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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94화 (94/438)

〈 94화 〉 송선우 생일 (6)

* * *

“으으음!”

정이슬이 스트레이트 잔을 입 안에 털어놓고 음미하다가 잔 쪽을 마구 삿대질했다.

“맛있다. 되게 달구. 근데 좀 센 거 같애. 이거 이름 뭐야?”

“어, 이게 이름이...”

백지수가 머뭇거렸다. 내가 대신 입을 열었다.

“퀵 퍽이요.”

“퀵 퍽?”

“네.”

“많이 음흉한 이름이네. 한 잔 더 하자.”

정이슬이 깔루아를 들었다. 뭔가 불안했다. 백지수가 빼앗듯이 해서 자기가 들었다. 백지수도 술 약한데, 그냥 내가 다가가서 백지수가 든 걸 뺏었다.

“내가 할게.”

“... 응.”

백지수가 답했다. 송선우가 내 뒤에 바투 붙어 까치발을 들고서 양손으로 내 양팔을 잡고는 내 오른 어깨에 턱을 괴었다. 가슴이 느껴졌다. 부드러웠다. 송선우 몸 중 몇 안 되는 부드러운 부분이 아닐까, 자지가 섰다.

“불편해.”

“나도 볼래.”

“이미 만들어봤잖아, 왜 굳이 보려 해.”

“내 맘.”

“근데 너무 달라 붙은 거 아냐?”

백지수가 물었다.

“얘가 부담 안 되면 상관없지. 괜찮지 온유야?”

송선우가 고개를 내 얼굴 쪽으로 하며 물었다. 입김이 얼굴에 닿았다. 솔직히 부담됐다.

“내가 봐도 부담되는데.”

백지수가 말했다.

“나 온유랑 초딩 때부터 봐 가지고 이 정도는 괜찮아. 그치?”

아니라고 하면 떨어질까, 그럼 또 분위기 어색해질 것 같은데, 고민스러웠다.

“대답 안 하는 거 봐. 불편하다는 거잖아.”

“온유 말하게 좀 가만히 있어봐, 성급하게 뭐라 하지 말고.”

“싸우지 마아...”

아일랜드에 오른팔을 대고 늘어진 정이슬이 한마디 했다. 그냥 퀵 퍽을 만들기 시작했다.

“별 상관없어서 바로 만들잖아 온유도.”

송선우가 말했다.

“맞지?”

입김이 또 얼굴에 닿았다. 너무 꼴려서 위험했다. 그냥 답해줘야 할 것 같았다.

“응.”

백지수가 팔짱을 끼고 나를 쳐다봤다.

“근데 지수야. 아까 마신 오렌지 주스랑 보드카 섞은 거는 이름 뭐야?”

“그거 스크류 드라이버요.”

“으응... 그렇구나.”

정이슬이 아일랜드에 두 팔을 대고 얼굴을 묻었다. 자는 건가 싶었는데 또 정이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자고 갈게 지수야.”

“나도.”

송선우가 말했다. 백지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봤다.

“넌 어떡할 거야 이온유.”

“온유 여기서 자고 가도 되나아?”

정이슬이 말했다. 자세는 당장이라도 잠들 것처럼 생겼는데 은근 질겼다.

“얘가 뭔 짓하면 제가 두들겨 팰게요 언니.”

송선우가 말했다.

“그래? 그럼 나 선우 꼭 껴안고 자면 되겠다...”

“누울래요 언니?”

“응. 나 침대 써도 돼 지수야?”

“네. 침대 커서 괜찮아요.”

“세 명 누울 자리는 돼?”

“네.”

“으응... 그럼 나 딱 한 잔만 더 마시고...”

정이슬이 썼던 스트레이트 잔에 깔루아, 베일리스, 미도리를 순서대로 조심스레 부었다. 정이슬이 눈을 감고는 퀵 퍽을 한입에 마셨다. 그러고는 어울리지 않게 크으, 하고 얼큰한 소리를 내고 다시 아일랜드 위에 엎어졌다.

