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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112화 (112/438)

〈 112화 〉 씨발년이

* * *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곤했다. 이른 아침에 이수아랑 같이 중학교에 가서 입을 털고 또 나 혼자 우리 학교로 돌아가서 평판을 되돌리려고 한순간도 쉬지 못 했다. 다가오는 사람마다 아까 질문했던 사람이 했던 질문과 똑같은 것을 물어오면 아까 말했던 것을 똑같이 반복해서 답해주고 또 그것도 모자라서 말을 안 걸어오는 사람에게는 내가 직접 다가가서 해명까지 했다. 내 평판이 어제 있던 일로 하루 만에 조진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바삐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진실이 퍼지고 퍼져 한시라도 빨리 오명을 벗고 싶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많은 이가 내가 밴드부 단톡방에 올린 내용을 개략적으로는 알고 있었다는 거였다. 대충이나마 알고 있던 사람들은 내가 하는 설명에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고 그런 만큼 나도 설명을 장황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어제 지핀 불을 오늘 완전히 꺼뜨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점심을 빠르게 먹어치우고 급식실을 나와 주머니를 뒤졌다. 왼주머니에 있는 폰 말고는 텅 비어 있었다. 사물함에 있는 양치 도구를 까먹고 안 챙긴 거였다. 반으로 향했다. 멀리 교실에서 강성연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싸해서 멈춰 섰다.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새여동생이라는 애가 어떻게 보지 벌린다느니 자지 빨겠다느니 그러냐?”

강성연 목소리였다. 이런 개 씨발 새끼가 좆 같은 소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 이수아? 걔 말대로 이온유가 존나 따먹은 거 아냐? 이온유 좆도 발딱 세웠던 거 생각하면 거의 진짜 존나 확실한 거 같은데? 씨발 내가 만약에 이온유였다? 사는 집도 같은데 그 얼굴에 그 몸매면 존나 개 따먹었을 듯.”

