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영화보다가 꼴려서 (4)
* * *
“하악... 앙... 항... 하앗... 흣... 흐응... 응...”
김세은이 나를 꼬옥 껴안고 내 몸에 착 달라붙은 채로 허리를 마구 흔들어댔다. 나는 그냥 김세은의 옆가슴이나 주무르거나 등 뒤를 감싸 안아 주는 정도의 자유만 있었을 뿐 김세은의 보지에 자지가 잡아먹혀서 꼼짝도 못했다. 자지는 예상할 수 없이 빠르게 종횡으로 움직이는 뜨거운 보지에 의해 잘근잘근 분질러지고 있었다. 어깨에는 김세은의 턱이 달라붙어 있어서 귓가에 김세은의 신음과 숨소리가 너무 선명하게 들려왔다. 이런 식이면 한 시간도 안 돼서 부랄 속에 있는 정액이 모두 쥐어짜지는 거 아닐까. 김세은의 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정액을 짜내기 위해 분발하는 느낌이었다. 진짜 무슨 남자를 잡아먹는 요괴라도 되는 것처럼.
김세은은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지 삼십초도 되지 않아서 절정에 이르고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몸을 바르르 떨고 체력적으로 버거워 하면서도 험하게 보지를 썼다. 꼭 내 정액을 자궁에 받고 나서야 멈추겠다는 것 같았다.
“세은아.”
“하악... 응...?”
“지금 임신할 거야?”
“하욱... 아니...? 흣... 왜...?”
“그럼 왜 이리 정액 짜내?”
“흐응... 네가, 응... 자궁에, 정액, 하윽... 꽉 채워보고, 흣... 싶다매.”
“... 쌀게.”
“하응... 응. 핫... 세은이 자궁에, 헥... 온유 정액, 후읏... 퓻퓻 싸줘. 항...”
손을 내려서 골반을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뒤 정액을 싸버렸다. 이번엔 왠지 직감상 자궁에 정액이 꿀럭꿀럭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동시에 기분이 나빴다. 얼굴 근육이 제멋대로 씰룩였다. 억지로 웃어보였다.
“후으으...”
정액 뽑아내기 임무를 마친 김세은이 축 늘어졌다. 두 팔은 내 가슴 위에, 두 손은 내 어깨에 올려져서 내게 완전히 몸을 맡긴 모양새였다. 방금까지는 보지에 자지가 삼켜진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자지를 보지에자궁까지 꽂아넣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렇듯 섹스는 양상과 주도권이 획획 바뀌는 게임이나 다름 없었다. 이래서 내가 섹스를 좋아하는 거였다.
“더 쉬어야 돼?”
“하아... 더, 후으... 쉬어야 대...”
“얼마나?”
“한, 3분...?”
“못 기다리겠는데.”
김세은의 무릎 아래로 두 손을 집어넣고 등을 받쳐주며 벌떡 일어섰다. 김세은이 곧바로 다리를 한 쪽씩 내리고 내 허리 뒤에서 느슨하게 휘감아 매미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빈 공간이 있어야 박을 수 있었다. 두 손을 김세은의 엉덩이에 두어서 자세의 안정감을 더했다. 잠을 자둬서 그런가 몸 컨디션 자체는 나쁘지 않아서 체감상 들고 박는 건 세 번까지도 거뜬할 거 같았다.
“나, 핫... 힘든데...”
“내가 들고 박는 거잖아.”
“그래도오...”
“움직일게.”
“안, 앙... 대애... 응... 으응... 흥... 앙... 항... 하앙...”
아. 이거였다. 김세은의 보지에 자지를 쑤시다 보면 안 좋은 감정들은 날아가고 쾌락적인 감각만이 자리했다. 바로 지금처럼.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랑해 세은아.”
“앙... 나두, 항... 사랑해. 하앙...”
사랑한다는 말은 꽤 쓰기 좋았다. 김세은의 흥분 버튼이라고 해야 할까. 귀에 들려주는 것만으로 보지가 기분 좋게 조였다. 그리고 지금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다면 김세은은 흥분감보다는 피로감이 커서 자지를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죄책감이 클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그렇지도 않았다. 내가 어머니의 집에 찾아가서 ‘나 그냥 여기서 살까?’라고 말할 때 느끼는 미묘한 답답함, 착잡함과 별다를 바 없는 감각만 느껴질 뿐이었다: 어머니한테나 김세은한테나, 진심으로 아끼고 있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그런 행위를 하지는 못하다는 데에서 오는 안타까움이 아끼는 마음과 섞여서, 검고 끈적한 응어리 같은 것이 되어 가슴 한 켠에 자리해 답답함을 주었지만, 그게 못 참을 수준은 되지 않았다. 진심으로 그럴 수 있었으면 했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완전히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니었으니.
“흐응... 응... 흣... 나, 핫... 키스.”
“잠깐만.”