“긍데 이거 진짜 마시따... 선우야 나 올라가는 거 도와주라...”

송선우가 정이슬 앞으로 가서는 다리를 굽혔다.

“그냥 업혀요 언니.”

“고마워...”

정이슬이 고개 들었다. 그러고는 송선우에게 다가가 등에 상체를 붙이고 꼬옥 껴안았다. 송선우가 양팔로 정이슬의 허벅지를 받치고 일어서서 2층으로 올라갔다. 고개를 돌려 백지수를 봤다. 술은 얘도 약한데,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게 용했다.

“너도 자러 가.”

백지수가 고개저었다.

“나 괜찮, 히꾹, 괜찮아.”

피식 웃었다.

“객기 부리지 마.”

“객기, 히꾹, 아니거든.”

“너 존나 귀엽다.”

“히꾹, 좆까...”

의자를 가져다 줬다. 백지수가 그대로 앉아서 나를 쳐다봤다. 흐릿한 눈이 형언하기 힘든 묘한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니까, 묘하게 성적이었다. 목이 말랐다. 내 스크류 드라이버를 찾아 가니쉬를 먹고 한입에 나머지를 다 들이켰다. 얼음을 하나 집어서 입에 넣어 씹어 먹었다. 백지수가 히꾹, 하고 딸꾹질했다.

“나 잠 와.”

백지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쓸데없이 귀여웠다.

“눕혀달라고?”

“... 히꾹, 너 말하는 거 왤케, 히꾹, 야해...?”

그렇게 말하는 백지수가 더 야했다. 교복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커다란 가슴과 꼴리는 허벅지부터 따먹히지 않으리라는 확신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무방비한 태도까지 다 야했다. 어쩌면 백지수는 지금 나한테 따먹히기를 바라서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한숨이 나왔다.

“뭐가 야하다는 거야.”

“몰라, 걍, 히꾹, 존나 야해...”

백지수가 왼손으로 자기 스크류 드라이버 잔을 잡았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잔에 끼워져 있는 오렌지 슬라이스를 느리게 꺼내 얼굴을 잔에 가까이 하면서 가니쉬를 입에 가져다댔는데, 그 모습이 퍽 선정적이었다. 내 자지 앞에 무릎 꿇은 백지수가 콘돔을 조심스레 벗기고 그 안에 든 정액을 흘리지 않으려고 얼굴을 붙여와 그대로 빨아들이는 모습이 연상됐다. 미친 상상이었다. 조금 미안해졌다. 백지수가 스크류 드라이버를 마셨다. 꼴깍하고 목을 넘어가는 소리가 왠지 모르게 야했다. 괜스레 침을 삼켰다. 송선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렸다.

“송선우.”

“어.”

“지수도 졸린 거 같은데.”

“데려가?”

“아냐. 히꾹, 나 괜찮아. 계속 마셔.”

송선우가 자기 의자에 앉았다.

“지수씨. 한계인 거 같은데 자러 가요.”

“안 되는데...”

“뭐가 안 돼요?”

백지수가 송선우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나를 노려봤다. 송선우도 나를 봤다. 송선우가 아아, 하고 소리냈다.

“걱정 마 지수야.”

“뭘 걱정 마라는 거야?”

내가 물었다. 답답했다.

“있어, 그런 게.”

백지수가 올라가면 뭐가 달라진다고, 아니 그 지점이 중요하다는 건가? 백지수를 봤다.

“설마 송선우랑 나랑 단 둘이 있음 뭐 내가 어떡하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대답이 없었다. 그저 히꾹, 하고 딸꾹질할 뿐이었다.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지수야?”

송선우가 미소지으며 물었다. 꾸며낸 건진 몰라도 여유 있어 보였다.

“... 응.”