큭큭. 강성연의 웃음소리가 멀게 들렸다. 야 복도에 이온유 있어. 방금 복도를 걷다가 나를 흘깃 보고는 교실 안에 들어간 애가 속삭이는 소리였다. 귀가 좋아서 화가 나든 어쩌든 멀리서 떠드는 소리나 속삭이는 소리 따위가 잘만 들려왔다. 아 레알? 강성연이 답했다. 분주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강성연이랑 얘기하던 애들이 대충 자리를 뜨는 모양이었다. 좆 같았다. 음수대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강성연이 있는 교실로 들어갔다. 여덟 시에 디코 키고 롤 오인큐 고? 책상에 걸터앉은 강성연이 애들이랑 아무랗지도 않은 척 떠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물함에서 양치 도구 케이스를 꺼내 바지 왼주머니에 집어넣고 뒷문 쪽으로 갔다. 주변시야에서 강성연이 나를 흘깃 훔쳐봤다. 씨발년이. 강성연에게 다가갔다. 애들이 슬금슬금 눈치 보며 한두 발짝 물러섰다. 오른손으로 강성연의 멱살을 쥐고 그대로 들었다. 강성연의 엉덩이가 책상에서 떨어졌다. 존나 뭐라 했냐? 여자애들이 허업, 하고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야 씨발 뭐해? 막아! 왼쪽에서 남자애들 목소리가 들렸다. 두리번거렸다. 강성연이랑 얘기한 새끼들 누구냐? 애들이 바로 내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교실 밖으로 달려나가는 애가 몇몇 있었다. 이 씨발... 강성연이 오른손을 말아쥐고는 내 왼 광대뼈를 때렸다. 야! 속보! 속보! 이온유가 강성연 멱살 잡음! 강성연이 얼굴에 죽빵 날림! 달려나간 애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빠를지는 모르지만 곧 쌤이 올 거였다. 왼손으로 강성연의 오른뺨을 후렸다. 으흑... 강성연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강성연이 양손을 말아 쥐어 마구잡이로 내 얼굴을 때렸다. 애들이 달려들어서 내 양팔을 붙잡았다. 야 온유야 하지 마. 강성연의 멱살을 놓고 양팔을 세게 한 번 휘저었다. 아악... 와중에 내가 휘저은 손에 맞은 애도 있는 듯했다. 씨발 막지 마 개새끼들아! 오른손바닥으로 강성연의 왼뺨을 때렸다. 입 좆 같이 놀리지 마 씨발아. 강성연이 질질 짜면서 왼손으로 뺨을 가렸다. 아까 한 개소리 또 해 봐 씨발년아. 온유야 하지 마. 왼팔을 휘젓고 왼손으로 강성연의 멱살을 쥐었다. 내 앞에서 못 할 말이면 아예 하지 마 병신 쫄보 새끼야. 왜 그래? 송선우 목소리였다. 오른손으로도 강성연의 멱살을 쥐어 끌고 왔다. 강성연의 목이 뒤로 젖히면서 가슴만 내 쪽으로 왔다. 윽... 강성연의 와이셔츠 단추가 두 개 뜯겼다. 강성연이 두 손으로 내 목을 붙잡았다. 개새끼이... 개새끼는 무슨. 죽여 버리고 싶었다. 누가 내 오른 손목을 낚아채서 관절기를 걸어 팔을 등에 붙였다. 오른 어깨를 두 번 털었다. 안 풀렸다. 적당히 해 온유야. 송선우 목소리였다. 적당히? 이 개새끼가 뭔 소리 했는지 알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왼손도 다른 애들 손에 붙잡혔다. 왼어깨를 한번 털고 팔꿈치를 솟구쳐 들어 누군지 확인 못 한 애의 턱을 갈겼다. 오른쪽으로 반바퀴 돌았다. 송선우가 내 오른 손목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왼쪽으로 오리걸음을 해 내 오른팔을 계속 등에 붙였다. 오른 손목을 털려 했다. 팔꿈치랑 어깨만 살짝 움직일 뿐이었다. 송선우는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왼손을 뒤로 해서 송선우의 왼 손목을 잡고 쥐어짜듯 힘을 주었다. 끄으음... 야... 내 손목도 조지게? 송선우가 신음을 내며 물었다. 놔. 두 대만 더 때리고 관둘게. 송선우가 코웃음 쳤다. 야 지금 성연이 봐봐. 그냥 질질 짜는 레즈년 얼굴만 있었다. 그냥 강성연인데 뭐. 오른 손목에 들어오는 힘이 줄어든 게 느껴졌다. 왼손에 준 힘을 빼고 오른 팔꿈치를 굽혀서 오른 손목을 뺐다. 순간 오른 팔꿈치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아읏... 송선우의 가슴을 친 모양이었다. 한 번에 가자. 미안했다. 왼팔이 여러 손에 붙잡혔다. 쌤 언제 와? 불렀어! 왼팔을 못 쓸 듯했다. 여자애들이 송선우에게 달려갔다. 선우야 괜찮아...? 오른손으로 강성연의 멱살을 잡아 얼굴 눈앞으로 가져왔다. 시선을 마주했다. 강성연의 눈빛이 흔들렸다. 너 잘못하면 진짜 뒤져 미친년아. 윽흣... 강성연이 발을 버둥거려 내 무릎을 때렸다. 오른발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밑을 내려봤다. 강성연이 입은 바지 밑으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실금이라도 했나? 미친년이었다. 야 저거 설마... 오른손 좀 어떻게 해 봐! 오른팔이 손 넷에 붙잡혔다. 멱살을 놓고 힘을 주어 털어냈다. 아니 병신들아 뒤에서 눌러서 눕혀! 아 그럼 됐네 씨발. 등 뒤로 몸을 얹는 건지 뒤에 무게감이 차차 늘어났다. 몸이 절로 앞으로 굽혀졌다. 누가 강성연의 겨드랑이로 두 팔을 넣고 뒤로 끌고 갔다. 내 가슴이 교실 바닥이랑 만났다. 상체에 축축한 느낌이 났다. 지린내가 올라왔다. 숨 막혔다. 두 명만 남고 다른 애들은 팔 붙잡아. 어떤 남자가 말했다. 그나마 숨 쉴 수 있게 됐다. 야 너희 뭐 해! 오니 가면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온유가 성연이랑 싸워 가지고 말렸어요. 그게 말리는 거야? 괴롭히는 거 아니고? 화난 사람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소리가 났다. 성연이는? 저기요. 야 나 말고 보건 선생님을 불렀어야지! 부르러 간 사람 없어? 이미 갔을걸요? 안 갔으면 어떡하게? 준성아 보건실 뛰어가서 선생님 좀 불러라. 지금 폰 갖고 있는 애 있냐? 저 있어요. 어 현수 넌 앰뷸런스 좀 불러라. 네. 어후... 괜찮냐 성연아? 끄윽... 아우 야. 말 시켜서 미안하다. 하회탈이 뒤돌아 내 쪽으로 다가와서는 쪼그려 앉았다. 온유야. 후우... 네... 너 지금 제정신이냐? 답할 말이 없었다. 아닐 거였다. 너 붙잡은 거 놔주면 성연이 안 때릴 자신 있냐? 알 수 없었다. 그냥 그대로 있을 거야? 아뇨. 하회탈이 일어섰다. 얘들아. 풀어 줘라. 그랬다가 또 때리러 달려들면요? 안 하겠지. 온유가 지가 한 말도 안 지키는 놈은 아니지 않냐? 혹시 모르죠. 놔줘. 전 몰라요. 무게감이 사라져 갔다. 하회탈이 의자를 끌어서 내 앞에 뒀다. 앉아서 잠깐 쉬어라. 하회탈이 뒤돌아서 강성연에게로 갔다. 어디 뼈는 안 나간 거 같냐? 몰라요... 머리는 맞았어? 존나 맞았어요... 타타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딨어요? 보건 쌤 목소리였다. 여깄어요. 하회탈이 답했다. 의자에 앉아서 몸을 탁탁 털었다. 보건쌤이 기겁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이런 거예요...? 저놈이 그랬어요. 온유가요...? 온유야 체육복 챙기고 따라 나와라. 하회탈이 말하고는 교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일어서서 체육복을 가지고 하회탈을 따라 교실 밖으로 나섰다. 애들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하회탈이 옥상 쪽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밖에 발을 디디고 문을 닫았다. 하회탈이 운동장이 보이는 가드라인 쪽으로 걸어갔다. 옆에 다가섰다. 하회탈이 아무 말도 걸어오지 않아서 가만히 심호흡했다.

