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김세은이랑 무인텔에서 (10)
* * *
다리를 찢고 있는 건 김세은에게도 꽤 어려운 자세였는지 3분 정도가 지나고 나니 김세은이 자세를 바꾸겠다고 했다. 바꾼 자세도 비슷했다. 다리를 벌리고 무릎으로 팔을 집어 넣어서 W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자세를 하면 뱃살이 접힐 법도 한데 군살이 없는 김세은은 복근이 더 잘 드러날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자지를 집어넣었을 때 볼록하고 튀어나오는 게 더 잘 보이기까지 했다. 여러모로 남자를 꼴리게 하는 몸이었다. 임신시키고 싶은 몸이라고 해야 되나.
“앙... 앙... 항... 학... 흐응... 흥... 응... 으읏...”
나는 김세은의 뒷목에 두 손을 집어넣어 고정하고 자지를 박았다. 자궁구까지 박아주기 위해 엉덩이에 골반이 부딪힐 때마다 김세은의 몸이 들썩였다. 그 들썩임이 보기 좋아서 일부러 타이밍을 맞춰 김세은의 뒷목을 살짝살짝 당겨오기도 했다. 그게 반복되니 김세은이 정신을 반쯤 잃었다. 목이 고장난 인형처럼 김세은의 머리가 흔들렸다.
“아읏... 으긋... 으응... 흐읏... 흣... 헤윽...”
상태가 영 안 좋았다. 자세를 바꿀까, 라고 물어볼까 싶었지만 곧 쌀 것 같아서 일단 사정한 다음에 바꾸자고 마음 먹었다.
“쌀게.”
“헥... 학... 응, 후응...”
자궁구까지 자지를 밀어넣고 정액이 꿀럭꿀럭 다 나오기를 기다렸다. 베개에 자기 머리를 맡긴 김세은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자지를 빼고 콘돔을 대충 묶어 침대 밖으로 던진 뒤 김세은의 위로 올라갔다. 김세은이 당연하다는 듯이 입을 벌렸고 나는 덮치듯 키스했다.
“학... 헤웁... 훔... 헥... 웁... 츄릅... 츕... 우음... 훔...”
한번 더 섹스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김세은은 배달이 온 것을 먹고 슬슬 나가자고 얘기할 것 같았다. 콘돔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서 쓰자고 해야 될까? 어차피 하나 남은 거 써버리는 게 안 찝찝하지 않겠냐고 해야 될까?
“훕... 그 말 해줘.”
“좋아해.”
“츕... 또 해줘.”
“좋아해.”
“하웁... 이름도 넣어줘.”
“좋아해 세은아.”
“츄릅... 귀에다가 번갈아서.”
“좋아해. 세은아.”
“뭐야. 츕... 한 쪽 씩. 후움... 제대로 해.”
“좋아해 세은아. 좋아해 세은아.”
김세은이 웃었다.
“나두.”
젖은 눈을 보는데 갑자기 욕지기가 치밀었다. 김세은을 밀치고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에 무릎 꿇었다. 켁켁거리기만 하고 토는 나오지 않았다. 신물도 안 올라오고 헛기침만 해댔다. 뒤늦게 따라온 김세은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김세은의 보지에서 허연 애액이 한 방울 떨어졌다.
“괜찮아...?”
“... 어.”
자기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나만을 걱정해준다. 저러니까 내 숨이 죄이는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발기하고 말았다. 일어서서 김세은에게 다가갔다. 끌어안았다.
“입 벌려.”
“... 어...?”
“입 벌리라고.”
“...”
김세은이 입을 벌렸다. 혼란스러워 보였다. 입을 덮었다. 김세은의 혀가 얽혀왔다. 방금 전에 토를 할 뻔한 입을 좋다고 빨고 있었다. 어쩌면 신물이나 토 찌꺼기가 있을지도 모르는 그 입을. 내가 뭐라고 김세은이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발기한 좆은 당장 보지에 쑤셔 넣으라고 껄떡이고 있었다. 허벅지 사이에 끼워 비볐다. 품에 가둬진 김세은이 버둥거렸다.
“콘돔, 껴야지이...”
“안 하고 하면 안 돼?”
“안 돼 진짜아...”
“응.”
김세은을 풀어주었다. 함께 침대로 돌아가니 배달 완료 전화만 세 통이 와 있었다. 음식 엘리베이터로 햄버거를 올려받고 테이블에 두었다. 아무 말 없이 음식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김세은은 왜 갑자기 토하려 했냐고 묻지도 않았다. 배알도 없나? 내가 역겨워, 같은 쏘아붙이기라도 했어야 됐다.
