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영화보다가 꼴려서 (1)
* * *
ㅡ츕... 츄읍... 쯥...
존나 물고 빤다. 이게 어떻게 15세를 받은 거지? 비포 시리즈처럼 소프트한 로맨스 영화라더니 존나 진한 멜로 영화다. 키스를 엄청나게 해댄다. 보지에 자지를 비비지만 않았지, 장소, 포지션 등을 바꿔가며 17가지 다른 키스 방식을 보여준 것만으로 이미 진득한 섹스 어필을 했다. 각본, 미장센, 배우 중 뭐 하나만 안 예뻤더라도 외설 영화로 혹평받고 매장됐을 영화였다.
와이드샷, 매일 닦이는 빌딩 유리 위로 주홍빛 석양이 내려 앉고, 창문 하나로 줌인해서 풀샷으로 전환, 블라인드 너머로 검은 실루엣 두 개가 뒤엉킨다. 관능과 은밀의 색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츄읍, 흡, 하아, 숨소리와 침소리가 분간 없이 들린다. 앞자리의 남자도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킨다. 관객 참여적 영화다. 뒤에서 빛이 새어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영화의 내용을 참지 못하고 이탈한 사람들이 문을 여느라 만든 불빛이다.
발소리는 두 명 분이었다. 뒤늦게 표를 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맨 뒷자리에 앉게 되어서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됐다. 아마 그 두 사람은 어디 은밀한 곳에서 영화를 재현하려고 들 것이었다. 어둠 속을 더듬어 김세은의 손을 잡았다. 그대로 내 쪽으로 끌려고 했다. 김세은이 내 손을 꽈악 쥐었다. 나가기 싫다는 것 같았다. 잡아끄는 것을 포기하고 김세은의 손을 맞잡았다. 꼼지락거렸다. 나누고픈 몸짓의 축소판을 손 위에서 벌였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눈을 마주친 김세은이 소리 없이 픽 웃었다. 스크린의 빛을 희미하게 품은 눈동자와 명암의 반전을 이룬 얼굴이 퍽 새롭게 보였다. 김세은과 분위기가 비슷한 사람과 말없이 육체로 밀어를 속삭이기라도 하는 느낌이었다. 발기했다. 부끄러웠다.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김세은이 내 손바닥 위로 검지와 중지를 써 간지럽혔다. 영화에 도통 집중이 안 됐다. 손에 온 신경이 쏠렸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손장난에 더 집중했다.
영화가 끝나고 김세은이 곧장 일어나려 했는데 손을 붙잡아 도로 앉혔다. 가라앉혀야 할 게 있어서. 조명이 내리쬐는데 옆에 앉은 김세은의 얼굴이 붉었다. 반사광 같은 것 때문은 아니었다. 나도 저러려나.
“왜 안 나가...?”
“나가자.”
차마 얼굴을 오래 못 마주보고 출구로 도망치듯 나왔다. 김세은의 얼굴이 너무 색정적이었다. 내가 꼴린 건지 김세은이 풍기는 기운이 그런 건지.
“화장실 좀 갈게.”
김세은이 말했다. 김세은이 걸을 때 시선 몇 개가 따라붙었다 떨어지는 걸 보면 김세은의 잘못이 맞았다. 자지가 진정이 잘 안 되는 걸 보면 내 잘못도 맞았고.
나도 화장실에 들어갔다. 손을 씻으면서 발기된 자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어떻게 진정이 됐다. 소변을 누기 위해 바지에서 성기를 꺼낼 때에는 소변기에 닿지 않게 주의해야 했다.
밖에 나오면 화장실을 쓰기가 싫었다. 남의 좆에 뭐 그리 관심들이 있는 건지 내 가 소변기와 거리를 조금 두고 자지를 꺼내면 꼭 쳐다보는 사람이 있어서. 진짜 좆 같은데, 한 소리하려고 눈을 마주치려 하면 그 사람은 이미 눈을 다른 데로 돌리고 있어서 뭐라 말도 꺼내기 힘들었다.
“존나 크네...”
가끔 지금처럼 이렇게 얼빠진 사람이 있기도 했다.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오는 사람은 찾기 힘들긴 했는데 완전 없는 경우도 아니었어서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볼 일 보세요.”
“아 네. 죄송합니다.”
사과는 해줘서 쏘아붙일 맘은 안 들었다. 내가 크기는 큰 건가. 김세은도 처음엔 버거워하기야 했다. 그래도 그건 처녀였어서 그랬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크면 노발이랑 풀발이랑 차이 별로 없죠?”
“...”
여기서 더 말을 붙이는 사람은 또 처음 보네.
