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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134화 (134/438)

〈 134화 〉 치즈케이크랑 아이스 바닐라 라떼 (1)

* * *

백지수가 새근새근 조용히 숨을 쉬었다. 나는 꼴려서 미칠 것 같은데 참 잘도 잤다. 자기도 날 따먹고 싶어서 돌아버리고 싶은 건 매한가지일 텐데, 이렇게 숙면을 취하는 게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지수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동도 없었다. 곤히 잠든 모양이었다. 오른손을 들어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머릿결이 부드러웠다. 하얀 볼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춰서 깨우고 싶었다. 뭐야, 같은 얼떨떨한 말을 하면서 벌려진 입을 덮쳐 진득하게 키스하고 싶었다. 옷을 급히 벗기고 커다란 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싶었다. 평소 자위하던 대로 자위하라고 말해서 스스로 보지를 적시게 하고 자지를 집어넣고 싶었다. 땀이랑 애액으로 침대 시트를 더럽히고 손수 빨래하고 싶었다. 같이 대형 매장에 가 침대 시트만 열 장을 사서 존나 따먹어 줄게, 라고 오른 귀에 속삭이고 싶었다. 발그레 달아올랐을 귀를 살짝 깨물고 별장으로 돌아오는 시간도 참지 못해서 근처 무인텔에서 섹스하고 싶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보지를 쑤셔주고 싶었다.

“지수야.”

방금이랑은 다르게 조금 큰 소리로 말했다. 백지수는 계속 곤히 잠들어 있기만 했다. 내 몸 위에 얹힌 백지수의 팔이랑 다리를 걷어내면서 몸을 슬쩍 뺐다. 일어나서 다리만 이불을 덮어줬다. 자위해야 할 듯했다. 소리가 안 나게 조심히 화장실 문을 열었다. 세탁기를 확인했다. 안에 속옷이 없었다. 빨래했나? 어디에 널었을까. 1층에서 건조대가 보이지 않았으니 아마 밖에다 널었을 거였다. 일단 옥상으로 가봤다. 다른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한 건지 건조대가 흰 파티션에 가려져 있었다. 일단 백지수의 분홍색 팬티를 오른손으로 들어 냄새를 맡아봤다. 세제 향만 나고 살내음이랑 살짝 시큼한 냄새가 뒤섞여서 만들어진 야한 냄새는 잘 나지 않았다. 약간 아쉬웠다. 백지수의 속옷만 챙기고 내려가려 했다가 들키면 어떤 변명도 안 통할 것 같아서 내 팬티도 다 챙기고 내려갔다. 1층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내 팬티는 대충 선반 안에 쑤셔놓고 바닥에 수건을 세 장 깔아 백지수의 속옷만 늘어 놓아봤다. 익숙하지 않은 분홍색 레이스 팬티 하나가 눈에 띄었다. 자위할 때 봤다면 이렇게 생소하지 않았을 건데. 아마 송선우의 팬티인 듯했다. 바로 오른손으로 들어서 냄새를 맡아봤다. 어제 놀면서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가 세제 냄새랑 야한 냄새가 같이 났다. 발기했다. 바지랑 팬티를 동시에 벗고 빨래통 위에 대충 던졌다. 왼손으로 송선우의 분홍 레이스 팬티랑 백지수의 CK 브랜드의 회색 팬티랑 검은 브라를 들고 코를 박은 다음 오른손으로 자지 밑부분을 감싸 쥐었다. 눈 감고 천천히 오른손을 흔들었다. 나는 누운 채로 있고 백지수는 보지로 내 자지를 꽈악 물고 양손을 내 배에 얹은 채 허리를 흔들었다. 송선우는 내 입에 보지가 닿도록 무릎을 꿇고 앉아 배시시 웃으면서 나를 내려보았다. 혀를 내밀어서 송선우의 보지를 핥았다. 야한 냄새가 나를 미치게 했다. 사정할 것 같았다. 백지수의 속옷들이 있는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정액을 싸질렀다. 발기는 풀리지 않았다. 계속 자위했다. 송선우랑 백지수의 보지를 번갈아 빨고 박으면서 네 번 사정했다. 보지를 빨아보고 싶었다. 다음에 김세은을 만난다면 보지를 빨아보고 싶다고 얘기하고 빨아봐야 할 듯했다. 브라랑 두 팬티를 속옷들 위에 같이 두고 수건을 보자기처럼 싸서 욕조에 둔 다음 커튼을 쳤다. 팬티랑 바지를 입고 옷을 챙겨 다시 안에 들어가 샤워했다. 속옷을 다 챙기고 밖에 나와 소파에 앉아 속옷을 차차 갰다. 속옷을 다 개고 나서 폰을 켜봤다. 서유은에게서 카톡이 많이 와 있었다.