송선우가 살폿 웃고 나를 봤다.

“한 잔 할까 온유야?”

송선우가 퀵 퍽을 들었다. 나도 퀵 퍽을 들었다. 백지수도 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왼손을 뻗어 막았다.

“넌 마시지 마.”

“... 히꾹.”

송선우가 꺄르르 웃었다.

“지수 지금 넘 귀엽다. 완전 애 같애.”

“뭐가아...”

“그냥 지금 이 모습 자체가 그래.”

송선우가 팔을 뻗어 잔을 가까이 해왔다. 짠, 하고 말한 송선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동시에 목을 꺾었다. 반 농담 반 진담으로 술이 달았다.

“선우야.”

백지수가 말했다.

“응?”

“나 서재로 가는 거 도와주라.”

“왜? 그냥 침대에 눕지?”

“그냥 좀 할 거 있어서. 도와줘.”

“알겠어.”

송선우가 선선히 일어났다. 백지수가 부축을 받고 2층으로 올라갔다. 서재는 왜 가는 걸까. 설마 거기에 딸린 화장실에서 자위하려고? 아닐 거였다. 거기는 싱크대에 변기 하나만 있을 정도로 협소했으니까. 아무리 변태라고 해도 손님이 셋이나 있는데 그렇게 좁은 데에서라도 자위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거였다.

곧 송선우가 돌아왔다.

“빨리 내려왔네.”

“응. 너도 이제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송선우 옆에 앉았다. 송선우가 왼팔을 아일랜드에 대고 왼손으로 턱을 괬다. 나도 오른팔을 대고 턱을 괘서 송선우를 바라봤다.

“나 사실 좀 취했어.”

송선우가 갑자기 고백해왔다.

“그럼 너도 자지 그랬어.”

“지수 깨 있잖아.”

피식 웃었다.

“지수가 깬 게 뭐가 중요해.”

“그것보단 지수랑 너만 깨 있는 상황이 문제인 거지.”

“너랑 나만 있는 건 괜찮고?”

“응.”

“왜?”

“난 너랑 싸우면 되잖아.”

웃음이 나왔다.

“내가 뭐 한다고?”

“그냥, 장난이지. 한 잔 더 할까?”

“괜찮겠어?”

“당연하지.”

퀵 퍽을 만들어 짠 하고 동시에 마셨다.

“넌 괜찮아?”

송선우가 물었다.

“아직은?”

“나는 이제 진짜 슬슬인데.”

“그럼 자러 가.”

“딱 마지막 잔만 하고.”

“그래.”

퀵 퍽을 만들었다. 송선우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잔을 건넸다. 송선우가 오른손으로 잔을 잡고 들었다. 나도 들어서 짠, 하고 송선우가 마시는 모습을 확인한 뒤 한 입에 들이켰다. 송선우가 눈을 감았다. 정말 한계인 모양이었다.

“자러 갈래?”

“잘 거야. 잘 건데, 나 물 한 잔만 주라. 컵 반만 채워서.”

“응.”

컵을 꺼내 정수기에서 냉수를 뽑아 반 정도 채우고 송선우에게 주었다.

“고마워.”

송선우가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나머지 물을 머리 위에 부었다. 너무 빠르고 자연스럽게 이뤄져서 순간 제지할 생각도 못 했다. 송선우가 하아, 하고 야릇한 한숨을 쉬었다. 휴지를 찾으러 가서 발기해버린 자지를 숨긴 다음 돌아가 휴지를 뜯어 건넸다.

“미쳤어?”

송선우가 휴지로 목과 옷을 두드리며 물기를 없앴다.

“아니. 취했어.”

송선우가 양손으로 물 묻은 머릿결을 만졌다. 어두운 조명 아래 물기 어린 채 빛나는 흑발은 얼굴을 파묻고 싶을 정도로 미치도록 매혹적이었다.

“야. 이온유.”

