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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15화 (15/438)

〈 15화 〉 김세은이랑 무인텔에서 (2)

* * *

기어서 침대 안으로 들어가는데 생각보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크게 났다. 침대 자체는 고급인 것 같았는데. 설마 소리가 나게 커스텀했나? 아무튼 이런 소음은 내가 기대했던 바가 아니라 조금 놀랐다.

“안아줘.”

김세은은 누운 채로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등을 돌려 핸드폰을 내려놓을 때는 벨라스케스의 비너스였다가 지금은 우르비노의 비너스라도 된 것 같았다. 그 품에 들어가 나도 양팔을 벌려 김세은을 안았다. 왼쪽 상박에 닿는 김세은의 젖은 머리카락 감촉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김세은이 쿡쿡 댔다.

“추워?”

“아니 춥진 않아. 머리를 아예 안 말렸네?”

“헤어드라이기 소리도 안 났잖아. 못 들었어?”

“안 났으니까 못 들은 거지.”

“됐어. 이해했으면서 이상하게 말 꼬리 잡지 마.”

김세은이 상체를 꿈틀대고 올라와 내 쇄골에 얼굴을 파묻고 왼손으로 내 오른 가슴을 주물렀다. 나는 오른손으로 김세은의 머리를 타고 내려가 목과 어깨, 갈비뼈와 옆구리, 허벅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원래 같았으면 옆구리로 내려갈 때 손이 막혔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

“오늘은 안 막네?”

“응.”

“왜?”

“왜인지 모르겠어?”

김세은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쳐왔다. 내 눈은 슬슬 암순응되어 김세은의 표정을 살피는 게 가능했다. 눈가의 찡그림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것도 못 알아봐, 나한테 관심이 아예 없어, 대충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나는 말 없이 한 번 더 김세은의 몸을 쓸어보았다. 다시 만져보니 군살 없이 가는 허리와 커다란 골반으로 형성된 뚜렷한 굴곡이 있었다.

“운동 엄청 했나 보네?”

“어 바보야.”

“내가 안 빼도 된다고 했잖아.”

“빼야 됐어. 기획사에서도 가능하면 조금만 더 빼라 했고, 나도 빼고 싶었고.”

“힘들었겠다.”

“그걸 이제야 알아주네.”

“서운해?”

“응.”

김세은이 다시 얼굴을 파묻어왔다. 그리고 다시 내 가슴을 주물러댔다. 오른손으로 김세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가슴은 왜 만져.”

“나 네 가슴 좋아해.”

“여자도 가슴 좋아하나?”

“응. 몰랐어? 막 고릴라나 오랑우탄 같은 가슴 말고, 누가 봐도 예쁘다 싶은 가슴은 여자들도 좋아해.”

“나 고릴라 가슴 만들 생각이었는데.”

“안 돼. 여기서 멈춰.”

“알겠어.”

김세은을 안고 있다 보니 어느새 발기되었다. 콘돔 껴야 되는데. 가슴에 김세은의 입김이 닿아 간지러웠다.

“지금 하고 싶어?”

김세은이 물었다.

“아니.”

“그럼 이대로 좀만 더 안자.”

“응.”

김세은도 나도 당장 섹스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같아서 나는 그냥 자지를 잡고 김세은의 허벅지 사이에 끼웠다. 오랜 안무 연습으로 근육이 들어찬 허벅지가 자지를 따뜻하게 죄어오는 게 기분 좋았다.

실내 온도가 적당히 시원하고, 이불 안은 둘의 체온으로 따뜻해서 잠이 솔솔 왔다.

“이러다 자겠는데.”

“으응.”

대답하는 목소리가 잠겨가는 걸 보면 김세은이 더 졸린 모양이었다.

“콘돔 일곱 개 남아있다면서.”

“우리 그냥 자고 할까?”

“싫어.”

이불을 잡아 화악 걷어냈다. 김세은이 부르르 떨고 상체를 들어 몸을 말아 움츠리더니 양손으로 이불을 잡아 다시 끌어올리려 했다. 양손목을 붙잡아 막았다.

“추워.”

“세 번만 하자.”

“아아아. 나 춥다고.”

이불을 덮게 해줬다. 누운 김세은이 이불을 덮고도 떨길래 안아줬다. 품에 쏙 들어왔다.

“세 번.”

“... 딱 세 번하고 끝이야.”

“네 번.”

“짐승.”

“네 번.”

