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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153화 (153/156)

〈 153화 〉 짐승

* * *

근처의 숲은 평범했다.

"섭취가능한 물도 있고."

마수가 아닌 일반적인 소동물도 있다.

탈영병이 있다면 장기간 동안 숨는 것이 가능할 만한 극히 평범한 숲.

"숨을 만한 장소만 있으면 완벽한데..."

<소피아, 심심하느냐?=""/>

?

<혼자니까요, 분명히="" 기억을="" 되찾고서부터="" 거의="" 리리스님이나="" 다른="" 분과="" 함께라고="" 했나요?="" '혼자는="" 외로워!="" 안아줘!'같은="" 마음으로="" 혼잣말을="" 해도...=""/>

놀릴려고 말한 것이었다.

오히려 심심해 보이는 게 카르마나 로자리아로 보일 정도로 뜬금없는 놀림이다.

내가 '이것들을 어떻게 할까..'하고 고민하고 있을 무렵, 카르마의 로자리아에 대한 빠른 손절이 들어왔다.

<본녀는 심심하느냐고만="" 물어보았다?="" 본녀는="" 혼내지마.=""/>

그렇게 빠른 손절을 하면 혼낼 마음도 사라진다.

<살려 줘요...=""/>

넌 말고.

콩!

<꺅!/>

쓸데없는 소리에 끊긴 탐색을 재개했다.

<정말로 안="" 심심한="" 거지?="" 꼭="" 심심해야만="" 하느니라.="" 제발...=""/>

이 정도로 절박하면 없던 궁금증까지 생긴다.

<카르마, 소피아님이="" 무료한="" 것에="" 목숨까지="" 걸="" 것처럼="" 보이네요.=""/>

끄덕.

끝나지 않는 서류지옥보다 여유롭고 쉬운 일인 것은 맞다.

이 일이 무료함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맞다.

하지만 무료함에 지쳐서 딴 짓을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무엇보다 이 무료한 일의 중요성을 알기에 딴 짓은 안 할 거다.

'나를 뭘로 보고..! 리우스씨도 굉장히 미안하다는 듯이 일을 부탁했는데!'

미네르바가 도망 중에.. 아니, 소문들을 알아보다가 구해 온 정보이다.

이 상황에 놀 생각은 전혀, 조금도 없다.

<로자리아, 그대는="" 자세히="" 모른다.="" 그리고="" 본녀는="" 깨달아="" 버렸느니라...=""/>

"무엇을? 검순아, 나 뭔가 굉장히 억울한 오해를 받고 있는 기분이 들거든? 말 잘해라."

오! 뭔가 마수와 사람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아마도 탈영한 용병이 숲에서 마수와 마주친 모양으로 보인다.

카르마의 발언만 듣고서 바로 그쪽으로 향하도록 하자.

'잡아다가 저 요새 안의 상황도 파악하고, 탈영 이유도 듣고...'

<저 거품="" 문="" 미친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미친 개새ㄲ...

내가 뭘 얼마나 저질렀다고 그런 막말을 하는 것인가, 따로 목줄이 필요한 사람이라니..!

'또 내 목줄은 누가 쥔다고 저렇게 두려워하는 거야?! 리리스들이냐?! 내 목줄을 리리스들이 쥐고 있어?!'

<저.. 저="" 양심="" 없는="" 것!=""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그대가="" 그="" 네="" 명이="" 없을="" 때="" 뭔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지!=""/>

적진에 단신으로 처들어가기, 성에다가 카르마 던지기, 마리아에게 육즙넘치는 친구만들어 주기, 마탑에 10위계 마법날리기등 당연히 할 수 있는 것들만 했다.

"나도 맨날 거품물고 다니는 줄 알어?! 아니라고! 미친개는 조금 심하잖아!"

<거짓말! 거짓말이다!="" 남은="" 둘을="" 만나면="" 어쩔="" 것이냐?!=""/>

'음...'

일단 두 번 다시 도망치지 못하도록 대처할 것이다.

머리부터 공격을 해서 혼란을 주고 목과 폐를 망가뜨려서 마법을 시전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시작이다.

정밀한 좌표계산이 필요한 [전이]같은 경우는 시전자의 계산력이 중요한데, 머리를 가격당한 직후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계산식이 어그러진 불완전한 [전이]를 시전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참혹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스크롤조차 들지 못하게 손의 힘줄도 잘라주고.. 다리로도 못 도망치게 발도 잘라줄까?'

라인하르트 같이 마력을 깨우친 직후의 경우는 마법진과 영창 없이는 마법을 사용하기 힘들 것이다.

'혹시 모르니까, 전두엽만 집요하게 때려야지.'

