”
“오빤 진짜 모든 거에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인 거 같아요.”
서유은이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다시 한 모금 빨아 마셨다.
“근데 그게 좋아요. 진심으로.”
웃었다.
“가볼게. 치즈케이크는 언니랑 부모님이랑 먹어.”
“네 감사해요. 근데 저 대문까지는 배웅 나갈래요.”
“응. 고마워.”
밖으로 나갔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세 시가 다 되고도 이십 분을 더 있었는데도 순식간인 것처럼 느껴졌다. 바닐라 라떼를 빨면서 대문을 나섰다.
“안녕히 가세요오...”
뒤돌아섰다. 고개를 숙였다가 들은 서유은이 왼 상완이랑 왼 가슴 사이에 바닐라 라떼를 끼고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흔들었다.
“응. 잘 있어.”
“네.”
오른손을 마주 흔들었다. 다시 뒤돌고 걸어가면서 바닐라 라떼를 마셨다. 오른 주머니에서 오른손으로 폰을 꺼내 들었다. 일곱 걸음쯤 갔을 때 고개만 돌려 뒤를 봤다. 여전히 서유은이 있었다. 서유은이 눈을 마주치자 헤헤 웃으면서 다시 두 손을 흔들었다. 폰을 든 채로 오른손을 흔들었다. 서유은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돌려 다시 앞을 보면서 걸었다. 폰을 켜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두 시 사십 삼 분에 백지수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두 시가 넘어서 자다 깼거나 그보다 일찍 깨서 또 자위하다가 문자를 보낸 모양이었다.
[거 진짜 존나 돌아다니시네]
[어딨으세요?]
[나 지금 밖]
폰을 주머니에 넣고 지하철을 타서 좌석에 앉았다. 폰을 꺼내봤다. 백지수한테서 문자가 와 있었다.
[너 누구 만났는데?]
[나 밖에서 점심 먹는다고만 썼잖아]
[그래서 혼밥했다고?]
[아니]
[만났으면서 혀가 ㅈㄴ 길어]
[누구 만났는데?]
[후배]
[후배 누구?]
[유은이]
[넌 뭐 존나 여자만 만나냐?]
[남자 후배도 좀 챙기고 그래]
[남자 후배도 챙기지]
[근데 왜 여후배만 만나는데]
[만나는 거랑 챙기는 건 다른 거잖아. 그리고 나 막 사람이랑 만나고 그러는 타입도 아니고.]
[뭐래]
[어제도 송선우랑 존나 놀아재끼고 오늘은 유은이랑 만나고]
[변명을 좀 그럴듯하게 해보세요]
[내가 이걸 왜 변명해야 돼요]
[ㅈㅅ]
[좀 과몰입한 듯]
[뭐에 과몰입하셨는데요?]
[내가 막 캐묻지 말랬지]
[네에.]
[띠껍다?]
[죄송합니다]
[처신 잘해]
[넵]
역에서 나오고 버스를 탄 다음 별장으로 갔다. 왼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고 대문을 열고 바로 닫았다. 별장 안에 들어가 신발을 벗고 거실로 갔다. 소파에 등을 묻어서 눕듯이 앉은 흰 민소매에 검은 돌핀팬츠 차림의 백지수가 오른손에 온더락 글라스를 들고 있었다. 이건 뭐 진짜 백수도 아니고. 백지수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이온유.”
“... 응.”
“히꾹... 일루 와봐.”
“알겠어. 잠만.”
주방 쪽을 둘러봤다. 아일랜드에 잭 다니엘이 있었다. 백지수는 아마 잭콕을 마시는 모양이었다. 소파로 돌아가서 오른편에 앉았다. 백지수가 오른팔을 소파 등받이 위에 걸치고 나를 바라봤다. 술 냄새가 심했다.
“술을 누가 혼자 마시냐고 했으면서 넌 왜 혼자 술 마셨어.”
“히꾹... 내 맘이거든.”
백지수가 말을 하고 바로 왼손에 든 글라스를 기울여 잭콕을 마셨다. 입 왼쪽으로 잭콕이 새어 흘러 목이랑 쇄골을 따라 내려가 가슴골로 갔다. 민소매 안으로 분홍색 유륜이랑 유두가 보였다. 존나 미친년. 브라를 왜 안 입었을까. 자지가 꼿꼿하게 발기했다. 날 따먹으려고 하나? 두려웠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근데 왜 네가, 히꾹... 우리 속옷까지 정리를 하셨어요?”
“... 우리 속옷이요?”
“선우 씻고 팬티 갈아입을 거, 히끅... 없어 가지고 내가 아직 안 쓴 거 하나 줬어. 흰색으로. 히끅... 선우가 벗은 팬티는 같이 빨래했고. 분홍색 레이스 팬티 하나 있었을 건데. 히꾹... 기억하지?”
얼굴이 뜨거웠다. 존나 변태 같았다.
“너무 상세하게 얘기 안 해주셔도 되는데요.”
“히끅... 네가 물어봤잖아.”
“제가 잘못했습니다.”
백지수가 피식 웃고는 시선을 내려 내 하반신을 봤다. 등골로 소름이 타고 흘렀다.
“히끅... 꼴렸어?”
얘 진짜 왜 이래.
“저한테 왜 그러세요...”
“씨발...”
백지수가 왼손에 든 글라스를 소파 왼편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내 왼 어깨에 오른손을 얹고 오른 다리를 내 왼 허벅지 옆에 둔 다음 왼발을 굴러 튀어 올라 왼 다리를 내 오른 허벅지 옆에 뒀다. 백지수가 그대로 무릎을 접으면서 내 허벅지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바지를 벗기만 한다면 영락없는 대면좌위 자세였다. 백지수는 지금 노팬티일까? 그럴 확률이 높을 것 같았다. 백지수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았다. 어떻게 뿌리쳐야 하지. 난감했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나, 히꾹... 너 다른 사람한테 뺏길 거 같아서, 히꾹... 존나 미칠 거 같아... 히끅...”