“병원 가봐야 되는 거 아냐? 너.”
김세은이 자기 몫의 음식을 앞에 두고 말했다. 나는 햄버거 포장지를 벗겼다.
“병원은 네가 가야지. 감기 걸렸는데.”
“오늘 갈 거야.”
“난 안 가도 돼.”
“그럼 얘기라도 해줘.”
“뭘.”
“알잖아.”
모호한 화법이었다. 뭔가 낌새는 느껴지는데 자기가 정확히 지적은 못하겠으니 네가 알아서 불으라는 의도가 담긴. 처음에만 몇 번 속아줬지 나도 알게 된 이상 넘어가 주지는 않았다. 괘씸한 마음만 들뿐. 햄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물었다.
“... 말 안 해줄 거야?”
“... 해줄 말 없어.”
“진짜로 없다는 거야 아니면 해주기 싫다는 거야.”
“없다고.”
“...”
김세은이 일어나서 내게 다가왔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자기 품에 나를 안았다.
“...”
“...”
그렇게 아무 말도 없어서, 더 숨막혀 왔다. 행동 하나하나 섣부르거나 서투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너무 잘 느껴져서. 나를 안은 팔을 더 세게 죄어 자기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것만으로 정말 나를 아끼고 있음을 그 어떤 수사를 붙여 말로 하는 것보다도 잘 표현해서. 김세은이 내게 이토록 진심이라는 것이 전해져 올수록 내게 김세은은 어려워졌다.
마음의 보폭이 달랐다. 내 마음이 애틋해지기 이전에 김세은은 몇 발치 앞서 갔다. 김세은은 주변이 밀치는 대로 등을 떠밀리고 나만 느릿느릿 움직인 모양이었다. 몸을 섞은 뒤로도 보폭은 좁혀질 줄 몰랐고 우리는 그 상태로 오랜 시간을 걸어왔다. 누구는 뛰었고 누구는 기었다. 이렇게 간간히 공간과 시간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 우리 사이가 좁혀지는 것은 아니었다.
김세은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피식피식 웃으면서 몸을 배배 꼬면서도 김세은은 품에 안은 나를 놓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목에 검지를 훑으며 반격해왔다. 피식 거렸다. 간지러워서.
“푸흣, 기분 풀렸어?”
“기분 상한 적 없거든.”
“네 표정만 봐도 다 알아 난.”
“내가 어땠는데?”
“무슨 일 있는 사람 얼굴이었어.”
“그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거 아냐?”
“네가 그런 생각을 할 때 너랑 같이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게 중요한 거지.”
“...”
나는 김세은이 힘들 때 김세은처럼 할 수 있을까? 김세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김세은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짜 애기 같애.”
“나 정도면 얼마나 우량아인 건데?”
“몰라. 임신한지 하루 만에 조기 제왕절개 해야 될 정도?”
웃었다. 사실 그렇게 재밌는 건 아니었는데. 일단 김세은이 쿡쿡 대니까 나도 웃었다. 그냥 햄버거나 먹고 섹스 한 번 한 뒤에 집으로 돌아가서 모자란 잠이나 보충하고 싶었다.
“할래?”
내가 한 소리가 아니었다.
“여기서?”
“괜찮지 않아? 테이블에서 뒤로 하는 거.”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좋았다. 김세은이 나를 풀어주었다. 알아서 테이블에 상체를 기울이고 엉덩이를 실룩였다. 마음이 불편했다. 김세은이 이렇게 기분 전환용 섹스 토이처럼 나오는 걸 보고 기뻐해 버려서, 그것을 자각한 순간 자괴감이 엄습했다.
“... 콘돔 가져올게.”
“그대로 하고, 밖에다가 싸면 돼.”
“... 진짜?”
“싫음 콘돔 가져와.”
이 상황에서 싫다고 할 미친 새끼가 세상에 존재하기나 할까. 왼손으로 김세은의 엉덩이를 잡아 살짝 벌려주고 오른손으로 자지를 잡아 보지 입구에 맞추었다.
“넣는다?”
“응. 넣어줘.”
천천히 밀어넣었다. 꼬옥꼬옥 조여오는 보지가 자지 살결을 꼼꼼히 건드려왔다. 진짜 시발. 이거다. 매일 노콘 섹스만 한다면 나는 성인들처럼 너그러워질지도 몰랐다. 도저히 천천히 할 수가 없었다. 옆구리를 잡고 파앙파앙 쑤셔박았다.
“흐읍... 흣... 윽...”
테이블 위의 콜라가 흔들려 그 속의 얼음끼리 부딪혀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테이블 위에서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김세은은 패스트푸드와 다를 바 없었다.