“그럼 진짜 딱 네 번이야.”

“응.”

김세은이 뒤로 팔을 뻗어 테이블에서 콘돔을 집어 들었다. 김세은은 누운 채로 팔만 쭉 뻗어 꼼지락대며 열심히 자지에 콘돔을 씌우려 했다. 나야 나대로 자지를 잡고 편히 씌울 수 있게 도왔지만 맘처럼 빠르게 되지는 않았다. 그런 느린 진척 속도를 참지 못한 김세은이 몸을 일으켜 인정 사정 없이 손을 흔들어 콘돔을 뿌리까지 내렸다. 신경질적인 손길은 압력이 있어서 서툴고 거친 대딸이라도 받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콘돔을 씌운 김세은은 도로 뒤로 누워 이불을 목까지 덮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몸을 뒤집고 푸쉬업 자세를 취해 김세은의 위를 점거했다. 자세가 안정되자 왼손으로만 체중을 버티고 오른손으로는 자지를 잡고 흔들어 귀두로 김세은의 배꼽을 때렸다. 김세은이 양손으로 약하게 내 가슴을 밀어냈다.

“뭐야아...”

“넣고 싶어.”

“나 준비 안 됐는데...”

“어떻게 해줄까?”

“...”

“말 없음 그냥 넣고.”

“빨아줘.”

“어디?”

김세은이 말 없이 검지를 들어 입술을 가리켰다. 몸을 낮춰 플랭크 자세를 취하고 입술로 입술을 두드렸다. 김세은의 고개 각도가 조금씩 틀어지고 입이 서서히 벌려졌다. 대충 17도 쯤 됐을 때 혀를 집어 넣었다.

“츄릅... 츄웁... 훕... 흐읍... 츄릅... 츕...”

얼굴을 떼고 김세은을 바라봤다. 녹아가는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리는 듯한 눈. 내뱉을 말을 잊은 사람처럼 벌려저서는 추잡한 소리 말고는 아무 말도 만들어내지 않는 입. 아무렇게나 펼쳐진, 황혼 무렵의 하늘 같은 빛을 뿜는 젖은 머리카락. 그 위에 놓인 하얀 몸과 야트막한 두 둔덕. 분홍빛 고지와 봉우리...

“보지 마...”

김세은이 주먹 쥔 양손으로 내 가슴을 밀어냈다.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

“왜 안 보여주려는 거야? 진짜 예쁜데.”

“아니... 아읏...”

오른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한손에 다 들어왔다. 전에 비하면 조금 커진 것 같기도 하고... 검지와 중지 둘째 마디로 봉우리를 꼬집었다.

“하아악... 아파아...”

하늘과 땅을 뒤집고 산을 주무르는 신이라도 된 전능감이 느껴졌다. 남자라는 생물은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의 몸 아래에 존재한다는 것으로 이런 감각을 느끼고 만다. 참으로 얄팍하게도.

“가슴 괴롭혀 주는 거 좋아?”

“아앙... 아프다구... 으읏...”

오른손을 떼고 입으로 김세은의 몸을 천천히 훑어나갔다. 볼, 목덜미, 왼쪽 빗장뼈, 윗가슴, 유두. 혀 끝으로 가볍게 핥고 약하게 깨물었다.

“아윽... 그만...”

김세은이 허리를 가볍게 튕겼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로 보지 속을 확인했다. 조금씩 젖어가고 있었다. 오른팔을 위로 올려 김세은의 목 뒤로 넣고 왼손은 보지를 쑤시며 키스했다. 김세은의 긴 혀가 덩굴처럼 휘감겨왔다.

“헤웁... 헤엑... 하앙... 후웁... 츄릅... 학... 흐읍...”

왼손으로 자지를 잡고 도화지에 붓을 긋듯 김세은의 배를 타고 내렸다. 입구를 찾아 비빌 적에 김세은이 나를 밀어냈다. 이번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왜?”

“너, 나 말고 여자 있어?”

“아니.”

김세은이 두 손으로 내 볼을 붙잡고 두 눈을 마주쳐왔다.

“나밖에 없다고 해줘.”

“난 너밖에 없어.”

진심이었다. 첫 섹스 상대가 김세은인데 다른 평범한 사람이 눈에 들어찰 리가 없었다.

“...”

“넣을게?”

“... 아니.”

“또 왜?”

“말해줘.”

“뭘?”

“네가 해야 될 말.”

