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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20화 (20/438)

〈 20화 〉 김세은이랑 무인텔에서 (7)

* * *

조금 낮게 침대 안에 들어가 있어서 내 얼굴은 김세은의 가슴에 파묻혀 있었다. 오른손으로 보지 마개를 해줘야 됐으니까. 처음에는 나란히 누워서 손을 덮어주고 있었는데 김세은이 ‘그럴 거면 차라리 조금 내려가서 하는 게 편하지 않아...?’라고 해서 지금의 포지션을 취하게 된 것이었다.

“넌 가슴 큰 게 좋아?”

대답 없이 얼굴을 비볐다. 왼손으로 조물조물 만지기도 했다.

“난 네 가슴이 좋아.”

“b컵 김세은 대 d컵 김세은.”

“... b컵 김세은이지.”

“큰 게 좋지?”

“...”

김세은이 오른손으로 자기 오른 가슴을 조물락거렸다. 살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와서 자지가 발기됐다. 아니 발기는 이미 됐고, 자지가 꼿꼿이 유지됐다.

“나 수술할까...?”

“수술은 왜?”

“너 가슴 큰 거 좋아하잖아.”

“내가 언제 가슴 큰 거 좋아한다고 말했어?”

“그럼 오늘 내 가슴은 왜 이렇게 만지작댄 건데?”

“감촉이 좋으니까.”

“커지면 더 좋아지는 거 아냐?”

김세은의 오른 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르면서 입을 열었다.

“큰 가슴이 기분이 그렇게 좋나? 난 네 가슴밖에 몰라서 뭐 어떡하라고 말을 못하겠네.”

김세은이 미소지었다.

“그래? 그럼 안 할까?”

안도하는 기색이 너무 잘 드러나는 웃음은 아무리 어두워도 몰라보기 어려울 정도로 해맑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 큰 가슴은 남자에게 진리다 싶은 수준으로 숭앙되는 게 맞다. 윤가영이 불시에 백허그 했을 때 느껴지는 가슴은 정말 모든 생각과 감정을 마비시키고 당장의 시각과 후각과 촉각에만 집중시키는, 관능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었다. 그런데 김세은에게서 그런 걸 바라면 안 된다.

“안 하는 게 맞지. 가슴 성형했다고 놀림감 될 수도 있는데.”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면전에서는 결코 뱉지 못할 말을 마음껏 던지는 일이 많았다. 가슴 성형 기사가 떴다는 가정을 했을 때 당장 예상되는 댓글만 해도, ‘성형은 한 번 하면 계속하게 된다는데 ㅋㅋ 과연 가슴만 했을까?’라거나, ‘ ㅜㅑ 누구 보여주려고 가슴 키운 거냐.’ 같은 댓글에 답댓글로 ‘남친 있다던데 걔 보여줬겠지 ㅅㅂ ㅈㄴ 부럽네’ 따위의 유언비어 정도가 있었다. 그런 말들은 처음에 보면 혐오감이 들어서 ‘고딩한테 이딴 댓글 싸지르는 새끼들은 뭐하는 것들임?’ 같은 댓글이 베스트로 올라오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반복되면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속담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진짜인가 싶어져서 질타받는 연예인에 대해 괜히 나쁜 인상을 가져버리고는 했다.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기고서야 ‘ㅠㅠ’가 꼭 들어간 댓글을 쓰며 거짓 활자 눈물이나 흘리면서 상처를 기워주는 척 하지만 이미 사람은 망가지고 난 후가 많았다.

“연예인은 성형 안 하는 게 나아. 너처럼 있는 그대로 예쁜 사람은 특히.”

“그래?”

“응.”

“알겠어. 근데...”

김세은이 내 가슴을 만지작댔다.

“근데 뭐?”

“네가 좋으면, 난 하고 싶어.”

가슴이 뭉클해진다. 김세은이 한 말에 감동한 것도 있긴 있지만, 김세은이 갑자기 내려와서 몸을 밀착해가지고 내 가슴에 김세은의 가슴이 짓눌리듯 해서 뭉클한 느낌이 든 것이다.

“이렇게 비교하면 내 가슴이 더 크지?”

“당연하지. 네가 여잔데.”

“당연할 건 뭐야. aa컵 여자들한테 죽고 싶어?”

“죽이기까지야 하겠어.”

“여자들 이런 거에 엄청 예민해.”

“그렇구나.”

