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새어머니가 생겼다-30화 (30/438)

〈 30화 〉 영화보다가 꼴려서 (3)

* * *

허리를 퉁기듯이 해서 부드럽게 앞뒤로 움직였다. 촤압촤압 하고 살이 골반과 맞닿는 소리가 날 정도로만 격한 느낌으로.

“이 정도 속도 어때?”

“흥... 응... 응. 좋아.”

김세은은 섬세해서 섹스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빌드업하듯이 섹스해야 된다고 해야 할까. 그 방식이 여럿 있긴 한데, 주로 쓰는 방법은 김세은이 바라는 것과 내 욕망을 타협한 것이다: 처음에는 김세은한테 안달나서 내가 욕망을 차마 참지 못하고 밀어붙이듯이 몸을 섞어야 한다. 사실 그런 게 맞기도 하고. 아무튼 여자의 육체에 안달난 놈이어서는 안 되고 정확히 김세은한테 안달난 놈처럼 보여야 한다. 그래서 그때 섹스를 어떤 느낌으로 해야 되냐면, 음, 따먹는다고 하면 적당할 거 같다. 그 뒤에는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김세은의 의사를 묻고, 대화를 나누면서 교감을 해야 된다. 스킨쉽도 김세은을 아껴준다는 느낌이어야 하고. 골반을 잡고 보지를 쑤셔대다가도 오른손을 들어 김세은의 발그레 달아오른 볼을 쓰다듬는다거나,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이 눈에 들어가기 전에 눈치 빠르게 막아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내가 김세은을 신경쓴다는 느낌을 내주어야 한다.

별로 의식하지 않고 해온 일련의 과정과 행동들을 이렇게 비춰보니까, 여태 김세은의 감정을 몰라 온 내가 존나 병신 같기는 했다. 책임을 거부하려고 무의식적으로 사고를 억압해왔던 건가.

“으응... 응... 흣... 무슨, 학... 생각해?”

“네 생각.”

“나, 후응... 어떤 생각?”

아. 왜 이리 대답할 말이 안 떠오르지? 일단 오른손을 들어 김세은의 볼을 쓰다듬었다. 눈을 찡그려 김세은의 눈에 담긴 나를 보았다. 인상이 나빠보였다. 저런 걸 왜 좋아하지?

“세은아.”

“하앙... 응...?”

“너 진짜 나 왜 좋아하는 거야?”

“흐응... 말했잖아. 응... 이미. 흣...”

“만약에 내가 너한테 엄청 큰 잘못을 했어. 그럼 어떡할 거야?”

김세은이 표정을 살짝 구겼다.

“그런, 흥... 소리를, 왜 해?”

“내가 좋은 사람은 아닌 거 같아서.”

“뭔 잘못을, 하앙... 했는데?”

“잘못한 거는 없어.”

“하읏... 할 예정이고?”

“아니.”

“흐응... 근데 왜? 후읏...”

김세은이 답답했다. 한숨 쉬었다.

“하윽... 너 무섭게, 으응... 왜 그래...?”

“나 너한테 진짜 잘해주고 싶은데. 그게 안 될까봐.”

“그럼, 하읏... 잘 해줘. 자주, 먼저, 흣... 전화 걸구.”

안심했다는 듯 은은한 미소를 띄운 김세은이 다리를 세게 조였다. 양손으로 내 가슴을 장난스럽게 주무르다가 내 얼굴을 붙잡고 아이 컨택을 해왔다.

“하아... 키스해줘.”

“응.”

몸을 낮췄다. 김세은은 식탐 많은 사람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혀를 집어넣었다.

“하움... 츕... 흐읏... 헤웁... 흥... 쯉... 츄릅... 츕... 하악... 쮸읍...”

꼬옥꼬옥 자지를 조여오는 김세은의 보지가, 내 몸을 감싸고 걸어 잠근 두 다리가, 덩굴처럼 엉켜오는 혀가 나를 결코 놓아주지 않겠다고 말해오는 것 같았다. 나도 놓쳐지기는 싫었다. 김세은을 놓아주기도 싫었다.

그런데 만약에,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걸 김세은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대해 하게 된다면, 나는 그때에도 김세은과 섹스할 수 있을까. 김세은과 나의 연인에게 사실을 숨겨가며 몸을 섞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김세은과 관계를 단절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음악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깊이 관계할 거였으니까. 우리는 남들이 억지로 엮으려고 해볼 만큼 겉으로 꽤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고, 화음도 제법 듣기 좋은 듀엣을 이루었으며, 속궁합도 더없이 좋았다.

나는 김세은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니 김세은을 사랑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그런데 왜 김세은을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

“헤웁... 흣... 고민이라도, 헥... 있어...?”

“응.”

“후으읏... 뭐?”

“... 안에 싸고 싶어.”

“그럼, 하응... 안에 싸.”

눈이 절로 크게 뜨였다.

“진짜?”

“이미, 하악... 쌌잖아.”

“오늘 계속 보지 안에 싸도 돼?”

말하고 나니까 스스로 존나 미친 놈 같아서 자괴감이 들었다. 김세은이 웃었다. 여우 같았다.

