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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용사는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 된다-152화 (152/156)

〈 152화 〉 소문

* * *

"당신이 마왕?"

하늘 위를 부유하는 천사족.

"네가 라파엘? 직접만나기는 처음이지?"

<라파엘님..!/>

현 마왕군의 가장 골치 아픈 방벽이 눈앞에 있다.

"나도 단단히 얕잡아 보였나 봐? 어떤 생각으로 날 혼자서 마중 나온 거야?"

미끼인가? 근처에는 마르스도 다른 군인들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높은 확률로 혼자서 온 것이 확실하다.

"내 특기가 방어마법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마법이 약한 것은 아니야."

그게 혼자서 나를 끌어낼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결과적으로는 나와 일대일의 상황을 만들고, 다른 군을 나에게서 떨어뜨렸으니, 어떤의미로는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다.

'단지 마법국이 자신들의 사활을 걸었다는 점에서 감점을 주고 싶지만...'

"그래, 어디 한 번 막아봐. 나도 전력으로 상대해 줄게."

마법국의 함락이 눈앞에 있다.

☆☆☆

마법국의 최후 수일전.

"어흑! 리리스... 잘못했어.."

"스읍! 미네르바! 손 다시 올려!"

무언가를 맛있게 먹어 버린 리리스가 탈주묘 미네르바를 잡아서 벌을 주고 있다.

"언니 말고도 너까지 나한테 일을 떠넘겨?! 이 괘씸한..!"

나는 그 광경을 조용히 구경하면서 보고서들의 최종확인을 하는 중이다.

'정리는 잘해놨네, 역시 마왕군의 일꾼.'

책사겸 첩보군을 맡고 있던 사천왕 출신.

우선순위가 높은 보고부터 낮은 보고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언니는 그대로 일! 지금 전장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따지면 상소문을 올리라고 하세요!"

"네..."

맛있게 먹혀 버린 무언가는 기력을 전부 빨려서 반앙할 기운도 없다.

'리리스는 피부가 탱글탱글해졌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은 건가?

그게 나는 아닐 거다.

분명 딴 걸 먹은 거다.

"음? 리리스, 이반왕의 주변에는 호위가 적네?"

아니, 적은 건 아니다.

다만 강한 호위가 적다는 점이 이상했다.

"주요 전력을 전선에 내보낸 것으로 보여요, 자신의 호위보단 방위를 우선시 했다고 봐야겠죠."

거기까지는 알 수 있다.

"왕국령과 맞닿아 있는 국경선에도 경계를 강화할 줄이야..."

로젤리아를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

'멍청한 아군만큼 위험한 것은 없으니까.'

이반도 로젤리아를 아군보다는 언제든지 목을 노리는 일시적 협력관계 정도로만 보는 것 같다.

누군가의 뒤를치고 누군가를 인형으로만 보는 인물에게 신용도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매우 당연한 일이다.

하물며 이반은 누구도 신용하지 않고, 측근들조차 계약으로 묶어 놓은 자이다.

마법국의 경계강화는 당연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 와서 경계를 강화하면 오히려 이상한 생각을 가질 수가 있는데."

로젤리아라면 이반이 자신을 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라인하르트를 곁에서 절대로 떨어뜨리지 않겠지.

"리리스, 분홍아 라인하르트의 행적은?"

"...언니,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분홍이? 왜 갑자기 싸움을..."

싸움이라니, 나름 애칭이었는데...

"언니, 만에 하나라도 분홍이가 애칭이면 아이들 이름은 저희에게 맡기세요. 아니면 앞으로 계속 생각하시든지요."

<소피아, 분홍이는="" 너무="" 대충지었다.=""/>

<맞아요, 저도="" 전에는="" 목걸이라고="" 불릴="" 뻔했잖아요.=""/>

"미안... 리리스, 그래서 라인하르트는?"

지금부터 계속 고민할게요, 화내지 마세요.

"언니와 그린우드에서 마주친 이후로 소식은 없어요, 특이사항은 왕성 내부로 대량의 마력관련 영약이 들어가고 있다는 거예요."

팔다리가 다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 마지막남은 오른손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인가?

"안위에 눈이 멀어서 멀리 있는 것을 보지 못하네."

"소피아, 그건 또 아닌 것 같아."

"응? 미네르바?"

