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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110화 (110/438)

〈 110화 〉 내가 나빴어

* * *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하회탈의 말에 이수아랑 같이 뒷좌석에 올랐다. 서로 말을 섞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을 꽤 오래 할 수 있었는데 의문만 커져갔다. 내가 썸남인 척 개짓거리하고부터 주변 애들이 좆 같아져서 울던 건 평일에 있던 일이었다. 그때 위기 의식을 느껴 가지고 토요일에 가스라이팅까지 꽤 성공적으로 하면서 안심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인 일요일에 이수아가 갑자기 발랑까진 년이 되더니 오늘 나를 엿 먹여도 아주 단단히 엿 먹였다. 토요일이랑 일요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게 분명했다. 고개를 돌려 이수아를 봤다. 무표정했다. 교장실에서 울던 것도 연기였던 게 확실했다. 저 속에 숨긴 속내를 끄집어내고 싶었다. 잘 짜여진 가면을 뜯어내고 싶었다.

“잘 가라.”

하회탈이 정차하고 말했다. 어느새 집 앞에 도달해버린 거였다. 문을 열고 안녕히 가세요, 라고 말하며 고개 숙였다. 밖에 나와서 이수아가 인사하고 나오는 걸 기다린 다음 차문을 닫았다. 집 대문 안에 들어가고 이수아를 바라봤다. 그런다고 알아낼 수 있는 게 있을 리 없었다. 붙잡고 캐물어야 했다.

집 안에 들어가 신발을 벗고 내 방에 가방을 벗어 던진 다음 이수아 방으로 들어갔다. 이수아가 카디건을 벗고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문을 닫고 잠갔다. 이수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저 무표정이 나를 미치게 했다.

“왜 오빠?”

“너 얘기 안 한 거 있지.”

“뭐?”

“너 나 좆돼보라고 한 거 이유 더 있잖아.”

이수아가 비릿하게 웃었다. 화가 끌어올랐다. 다가가서 오른손으로 이수아의 목을 잡고 뒤로 밀었다. 이수아의 상체가 침대로 떨어져 들썩였다. 이수아의 다리 사이로 오른다리 무릎을 집어넣고 자세를 고정했다. 말은 나눠야 했으니 기도가 막히지는 않게 고개만 못 들도록 막았다.

“왜 그랬냐 미친년아?”

“오빤 내가 호구로 보였어?”

“뭐?”

“내가 네 맘대로 될 것 같았냐고.”

뭔 소리지, 머리를 굴렸다. 내 폰을 봤나? 언제? 이수아가 피식 웃었다.

“병신 새끼.”

토요일, 내가 정이슬에게 휘둘려 돌아다니다가 피곤해져서 문도 안 잠그고 깊이 잠든 토요일에 내 폰을 본 모양이었다. 내 잠금은 어떻게 안 건진 모르겠지만 정황상 확실했다.

“어때? 좆돼 보니까.”

“넌 내가 그 정도로 좆될 거 같냐 미친년아?”

“좆됐지, 너 좋아하는 애나 싫어하는 애나 다 너 병신으로 볼 거 아냐. 좆도 발딱 세우는 거 다 티 났는데.”

미친년이 노트 앱부터 문자 앱까지 이것저것 다 본 모양이었다.

“넌 안 좆될 거 같애?”

“난 이미 좆됐어 병신아. 내가 학교에서 어떻게 불리는지 알아? 어장치는 씨발년에 좆걸레년 됐어 이 개새끼야.”

이수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또 개새끼라고 하네, 존나 개 같은 년이 한 번 말하면 못 알아먹나?

“아니, 지금 좆된다고.”

왼손으로 이수아의 오른가슴을 움켜쥐었다. 흰 민소매랑 검은 브라도 이수아의 가슴 감촉을 완전히 가리지는 못 했다. 크기도 부드러움도 적당한 게 섹스할 때 주무르기 딱 좋을 것 같았다. 발기했다. 이수아의 오른허벅지에 자지가 닿게 비볐다. 이수아가 아랫입술을 깨물고 나를 노려봤다.

