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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84화 (84/438)

〈 84화 〉 자위 중독

* * *

머리를 씻었다. 수건으로 물기를 털어내고 거실로 나왔다. 드라이기가 어디 갔는지 안 보였다. 어디다 놨더라. 기억을 되짚었다. 어젯밤에 백지수 머리를 말려 주고 난 다음에, 그대로 화장대에 올려놓았다. 폰을 켜서 확인했다. 백지수한테서 문자가 와 있었다.

[2층 올라오지 마.]

머리를 말리려면 드라이기를 써야 하는데. 백지수는 이미 2층에 올라오는 것을 허락하는 걸 넘어서 같은 침대를 쓰게까지 해줬으면서 왜 또 오지 말라고 하는 걸까. 발은 벌써 계단을 밟아 2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백지수는 아마 숨기는 게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있을 것이었다. 난 조용히 걸어가서 드라이기만 챙기고 빠져나간 다음에 조금 혼나기만 하면 될 터였다.

백지수 방은 열려 있었다. 살금살금 걸어 화장대 쪽으로 갔다. 드라이기를 집으려 했는데, 화장실 틈새로 아주 미약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찌북쯔붑, 흐응, 하고 분간 없이 뒤섞인 소리는, 찌붑쯔북쯔북, 질척하고, 후으응, 흐윽, 야했다. 심장이 빨리 뛰었다. 발이 자연스럽게 멈췄다. 신경이 귀에 쏠렸다. 나도 모르는 새 화장실 문 가까이로 조용히 걸어가서 소리를 더 잘 들으려고 하고 있었다.

“헤엑... 헤윽... 흐읏... 응... 후윽... 하악... 하읏...”

쯔북쯔북쯔북쯔북 하는 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확실해졌다. 백지수는 자위하고 있었다. 아마 중지와 약지 아니면 중지와 검지 두 손가락을 넣어서. 어쩌면 검지 중지 약지 세 손가락일 수도 있었다. 백지수는 오른손잡이니까 오른손을 쓸 것이었다.

“하욱... 흐읏... 흐응... 후으응... 흐으읏...”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하고 보지를 쑤시는 질퍽한 소리가 극도로 급해졌다. 절정에 가까워지는 모양이었다.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들켜서는 안 됐다. 빠르게 나가야 했지만 빠르게 걸어 나가서는 안 됐다. 조심조심 발을 디뎠다.

“으으읍...!”

입을 꾹 닫고 절정을 맞이한 듯했다. 소리가 바로 반사된 걸 보면 바닥에 엎어진 채로 가 버린 모양이었다. 알몸이 되어서 화장실 바닥에 가슴과 이마를 붙이고 엉덩이를 세워 오른손으로 보지를 쑤시는 데에만 열중하는 백지수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아악... 하악...”

숨 고르는 소리와 함께 뭘 짜내고 바르는 소리가 들렸다. 점성을 가진 무언가가 벽에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좀... 한 번에... 붙어어...”

백지수가 이런 목소리도 낼 수 있었구나. 반 쯤 녹아버린 목소리는 아이가 간식을 조르며 투정이라도 부리는 듯했다.

“됐다...”

물기 어린 화장실 바닥을 기는 소리가 났다. 사족보행을 하는 모양이었다. 곧이어 쯔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벽에 딜도를 붙인 다음 두 손 두 발로 기고 엉덩이를 내밀어 딜도로 보지를 쑤시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으윽...”

지금은 들어갈 수 있는 데까지 딜도를 집어넣었을 거였다. 질꺼억질꺼억질꺼억 하고 보지를 느리게 쑤셔대는 소리가 들렸다.

“후윽... 후응... 으읏... 흐읏... 흐윽... 흐응... 흥...”

보지를 쑤시는 소리의 간격이 점점 급해졌다. 신음도 마찬가지였다. 엉덩이가 벽면이나 다른 무언가에 부딪쳐 찰싹찰싹거리는 소리도 뒤섞였다. 지독하게도 음탕했다.