그녀가 손을 내리고서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서 전장에 광증환자로 보이는 병사가 보인다는 소문이 있어."

"광증?"

병사들끼리의 소문이면, 아직 보고로 넘어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소문의 진위가 명확해질 때까지 조사를 진행하고, 소문의 중요도가 정해질 때까지 보고는 올라오지 않을 거다.

'긴급보고만 아니면 현장에서 근무하던 사람의 말이 더 빨리 전해질 때가 있지.'

"응, 광증. 듣기로는 피아구분 없이 무기를 휘두르다 죽는다고..."

"영웅의 영약!"

영약의 부작용과 광증환자의 증상이 비슷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지혜가 없는 마수와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미친다는 점이다.

"소피아, 아직은 몰라. 병사가 전쟁의 두려움에 미쳐서 날뛴 것일 수도 있어."

"미네르바 말대로 전쟁에 나간 병사의 정신질환은 흔히 있는 일이에요."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해도, 만약이라는 것이 있다.

"리리스, 그런 식으로 방심을 유도하게 만들려는 수작이면? 약을 조금씩 풀어서 광증이 생긴 것처럼 위장하는 거지."

"언니 말씀도 맞네요, 당장에 광증환자의 소문을 면밀이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릴게요."

리리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나는 왕국군측 전장으로 이동할게, 미네르바. 이번에는 도망치지 말고 리리스 좀 도와줘."

"에이... 나도 도망만친 거 아닌데.. 이런 소문을 조사하러 돌아다닌 건데..."

그녀의 불평에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어 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알았어, 조사해 줘서 고마워."

"헤헤.."

조사는 정말로 고마운데, 말이라도 하고 돌아다녀주렴.

리리스가 오해해서 분노해 버린다.

'반 정도는 정말로 도망친 거겠지.'

나도 탈주.. 아니, 다른 업무를 보러간다.

☆☆☆

방어중인 왕국측 요새와 포위중인 마왕군.

하늘에서 내려본 전장은 평온해 보였다.

'공성전이 늘 과열되어 있지는 않지.'

오히려 이런 식으로 대치 중인 경우가 더욱 많이 있다.

평지전이나, 한쪽이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양측이 괜한 소모전이 될 뿐이니, 서로 감시와 위협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왕궁측의 광증환자가 영약병이 아니면, 단순한 폐쇠적인 공간에서 불러온 정신불안 증세일 확률이 높을 정도로 전쟁 중의 요새는 외부와 단절된다.

'광증의 소문이 퍼진다면 전투가 이뤄지는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하겠지만...'

그런 곳에서는 단순한 '소문'이 아닌 목격자가 다수 존재하는 '진실'이 될 것이다.

'한참 전에 내게 소식이 들려와야 했어.'

리리스를 통해서 첩보부대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소리는 비교적으로 최근에 일어난 일이거나, 누군가에 의해서 정보가 철저하게 통제된다는 소리다.

"정보통제에는 처리하기 적은 인원이 있는 장소에서 이루어지지."

아직 실전에 넣기 전에 어떤효과를 가지고 있는 가를 확인하는 단계일 것이다.

'소대에서 한 명에서 두 명 정도.'

그 정도라면 공포가 불러낸 '광증'정도로 처리가 가능하다.

의심을 품는 아군이 있다면 전사로 처리하면 그만일 정도로 쉬운 정보통제.

'버틀러가 중간에 끼어 있네.'

"마왕군측에 소문의 목격자를 찾는 것이 우선이겠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시야는 어느덧 지면에 가까워진다.

"내가 언젠가는 비행마법도 개발한다..!"

쾅!!!

☆☆☆

"적습이냐?!"

아니요, 사단장.. 크흠! 임금님의 깜짝 부대방문이요.

"전방은 요새에서 올 돌격병을 경계하라! 후방은 폭심지 주위를 포위하면서 접근해라!"

적어도 리리스에게 어느 곳부터 이동하는 것인가는 말하고 왔어야 했다.

"폭발물일 가능성도 있다! 전사들은 방패로 수비를 굳건하게 지켜내라! 너희의 방패가 뒷열의 전우의 목숨을 구한다!"

적어도 덜 쪽팔렸을 것이니까, 역시 비행마법을 개발해야 한다.

단순 비행을 넘어서 전투에도 사용할 수 있는 비행마법을.