해야 될 말. 해야 될 말이라. 무얼 바라는지는 알 것 같다. 하지만 말은 종종 무의미하다. 과거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한 수많은 말이 무의미했듯이. 그래서 나는,

말 없이 상체를 낮춰 김세은을 껴안았다. 김세은이 숨 쉬기 어렵지 않게, 몸의 체중이 가해지지 않도록 팔에 힘을 주고 몸이 맞닿는 면을 늘렸다. 김세은의 몸은 따스했다. 입을 맞추려 했다. 김세은이 고개를 저었다.

“말해줘...”

김세은의 두 눈에 결정이 맺혔다. 구슬도 아닌데 그것들이 또르르 흐르는 환청이 귀에 들려왔다. 김세은의 손이 닿은 두 볼이 뜨거워졌다.

목이 막혀왔다. 입술만 달싹였다. 벙어리가 된 것 같았다. 김세은이 내 뒷목을 끌었다. 입 맞췄다. 이해가 안 됐다. 질식할 것 같았다. 그토록 길게 키스했다.

““하아... 하아... 하아...””

떨어진 입과 입 사이에서 하얀 실이 길게 늘어졌다. 얼마 안 가 뚝 끊어져 김세은의 입가로 사라졌다. 김세은이 꾸울꺽 하고 침을 삼켰다. 김세은은 눈을 감고 있었다. 눈물이 고여 앞을 보기 힘든 모양이었다. 오른팔을 뻗어 테이블 위 휴지를 뽑아 눈가를 톡톡 두드려주었다. 감긴 눈이 잠시 파르르 떨렸다. 곧 김세은이 눈을 떴다. 두 눈에 내가 가득 담겼다. 눈을 마주치기 힘들었다. 자지를 붙잡고 골반을 봤다. 귀두를 비벼 보지 입구를 찾고 그대로 들이밀었다.

“흐으윽...”

보지는 충분히 젖었는데. 왜 우는 소리를 내는 걸까. 도로 엉덩이를 들어올리니 자지가 질을 사납게 긁어내며 빠져나왔다.

“아파?”

“하윽... 아니, 안 아파... 근데...”

“근데?”

“아냐... 넣어줘...”

한숨처럼 숨이 많이 섞인 애원을 들으며, 복잡한 심정마저 김세은에게 떠맡기듯 나를 김세은 안에 집어넣었다. 팔을 한껏 뻗은 김세은이 내 목을 감싸안았다. 영영 놓아주지 않을듯 김세은은 자기의 두 팔을 잡고 두 다리도 등 위에 올려 걸어 잠갔다. 나는 김세은의 날개뼈 뒤로 두 손을 넣어 김세은을 끌어안듯한 자세로 허리만 움직여 보지를 쑤셔댔다. 찰싹찰싹, 살이 부딪힐 때마다 삐걱삐걱삐걱 하고 침대가 비명을 질렀다.

“헤엑... 학... 하앙... 앙... 핫... 흐읏... 키스... 키스해줘어...”

“혀.”

김세은이 혀를 내뺐다. 나도 입을 벌려 혀를 빼고 고개를 낮췄다. 혀 끝이 닿자 김세은의 혀가 내 혀를 빙글빙글 돌면서 깊숙이 들어왔다. 제정신이 아닌 듯한 김세은과 달리 혀는 너무 활달해서 별개의 미확인 생명체가 내 입 안을 침공해오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만큼 탐색적이고, 끈적하고, 김세은 답지 않게 추잡하고 집요했다. 펠라 시키면 진짜 잘 하지 않을까.

하지만 김세은에게 그런 요구를 해본 적은 없었다. 아무리 세척을 잘 한다고 해도 성기가 더럽다는 것을 이미 아는 김세은과 나는 굳이 빨고 싶은 마음이 들지야 않았으니까. 하지만 김세은과 이렇게 혀를 섞을 때면 딱 한번 쯤은 김세은이 내 자지를 빨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내가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김세은이 빨아준다고 하면 결코 사양하지 않는 정도, 딱 그만큼만 바라고 있었다.

김세은이 갑자기 두 팔과 다리로 더 세게 나를 조여왔다.

“왜 그래?”

“앙... 또, 딴, 생각, 학... 하잖, 아.”

“딴 생각 안 한다니까.”

“근데, 앙... 너, 자꾸, 흣... 나, 안 보, 잖아.”

“안 한다니까. 안 믿을 거면 왜 물어보는 거야?”