“한번 해봐, 강간으로 신고해서 진짜 인생 조지게 해줄 테니까.”

“수아야.”

“...”

“무섭지?”

“좆까.”

“무섭잖아 수아야.”

이수아가 부들부들 떨었다. 귀엽게 보였다. 얼굴을 가까이 했다. 이수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입술을 오른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리 수아 존나 귀엽네?”

“흐으음...”

“섹스 어필 빌드업도 하고, 머리 좀 잘 굴렸어.”

이수아가 딸꾹질하기 시작했다.

“다리로 비벼서 자지도 세우고. 손으로 마사지도 해주고. 누구한테 배웠어 그런 건?”

상체를 일으켜 왼손으로 오른가슴을 주물렀다. 왼가슴도 주물렀다. 목을 붙잡던 오른손도 떼서 그냥 양가슴을 움켜쥐고 주물렀다.

“개새, 히꾹, 개새끼...”

“농담 아니라 너 잘못하면 진짜 나한테 좆돼 수아야.”

“...”

“좆 같은 짓 한번 또 해봐. 그땐 내가 진짜 너 좆되게 해줄 테니까.”

일어서서 이수아 방을 나섰다. 방에 뛰어들어가 옷을 벗어던지고 화장실에서 자위했다. 씨발, 더 상냥하게 대할 수 있었을 건데 왜 자꾸 이딴 식으로 나오게 되는 건지. 감정의 골이 너무 깊었고 나도 어느 순간부터 너무 비틀려 있었다. 김세은이랑 섹스를 못 해서 이렇게라도 성욕을 풀려고 하는 걸까? 뭐가 됐든 미친 새끼인 건 변함없었다. 미안했다. 사과하고 싶었다. 스스로 역겨웠다. 어머니가 아파하는 건 이수아 때문이 아닌데 왜 난 이수아를 못 살게 굴었을까? 여태 어떻게 이런 좆지랄을 해댈 수 있었을까? 방금도 강제추행이나 처해댔고. 진짜 그냥 개새끼였다. 이수아가 괜히 욕한 게 아니었다. 개새끼라고 욕하지 말라고 경고한 뒤부터 이수아가 내게 개새끼라고 할 때면 그 순간의 나는 정말 개새끼나 다름없었다.

사과해야 할 듯했다. 그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기 전에 일단 내 좆망했을 인식부터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했다. 폰을 비행기 모드로 한 채 메모 앱에 짧게 내 가정사를 설명하고 오늘의 상황을 정리했다. 작년에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버지가 재혼해서 나한테 이수아라는 새여동생이 생겼다. 이수아랑은 서로 투닥대는 사이다. 부모님이 재혼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우리는 주변에 서로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숨겼다. 이수아한테는 썸남이 있었는데, 언제 한 번 이수아가 폰을 충전시키고 욕실에 목욕하러 갔을 때 전화가 왔다. 전화 건 사람은 그 썸남이었는데 내가 대신 전화를 받으니 그 남자애가 괜히 오해를 하고 이수아에게 걸레니 뭐니 욕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 얘기를 이수아에게 전달했고 이수아도 그 썸남이랑은 정리했다. 그 뒤로 나는 그 놈이 이수아에게 달라붙지 않게 이수아가 친구랑 있을 때 이수아의 썸남인 척 얼굴을 비췄다. 그런데 그 썸남이 생각보다 더 나쁜 놈이라서 학교에서 이수아를 어장관리녀로 만들어서 평판을 무너뜨렸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괜히 미숙하게 대응한 것도 있었다. 이수아는 평판을 조진 최초의 원인인 나에 대해 복수심을 가졌고 오늘 일을 저질렀다. 거듭 말하지마는 일차적으로 원인 제공은 내가 한 것이고 평소 이수아에게 나쁜 말도 일삼았기에 내 쪽의 죄가 더 컸다. 하지만 오늘 이수아가 복수하겠다고 와서 나를 붙잡고 한 모든 말은 나에 대한 주변인의 인식을 조져버리기 위해 한 거짓말들로 진실이 하나도 담겨 있지 않다.