백지수는 나 보고 2층으로 올라오지 말라고 했을 때마다 자위하고 있었을까? 아마 아닐 거였다. 처음에는 백지수가 숨기고 싶었던 것, 그러니까 성인기구를 감추려고 했을 것이었다. 그러다가 2층으로 오지 말라고 하면 내가 진짜 2층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부터 자기를 위로했을 것이었다. 미치도록 음란했다.

“하윽... 씨바알... 가슴 빨아줘...”

심장이 멎을 뻔했다. 백지수가 문 너머에 내가 있다는 걸 아는 줄 알고. 하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백지수는 자기를 흥분시키기 위해 야한 상황을 상상하며 혼잣말을 뱉고 있는 거였다. 나도 김세은이랑 섹스할 때 야한 말을 하면서 스스로 흥분을 돋구기도 했으니까.

“헤엑... 학... 하앙... 앙... 항... 하윽... 변태 새끼... 후읏... 하앙... 하읏... 맨날, 흐윽... 자지만, 하읏... 세우고... 흐응... 흥... 응... 으응...”

어떻게 생각해도 나를 말하는 거였다. 숨긴다고 여태 애써 숨기긴 했는데 다 들통나버렸나. 얼굴이 화끈해졌다. 질꺽철썩, 질꺽철썩, 질꺽철썩, 음탕한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앙... 앙... 항... 하앙... 항... 아앙...”

쯔억, 하고 보지에서 뭔가가 빠져나오는 소리가 났다. 한 번 더 가 버린 모양이었다. 백지수는 아마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몸을 움찔대고 있을 거였다. 허리를 퉁길 때면 보지에서 애액과 러브젤이 뒤섞인 물이 흘러나올 터였다. 온몸이 뜨거워졌다. 당장이라도 옷을 벗어제끼고 절정의 여운을 맞이하고 있을 백지수의 뒤를 점거해서 자지를 박아넣고 싶었다. 이미 충분히 적셔졌을 보지는 내 자지를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였다. 자위도 많이 했을 테니 아파하지도 않을 게 분명했다. 오른손이 손잡이 쪽으로 갔다. 자제력을 발휘해 손을 도로 거뒀다.

“하악... 학...”

백지수가 숨을 몰아쉬며 바닥을 기는 소리가 났다. 또 뭘 짜내고 바르는 소리가 들렸다. 벽에서 떼내는 소리는 안 났으니 다른 성인 기구에다가 바르는 모양이었다. 자위를 도대체 몇 번 하는 걸까. 내가 요리를 하고 김세은이랑 전화할 동안 계속 자위를 했다면 백지수는 몇 번의 절정을 맞이했을까.

또 질꺼억질꺼억, 하고 보지를 쑤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백지수는 처음엔 느리게 깊이 넣었다가 거의 끝까지 빼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자위하는 듯했다. 자위를 꽤 오래 했을 테니 아마 힘은 거의 다 빠졌을 것이므로 백지수는 화장실 바닥에 드러누웠을 것이었다. 그 상태에서 M자로 다리를 벌리고 딜도를 오른손으로 든 채 자기 보지를 쑤셔대며 왼손으로 자기 가슴을 애무하는 백지수의 모습이 연상됐다.

“으응... 흥... 후응... 응... 흣... 흐윽... 흥... 흐읏...”

백지수가 왜 혼자 떨어져 나와 자취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집은 여러 번 자위를 하기 너무 어려운 환경이었을 거고, 오로지 편히 자위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만들어 이곳을 구했을 거였다. 그 털털한 백지수가 자위에 미친 변태였다니. 자지가 움찔했다. 팬티 안으로 오른손을 집어넣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새어 나온 쿠퍼액으로 많이 더렵혀져 있었다. 캐리어를 가져온 게 다행이었다.

“하응... 가슴이, 하악... 그렇게 좋아...? 하앙... 항... 아앙... 하응... 흐응... 흥... 으응... 응... 흐읏...”