전두엽 손상정도로는 안죽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이번기회에 시험해보자.

'퍼렁이는 어떡할까? 어떤 식으로 괴롭힐지 고민만해도 행복하네.'

이런 걸 보고 소확행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즐거운 상상에 입꼬리가 하늘로 승천할듯이 올라가고 기분이 구름 위에 오라간 것만 같지 붕 떠 있다.

<봤지? 저거="" 미친개="" 맞다니까,="" 누굴="" 어떻게="" 만들지를="" 알아도="" 고문할="" 생각으로="" 저렇게="" 행복해하는="" 걸="" 보면.=""/>

<음... 맞네요,="" 미친개...="" 다른="" 분들에게="" 목줄을="" 부디="" 잘="" 쥐고="" 있으라고="" 전해야겠어요.=""/>

아이 행복해!

☆☆☆

"미친 개새끼야!"

동굴.

우리는 동굴을 발견한 뒤로 이곳에 숨기로 했다.

"네가 도망치자고 부추겼잖아!"

나라의 병사도 아니고 일개 용병 나부랭이.

군에 충성해야 할 의무따위는 없으며 고용주의 패색이 짙을 때에 깔끔하게 도망치고 자신들의 목숨이나 보존하는 일개 용병 나부랭이들.

"씨발! 이게 뭔데?!"

목숨이 제일 소중한 우리는 목숨이 위험한 일에 대한 감지 하나만큼은 뛰어나가고 생각했다.

그렇게 도망친 이곳은 거미줄로 가득 찬 동굴.

"왜 거기서 도망친 곳이 '거미 둥지'인데?!"

최후는 실패였다.

요새는 안전했다.

숲에서부터 내려온 강물로 물 걱정은 없었고, 식량도 배급되어서 먹을 걱정도 한동안은 문제없었다.

적이 물길을 막아 버리면 그것도 금세 무너져 버리지만, 적은 그럴 수는 없을 거다.

"미친 지휘관새끼! 수인족 앞에서 수인 애새끼의 목에 칼을 들이밀어?!"

그곳에 인질이 있는 한, 적은 절대로 요새로 들어오는 물길을 끊지 않을 것이다.

"네놈도 합의 했잖아! 우리가 아무리 제 살길 바쁜 쓰레기여도 애들을 인질로 삼는 놈 밑에서는 못하겠다면서!"

노예를 인질로 삼을 거였으면 성인으로 했어도 충분했다.

성인의 수인이 '동족의 발목 잡을 바에는 자결하겠다.' 같은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더라도 적, 동족애가 강한 '수인'에게는 충분한 경고가 될 수 있었다.

너희가 강물을 막으면 이 안에 있는 노예를 모조리 죽이겠다고.

평생의 용병 생활이 '상급'이라는 그저 그런 인간수준에 머무른 자신은 눈치 하나는 좋았다.

"으... 아저씨들도 봤지? 그 묘인족 아저씨, 분위기가 살벌해지더라."

살벌? 그건 살벌이 아니다.

평온.

한없이 잔잔한 호수와 같이 평온한 상태였다.

호수 속에 어떤일이 일어나고 있어도 수면 위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극도로 고요하고 섬뜩한 평온.

지속되는 패배에 끝까지 몰려 버린 지회관은 눈앞에 있는 안전만을 선택해 버렸다.

오랜 경험으로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평온이라 파악한 즉시 우리는 요새를 탈출했다.

"사람이 몰리면 누가 봐도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도 하는구나... 거미 둥지에 들어온 우리도 마찬가지네."

우리의 '최선'의 선택이 '최악'의 선택으로 변모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덮어두고 탈출했다.

"최악보단 차악이지, 어차피 거기에 있었어도 죽었어. 그러니까 둘 다 그만 싸워라, 거미는 소리와 진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칫! 똥손새끼, 뭘 맞춘 적이 없어!"

"어휴! 저 분노조절장애, 분뇨조절도 못 해라!"

저 둘은 늘 욕을 하면서 싸워도 말싸움 이상으로는 번지지 않는다.

"대장, 저 둘을 싸우게 내비두고 우리는 튀는 거 어떠세요?"

"막내가 당돌하네..."

"대장 차라리 막내놈을 먹이로 던져 주고 도망치는 거 어떠십니까?"

...참으로 비슷한 놈들끼리 모였다.

☆☆☆

<소피아! 심호흡이다!="" 진정해라!=""/>

난 딱히 혼란스럽지 않다.

<카르마, 왜="" 그러는="" 거예요?=""/>

<소피아가 제일="" 싫어하는="" 생물이="" 거미다!="" 위험하느니라,="" 미친개가="" 폭주한다!=""/>

아니다, 현재로서는 가장 혐오하는 생물을 말하면 뽀○로 RGB와 그 여자의 사냥개라고 할 수 있다.