지금 나는 패스트 푸드처럼 김세은을 따먹고 있었다. 아니, 패스트 푸드처럼 김세은을 따먹어왔다. 지금 이미지가 눈 앞에 드러나서 겨우 자각한 것뿐이었다. 가끔 들르는 드라이브 스루처럼 김세은과 가끔 만나서 가벼운 마음으로 패스트 섹스를 했다. 반면 김세은은 온 마음으로 요리를 해서 내게 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내가 허겁지겁 처먹어 버렸지 그 가치들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허투루 대할 것들이 아니었다.
이제라도 태도를 바꿔야 되지 않을까. 자지를 빼냈다. 나라면 기분에 휩쓸려 자궁 안에 싸버릴 수도 있었다. 뽀옥, 귀여운 소리가 났다.
“후읏... 헤엑... 왜...?”
“나 진짜 안 되겠어. 콘돔 끼고 올게.”
“... 너 이리 와.”
김세은이 뒤돌아 나를 봤다. 환희에 가까운 미묘한 흥분이 김세은의 얼굴에 감돌았다.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내 얼굴을 붙잡고 까치발을 했다. 허리를 감싸 안아 키스를 받아줬다.
“하웁... 츕... 움... 후움... 헤웁... 츄릅... 훕...”
한참을 입 맞추었다. 김세은이 입을 떼고 내 눈을 응시했다. 잠시 마주보았다. 김세은이 씨익 웃었다.
“햄버거 냄새 나.”
“햄버거 먹었으니까.”
“맛은 콜라였어.”
“콜라 마셨으니까.”
“좋아해.”
흐름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 나도.”
뒤돌아 침대로 가서 콘돔을 끼웠다. 김세은은 테이블 위로 올라가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의자 위로 올라가 김세은을 내려보았다. 김세은이 왼손으로 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오른손 검지와 중지로 보지를 벌렸다. 달뜬 기색을 하고 띄운 미소는 참 역설적으로 교교했다.
“나 빨리 박아줘.”
말 안 해도 달려들 거였다. 발목을 잡아 김세은을 내가 디딘 의자 앞으로 끌어왔다. 너무 흥분해버려서 자지를 보지에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두 번 비껴 나갔다. 귀두를 넣고 잠시 호흡을 고른 뒤 단숨에 밀어넣었다.
“하아악...”
자지를 넣자마자 김세은이 내 등을 안았다. 그대로 힘을 주어 나를 밑으로 끌어내리려 하는 것 같아서 상체를 밀착했다. 김세은이 입을 벌렸고 나도 따라 입을 벌려 포갰다. 혀를 뒤섞어 오는 게 모이를 받아 먹는 아기새 같이 절실했다.
“츕... 츄읍... 훕... 후룹... 하움... 후읍... 츄릅...”
테이블 섹스는 침대 섹스랑 다른 맛이 있었다. 우선 침대는 매트리스 용수철 소리가 난다면 테이블은 덜컥이는 소리가 났다. 침대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면 테이블은 딱딱하고 차가웠고. 실제로 몸에 닿는 면만 비교해봐도 그랬다.
“등 괜찮아?”
“으응... 응, 후으으응... 갠차나...”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김세은이 녹아버렸다. 발음이 망가지고 눈이 게슴츠레 했다. 내가 김세은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푹푹 박아버린 탓도 있었다. 마지막 섹스만큼은 상냥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좋아?”
“하욱... 응, 흐읏... 죠아. 보지, 흣... 보지 기분 죠아...”
“하아... 좋아해 세은아.”
“으응... 나도, 나도 죠아, 학... 해. 후윽...”
박을 때마다 위로 조금씩 밀려나는 것 같아서 오른팔로 머리 위를 감싸안듯 했다. 자세 탓에 얼굴이 가까워져서 다시 입을 맞췄다. 땀에 젖은 김세은이 쪼옥쪼옥 빨아댔다. 흡입력이 평소와 비교하면 그리 크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꼴렸다. 새벽부터 지금까지 녹초가 되도록 따먹었다는 게 실감이 나서.
“아앙... 앙... 앙... 아읏... 흣... 으응... 응... 흥... 후응... 후읏... 흐읏... 앙... 하아앙...”
내 품에 안긴 김세은이 파르르 떨었다. 잔떨림을 간직한 김세은이 입 맞춰 왔다. 나도 곧 갈 것 같았다.
“간다.”
“츕... 응. 후웁...”
김세은이 주문한 제로 콜라가 떨어져 바닥에 쏟아졌다. 러그가 콜라를 빨아들였다. 나도 김세은의 보지에 정액을 쏟아부었다. 콘돔이 정액을 모조리 받아들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