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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부모님의 이혼, 아버지의 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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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는몰랐다. 어머니와아버지가자주싸웠고, 그럴때면이혼이라는말이입에오르내렸다. 주로어머니의입에서였다. 시작도어머니가여셨고, 말도어머니가많이하셨다.
어머니는하루가다르게수척해지셨다. 어머니가제아무리험한말과손에잡히는물건들을집어던져도모조리튕겨나가도리어어머니께서상처받는듯한느낌이었다. 그때나는그저가만히무반응으로대응하는것이사람을힘들게하는가장쉬운방법이라는것을배웠다. 그런걸알고싶지는않았다.
어머니는싸움의이유를말씀해주지않으셨다. 나는어머니의편에선이혼전문변호사에게서겨우들을수있었다.
아버지가내연녀가있어서이혼소송하시려는거야.
친절함과사무감이섞인그말을듣고나는내가가진부모님과의추억이모두얼룩져버렸음을느낄수있었다. 아버지는언제부터내연녀를가진것이었을까.
어머니는친정으로간다고하셨다. 내게같이내려가자고도제안하셨다. 나는내꿈때문에갈수없었다.
“자주찾아뵐게요.”
“그래... 그럼어쩔수없지.”
아버지와어머니는합의이혼했다. 일사천리였다. 아버지가가진많은재산의일부가어머니에게로넘어갔다. 아버지는그런것은하나도상관없는듯했다. 이혼처리가되자마자대놓고내연녀를집에들인것을보면오히려일이빨리풀린것에기뻐했을지도몰랐다.
“안녕? 네가온유구나. 되게잘생겼다.”
화장은옅었지만아버지만큼낯짝이두꺼운여자같았다. 나도모르게욕지기가치밀어화장실로직행했다. 세수했다. 화장실을나오고집에있는액자들을모두내방의빈서랍에숨겼다.
처음엔그냥자주찾아오는정도였는데서류상으로가족이되자아예자기딸도데려와우리집에서함께살았다. 두번째서재로쓰던방을치우고딸이방을차지했다. 나는어머니를따라가지않은것을후회했다.
새어머니윤가영은32살이었다. 고등학교2학년이된나랑14살밖에차이가나지않았다. 더놀라운것은중학교3학년인친딸이있었다는것이었다. 그말인즉슨윤가영은고등학교1학년때출산을한것이었다.
“뭘꼬라봐?”
“사춘긴가. 미친년이.”
새여동생은버릇이없었다. 제집인 듯ㅡ제집이맞긴하지만ㅡ활보하고, 냉장고를열어보고, 소파에드러누워티비를봤다. 자기어머니에게서굳은심지와적응력을내려받은모양이었다.
“사춘기지났거든병신아.”
“그럼생리냐?”
“존나못하는말이없어미친새끼.”
나는처음엔여동생과내외하려했었다. 접점없는사람둘이세트로묶여서이제는나와한집안이라고하는데누가배알도없이친근하게굴겠는가.
그런데이모녀는다른듯했다.
‘얘는중학교3학년. 이름은이수아야.’
‘개학식을해야3학년이될거아냐.’
‘그래도새해됐으니까.’
‘... 오빠라고부르기는싫고이름으로부를게요.’
첫만남부터얼굴은안마주보고발끝으로바닥만톡톡치던 녀석은나중에는내가존대를하는데도비격식존대도걷어차버려서'야'로나를통칭했다.
이공간의원주민이자나이도두살많은인생선배로서나는권위를세워야했다.
‘요즘중학교는도덕과목이없냐?’
‘뭐래.’
‘자꾸싸가지없게굴래?’
‘욕하는것봐, 오빠라는사람이.’
소파에드러누워서핸드폰만쳐다보는게왜그리얄미웠는지모르겠다.
‘말할땐사람보고말해.’
‘왜.’
‘보고말하라고.’
‘안봐도말은통하잖아.’
‘...’
나는뒤에서이수아의목을졸랐다.
‘안보고말이통한다고? 지금말해봐씨발년아.’
죽일생각은없었다. 손을놓아주니한참을켁켁거렸다. 소파에서침이흘러내려침방울이바닥에투욱떨어졌다. 이수아는그제서야뒤를돌아나를봤는데, 그눈빛에서나는모종의승리감을읽을수있었다.
‘미친년.’
‘...’
그후부터서로욕을텄다. 미친, 놈, 년, 새끼, 병신, 씨발, 좆, 씹, 썅년, 썅놈, 염병, 지랄, 네애미, 네애비. 네애미는주로내입에서나왔고네애비는주로이수아의입에서나왔다.
대화아닌대화를하면서알게된공통분모가하나있었다. 이수아와나는아버지를싫어했다. 나는아버지가백년가약을팽개친것도모자라다른여자와새로이언약을맺는다는게역겨워서싫어했는데, 이수아는나이에맞지도않으면서자기어머니를탐하는게좆같았다고했다. 아버지는이혼전까지는윤가영의집에가몸을섞었다고하니그불쾌감이예상됐다. 지금만해도생생하게느낄수있었다.