“후읏... 안에 싸는 게, 헥... 그렇게 좋아...?”

“응. 맨날 노콘으로 질싸하고 싶어.”

“나 임신할 때까지?”

순간 머리가 띵했다. 자지가 찌릿했다. 뭔 생각이야?

“장난이지?”

“헤엑... 안 꼴렸어?”

“존나 꼴렸어.”

김세은이 갑자기 최대의 힘을 써서 다리를 조였다. 김세은의 허리가 살짝 띄워지면서 보지가 함께 조여왔다. 사정감이 몰려왔다. 얼굴을 찌푸렸다. 김세은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진짜 구미호 아냐?

“나 쌀 거 같애.”

“항... 나두 곧, 학... 갈 거 같애. 흐응... 빠르게 푹푹, 후윽... 보지 쑤셔줘. 하앙...”

“...”

김세은을 끌어 안고 허리를 빠르게 움직여 자지를 박았다. 물 많은 보지에 자지가 들락일 때마다 질꺽질꺽질꺽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아응... 응... 앙... 앙... 항... 하앙... 아읏... 후윽... 흥... 응... 아앙... 항... 하웃... 후우으으읏...”

김세은이 파르르 떨었다. 떨림이 잦아들 때까지 자지를 꽂은 채로 잠시 기다렸다. 먼저 보냈으니 이제 싸지르기만 하면 됐다. 김세은의 배 위에 손을 얹고 귀두로 자궁을 쿵쿵 찧었다. 이 속에 정액을 넣어주겠다고 선언이라도 하는 듯이.

“쌀게.”

“후으으응... 응... 싸줘...”

체감되는 사정 타이밍을 맞춰서 자궁구에 딱 자지를 박았다. 뷰륵뷰륵 정액이 빠져나갔다. 속으로 제대로 들어가는지 아닌지 감이 오지를 않았다. 이거를 확인해 볼 수도 없고.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상체를 들었다.

“하아... 나 안아줘.”

“이 상태로?”

“응.”

자지에 박힌 채로 안기고 싶다는 음란한 말을 하는 김세은의 얼굴에는 부끄러움 한 점 없었다. 천연 자궁 마개를 낀 채로 있겠다고 하니까 정말 임신을 각오한 사람 같아 보였다. 근데 김세은이랑 내 애라니. 도저히 상상이 안 갔다. 옆으로 누워서 김세은을 마주 보며 안았다. 김세은이 얼굴을 가까이 해왔다. 당연하게 키스했다.

“츄읍... 하움... 쯉... 헤웁... 츄릅... 츕...”

곱게 휘어진 눈이 나를 직시한다.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는 눈빛이다. 김세은이 아이돌로 데뷔하고 나면 스케줄에 치여 시간이 비지 않는 것은 물론, 시간이 비더라도 보는 눈이 많아져서 만나는 게 거의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억지로 만나려고 어디 장소를 잡아서 그 지점에서 만난다고 해도, 파파라치가 붙어 우리 둘이 같이 들어가는 광경을 찍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그러니 가능하다면 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만큼 김세은과 섹스해야 한다.

“다음엔 어떻게 할래?”

“나, 츄읍... 내가 위에서, 하움... 할래.”

두드드, 김세은의 전화가 진동하며 벨소리가 울렸다. 놀랐는지 김세은의 혀가 꼿꼿해졌다. 부드럽게 혀를 섞으면서 긴장을 풀어줬다. 김세은이 잠시 맞대응하고 내 팔을 주물렀다. 김세은을 안은 팔을 놓아주었다. 김세은이 보지에서 애액을 뚝뚝 흘리면서 걸어갔다. 외투에서 삐져나온 핸드폰을 꺼내려 허리를 굽힐 때 이쪽으로 내밀어진 엉덩이가 당장이라도 박아달라는 듯 음탕하기 그지 없었다. 일어서서 다가갔다. 나를 보려 도로 뒤돌은 김세은이 검지를 세워 자기 입 앞에 가져다댔다.

“누구야?”

“매니저 오빠.”

“왜 전화했대.”

“몰라. 조용히 해야 돼. 알겠지?”

“응.”

김세은이 전화를 받았다.

“네 오빠 왜요?”

ㅡ그래도 전화는 받는구나.

슬금슬금 뒤로 가서 껴안았다. 김세은이 눈썹을 으쓱였다. 존나 요망했다.

“죄송해요.”

ㅡ아냐. 하는 일 있는 거 같은데 빨리 얘기하고 끊어줄게. 갑자기 일정 픽스돼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풀로 바쁠 거거든. 자세한 건 톡방 봐서 확인해봐. 암튼 그거 전하려고 전화한 거야. 화요일 5시 반에 너희 데리러 숙소로 갈 테니까 그때 깨 있으라고 말하려고. 다른 애들은 다 톡방 봤는데 너만 답장 없어서.

브라 후크를 벗겼다. 김세은이 왼손으로 가슴을 감쌌다. 소리가 안 나게 조심스레 힘을 주어 김세은의 왼팔을 빼려 했다. 힘에 밀린 김세은이 브라를 사수하는 걸 포기했다. 김세은의 브라를 왼손에 쥐고 다시 허리를 감쌌다. 김세은이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면 더 꼴리는데. 왼볼에 입 맞췄다.