김세은이 키가 커서 그런가 허공에서 박는 건 아무래도 조금 어려웠다. 소파를 밟고 올라가 김세은의 등을 벽에 붙이고, 두 팔과 손은 김세은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받친 채로 자세를 고정했다. 벽에 대고 하는 정상위라고 해야 할까. 허공에서 들고 박는 거랑 비슷하게 이 자세를 취해야 할 이유는 딱히 없었지만, 가끔 나도 설명할 수 없는 충동 같은 것이 들어서 하는 자세였다.
“아읏... 나 빨리, 흥... 키스으...”
김세은이 애처롭게 입을 벌렸다. 바알간 홍조가 평소 김세은이 가지는 차가운 인상을 흐트러뜨리다 못해 없애버렸다. 무기질적이기까지 한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 대신 섹스와 키스밖에는 모르는 여성이 있을 뿐이었다.
김세은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이 볼을 타고 목을 따라 내려가 쇄골을 지나고 가슴에 도달해 분홍빛 유두를 건드렸다. 본능적으로 가슴을 빨았다. 핥다가 깨물고 쪼옥쪼옥 흡입했다. 땀방울이 짭짤했다. 말랑한 가슴이 너무 기분 좋아서 당장이라도 몇 배 커졌으면 했다. 김세은이 양손으로 내 머리를 붙잡았다.
김세은의 보지는 자궁구까지 밀어넣은 자지를 꼬옥꼬옥 쥐어짜고 있었다. 이 느낌 때문에 나는 김세은과 섹스한 이후로 한 번도 자위를 해본 적이 없었다. 압력과는 별개로, 손은 결코 따라잡지 못하는 생동감이 보지에는 있었다. 마치 자지가 애초에 존재해야 했을 장소가 여기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듯한 열정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다른 여자와 섹스해보지는 못해서 잘은 알 수 없지만, 성적으로 무식한 내가 봐도 김세은의 보지는 확실한 달변가였다. 나는 연설에 감격한 관중처럼 열렬히 호응해주기 위해 재게 허리를 놀렸다.
“앙... 아읏... 항... 아파핫... 하욱... 키스, 흑... 왜, 흐읏... 안 해줘어...”
“...”
대답도 안 해주고 반대쪽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김세은은 내게 이 자세 저 자세로 따먹힐 대로 따먹힌지 오래인 나만의 여자였다. 가슴에 남긴 손자국이나 이빨자국은 수십가지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을 것이었고, 입천장부터 바닥까지 내 혀가 훑고 지나가지 않은 곳이 없을 것이었다. 여지껏 내가 김세은과 해온 섹스를 사정 기준으로 총합했을 때 대충 150회라 하고, 1회에 평균 12분을 한다고 추산한 다음, 평균 2초당 한 회 쑤신다고 계산하면 나는 지금껏 김세은의 보지를 자지로 54000번은 쑤신 거였다. 이것도 대충대충 추산한 것이었으니 값은 더 클 게 분명했다. 게다가 손가락으로 보지를 만진 것까지 합치면 또 어떻고.
김세은은 내가 길들였다. 50000번은 거뜬하게 쑤셔대고도 모자라 지금도 박아대고 있는 보지부터 사소한 성감대까지 모두.
무릇 창작자와 제작자는 자신이 완성한 것에 대해 애착을 가진다고 한다. 그 감각이 사랑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하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알겠다. 나는 김세은에게 애착을 품고 있다. 김세은은 순결한 원석이었었고, 내가 처음으로 깎아낸 조각품이자 걸작이다. 너무 잘 만들어버렸기에, 다음이라는 게 만약에 있다면, 반드시 소포모어 징크스를 불러 일으키고 말만 한 걸작.
가슴에서 입을 뗐다. 고개를 들어보니 다만 입을 벌린 채 한숨만 뱉어대고 있는 김세은이 보였다. 이 공간에서는 원초적인 신음과 한숨을 제외하면 쯔북쯔북 보지를 쑤셔대는 소리만 들렸다.
“사랑해 세은아.”
“하악... 헤윽... 나두, 흥... 사랑해엑...”
김세은이 내 왼볼을 쓰다듬었다. 고개를 틀어 나를 만지는 손바닥에 한 번 입 맞추고 자궁에 정액을 싸질렀다. 자지를 끝까지 밀어넣어서 꽂은 채로 자세를 고정하고 김세은의 입을 덮쳤다.
“하움... 츕... 츄릅... 헤웁... 우음... 하악... 츄읍... 우읏... 후읍...”
정액이 더는 안 나온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도로 내려가서 김세은을 소파에 눕혔다. 숨을 몰아쉬는 김세은의 입과 꿈쩍거리며 정액 섞인 애액을 뱉어내는 보지는 사뭇 닮아있었다. 김세은의 입에 자지를 넣어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참았다. 소파 앞에서 무릎을 꿇고 김세은의 두 볼을 붙잡아 키스했다. 얼굴만 겨우 옆으로 한 김세은은 어째선가 굉장히 만족스러워 보였다.