“더 커지긴 해요.”
“야 씨. 더 커지면 이거 여자 죽겠네...”
사람들이 더 힐끔 쳐다보는 거 같기도 하고. 아가리를 다물어줬으면 좋겠다. 빨리 털어내고 손을 씻고 나갔다. 나이를 어디로 쳐 먹은 아저씨인지. 아니면 그냥 노안인 건가.
잠시 핸드폰을 보면서 기다렸다. 밴드부 단합일은 버스킹 다음날 일요일로 결정났다. 시각은 조금 이른 저녁 시간대였다. 대충 4시 반에 모이기로 했는데,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것도 조금 귀찮아지는데. 후보군으로 강남, 성수, 왕십리를 던졌다. 다른 사람들도 자유 발언으로 후보지를 던지면 거기에서 다시 좁히고 투표를 걸고 정해야 했다. 생각만 해도 귀찮다.
부장 괜히 했나. 백지수 주면 알아서 잘 할 거 같은데. 넘겨줄 수 있나.
“많이 기다렸어?”
“아니.”
“이제 우리 뭐할까?”
섹스. 섹스가 하고 싶었다. 아직 8시도 안 됐으니까 섹스하고 씻고 껴안은 채로 조금 얘기하다가 집에 돌아가서 잠들면 완벽했다.
“너 통금 있다고 했지.”
“응.”
“언제까지 돌아가야 되는데?”
“11시.”
세 시간. 딱 좋은데.
“일단 나가자.”
내 뇌가 좆으로 이뤄진 건가, 밖으로 나오면서 김세은의 손목을 잡고 걷고 싶었다. 김세은은 내 손아귀에 있는 여자라고 불특정 다수의 행인에게 행동으로써 선포하고 다니고 싶었다. 김세은과 나의 거리감을 본능적으로 계산하는 남자들에게 으르렁대고 싶었다. 김세은은 내 여자였다. 김세은도 그렇게 생각했고, 나도 그걸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 사이에 끼어들 사람은 존재할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무인텔 주소를 입력해서 택시를 잡았다. 아차 싶었다. 오늘 새벽에 김세은은 무인텔 말고 그 주변 건물의 주소를 읊었었다. 택시에 탄 당시 나는 김세은이 무인텔 주소를 읊었구나 싶었는데, 조금 걸어야 그 무인텔이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김세은은 주변 건물 주소를 말한 것이었다. 뒤늦게 김세은의 눈치를 살폈다. 김세은의 얼굴이 발갰다.
그때고 지금이고 나는 짐승처럼 급했다. 김세은이 장난 식으로 지적한 대로, 나는 뭐든지 섹스 쪽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최소한의 배려나 센스도 마비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요즘따라, 정말 요즘따라 충동적으로 변한 느낌이었다.
미안해서 김세은의 손을 잡았다. 김세은이 내 손가락을 꽉 잡았다. 복수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래도 아프지는 않았다. 차마 아프게까지 쥐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택시를 기다리고 또 타는 동안은 조용했다. 차창 너머가 획획 바뀌었다. 하차하니 택시가 눈치 있는 사람처럼 재빠르게 빠져나갔다. 김세은이 제자리에서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세은아.”
“... 야.”
“응?”
“안아줘.”
“...”
김세은이 등 돌리고 걸어갔다. 안아주는 건 무인텔 들어가서도 할 수 있는 건데. 왜 굳이 이런 곳에서 그런 걸 요구하는 걸까. 자기한테 손해라는 걸 이해를 못하나? 김세은이 그렇게 바보는 아닌데. 답답하다. 한숨이 터져나오려는 걸 겨우 참아내고 따라갔다. 김세은이 가로등 하나 없는 좁고 으슥한 골목 속으로 들어갔다. 뭔 생각인지. 뛰어서 붙잡았다. 김세은이 팔목을 흔들려고 했다. 나한테 붙잡혀서 움직여지는 건 김세은의 어깨뿐이었다. 그러니 앙탈이라도 부리는 거 같았다. 쇼핑백이 바닥에 떨어졌다. 김세은이 팔목을 흔드는 것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어둠 속에서 눈이 마주쳤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눈빛을 읽을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김세은이 까치발을 세우고 내게 붙잡히지 않은 팔을 부웅 휘둘렀다. 쳐맞는 건가? 확실히 나도 맞을 때가 된 거 같긴 했다. 눈 감았다. 뒷목에 예상치 못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끌어당겨졌다. 아. 힘을 주어 버텼다. 속도가 늦춰지고 김세은과 입술을 부딪혔다. 내가 안 버텼으면 박치기 당했을 건데. 김세은은 어지간히도 나를 믿고 있었다.