“네엄마또따먹힌다.”
“좆까병신아. 엄마가느그아빠돈물고있는거야.”
나는코트를걸쳤다. 이수아도소파에서꾸물대다가롱패딩을챙겨입었다. 휴일에둘이섹스를할때면집을비우는게상책이었다. 이수아를보고터득한‘윤가영과 이준권의 섹스 사태 발발 시 행동 요령’첫번째였다.
이수아와나는동시에집을나서면서도행선지가같지는않았다. 서로어디로가는지를묻지도않았다. 그게불문율이었다.
막상나오고보면할일이없었다. 애들한테전화나돌리면피시방을가니, 만나서무한리필집고기를먹니, 술구했으니까어디서마시자느니할뿐이었다. 그런데미리계획해서움직였을때와달리이렇게도피성으로번개를하면다재미가없었다. 어떤만화에서도망친곳에낙원이란없다고했던가. 맞는말같았다. 코트에얼굴을파묻듯이하고주머니에양손을쑤셔넣었다. 아직겨울이었다.
지하철이나버스를타집으로부터멀어졌다. 정처없이걸었다. 길거리에잔여한눈위에찍히는발자국수만큼씩시간이정직하게흘러갔다. 땅바닥을보면서걸으면시야가온통하얗다가진창이었다가를반복했다. 나날이지나겨울은가고봄이다가올수록눈바닥보다는진창이더자주보였다. 추위때문인지눈에보이는진창때문인지는몰라도, 관자놀이어림이슬슬아파오고어질어질해지면나는노란불빛조명이있는식당을찾아식사했다. 굳이노란조명이있는곳을찾은이유는별거없었다. 백색광보다노란불빛아래에있는게더따뜻해보여서였다. 음식을기다리며사람들이만들어내는소음에파묻힌채눈을감았다. 그렇게찾은이름난, 혹은이름없는맛집과카페가조금있었다.
그런식으로시간을태우고지하철을타귀가하면말끔히씻은윤가영과아버지가있었다.
“온유! 밥먹었어?”
“식사해야지.”
“먹고왔어요.”
“수아는어딨니? 같이나간거아니니?”
“몰라요.”
나는방에들어가문을잠갔다. 속옷만남기고다벗어젖혔다. 따뜻해서나른했다. 노곤해진나는쉽게잠들었다. 평범한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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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않는휴일이라면나는어머니의집으로갔다. 고속버스를타고대충세시간어림이걸리는지역이었다. 이래저래갈아타는것과교통사정까지고려하면세시간반쯤 걸렸다. 그래서보통오후두시언저리에어머니를뵀다.
어머니는내가점심을먹지않고오는것을알아이것저것차려주셨다. 내려가기전에전화를걸면‘뭐먹고싶은거있어?’라고질문을하시는데, 그때내가하는답변이곧‘이것저것’이됐다.
오늘의이것저것은 갈비찜이었다. 외조부모는저녁에몇첩반상을해주겠다며비닐하우스에나가계셨다. 설날이라고이미해놓은음식들을우겨넣었는데도자꾸뭘더먹이고싶으신건지. 어머니는내가 갈비찜을힘겹게먹는모습을보며힘없이물으셨다.
“괜찮아?”
“응. 맛있어.”
“아니내말은, 같이사는데안힘드냐고.”
“... 괜찮아.”
“정말?”
“응.”
“...”
어머니는혈색은돌아왔지만안색은이혼한날과다름없이어두웠다. 아버지가어머니에게서앗아간것이많았다. 나는식탁위에올려진어머니의손을잡아주물러드렸다. 차가운손이오들오들떨렸다.
“엄마는?”
“괜찮지... 엄마는괜찮아...”
“나그냥여기서살까?”
“아들마음대로해.”
“응...”
말이라는것은가벼웠다. 나는올때마다그소리를꺼냈지만이사할계획을세워본적은한번도없었다.
“엄마, 안아줘도돼?”
“그래.”
지리에서일어나포옹했다. 그게내가할수있는최선의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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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다음공연은언제해?”
“개학식하고, 그다음주토요일.”
“보러가도돼?”
어머니는친정으로내려온후한번도서울로올라와본적이없으셨다. 나는그이유가아버지때문이라고막연히추측하고있었다. 아버지와어머니는젊었을때서울이곳저곳을돌아다니며데이트했다고하셨으니까. 걷는족족, 눈에보이는곳곳에서, 이제는독이되어버린추억들을발견하게될것이뻔할테니오지못하는것이아닐까.
“... 올수있겠어?”
“엄마서울사람이야.”
“... 장소문자로보내놓을게.”
“보러갈게.”
“응.”
“그때봐.”
“그전에또올건데.”
“아냐. 너도바쁘잖아.”
“안바빠. 잘있어.”
“잘가.”
“응.”
문을열고, 뒤를돌아보며어머니와눈을다시한번마주친뒤, 바깥에나가서, 쿵소리가안나게살살문을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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