“하웁... 츕... 온유.”
“응.”
“사랑해. 헤웁...”
“나도.”
“츄릅... 두 귀에다, 하움... 번갈아서 해줘. 츄읍...”
“사랑해 세은아. 사랑해 세은아.”
말이라는 것은 가볍기 그지 없어서 생각보다 입에 담기 쉬웠다. 이미 했던 말이라면 더욱더. 사랑한다는 말도 말인 것은 매한가지라서 하면 할수록 쉬워졌다.
“너는 왜 나한테 안 해줘?”
“해줘?”
“응. 나만 하는 건 불공평하잖아.”
김세은이 배시시 웃었다.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은 김세은이 손을 까딱였다. 또 주도권 가져가기 놀이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무릎으로 기어서 김세은 앞으로 갔다. 김세은이 내 얼굴을 붙잡고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왼쪽 귀를 살짝 깨물었다.
“사랑해 이온유.”
그 말을 하고 내 왼볼에 입을 맞추고는 이번엔 오른쪽 귀를 깨물었다.
“사랑해 이온유.”
다시 내 오른볼에 입을 맞췄다. 흐름상 키스를 할 거 같아서 입을 벌렸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김세은이 내 입을 편히 빨 수 있게 고개를 살짝 기울여주었다.
“하웁... 츕... 헤웁... 하움... 츄릅...”
김세은이 입을 맞추면서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겼다. 빨갛게 달아오른 귀가 괜스레 또 꼴렸다.
“넌 어떻게 귀도 그렇게 예뻐?”
김세은이 눈웃음 쳤다. 어깨 잡고 뒤로 쓰러뜨려서 자지를 박아버릴까.
“츄읍... 몰라. 하움... 사랑해서?”
“나 사랑해?”
“츄릅... 응. 엄청.”
“언제 빠졌는데?”
김세은이 키스를 멈췄다.
“네가 먼저 나 좋아하지 않았어?”
“응?”
뭔 소리지.
“너 나 좋아하는 티 냈잖아.”
“응.”
호감이야 있었으니까 그건 뭐 그렇다 치고.
“그래서?”
“그 다음부터 너 신경 쓰였는데, 보다 보니까 좋아졌어.”
“그니까 딱 빠졌던 게 뭐야?”
김세은이 악동처럼 웃었다.
“네 자지.”
“장난치지 말고.”
상체를 일으켰다. 꼴렸으니까. 바로 박고 싶었다. 김세은이 소파에서 내려와 팔을 소파에 얹고 엉덩이를 뒤로 내밀었다. 후배위하자는 건가. 왼손으로 엉덩이를 주무르고 오른손으로 자지를 잡아 보지에 맞췄다. 얘기는 끝내고 섹스해야 했다.
“진짜로. 언제 나한테 반했어?”
김세은이 고개를 뒤로 했다.
“이런 거 말해주기 창피한데.”
“해줘야 자지 박아줄 거야.”
“아쉬운 건 너일 걸?”
“오늘 아니면 언제 다시 할지 모르는데, 너는 괜찮아?”
“...”
김세은이 응시해왔다. 말 없이 눈을 마주쳤다.
“... 술 마시다가 네 눈 마주쳤을 때. 되게 깊어서. 왠지 모르게 네 눈 보고 갑자기 슬퍼졌는데, 그때 또 이상하게, 확 뜨거운 바람 분 것처럼 얼굴 뜨거워져 가지고, 그때 느꼈어. 나 너 좋아한다고.”
“으응... 그래?”
김세은이 더는 내 얼굴을 보지 못하고 정면을 보았다.
“아 창피해. 이런 걸 왜 말하게 시키는데.”
투정까지 귀여웠다. 상체를 기울여 김세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랑해 세은아.”
자지를 밀어넣었다. 김세은이 잘게 떨었다. 김세은이 나를 보려고 고개를 틀었다.
“하악... 나두, 흣... 사랑해.”
그렇게 말하는 김세은이 너무 예뻐서 웃었다. 땀 때문에 눈가를 찌푸린 모습도 짜증스럽기보다는 삐진 척하는 연인 같아서 사랑스러웠다. 왼손으로 땀을 훔쳐주고 나서 짧게 키스한 뒤 가슴을 움켜쥔 채 허리를 흔들었다. 파앙쯔북하앙, 파앙쯔북하앙, 하고 김세은의 전신이 음란한 소리를 냈다. 오른손으로 엉덩이를 때려 찰싹 소리를 더했다. 난잡하고 추잡한 이 소리들이 웬만한 노래들보다 듣기 좋았다. 사람의 마음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노래보다 월등한 면도 있었다.
김세은은 악기였고, 나는 김세은을 하루종일도 연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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