잡담을 나누는데 슬슬 어깨가 아파왔다. 잠들기 전에 손을 대체할 보지 마개를 찾고 싶었다. 김세은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타월이 보였다. 오른손을 빼고 타월을 집어서 펼친 뒤 김세은의 보지에 덮고 기저귀 채우듯 허리에 칭칭 감았다.

“뭐하는, 거야?”

누운지 얼마나 됐다고 김세은이 졸린듯 눈을 꿈뻑이고 있었다. 확실히 피곤할만 했다. 오늘도 무슨 일정이 있다가 버스킹 대비 연습을 하고 나랑 섹스까지 여러 번 했으니 옛적에 곯아떨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정액 나가는 거 막는 중?”

“개, 변태, 같애.”

“내가 생각해도 변태 맞는 거 같아.”

그러면서도 김세은은 내가 침대가 맞닿은 쪽으로 타월을 내릴 때마다 고분고분 허리를 띄워줬다. 귀로는 들었는데 머리로는 뭐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지금이 꿈인지 생시인지도 잘 모르는 거 아닐까. 순식간에 감은 타월은 의도한 대로 기저귀 형태가 되었다. 웃겼다. 김세은의 보지가 있는 부분이 촉촉하게 젖어갔다. 김세은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뭐 찍은 거야...?”

어벙벙한 표정을 한 김세은이 잠금을 열어 갤러리를 확인했다. 김세은의 얼굴이 빨개졌다.

“이게 뭐야아!”

“김세은용 기저귀.”

“풀어! 빨리! 나 진짜 화내!”

“알겠어.”

즐길 만큼 즐겼다. 김세은의 상완을 잡고 일어서게 해서 빠르게 풀어주었다. 타월은 대충 바닥에 던지고 도로 누웠다. 김세은이 나를 등진 채로 누웠다. 뒤에서 안아주었다.

“화났어?”

“나 네 장난감 아니야.”

“근데 너도 오늘 나 딜도처럼 썼잖아.”

“내가 언제?”

“오늘 섹스하자는 얘기도 없이 콘돔 챙겨와서 섹스하고. 노래방에서 나 이미 쌌는데 자기는 못 갔다고 자지 마음대로 쓰고.”

“너도 좋았잖아.”

“그거 완전 강간범 논리 아니야?”

“너 여자 강간범 봤어?”

“너 지금 약간 위험한 발언 같은데? 입조심 연습해야지.”

“너랑만 있으면 감정적으로 돼서 그런 거야. 원래 안 이래.”

그건 나도 알았다. 오른손으로 김세은의 배를 슬슬 쓸었다. 대충 이 언저리에 자궁이 있겠다 싶은 부분을 꾹꾹 눌러보기도 했다.

“뭐하는 거야 또?”

“이러면 보지에서 즙 더 안 흘러 나와?”

“몰라. 변태야 진짜.”

김세은은 그러면서 자기 보지를 힐끔 봤다. 나도 보고 싶어서 상체를 일으켰다.

“... 더 나오는 거 같기도...?”

“그래?”

이번엔 김세은이 자기가 직접 두 손으로 꾹꾹 눌러본다.

“잘 모르겠는데...?”

“... 너 지금 섹스하고 싶어?”

“응? 아니? 왜?”

“유혹하는 거 아냐?”

“네가 그쪽으로만 생각하는 거 아니고?”

“네가 존나 꼴리는데 어떡해.”

김세은이 몸을 뒤척여 나를 마주봤다. 찌푸린 미간이 사뭇 진지해보였다.

“너 몸에 뭐 문제 있는 거 아냐?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섹스만 생각해?”

“너 아니었으면 안 이런다니까.”

“몰라. 너 신경과나 가서 호르몬 분비 이상하게 되는 거 아닌가 확인이나 해봐.”

“나 정상이야.”

“그럼 이건 또 뭔데.”

김세은이 내 자지를 잡고 꽉 쥐었다.

“네가 그러면 또 하고 싶어지는데.”

김세은이 손을 놓았다.

“안 돼. 할 거면 너 혼자 손으로 빼.”

“그럼 아예 안 하는 게 낫지. 머리끈 있어?”

“에코백에.”