송선우가 말했다. 놀라서 살짝 흠칫했다. 송선우가 얼굴을 가까이 해왔다. 그러더니 양손을 뻗어 갑자가 내 볼을 감쌌다. 서늘했다. 키스할 것 같았다. 안 되는데, 송선우가 입을 벌렸다.

“너 진짜 잘생겼다.”

“...”

심장이 터질 듯했다. 내 얼굴을 꼼꼼히 뜯어보는 시선이 낯부끄러웠다.

“진짜 너무 잘생겼어...”

“... 고마워.”

송선우가 눈을 마주쳐왔다.

“나한테도 예쁘다고 해줘 봐.”

“너 엄청 예뻐 선우야.”

송선우가 배시시 웃었다. 싱그러웠다. 목을 끌어 입술을 부딪치고 혀를 뒤섞고 싶었다. 송선우는 무슨 생각으로 내 얼굴을 잡았을까.

“근데 너 그거 진짜야?”

“뭐가?”

“나보다 이슬 언니가 취향이라고 한 거.”

“... 거짓말이지.”

송선우가 씨익 웃었다. 심장이 마구 펌프질 했다. 온몸이 더워졌다. 발기한 자지가 바지 안에서 껄떡거렀다.

“내가 더 네 취향인 거지?”

“응.”

송선우가 옅게 웃었다.

“고마워.”

송선우가 내 얼굴에서 두 손을 뗐다. 상체를 세운 송선우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졸려?”

내가 물었다.

“응.”

“잘래 그럼?”

송선우가 고개를 저었다.

“너무 빠른데...”

뭐가 빠르다는 거지, 바닥에 눕혀 교복을 벗기고 그 뜻을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가슴을 마음껏 움켜쥐고 진득하게 키스하다가 손을 아래로 내려 허벅지의 단단함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운동을 하면 보지 조임이 다르다던데, 그것도 알아보고 싶었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참기 어려웠다.

“그냥 올라가서 자.”

송선우가 희미하게 웃고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두 팔을 벌려왔다. 인내심의 한계에 임박해왔다.

“뭐?”

“나 안아줘.”

“정확히 말해.”

존나 따먹고 싶으니까.

“나 안고 올라가서 침대에 눕혀줘.”

내가 미친 놈인 거겠지만, 이 말도 정이슬이 옆에서 자는 사이 따먹어달라는 얘기로밖에 안 들렸다. 일어서서 상체를 송선우 쪽으로 기울였다. 오른팔로 송선우를 품에 안고 왼팔을 무릎 뒤로 넣어 몸을 일으켰다. 작게 꺄악, 하고 소리를 낸 송선우가 몸을 더 밀착해왔다. 가슴의 부드러움과 팔의 단단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한숨이 나오는 걸 참고 2층으로 올라가 백지수의 방으로 갔다. CK 브랜드의 하얀 끈팬티랑 살구색 브라만 입은 채 팔다리를 아무렇게나 늘어뜨려 침대의 많은 면적을 차지해서 자는 정이슬이 보였다. 내가 바짝 꼴려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가녀린 하얀 몸은 당장이라도 따먹어달라고 아우성치는 듯했다.

“언니 되게 야하네...”

송선우가 정이슬을 보고 말하면서 왼손을 들어 내 눈을 가렸다.

“그럼 나 어떻게 움직이라고.”

“내가 말하는 대로 움직여.”

“너무 억진데.”

“그냥 해.”

“어.”

송선우가 직진, 멈춰, 오른쪽으로 90도 턴, 직진, 멈춰, 이제 조심히 내려줘, 라고 말했다.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송선우의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너 나갈 때도 눈 감고 나가.”

피식 웃었다.

“에반데.”

“걍 해.”

송선우의 손이 떨어졌다. 눈 감은 채 시키는 대로 움직여 밖에 나오고 문을 닫았다. 아무래도 자위하지 않고는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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