[오빠 저희 오늘 만나잖아요]

[점심에 보기로 한 거 맞죠...?]

[(먼지가 닫힌 문을 두드리는 이모티콘)]

[오빠 아직 안 일어나셨어요? ㅠㅜ]

[빨리 봐주세요,,,,]

[(먼지가 뒤돌아 훌쩍이고 바닥에 얕은 웅덩이가 생긴 이모티콘)]

[오빠 아직 자는 거예요?]

[30분 내로 답장 안 해주시면 전화할 거예요]

[진짜예요]

텍스트랑 이모티콘 사이 간격이 길었다가 점점 짧아졌다. 많이 초조해졌던 모양이었다. 미안했다. 전화 걸었다. 수신음이 두 번 갔을 때 연결됐다.

“유은아.”

ㅡ네 선배.

선배라니, 일부러 거리감을 주려 하는 건가, 귀여웠다.

“미안해. 내가 카톡 알림을 꺼놔 가지고 문자 보낸 거 아니면 잘 몰라.”

ㅡ아아... 그랬어요?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미안해. 많이 삐졌어?”

ㅡ아뇨 많이 안 삐졌어요. 그냥 조금 삐지기만 했지 막 안 보고 싶을 정도로 삐지진 않았어요.

“많이 삐졌네.”

ㅡ맞아요 조금 많이 삐지긴 했어요.

“어떡하면 용서해줄 거야?”

ㅡ몰라요 저도.

“어디서 만날래? 어디 부르든 찾아갈게, 내가 잘못했으니까.”

ㅡ저 그럼 그냥 집에 있을 테니까 선배가 올래요?

“원하면 가야지. 진짜 네 집으로 가면 돼?”

ㅡ네.

“알겠어. 뭐 사갈까?”

ㅡ아뇨 굳이 뭐 사오실 필요는 없는데...

“그럼 내가 알아서 사갈게. 점심은 아직 안 먹었지?”

ㅡ네 아직 안 먹었죠. 저 선배랑 만나서 먹을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럼 나 재료 사갈 테니까 주방 써도 돼?”

ㅡ요리해주신다고요?

“응. 먹고 싶은 거 있어?”

ㅡ음, 저 지금 떡볶이랑 돈까스 먹고 싶어요.

“너무 살찌는 거 아냐?”

ㅡ근데 진짜 지금 먹고 싶은 게 딱 그 두 개예요...

“으응... 근데 그 두 메뉴면 내가 만드는 거보다는 배달 음식 먹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

ㅡ... 알겠어요. 그럼 배달시킬게요.

목소리가 너무 시무룩했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왜 이리 서유은은 괴롭히는 맛이 좋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미안해. 나중에 진짜 맛있는 거 해줄게.”

ㅡ아뇨 저 괜찮아요. 안 해주셔도.

“아니 진짜로.”

ㅡ아니 저 진짜 괜찮다니까요?

절대 안 괜찮을 거였다. 요리해주기 싫어서 이래저래 핑계 대는 건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속상해할 게 뻔했다. 서유은이라면 특히 더 그럴 거였다.

“내가 미안해서 그래.”

ㅡ... 알겠어요.

“고마워 기회 줘서.”

ㅡ... 고마우실 건 없죠. 따지면 제가 고마운 거고...

“그래도 고마워.”

ㅡ... 선배 좀 이상한 거 같아요.

“어디가?”

ㅡ몰라요 그냥 좀, 있어요 그런 게. 죄송해요. 넘어가주세요.

“알겠어. 바로 보러 가도 돼?”

ㅡ네 지금 오셔도 돼요.