내 완구 둘은 언제든지 때릴 수 있는 스트레스해소용 샌드백 같은 존재다.

거미는 때리기 싫다, 손에 안 닿았으면 좋겠다.

그냥 내 눈에 안 보여야 한다.

거미줄도 보이면 안 된다.

지금 이 동굴을 잠식한 거미줄부터 내게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다 태워 버릴까..."

사알짝 10위계 마법만 시전하면 전부 타버릴 것 같다.

<인위적인 둥지이니라,="" 전부="" 불태우면="" 둥지와="" 같이="" 무너지지="" 않을까?=""/>

정답.

잠복형 거미마수가 직접판 둥지다.

거미줄로 벽과 천장을 고정시키고 얌전히 사냥감이 잡히기를 기다리는 잠복형 거미.

상황에 따라서는 배회형 거미보다 위험도가 올라가며, 둥지의 크기가 커진다면 자연스럽게 마수의 숫자도 많아진다.

'한 마리에서 파생된 군락. 그게 잠복형의 거미지.'

징그럽게.

<소피아? 뭘로="" 태울="" 것이냐?="" 대책은="" 있지?="" 본녀는="" 너무="" 두렵다.=""/>

당연히 가벼운 10위계다.

"응, [불길이 흐르는 강]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적당은 무슨!="" 소피아,="" 그거="" 로마노프를="" 태웠던="" 불을="" 강="" 째로="" 소환하는="" 거="" 아니냐?!=""/>

"확실한 구제 방법이지?"

이곳에 있는 용병들도 같이 타버리겠지만... 자신들의 불운을 탓해라.

<확실 같은="" 소리="" 마세요!="" 이곳을="" 불모의="" 대지로="" 만들="" 속셈인가요?!="" 숲이="" 불의="" 되어="" 버린다구요?!=""/>

자고로 10위계 마법은 지형을 바꿀정도의 압도적인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지도를 그릴 때 이곳은 후라이팬산이라고 명명하자.

<거기 들리느냐..="" 닉스..="" 와서="" 소피아="" 좀="" 말려다오..="" 저="" 답="" 없는="" 짐승의="" 머리통을="" 있는="" 힘껏="" 때려="" 줘...=""/>

불이 마음에 안들면 얼음도 있다.

검으로 공간과 같이 베어 버리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라고 본다.

빨리 혐오스러운 거미를 구축하고 리우스씨에게 가자, 평소와는 다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어딘가 찜찜했다.

<어흑... 거미한테="" 쫄아서=""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하느니라..="" 아주="" 다="" 쓸어버릴="" 것="" 같다...=""/>

"안 쫄았어! 그냥 끔찍하게 혐오스러울 뿐이야! [PYRIPHLEG.."

<악! 악!="" 아아악!!!=""/>

<꺄아악! 아무나!="" 아무나="" 와주세요!!=""/>

☆☆☆

고요하다.

지금 내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다.

'사위며느리에게는 안 들켰을려나..'

그 관찰을 열심히 하는 여인은 어떤 식으로든 정답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전군..."

처음 수인족 아이를 보았을 때는 당황했다.

인족이 그 아이에게 검을 들이밀었을 때는 격노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을 잡는 데에 가장 강력한 검을 쓸 필요가 있나?"

"""없습니다!"""

한없이 고요하다.

"저들은 우리를 짐승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도 그 생각에 대응해 주어야겠지."

이곳의 지휘관은 건드려서 안 될부분을 건드렸다.

인질이 된 아이들을 구출할 구출조도 따로 만들었다.

수인족 부대에서 가장 빠른 이들로 구성 되었으니, 걱정은 없을 거다.

첩보부대에게 인질이 있는 곳과 그곳으로 가는 최적의 경로도 만들었다.

그들이 구출되면 즉시 이 요새를 공격한다.

"저 짐승들에게 이성을 대가로 강력한 힘을 얻는 약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저 짐승들은 더욱 짐승에 가깝게 변하겠지.

"우리는 지금 전사를 성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성을 가진, 가졌던 짐승을 상대하는 것이다."

적이 전사라면 예를 표하는 수인들이다.

다만 그들이 전사가 아닌 짐승들이라면 수인들의 태세는 변한다.

"전사들이여... 전사가 아닌 짐승으로 돌아가라, 이 추한 모습을 마왕에게 보일 수는 없다. 우리들만 알고 있는 이 모습은 오직 짐승을 상대할 때만 보이도록."

"""우오오오!!!"""

'수인'으로서 가장 선조에 가까운 모습으로.

"짐승을 말살하라."

변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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