김세은이 입을 열었다. 듣기 싫어서 허리를 더 빨리 움직였다. 혀를 온존하고 싶어 하는 김세은은 입을 열지 못했다. 움직일 때마다 김세은의 턱이 부딪혔다. 불만스러운 눈이 나를 응시했다. 딴 생각 딴 생각. 내가 안 한다는데 자기가 뭘 안다고 나더러 딴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는 걸까.

“흡... 흣... 응... 읏... 흐읏... 흑...”

또. 또 울려고 한다. 눈에 눈물이 맺힌다. 위고 아래고, 김세은은 물이 많아졌다. 정말.

울면 다 해결이 되나? 이기적이다. 뭘 원하는지도 안 알려주면서 내가 다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 어떻게 이렇게 자기 생각만 할 수 있지?

김세은이 두 손으로 내 팔뚝을 잡았다. 쥐어 뜯을듯 센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쉬이 뜯기지 않았다. 김세은도 알 것이었다.

김세은의 등 뒤에서 두 팔을 빼고 가슴을 짓누르듯 움켜쥐었다. 그 어떤 배려도 없이 내 마음대로 주물러댔다. 어느 때보다 난폭하게 김세은을 다루는 지금 이 순간에야 김세은의 가슴이 어떤지 잘 알 것 같았다. 한손에 다 들어 오지만 빈틈 없이 꽉 차온다. 눈 감고 만지고 있으면 말캉한 먹을 것이라는 감상을 주지만 발기한 유두가 그것이 가슴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해준다. 하지만 눈을 떠도 먹음직스럽다. 왼가슴을 빨았다. 깨물고 핥았다.

“흣... 으읏... 흑... 응... 흡... 흐읏... 읏...”

김세은의 두 손은 더 이상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저 김세은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왼손으로 손목을 붙잡고 걷어내려고 했다. 저항이 거셌다. 움직임을 늦췄다.

“왜 안 보여주려는 건데.”

“나, 학... 안, 돼.”

아예 움직임을 멈추고 자세를 잡아서 양손을 걷어냈다. 김세은의 얼굴은 눈물로 팩을 한 것처럼 번들거렸고 일그러진 눈과 입은 쾌락으로 물들어있었다. 여태 김세은과 섹스해오면서 한 번도 마주해본 적 없는 얼굴이었다.

“안 된, 다고, 했짜나...”

“...”

손을 뻗어 김세은의 핸드폰을 잡고 잠금화면에서 카메라를 켰다. 플래시가 터지면서 김세은의 얼굴이 담겼다.

“뭐해애...”

“...”

말할 시간이 없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보지에 자지를 박아넣었다. 깊숙이 정액을 집어넣어주고 싶었다. 콘돔이 가로막고 있는 것을 머리로는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은 자지를 자궁구에 맞닿게 해서 사정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허리를 붙잡고 거칠게 움직였다.

“앙... 앙... 항... 앗... 흣... 흐응... 흥... 항... 가써... 나, 가써어...”

“참아.”

오른손으로 김세은의 배 위에 손을 올리고 힘을 주었다. 안 그래도 조이던 보지가 뻑뻑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지를 붙잡아서 왕복도 어려워졌다. 갈 것 같았다. 끝까지 넣어서 뿌드득하고 사정했다.

상체가 부르르 떨렸다. 싸고 나서 이렇게 몸에 반응이 온 적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앞으로 무너지듯이 되어서 김세은의 몸 위로 내 몸을 포갰다. 쌔액쌔액 말도 못 하고 숨만 쉬는 김세은이 무거워 할 거 같아서 금방 다시 일어나고 자지를 뺐다. 콘돔은 뭐, 말할 것도 없었다. 묶고 바닥에 대충 던졌다.

“조금만 쉴까?”

“후우... 흣... 흐으... 응. 하아... 쉬어야, 대...”

김세은을 널브러진 채로 두고 혼자 콘돔을 끼웠다. 물티슈를 주어 얼굴을 닦게 기다리고 콘돔과 함께 휴지통에 버린 뒤 침대에 걸터 앉았다.

“언제 다시 할까?”

“이따, 가. 딱, 오분, 아니, 딱 칠분만, 쉬고.”

손을 뻗어 김세은의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그동안 안아줄까?”

“응.”

침대에 기어들어가 내게 팔을 벌려오는 김세은을 안았다. 우리는 땀으로 끈적끈적했지만 더럽다는 느낌이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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