“응. 택시 타고 갈게. 끊어.”

ㅡ네.

“응.”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

“내가 끊을까?”

ㅡ네, 네.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바로 안 끊는 것까지 귀여웠다. 어떻게 하는 행동이 하나하나 귀여운 건지, 이젠 신기할 정도였다. 문자가 왔다. 서유은이었다.

[(집 주소)]

[이따 봬요!!]

웃음이 나왔다. 서유은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기라도 하는 느낌이었다. 서유은의 집 주소 근처에 베이커리 프랜차이즈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곳을 목적지로 해서 택시를 불렀다. 백지수에게 문자 보냈다.

[나 점심 먹으러 나갔다 올게]

[속옷 다 말라서 걷고 소파에서 개서 그 위에 뒀어. 가져가.]

검정 트위드 자켓을 걸치고 밖에 나가 문을 잠갔다. 대문을 나오고 바로 닫은 다음 택시를 기다렸다. 폰을 보면서 대충 텍스팅을 했다. 클락션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택시가 와 있었다. 뒷문을 열고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면서 몸을 숙여 안에 들어갔다. 조용히 있으면서 폰만 만졌다. 내리면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차 문을 닫았다. 택시가 떠나갔다. 베이커리 안에 들어가서 치즈케이크를 달라 하고 초는 필요 없다고 말한 다음 현금을 냈다. 근처 커피 전문점에서 아이스 바닐라 라떼 라지 사이즈 두 잔을 사고 서유은의 집으로 향했다. 대문 앞에서 케이크랑 커피를 내려놓고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한 번 들리고 바로 연결됐다.

“나 도착했어 유은아.”

ㅡ아 넵. 바로 나갈게요!

“응.”

전화를 끊고 폰을 오른 주머니에 넣은 다음 커피랑 케이크를 들었다. 곧 대문이 열렸다. 서유은이 나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안녕하세요, 라고 말해왔다.

“커피 저 주세요.”

서유은이 두 손을 뻗어왔다. 커피를 둘 다 주었다. 안에 들어가면서 오른손으로 대문을 닫았다. 입을 열었다.

“너 혼자 있어?”

“네. 엄마랑 아빠는 데이트하러 갔어요.”

“사이가 되게 좋으신가 봐?”

“네 엄마랑 아빠 금슬 진짜 좋아요.”

“으응...”

“아 그리고 방금 배달왔어요. 빨리 먹어요!”

“응.”

서유은이 앞장서서 빠르게 걸었다. 서유은의 밝음이 부러웠다.입을 열었다.

“유은아 치즈케이크 좋아하지?”

서유은이 뒤돌아서 나를 쳐다보면서 뒷걸음질했다.

“네. 치즈케이크는 안 좋아하는 사람 없지 않아요?”

“거의 다 좋아하지.”

“그니까요. 전 치즈케이크 맛 모르는 사람들 좀 불쌍해요, 진짜 맛있는데.”

피식 웃었다.

“나도. 근데 앞에 봐주라. 좀 불안해.”

“넹.”

서유은이 다시 뒤돌아서 똑바로 앞을 보며 걸었다. 문 앞에서 서유은이 멈춰섰다.

“선배 문 좀 열어주세요.”

“응.”

앞으로 가서 오른손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서유은의 집 안에 들어가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나 너희 집 들어가 보는 거 이번이 처음이지?”

“네 저번엔 제 연습실? 같은 데만 들어가셨었죠 아마?”

“그니까.”

신발을 벗고 안에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하얀데 채광이 너무 잘 돼서 조명 같은 게 켜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많이 밝았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모던했다. 마음에 들었다. 같이 주방에 갔다. 냉장고에 케이크를 넣었다. 서유은이 커피도 냉장고에 넣어놓고 케이크랑 먹자고 해서 아이스 바닐라 라떼도 안에 넣었다. 떡볶이 그릇 뚜껑을 열면서 나를 쳐다보던 서유은이 미소지었다. 순간 우리가 일이 바빠 시간을 겨우 맞춰 신혼집에 모여 배달 음식을 나눠 먹는 신혼부부 같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미소를 띠며 자리에 앉았다. 김세은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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