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 예언의 때
* * *
"언니?"
<웅./>
"귀엽게 말하지 마시구요."
그렇게 말한다고 뭐든지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
요즘 자신에 대해서 너무 완벽하게 파악하셨다.
'그래도 단호해질 때는 단호하지 않으면 안 돼.'
<응./>
좋아, 단호해질 수 있겠어.
"그러니까, 엘프들의 인도는 직접 하신다구요?"
"응, 정확하게는 프루나라는 아이와 레이나를 데리고서 그린우드로 향하려고."
"왜요?"
이유가 뭐죠?
<음... 파니아="" 때리러?=""/>
"예?"
정말로 뭐죠?
늘 하는 일인데, 꼭 언니가 갈 필요가 있을까.
없다.
전혀 없다.
물론 언니가 있으면 누구보다 강한 호위로서 안심이다.
이곳에서 그린우드로 향하려면 왕국령을 지나쳐야 하기에 인원이 많으면 들킬 수밖에 없고, 적은 인원이라도 인족에게 들킨다면 어린 이종족들은 다시 한번 욕망에 피해자가 될 뿐이다.
그런 이유에서라면 언니가 가는 것이 맞다.
'분명히 맞는데...'
이유가 누구를 때리러 가는 거라고 하신다.
<음... 내가="" 설명이="" 부족했네,="" 파니아가="" 나보고="" 성희롱해서="" 때리러="" 가려고.=""/>
아직까지 설명이 부족한 감이 있지만 넘어가기로 한다.
"비아에게도 말해 놓을게요. 돌아오면 많이 괴롭히라고 하면 되죠?"
<응!/>
감히 누구를 성희롱을 하고 있어?
<가는 김에="" 그린우드로="" 가는="" 길도="" 쓸어="" 놓을게!="" 그러면="" 점령하기="" 수월="" 할="" 거야.="" 하하하.=""/>
언니가 아이 둘을 데리고 있다는 걸 잊었나보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언니말고 두 사람이요."
<아... 응...="" 난,="" 조심히="" 다녀오라고="" 안="" 해="" 줘?=""/>
언니가 조심해야 할 정도면 나라가 망조가 낀거다.
언니의 안전에 대해서는 절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있다면 하나.
"음... 여자를 조심하세요?"
낮에는 멋있고 귀여운 언니, 밤에는 맛있고 귀여운 언니.
자연스럽게 여자에게 페로몬을 뿌리니, 언제든 어디서든 여자를 최우선적으로 조심해야 한다.
<아니, 난...=""/>
"떽!"
<응... 조심할게...=""/>
"좋아요. 다녀오세요. 후후후."
☆☆☆
"난 아무 짓도 안 하는데..."
<또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하는구나.=""/>
<그러니까요, 카르마.="" 전에="" 세이렌님="" 때도="" 자칫하면="" 다섯="" 번째로="" 만들="" 뻔했으면서.=""/>
억울하다.
난 친구가 되었을 뿐이다.
"하아..."
'말해도 변명일 뿐이라고 쏠 뿐이지...'
정말이지 억울할 따름이다.
<삐삐삐!/>
"히히히! 프루나! 정령이란 거 되게 귀엽다!"
"그렇지? 내 친구야. 헤헤헤."
공중을 떠다니는 연두색의 아기족제비와 뛰놀고 있는 두 아이.
레이나와 프루나였다.
<역시, 엘프는="" 타고난="" 정령사로구나.="" 저="" 어린="" 나이에="" 벌써="" 하급정령과="" 계약을="" 할="" 정도니="" 말이다.=""/>
"조금은 다를 걸?"
<음? 무엇이="" 말이냐?=""/>
난 엘프가 정령사와 정령궁수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기껏해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차이겠지만.
"검순아, 전에 내가 세계수의 도움을 받아서 정령과 계약하려고 했던 거 기억해?"
<음! 아주="" 혐오스러운="" 생물을="" 보는="" 것처럼="" 싫어했지.="" 사람="" 좋아하는="" 정령들이="" 그렇게="" 싫어="" 하는="" 건,="" 초대="" 이후로="" 처음="" 보았느니라.=""/>
이것이 또 아픈 부분만 건든다.
<어머나? 정령들이="" 용사님="" 말고도="" 싫어하는="" 사람이="" 존재했어요?=""/>
'초대도 싫어했나? ...저렇게 사람을 잘 따르는데...'