돌아버릴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백지수를 눕히고 양손목을 붙잡은 다음 입을 포개 아무 말도 못 하게 만들어서 보지에 자지를 박아넣고 싶었다. 숨이 모자라질 때쯤에 입을 떼서 백지수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가쁜 숨과 신음을 얼굴과 귀로 느끼고 싶었다. 나에 대한 저항의 눈빛이 사라지고 열락의 기운만이 남았을 때 양손을 떼서 그 커다란 가슴을 움켜쥐고 철썩철썩 소리가 나게 격하게 박은 다음 질싸하고 싶었다.

보지를 쑤시는 소리가 잠시 끊겼다가 다시 들려왔다. 팔이 아프거나 해서 손을 바꾼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가슴을 애무하며 왼손에 딜도를 들고 손목 스냅을 주어가며 보지를 쑤시겠지. 무심코 탄식을 흘릴 뻔하다가 참았다. 나는 들켜서는 안 됐다.

아니 근데 내가 진짜 들키면 안 되나? 한 지붕 아래에 내가 같이 있는 걸 알면서도 존나 당당하게 보지 쑤시면서 자위하는데 이건 나 보고 따먹어 달라고 하는 거 아닌가? 만약 들키면 문 열고 들어가서 존나 따먹으면 되지 않나?따먹기 편하게 옷도 다 벗어제끼고 다리 벌리고 있을 건데? 보지는 적신 수준을 넘어서 러브젤로 치덕치덕해 가지고 아무 애무 없이 시작해도 될 건데?

“으응... 후응... 흥... 흐읏... 흐윽... 우응... 응...”

질꺼억질꺼억 하는 소리는 멈출 것 같지 않았다. 땀으로 온몸이 젖는 느낌이었다. 등줄기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여기서 백지수를 따먹어서는 안 됐다. 잠시 미쳤었다. 발소리도 안 나게 주의하며 백지수 방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계단에서도 느리게 걷고 캐리어에서 갈아입을 옷을 챙긴 다음 1층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바지를 팬티와 함께 끌어내리고 바로 왼손으로 벽을 짚고 오른손으로 자지를 붙잡은 다음 빠르게 흔들었다. 맨날 자지만 세우고, 가슴이 그렇게 좋아, 라고 말하는 백지수의 목소리가 귀에 감돌았다.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천박하기 그지없는 자세들을 취하며 보지를 쑤시는 백지수가 눈에 선했다. 다채로운 신음 소리와 보지 쑤시는 소리와 납작한 면에 엉덩이 살이 부딪쳐서 나는 소리가 고막에 잔여한 느낌이었다. 내게 다리를 벌린 백지수의 보지 안에 자지를 박아넣어 정액을 쏟아붓는 상상을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찡그린 상상 속 백지수는 내 자지에 박힌 채 몸을 움찔대면서 나를 그러안고 내 귀에 속삭였다. 김세은 보지보다 내 보지가 더 좋아? 배덕감에 등으로 소름이 타고 흘렀다. 사정했다. 죄악감에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다시 자지를 붙잡고 흔들었다. 고양이가 기지개를 키는 자세를 하게 시켜 양손으로 백지수의 엉덩이를 움켜잡고 때리며 한 번 사정했고, 백지수에게 두 다리를 들고 무릎 뒤로 자기의 두 팔을 집어넣어 고정시키게 하고 양손으로 바닥을 짚어 보지를 쑤셔 박으며 한 번 사정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무시하고 강제로 일으켜 세워서 벽에 몰아붙여 왼다리를 들게 시키고 오른팔을 집어넣어 고정한 다음 혀를 섞으면서 왼손으로 가슴을 움켜잡기도 하고 꼭지를 건드리기도 하며 한 번 사정했다. 매 사정의 끝에는 진득한 키스를 했다. 숨이 거칠어져 있었다.

한숨을 쉬고 벽에 묻은 정액을 휴지로 닦아내고 샤워기를 틀어 지워냈다. 쿠퍼액 묻은 팬티를 뒤집어 샤워기로 씻어냈다. 상의를 탈의하고 바지와 팬티와 함께 빨래통에 넣었다. 머리에 물을 쏟았다. 이따가 백지수를 보기 어려울 것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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