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김세은이랑 무인텔에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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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하는 건 그리 자주 하는 자세는 아니었다. 좀 박아넣는다는 느낌을 내려면 내가 김세은의 골반을 붙잡고 허리를 띄운 상태로 쑤셔야 했으니까, 가만히 있는 김세은은 힘을 비축하고 나만 힘든 자세였다. 그런데 섹스라는 건 본래 함께하는 것이기에 나만 움직이는 건 그리 재밌지 않았다. 비록 김세은과만 섹스를 해왔지만 나는 섹스에는 두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보는데, 하나는 원초적인 즐거움, 즉 조이는 보지에 자지를 쑤셔박아서 느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섹스 상대의 반응을 보고 느끼는 것이었다.옆으로 하는 경우 지금처럼 얼굴을 마주 보고 하지 않는 자세는 반응을 보기가 어려웠다.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자세는, 박기가 너무 어려워서 예열용으로밖에는 안 썼고. 아무튼 그다지 메리트 있는 자세는 아니었다.
왼손은 김세은의 허리 안으로 넣어 김세은을 감싸 안고 오른손으로는 김세은의 왼가슴을 움켜쥐었다. 김세은은 내게 가두어져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힘들긴 하지만 허리를 살짝 띄워서 보지를 푹푹 쑤시기 시작했다.
“후윽... 흐읏... 흑... 흡... 흐응... 응...”
김세은은 후배위를 할 때 이미 힘을 모두 쓴 모양인지 신음만 겨우 내뱉었다. 쉴 때 화를 내면서 말할 때는 이 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는 척 하더니, 완전 허접이었다.
“체력 좋아진 척 하더니, 허접이네.”
“흥... 네가, 넘, 학... 좋은, 거야.”
“허접 보지.”
“흑... 변, 항... 태.”
옆치기에 대한 내 편협한 생각을 정정해야겠다. 나름의 맛이 있었다. 옆치기는 별 교감 없이도 쑤셔지는 것이 상관 없다는 듯이 나에 대한 온전한 믿음을 내비치는 상대방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는 힘들어도 상대방의 성욕은 풀어줘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해주는 자세인 것이었다. 그 의무감의 원천은, 아마도 사랑이었고. 거기에 교감 없이 보지를 쑤신다는 원초적인 목적만 남은 행위가 갖는 배덕감이 느껴지기까지 하니 다른 체위들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부분을 채워줬다. 내가 배덕감을 느끼기를 좋아할 줄은 몰랐지만, 알게 된 이상 즐기게 될 것 같았다.
“세은아.”
“응... 왜?”
꼭지를 꼬집었다. 김세은이 고개를 틀어왔다. 입을 덮치듯 해서 진하게 키스했다. 입을 떼고 혀를 내밀고 있으니 침방울이 떨어졌다. 김세은이 받아 마셨다.
“무슨 소원 빌 거야?”
“나, 흐윽... 고민, 하고, 톡, 흣... 할게.”
“뭐 생각해 둔 거 있어서 제안한 거 아냐?”
“내가, 응... 뭔, 생각, 항... 한 줄, 알고?”
“모르니까 묻지.”
“나중, 에, 헥... 알려, 줄게.”
“지금 알려 줘.”
“나도, 몰라.”
“우리 언제 같이 밥 먹을까?”
“응... 응?”
김세은이 다급히 뒤로 팔을 뻗어 더듬거리다 내 목을 붙잡았다.
“잠깐, 핫... 만, 멈춰, 봐.”
“왜?”
“얘기, 해.”
“이대로 하면 되지.”
“진지, 우읏... 하게, 말, 나누, 자고.”
“일단 나 싸고.”
“꼭, 이야.”
“응. 키스하자.”
김세은이 즉각 나를 돌아봐왔다. 벌려진 입에 뚜껑을 덮는다는 심정으로 대충 입을 포개고 혀를 가만히 냅뒀다. 김세은이 긴 혀로 내 혀를 투욱투욱 건드리고 입 안을 쪼옥쪼옥 흡입해댔다. 키스로 애무를 받는 느낌이었다. 소유욕이 더 커졌다. 이 보지와 얼굴과 기술과 몸매는 다 내가 만든 내 것이었다. 두 손으로 골반을 붙잡고 갈 때까지 쑤셔댔다.
“흐윽... 흥... 후응... 흐읏... 응... 흐응... 앙... 앙... 항... 학... 하앙... 항... 앙...”