에코백에서 머리끈을 찾아 돌아와서 김세은의 머리카락을 모아 무게를 살짝 분산시킨 올림머리를 묶었다. 잠들려고 할 때 머리카락이 신경 쓰여서 나도 잠을 못 자고, 내가 몸을 뒤척이면 김세은도 아파해서 일단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줘야 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김세은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순간이 서로 잠자자고 암묵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때였다. 누구 하나가 아직 아니라고 한다면 다시 만족할 때까지 섹스를 하고 머리카락을 묶었다. 말하자면 김세은과 나 사이에서 ‘머리카락을 묶었다.’라는 말은 ‘섹스를 할 만큼 하고 잠든다.’라는 뜻의 관용구가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비몽사몽한 김세은과 몸을 밀착하고 허벅지 사이에 자지를 끼우고 꼬옥 껴안았다. 김세은의 엉덩이가 골반에 착 감기는 느낌이라 기분 좋았다. 오른손으로 허리를 감싸다가 가슴을 만지작댔다. 김세은의 보지에서 아직도 찔끔찔끔 흘러나오는 물이 자지를 적셨다.

“무슨 느낌이야?”

“뭐가...?”

“자궁 안에 정액 들어간 거. 무슨 느낌이냐고.”

“별 느낌 없어.”

“막 따뜻하다든가, 없어?”

“어.”

내부 온도가 더 뜨거워서 그런 건가.

“어떤지 설명해주면 안 돼?”

“솔직히, 뭐 있다는 느낌도 딱히 안 들어. 느끼려고 집중하면 느껴지는데, 신경 안 쓰고 다른 일 하면 잘 모를 정도...? 사실 느낀다고 하는 것도 그냥 기분 탓 아닌가 싶기도 한 수준...? 조금 격한 안무 추면 느껴지려나...? 모르겠어.”

“그럼 가만히 있어도 느낌 날 때까지 해볼까?”

“안 돼애...”

김세은이 몸을 뒤척이길래 껴안은 것을 풀어주었다. 나를 돌아본 김세은이 내 품에 안겨왔다.

“자기로 했잖아...”

“알겠어.”

김세은이 눈을 감았다. 무거운 머리카락을 베개에 내려놓듯 해야 했기에 김세은의 고개는 조금 틀어져 있었다. 안정된 호흡이 주기적으로 내 가슴을 덥혔다. 정말 순식간에 잠들었다. 나를 믿는다는 증거였다.

내가 뭘 했다고 김세은은 이토록 나를 좋아하고 믿어주는 걸까.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냥 남들이 하는 것보다 조금만 더 배려하고 챙겨줬을 뿐이었다. 나는 그 정도 호의는 김세은 말고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였기에 이걸로 나를 좋아하게 됐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김세은은 다른 사람들 말고 자기한테만 특별히 더 잘 대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으니까.

김세은은 내 외모와 내적인 것 모두 좋다고 했다. 외모야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까 이해하겠다. 그런데 내 내적인 것은 어떻게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한 걸까. 나는 김세은에게 내 사정이나 속마음이라고 할 만한 것을 쉬이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최근만 따져도 나는 내가 새어머니와 새여동생과 함께 동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도 않았고 그 생활이 나를 어떤 심리 상태로 몰아넣는지 얘기해주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김세은이 말한 ‘내적인 것’은 아마, 내가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글줄들일 텐데, 그것들은 한때 내게 있어서 ‘외적이었던 것들’이었다. 때로는 내가 그다지 공감하지 않았던 것이나 이해조차 하지 못한 것도 지껄이기도 했는데, 그런 것들은 ‘내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의미를 형성하다가 만 모종의 소리로서 ‘외적인 것’이었다. 어쩌면 김세은은 내가 책을 읽고 있는 ‘외적인 면모’를 보고 ‘내적인 것’이 충만한 사람이구나 지레짐작했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나는 요란한 빈수레에 가까웠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김세은에게 사기를 친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겉과 속 모두 멋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도록.

김세은을 끌어안았다. 나도 정말 김세은을 사랑할 수만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김세은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이 관계는 언젠가 끝나고 말 것이었다. 그렇게 좋지는 않은, 아니 매우 나쁜 방향으로.

밀착한 몸 사이에 끼워진 자지는 불에 잠시 달구기라도 한 것처럼 뜨거웠다. 잠시 허리를 뒤로 빼 자지를 잡고 김세은의 허벅지 사이에 끼우고 밀어넣었다.

어쩌면 내가 조급한 것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간간히라도 몸을 섞고, 김세은이 아이돌로서 자리를 잡고서 데이트를 몇 번 하다보면 애틋한 감정이 싹틀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김세은을 사랑하고 싶었다. 김세은이 나에 대해 가진 감정의 크기만큼. 사랑한다고 몇 번이고 말하면 자기 최면이 되지 않을까. 연습이라도 해봐야 될 것이었다. 입을 열려는데 입꼬리만 비틀리고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쩔 도리가 없어 나는 그냥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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