백지수의 입김이 얼굴을 덥혔다. 백지수가 입을 살짝 벌린 채 타오르는 눈빛으로 내 얼굴 이곳저곳을 뜯어보았다. 백지수가 낮게 읊조렸다.
“간 좀 그만 보면 안 돼...?”
백지수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은 채로 얼굴을 느리게 가까이했다. 키스하려는 걸까? 얼굴에 머리카락이 닿아와서 간지러웠다. 양손을 들어 올려 백지수의 얼굴을 붙잡았다. 코앞에 다가오면 힘을 줘야 할 거였다.
“야 이러지 마...”
“너나, 히꾹... 어장 치지 마 개샛끼야.”
발음이 새는 게 제정신 아닌 듯했다. 눈이 좀 풀린 게 술을 좀만 더 먹이면 바로 뻗을 것 같았다. 어쩌면 유일한 활로였다. 입을 열었다.
“나도 술 좀 주면 안 돼?”
“술?”
백지수가 왼편을 보고 오른손으로 자기가 마시던 잔을 들어서 코앞에 둬서 보여줬다.
“마실래?”
“... 줘.”
오른손으로 받아서 입에 머금었다. 달콤 쌉싸름했다. 백지수가 물끄러미 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도 마실래.”
뭔 미친 소리지? 갑자기 백지수가 덮치듯 얼굴을 가까이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피했다. 백지수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았다. 힘을 쥐어 짜내는 건지 퍽 억셌다. 피하려 한다면 손목을 잡아 뜯는 식으로라도 하면서 피할 수는 있는데 그러다가는 백지수가 창피해져서 술을 깰 것 같았다. 생각하는 사이 백지수가 다시 덮쳐왔다. 입술이 포개졌다. 백지수의 혀가 서툴고 애처롭게 입안을 맴돌았다. 입가로 술이 새어나갔다.
“헤웁... 츄읍... 쯉... 하움... 츄릅... 후움...”
이렇게 술내 나는 키스는 처음이었다. 숨이 찰 즈음에 백지수의 입이 떨어졌다. 침이랑 술을 같이 삼켰다. 백지수도 침이랑 술을 꿀꺽 삼켰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히끅... 또 마셔.”
“...”
잭콕을 다시 입에 머금었다. 백지수가 다시 얼굴을 가까이 해왔다. 이미 키스를 해버린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블랙아웃이 될 정도로 취하게 만든 다음 흔적을 지워 나랑 키스한 게 현실의 일인지 꿈속 일인지 분간이 안 되게 하는 도박밖에는 답이 없었다. 입을 벌려서 백지수의 혀를 받아들였다.
“츄읍... 하움... 후음...”
서툰 혀가 진득하게 뒤섞여오지 못하고 자꾸 입안 이곳저곳으로 움직였다. 답답했다. 입을 떼고 침이랑 술을 삼켰다.
“혀 좀 가만히 내버려 둬봐.”
“내버려 두라고...?”
“응. 오래 맞닿게만 한다는 생각으로.”
잭콕을 입에 머금고 백지수의 입술을 덮쳤다. 방금까지 있던 혀의 잔 움직임이 사라졌다. 그냥 느릿느릿 혓바닥이 서로 마주하는 것만을 목표로 움직이는 듯했다. 말은 잘 들었다. 입술을 뗐다.
“이게 훨씬 기분 좋지.”
“으응... 기분 좋아...”
눈이 풀린 게 존나 야했다. 그냥 다 집어치우고 따먹고 싶었다. 왼손으로 글라스를 들고 다시 입안에 털어 넣으려 했다. 잔이 비어있었다. 입을 열었다.
“술 없다. 더 가져올게. 나와봐.”
“으응...”
백지수가 몸을 일으키고 두 손을 내 어깨 위에 올려 왼발 먼저 바닥에 닿게 한 다음 오른발도 바닥에 닿게 해서 내려왔다. 일어서서 온더락 잔의 얼음을 버리고 잭 다니엘을 3온스 넣은 다음 콜라를 부었다. 자지를 위로 올린 다음 글라스를 왼손으로 들고 다시 소파에 가 앉았다. 어느새 보지가 젖어버렸는지 돌핀팬츠에서 도끼 자국이 나 있는 쪽이 젖어 있는 백지수가 아까랑 똑같이 내 몸 위에 올라왔다. 아까랑 차이점은 몸이 더 밀착했다는 거였다. 위로 올린 내 자지가 백지수의 배에 닿고 백지수의 가슴이 내 가슴에 맞닿았다. 옷 너머로 느껴지는 감촉이 존나 부드러웠다. 다 벗고 나신으로 살결이 맞닿으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당장이라도 옷을 벗어 제끼고 존나 따먹으면서 알아내고 싶었다. 고개를 왼쪽으로 해 잭콕을 입에 머금고 다시 입을 열었다. 백지수가 두 손으로 내 볼을 감싸고 덮쳐왔다.
“하움... 츄릅... 츕... 헤웁... 쯉... 후음... 츄읍...”
키스 실력이 또 발전해있었다. 따먹히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존나 야한 년이었다. 입술이 떨어졌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나... 잘하고 있어...?”
떠듬떠듬 말하는 게 존나 귀여웠다.
“잘했어.”
왼손으로 백지수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지금 상황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니 즐기는 게 맞았다. 왼손으로 잔을 들어 잭콕을 입안에 머금었다. 백지수가 다시 얼굴을 가까이해왔다. 당연한 듯이 입술을 벌려 붉은 혀를 받아들였다. 입가로 술과 침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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