김세은이 부르르 떨었다. 절정의 반동으로 몸을 작게 웅크리는 것을 억지로 붙잡아 세웠다. 떨림이 잦아드는 것을 느끼고 바로 다시 움직였다. 별 저항 없었다. 원래 누구 하나가 먼저 가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는 게 평소의 우리였는데, 오늘은 왠지 서로의 욕망을 부딪히기만 하는 것 같았다. 그 욕망의 빛깔과 크기는 서로 다른 것 같았지만, 해소 방법은 섹스로 동일했다. 힙업된 엉덩이를 한껏 움켜쥐고 뿌드득 싸질렀다.
“물 가져다 줄까?”
“후으으... 응. 후우... 줘.”
나랑 몸을 섞다가 이제는 침대와 한몸이 되어버린 김세은을 두고 침대를 벗어났다. 물을 들이키고 화장실에 가서 물을 뺀 뒤 세수했다. 이제 어떡하지? 거울 속의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진짜 어쩌지. 일단 밥을 먹자고 던졌는데, 김세은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단 누가 들어도 이건 데이트 신청이다. 썸을 타거나 연인 관계라면 무조건이다. 밥 먹자는 걸 깐다면, 나는 김세은을 믿을 수 있다. 김세은이 아이돌로서의 자신을 중시하고 우리의 섹파스러운 관계는 공고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김세은이 흔쾌히 밥을 먹자고 하는 상황이다. 언제 어디서 먹을지 얘기하는 데에서 김세은의 위험도가 결정난다. 남들이 다 알 법한 장소와 사람 많은 시각에 가자고 해서 인증 사진을 찍고 인별에 올리기라도 한다면, 즉 연애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 최악인 거다. 그건 시작에 불과할 테니.
물론 내가 위험한 건 아니다. 리스크를 안는 건 전적으로 김세은이다. 하지만 김세은을 떠보려고 던진 제안으로 김세은이 그런 위험에 빠지는 건 내가 달갑지 않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냥 존나 입 다물고 있어야 했다. 이 일로 김세은은 내가 진실로 김세은을 사랑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였다. 아까까지 김세은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이기적인 건 나였다. 입을 다물고 있는 거울 속 내가 우둔하고 고집스러워 보였다. 화장실을 나섰다.
“왜 이리 늦어?”
이불을 몸에 감고 침대에 걸터 앉은 김세은이 말했다. 물을 집고 건네주었다. 벌컥벌컥 마시는 걸 보고 돌아온 빈 병을 뒤로 대충 던진 뒤 옆에 나란히 앉았다.
“김세은.”
“왜?”
“넌 내 어디가 좋아?”
“왜 그래 갑자기.”
“그냥, 궁금해서.”
“몰라. 다. 다 좋아.”
“그럼 두 개만 골라봐.”
“네 얼굴, 몸, 목소리, 성격, 생각.”
“다섯 갠데?”
“외적인 거 내적인 거. 이렇게 치면 두 개지.”
“진짜로 내 모든 게 좋다고?”
“가끔 미운 건 있어. 근데 다 네가 좋아서 미워지는 거야.”
김세은이 어깨를 기대오며 팔짱을 꼈다.
“너는 나 진짜 좋아하는 거 맞아?”
“좋아해.”
“왜?”
“예쁘니까.”
“그럼 나 예쁘다 하는 사람들 다 나 좋아하는 거야?”
“그건 그치.”
“그 뜻이 아니라.”
김세은이 괜스레 자기 허벅지를 주물러댔다.
“알잖아 무슨 의민지...”
김세은이 내 눈치를 살폈다. 김세은은 내가 모르기를 바라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알았다. 김세은은 내가 좋다고 말하는 게, 외모만 보고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같은 종류의 것이냐고 돌려 물은 것이었다. 그 뜻을 직접 풀어헤쳐서 전달하기에는 너무 창피하고 비참한 말이었고, 그 대답으로 돌아올 최악의 말은 ‘그 사람들이랑 같아’ 따위여서 김세은은 대충 얼버무린 거였다. 나는 내 나름으로 열연해서 생각 없이 답하는 남자인 척을 성실히 해냈고. 이수아 덕을 조금 본 것 같았... 아 시발. 머릿속에 이수아가 세 들었다.
“이온유.”
“응?”
“온유우.”
“왜.”
“좋아해.”
“... 나도.”
김세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약속했던 네 번의 섹스는 끝났다. 이제는 잠들 때까지 서로의 몸을 쓰다듬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게 정상적인 흐름이었다.
“밥 먹자고 한 거, 계획 있는 거야?”
“아니.”
“설마 네가 밥 먹자 한 거로 내 소원권 썼다고 할 거는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그럼 뭐 됐구.”
아무래도 같이 먹을 모양이다. 난감하네. 김세은이 침대 안으로 꿈틀대며 들어갔다. 따라 들어가서 뒤에서 껴안았다.