내용을 더 읽기 편하게 재정리하고 문단을 나눈 다음 경어로 바꾸었다. 그대로 복사하고 비행기 모드를 꺼 밴드부 단톡방에 붙여넣기한 다음 폰 전원을 껐다. 쌓인 연락에 일일이 답변하기 버거웠고 나랑 문자를 나눌 상대가 할 생각을 상상하기도 무서웠다. 그저 밴드부 톡방에 올린 글이 건너건너 퍼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방을 나섰다. 주방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이수아 방문 앞에 가 노크했다.

“수아야. 나 들어갈게.”

대답도 안 듣고 문을 열었다. 검은 브라에 흰 레이스 끈팬티만 입고 있는 이수아가 침대에 누워 양손으로 폰을 붙잡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고개만 돌려 나를 쳐다봤다.

“또 뭐 하려고?”

어조 없는 목소리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괜찮은 척 하면서 내심 두려워 하는 듯했다. 문을 닫고 다가가 무릎 꿇은 다음 허벅지에 두 손을 다소곳이 올리고 눈을 감았다.

“미안해 수아야.”

“... 뭐 하는데?”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뭐 하냐고 씨발...”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침대에서 내려와 내 앞에 선 모양이었다.

“미안해. 내가 개새끼였어. 때리고 싶은 대로 때려.”

“너 진짜 개새끼냐...?”

이수아가 울먹였다.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뭐가 미안하냐고오...”

이수아가 왼발로 내 손등을 막 짓밟았다. 타점이 정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스치는 것도 아니라서 몇 번을 밟혀도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발길질을 하다가 바닥을 차서 이수아의 발목만 삐끗하는 거 아닌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이수아의 양 무릎이 내 손등 위로 얹혔다. 이수아가 내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너 좆도 안 미안하잖아... 흑... 또 나 가스라이팅, 흡, 하는 거잖아... 윽, 개 씨발 새끼야아...”

이수아가 양손으로 나를 뒤로 밀었다. 바닥에 뒷머리를 박았다. 이수아가 내 배 위에 올라타고는 주먹으로 내 가슴팍이랑 얼굴을 마구 때렸다. 맞는 곳보다는 접혀서 쥐가 날 듯 저려오는 다리가 더 아팠다.

“안 당할 거야아... 흡... 네 좆지랄에, 읍... 안 넘어갈 거야... 끅, 이 개새끼야...”

“미안해.”

“좆까아...”

입에 액체가 떨어졌다. 콧물 같지는 않았다. 아마 이수아의 침인 모양이었다. 떼쓰는 어린아이 같았다.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눈 떠보고 싶었다. 침을 삼켰다.

“나쁜 새끼... 씨발 새끼...”

이수아가 엉덩이를 조금 뒤로 물리고는 내 가슴 중앙에 머리를 박았다. 상체 부분부분이 젖어갔다.

“나 힘들어어... 끕... 엄마한테, 흑, 나쁜 짓 하지 마아... 괴롭히지 마아...”

“미안해 수아야.”

“미안하면, 괴롭히지 마아... 흑... 안 미안해도, 흡, 되니까아... 괴롭히지만, 끅, 말아줘어...”

“미안해. 안 괴롭힐게.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수아야.”

“으흐으윽...”

눈을 뜨고 오른손으로 이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냘프면서 육감적인 몸과 거친 말투 속에는 여리디 여린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안쓰럽고 귀여웠다.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겼다. 그러면서 이 뒤틀린 관계를 되돌리고 학교에서 조져버린 평판을 원상복구할 방법을 떠올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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