'아닌가? 어차피 바로 이동한 거라서 안 전해졌으려나?'

낙하충격으로 일어난 흙먼지가 걷히자, 서서히 내 인영이 들어나기 시작했다.

"사람이다, 적습..!"

"여~ 히사시부리,여러분의 귀염둥이 트러블메이커 마왕 소피아 등장!"

이왕 쪽팔린 거, 제대로가자.

하는김에 왼손을 허리에, 오른손을 V모양으로 만들고 눈 옆에 가져다 댔다.

'윙크는 덤, 이러면 덜 쪽팔리..'

"음? 사위며느리?"

"쿨럭!"

Oh! Aneun Salam!

젠장, 망했네... 이번대의 마왕은 수치사인가?

"그.. 방패병은 방금 본 것을 잊어 주게나."

아닌가? 자살인가?

리우스씨의 배려가 내 뼈를 파고들어와서 연골을 쑤신다.

내게서 시선을 돌리는 방패병들의 배려가 인생의 새로운 흑역사가 탄생했다고 알려주고 있다.

<멍청이./>

<일단 지르고="" 보는="" 머저리.=""/>

☆☆☆

"급하게 알아볼게 있어서 왔습니다."

"어떤일인가?"

<이 사람들..="" 조금="" 전="" 일을="" 없던="" 일로="" 하고="" 있어요.=""/>

무슨 일이 있던가? 나는 조용히 와서 마왕군과 회의를 시작했다.

로자리아가 헛것을 본 거다.

<그러면 기억의="" 되새김질을="" 해주면="" 된다,="" 본녀등장!=""/>

<로자리아등장!/>

"읍득츠..!"

한순간의 실수로 생긴 평생놀림감에 나도 모르게 이를 물고서 반응해 버렸다.

한 번 이상 반응하면 맛들려서 계속한다.

<등!/>

<장!/>

이것 봐라.

<아하하하!/>

"...죄송합니다, 잠깐만 혼 좀 내고올게요."

<<엇..>>

"그.. 그래.."

☆☆☆

"광증환자를 본적이 없냐고?"

"네."

내 말에 리우스씨는 잠시동안 고민을 하더니, 이내 확신했가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을 내주었다.

"나는 본적없네."

'헛소문인가?'

단순한 헛소문으로 치부하기에는 걸리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피아구분 없이 공격을 하다 사망한다, 소문으로 돈다, 전장에 직접 서 있는 사람의 목격정보가 없다.

'그러면서 미네르바에게는 소문이 흘러들어갔지.'

이럴 줄 알았으면 어디에서 들었던 소문인지라도 알고 왔어야 했다.

"인족용병들 중에 광증환자가 나온다는 소문은 있다네."

"목격자는 없는 건가요?"

"어디까지나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야,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안건인 '소문'."

이 소문은 병사들에게 미지의 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소문'에 인력을 빼는 것도 힘들고, 지휘관이 직접 나서서 조사하기에는 지휘관 부재라는 부분이 걸린다.

지휘관 부재로 인한 지시 불안정이야말로 적측이 원하는 노림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아무리 부관을 두고 있다고 해도 한 명의 우수한 지휘관을 뛰어넘을 수는 없어.'

지휘관의 신용도가 너무 높아도 문제가 발생한다, '부관을 신용해도 지휘관보다는...'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말 그대로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안건'의 탄생이 된다.

"가끔은 그냥 동네아저씨로 보여도 일단은 수인족에게 인정받고 지지받는 대족장이니까요."

"사위며느리, 방금은 돌려서 깍는 것처럼 들렸네만..."

오해예요.

"알겠습니다. 저도 다시 조서에 나설 테니, 혹시라도 정보를 얻으시면 리리스나 미네르바에게 전해주세요."

잘 편성되어 있는 부대를 억지로 건들지말고, 주로 도움역으로 있는 내가 직접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알겠네, 이곳에 있는 첩보병에게 알려주면 되는 건가? '얼굴 없는 자들'이었나? 그들에게 보고를 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용히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리리스는 그렇다 치고 미네르바는 어째서.."

"자세한 이야기는 장모님께 들으세요! 전 이만! HAHAHA!"

여기서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가는 못 벗어날 것만 같았다.

사람들 눈에 안 띄는 숲속부터 조사할까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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