“날짜는 언제가 괜찮아?”
“토요일 일요일. 데뷔하면 힘들어질 거라고 주말은 꼬박꼬박 쉬게 해줘.”
“그럼 언제 데뷔하는데?”
“몰라. 사월 말이랬나? 아직 남은 거 좀 많다고 해서.”
“으음. 그냥 네가 괜찮을 때 말해줘.”
“왜?”
“내가 정하면 억지로 시간내게 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그러기는 싫어서.”
“좋아.”
“응.”
“네가 좋다구.”
“응?”
김세은이 내 팔에 안긴 채로 몸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뒤돌아 나를 봤다. 내 얼굴을 붙잡고 입을 벌려왔다. 키스 진짜 좋아하네. 나도 싫지는 않으니까 받아줬다. 발기했다. 자위도 네 번하면 발기할 때 조금 욱신거린다고 하던데, 도저히 아프지 않았다.
나도 한 번 정도는 내 한계까지 김세은한테 쏟아부어 보고 싶은데, 김세은은 연속으로는 세네 번이 한계인 모양이라 나는 이 이상 요구하지 못했다. 하고 싶다고 하면 방금 옆치기한 것처럼 어떻게든 하게야 해주겠지만. 내 억지를 몇번이고 들어주리라는 확신도 없는데 괜히 하기는 싫었다. 오히려 한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 끊긴다면 아쉬운 갈증만 남을 것 같아서 그냥 이쯤에서 끝내는 게 베스트였다.
김세은이 내 자지를 붙잡고 한숨 쉬었다. 가슴에 더운 숨결이 닿았다. 대딸이라도 쳐주려는듯 내 자지를 잡고 흔들어주었다.
“너랑 결혼하면 연예인 못 하겠지?”
“왜?”
왜 나랑 결혼할 생각을 하는 건데?
“넌 만족 못하잖아.”
“그래도 그냥 끝은 내잖아.”
“결혼하면... 다 받아줘야 되지 않아...?”
갑자기 김세은이 등돌렸다. 자기가 말했어도 창피했겠지. 나도 얼굴이 화끈해졌다. 존나 흥분해서. 자지를 잡고 보지 구멍에 비볐다. 김세은이 오른손으로 보지를 가리려 했다. 그대로 손가락에 비볐다.
“안 돼애...”
“네 잘못이야.”
“콘돔으은...?”
김세은이 오른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놓인 콘돔을 집었을 때 그냥 귀두를 집어넣어버렸다.
“하아악...”
“그냥 하면 안 돼?”
“...”
“돼?”
“... 응.”
“진짜 된다고?”
“네가 하고 싶다며.”
“피임약 먹었어?”
“응.”
허락도 받았겠다, 바로 움직였다.
“언제?”
“나, 생리, 주기, 버스킹, 으응... 때라서, 전부터, 꼬박, 꼬박, 하앗... 먹었, 어.”
“잘했어.”
“나, 이, 자세, 싫어.”
자지를 뺐다. 바꿀 거면 빨리 바꾸는 게 나았다.
“어떻게 해줄까?”
김세은이 정자세로 누웠다.
“위에서 해줘.”
“어떻게 해달라고?”
“...”
김세은이 양손 검지와 중지를 써서 보지를 벌려왔다. 눈으로 봐도 비좁은 분홍빛 보지는 물을 찔끔찔끔 흘리면서 자지를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데뷔 앞둔 온유 전용 연습생 세은이 보지, 위에서 푹푹 박아서 아기즙 주입해주세요.”
이건 안 박으면 좆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보지에 귀두만 끼워놓고 김세은의 두 발목을 붙잡은 뒤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김세은의 몸이 말리면서 엉덩이가 조금 띄워졌다. 그러니까 보지는 박기 딱 좋은 위치에 있게 됐다.
“이거, 잠깐, 위험, 흐읏...”
“하아...”
자지를 되는 데까지 밀어넣었다. 그 얇은 콘돔이 사라진 것만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차원이 달랐다. 콘돔을 쓴 유사 섹스와 자궁에 정액을 집어 넣는 진짜 섹스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았다.
김세은이 두 손으로 내 가슴을 꾹꾹 밀어냈다. 그런다고 해서 밀려날 리 없었다.
“해보고 싶던 자세라서. 참아줘.”
바로 입을 맞춰서 대답은 안 들었다. 된다고 하든 안 된다고 하든 어차피 할 거였다. 그럼 말은 무의미해지고 그런 체위를 했다는 사실만 남게 되는데, 굳이 말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김세은도 그걸 알았는지 순순히 내 혀를 빨았다. 역시 김세은은 내가 만든 내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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