“내일 일도 아닌데 좀 늦게 보면 안 돼요?”

ㅡ일정 바뀐 거 제일 알아야 될 사람이 너라서 전화한 거야. 학교에서 뭐 준비하는 거 있다고 했잖아. 암튼. 미안하다. 화나게 해서. 근데 목소리가 조금 낮네. 지금 자려고 했던 거야?

“네 뭐. 저두 죄송해요, 화내가지구.”

ㅡ자려는데 깨운 거면 화날 만하지. 근데 되게 빨리 잔다. 미녀는 잠이 많다는 게 진짠가 봐. 이 실장님한테 들었는데, 여배우분들도 촬영 없으면 잠만 잔다고 하시더라.

“아, 그래요.”

ㅡ어, 야. 눈치가 없었다. 끊을게. 내일 보자? 아니 모레에 보자?

“네 오빠.”

김세은이 곧장 전화를 끊고 고개를 옆으로 했다. 눈을 마주쳤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뭐?”

“키스해줘.”

브라를 떨어뜨리고 혀를 섞었다. 김세은이 키스하면서 왼팔만 최대한 내려 브라 위에 핸드폰을 조심스레 떨어뜨리고 두 팔을 뒤로 해서 내 뒷목을 잡고 내 혀에 열중했다.

“매니저님이 조금 호감인데. 목소리도 괜찮고.”

“헤웁... 재밌으시긴 해. 츕... 친절하시고.”

“몇 살이래?”

김세은이 웃었다.

“질투야?”

“응.”

양손으로 젖꼭지를 꼬집었다.

“하아악... 스물 여섯. 츄읍... 걱정 마.”

“그 사람 걱정해야지. 너한테 홀림 답도 없는데.”

“넌, 쯉... 나한테 홀렸어? 츄릅...”

글쎄.

“그런가봐.”

“츕... 또 뒤로 할 거야?”

“네가 위에서 하고 싶다면서.”

“응.”

“그럼 그 자세로 해야지.”

“헤웁..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네가 하고 싶은 게 내가 하고 싶은 건데?”

“히힣. 진짜? 츄읍...”

“응.”

“나 옮겨줘.”

“어.”

김세은을 안아들었다.

“어디로 가?”

이렇게 보니 방은 상당히 좁았다. 진짜 뭐 섹스 말고 할 게 없어 보였다.

“아까 소파.”

“응.”

소파에 앉혔다.

“네에. 내려드렸습니다아.”

“너 또 나 모르는 이상한 거 따라하지.”

“이상한 거라니.”

“몰라. 내가 모르는 밈이면 이상한 거야.”

얼굴을 애교스럽게 찌푸린 김세은의 옆에 앉았다.

“안 할게 앞으로.”

“약속.”

김세은이 새끼 손가락을 내밀어왔다. 고리 걸었다.

“약속. 이제올라오기나 해.”

“흥.”

김세은이 양손을 뒤로해서 긴 머리카락을 끌어쥐고 내 허벅지 위로 올라와 앉았다. 곧장 오른손으로 내 자지를 잡고 흔드는 모습이 폰을 만지는 것처럼 일상적이었다. 그러다가 무슨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히죽히죽 웃으며 자지 뿌리 부분을 잡고 자기 배에 귀두가 투욱투욱 두드려지도록 흔들었다.

“요오기 있는 세은이 자궁에 아기즙 가득찰 때까지 보지 푹푹 박아줄 거예요?”

“...”

김세은이 자지를 흔드는 걸 멈추고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왜? 안 좋아?”

“존나 사랑해.”

김세은의 골반을 붙잡아 들어 운 좋게 단숨에 보지에 자지를 맞추고 그대로 찍어눌렀다.

“햐악...”

김세은의 눈이 크게 뜨였다. 눈에 띄게 말려 올라간 입꼬리를 보는데 등골에 소름이 쭉 솟았다. 시발. 뭔 생각으로 말한 거지. 아까부터 사랑이란 말을 너무 떠올렸나. 김세은은 또 왜 이리 꼴려서는.

김세은이 내 어깨를 잡고 미친 듯이 허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여태까지 해온 모든 섹스를 통틀어 김세은이 이렇게 흥분한 건 처음이었다. 뒤로 넘어갈까봐 등을 끌어안듯 해서 붙잡아주었다. 김세은이 내 얼굴을 붙잡고 눈을 마주쳐왔다. 갑작스런 고통 때문인지 오른눈에 눈물이 한 방울 맺혀 있었다. 김세은이 격하게 움직일 때마다 눈물이 시시각각 다른 빛을 품었다. 샛노랬고, 푸르렀고, 하얬다가 바알갰다.

“하악... 응... 하읏... 뭐라구?”

“...”

아. 나도 몰라 시발.

“사랑해 세은아.”

“하윽... 나두. 츄웁... 흐응... 나두 사랑해. 하악... 응... 헤웁... 우읏... 흐읏...”

이건 다 김세은 잘못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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