“일단 윗옷이나 갈아입어라.”

“네.”

와이셔츠까지 다 벗고 체육복 져지를 걸쳤다.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이제 좀 괜찮냐?”

“네.”

“넌 뭐 덩치도 있는 놈이 여자애를 패고 그래. 그것도 키 작은 애를.”

“...”

“몇 대 때렸어?”

“두 대요...”

“어떻게?”

“... 싸대기로 양뺨에 한 번씩이요...”

“쯧...”

“...”

“무슨 일이야? 이유 없이 때리진 않았을 건데.”

“... 강성연이 저 없는 자리에서 더러운 소리해서요. 못 들을 거로 생각했는지 모르는 척하고 눈치 보는 게 열 받아 가지고...”

“뭐라 했길래.”

“수아가 어제 한 소리가 진짜 아니냐, 나였어도 존나 했을 거다...”

“... 화날 만했네. 근데 온유야.”

“네.”

“사회에선 주먹 날리는 놈이 지는 거야. 아무리 상대가 몹쓸놈이고 찢어 죽이고 싶어도, 주먹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돼, 절대. 여자한테는 특히 더 그럼 안 되고... 진짜 매장당한다...”

“...”

“내일이 모의고사지?”

하회탈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물고 다시 주머니에서 손을 넣어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라이터를 도로 집어넣고 한 입 쪼옥 빨고는 중지랑 검지로 담배를 집고 입에서 빼 연기를 뿜었다.

“학폭위 열릴지도 모른다. 낼모레든 언제든.”

하회탈이 다시 한 모금 빨고 연기를 내뿜었다.

“얼굴 빨간 게 부을 거 같더라. 어쩌면 병원에서 전치 몇 주 뗄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

“학폭위 열릴 거다. 네가 여자애랑 싸워서 어쩔 수 없다.”

“... 네.”

“학폭위 처벌 기준이 있다. 심각성, 고의성, 지속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 이 다섯 가지.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지속성은 없지?”

“네.”

“그래. 잘 숙지해 두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반성한다고 해라. 서면 사과나 교내 봉사로 끝날 수 있게.”

“... 네.”

“잘못하면 사회 봉사나 출석 정지까지 간다. 너 연예인 된댔지? 학폭으로 사회 봉사했다거나 하는 기록 남고 그거 드러나면 그대로 매장될지도 몰라. 요즘 학폭 논란으로 잘 나가던 아이돌, 배우 다 바닥치고 하잖아.”

교문으로 앰뷸런스 차량이 들어왔다. 하회탈이 담배를 한 입 더 빨아 연기를 내뿜고는 가드라인에 담배를 비벼 끈 다음 꽁초를 오른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알아서 잘 할 수 있지?”

하회탈이 오른손바닥으로 내 등을 툭툭 치고 옥상문 쪽으로 걸어 갔다. 뒤따랐다. 하회탈이 문손잡이를 잡았다.

“넌 가수해야 한다 온유야, 내가 보기에.”

하회탈이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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