“하웁... 츄웁... 훔... 츄룹... 쯉... 후웁...”
시발 나도 모르겠다. 김세은이 내 입을 편히 빨 수 있게 안았다. 내 목에 김세은의 두 팔이 감겼다. 옷 위로 느껴지는 김세은의 짓눌린 가슴이 미치도록 부드러웠다. 발기된 자지는 당장이라도 바지를 뚫고 나오고 싶어했다. 허벅지가 뜨거웠다. 빨리 보지에 쑤셔넣고 싶었다. 오른손을 내려 엉덩이를 주물렀다.
“하읍... 그건, 츕... 안 대.”
“빨리 들어가자.”
“후움... 좀만, 쯉... 더 하구. 츄읍...”
내가 참아야지. 손을 다시 위로 올려 등을 받쳐주었다. 밀착한 몸이 덥혀졌다. 몸을 가로막는 천쪼가리들을 다 벗어던지고 뒤섞이고 싶었다.
“못 참겠다. 들어가자.”
“하웁... 내가, 훔... 가잘 때, 츄릅... 가.”
애태우려 하고 있었다. 너무 뻔한 수작이지만 잘 통했다. 김세은은 이런 식으로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했다. 김세은이 알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더 꼴렸다.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지금 내게서 승기를 가져가려 시도하는 드센 김세은이 내 몸 아래에 깔려 신음을 낼 것을 상상하는 것만 해도 자지에 신호가 갔다. 또 김세은이 이렇게 주도권을 가져가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은 본디 내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방증이 되어 김세은과 내 관계에 있어서 나의 우위를 상기하게 되는데, 이때 느껴지는 충족감은 이루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외에도 김세은이 이 뒤에 나를 적극적으로 따먹어주리라는 데에서 오는 기대감 등이 있었다.
멀리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김세은이 입은 떼지 않고 내 팔을 주물러댔다. 뭐 어떻게 알아서 해보라는 거 같았다. 눈을 찌푸리고 어둠 속을 응시하고 있으니 발소리가 도로 멀어졌다. 그래 시발. 다른 데 찾아가라고.
“말 잘 듣는 사람이었네.”
“후웁... 말도 안 했으면서. 쯉...”
김세은이 웃었다. 행동 하나하나가 다 귀엽고 꼴렸다. 행동 말고도 나를 향해 품는 소중하고 애틋한 감정까지도 모조리.
“하움... 츕... 이제, 훕... 가자.”
“응.”
김세은이 나를 먼저 놓아줄 때까지 안은 것을 풀지 않았다. 듣자마자 바로 풀어버리면 발정난 놈 같아지고 김세은은 그걸 달갑게 여기지 않을 거였다. 이런 데에서 처신을 잘 해야 했다. 그래야 섹스할 수 있었다.
쇼핑백을 도로 챙겼다. 안에 담긴 옷은 다행히 더러워지지 않았다.
무인텔은 다행히도 방이 하나 남아있었다. 안일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방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잔뜩 달아오른 몸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괜히 화만 났을 것이었다.
3시간을 넣고 달리듯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아 잠그고 쇼핑백을 버리듯 내려놓은 뒤 외투를 훌렁 벗어던졌다. 김세은이 외투를 벗는 것을 받아주고 대충 바닥에 두었다. 김세은을 뒤에서 끌어 안고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보지를 만졌다. 김세은이 고개를 돌리길래 키스했다.
“합... 너무, 츄읍... 급한 거 아냐? 후음...”
“네가 너무 꼴리는 게 잘못이라니까.”
“쯥... 바지는, 츕... 벗어야지.”
“알겠어.”
팬티까지 한꺼번에 끌어내렸다. 매끈한 흰 다리와 엉덩이와 보지가 드러났다. 나도 하반신을 드러냈다. 걸리적거리는 바지는 뒤쪽으로 차버렸다. 기나긴 기다림을 지나 비로소 해방된 자지를 김세은의 허벅지 사이로 끼워넣고 비볐다. 따스했다. 김세은이 다시 고개를 돌려왔다. 키스했다.
“콘돔 없지?”
“하웁... 응.”
“피임약 오늘도 먹었어?”
“츕... 먹었어.”
“그냥 해도 돼?”
“밖에다가만, 츄릅... 싸면 돼.”
“안에다가 싸고 싶은데.”
“... 후움... 몰라.”
“안에다 싸도 돼?”
“안 된다고 하면, 쯉... 안 할 거야?”
“당연하지.”
“헤웁... ... 그래도, 츕... 안 돼. 후읍...”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었다. 정신 없이 섹스하다가 중간에 물어보는 수밖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