귀엽고, 깜찍하고, 마법 소녀 옆에 있는 마스코트같은 정령에게 거부당하는 것이 나만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모 마법 소녀의 계약상인도 겉모습 하나만큼은 귀여웠다.
"아무튼 검순아,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세계수의 도움'이 중요한 거야."
그날은 계약을 할 뻔했다.
아주 극도로 혐오하던 정령도 마지못해서 계약을 해주려고 했다.
'너무 싫어해서, 못할 짓이라고 접었지만.'
<그러면 엘프가="" 정령마법에="" 탁월한="" 것이="" 세계수의="" 숲에="" 살아서="" 그렇다는="" 건가요?=""/>
"내 생각은 말이지."
그 숲속에서 정령과 가까이 지낸 것도 있다.
세계수의 숲에 살면서, 세계수의 냄새가 묻고, 정령이 제일 좋아하는 세계수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존재가 되었기에 엘프가 정령 친화력이 좋은 거다.
'세계수가 중계하면 혐오스러운 존재와도 계약을 고려해 볼 정도로 좋아하는 것 같지.'
결론은 세계수의 숲에 살아서 정령과의 계약도 쉬워진 종족이라는 이야기다.
세계수의 분신과도 같은 하이엘프가 엘프 최고의 정령사가 되는 것도 당연한 이치라고 볼 수 있다.
<삐삐삐!/>
...나도 마스코트 같고 싶다.
"여기서 몇 가지 더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세계수의 전투능력이야."
본신의 전투능력은 전무하다.
하이엘프가 없으면 그저 거대할 뿐인 나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세계수의 평가.
'세계수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었지.'
거대할 뿐인 숲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길에 익숙한 엘프는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천연요새라고도 불린다.
'말이 안 되지.'
길이야 사냥꾼으로 오랜시간 동안 활동한 자라면 잃어버리지 않는 루트를 찾을 것이다.
복잡할 뿐인 숲은 요새수준으로 불리기 힘들다.
그런데 왜 사냥꾼은 길을 잃고, 또 왜 아사를 하는 것인가.
사냥꾼 정도 되면은 서바이벌 지식정도는 기본적으로 갖출 것인데 어째서.
'생각할 수 있는 건, 정령을 이용한 식수차단과 섭취 가능한 식물을 차단.'
그리고 부동적이라고 생각했던, 세계수의 움직임.
눈에 띌 정도는 아니어도, 지나온 길을 착각할 수준만 돼도, 미로같은 숲이 완성 될 것이다.
"아마도 이 세계, 최고의 정령사는 하이엘프가 아니라, 세계수라고 생각 돼.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본신에게는 전투능력이 없어도 상관없을 정도의 반신.
'상대가 나나 닉스 같은 경우가 아니면 천연요새가 맞게 되지.'
10위계의 불마법이라도 떨어뜨리면 요새의 의미가 사라지기는 하다만, 그게 가능한 인물이 한 손에 꼽으니 천연요새는 맞다.
저 멀리 태풍이 휩쓸고간 적진을 바라보았다.
'저게 가능한 사람이라면 천연요새고 뭐고 아무 상관이 없지.'
애들이 보면 안 되니까, 멀리서 초토화시킨 적진이다.
재정비하려면 시간이 들고, 때를 노려서 공격한 마왕군에게 대항도 못하고 함락될 것이다.
'짐작이 맞다면 그린우드는 마왕군의 강대한 방패가 될 거야.'
자신의 몸체가 사용된 물건이라면 위치 정도는 파악할 수 있으니, 라파엘의 위치파악에도 도움은 될 거다.
"자, 두 사람? 이제 출발할까?"
""네!""
☆☆☆
"하아... 하아.. 도착했다.."
나의 고향, 나의 안식처.
"컴백홈!!!"
한동안 많이 힘들었다.
무서운 사람이 쫓아 와서 발에 땀나게 도망쳤다.
아주 잠깐의 안식이어도 좋다.
"으허으헝! 무서웠어!"
<나의 아이야,="" 이제는="" 말="" 좀="" 들어="" 주겠느냐?=""/>
갑자기 싸우자질 않나, 망할 놈의 이계인 때문에 화를 사질않나, 너무 무서웠다.
그 사람은 눈돌아가면 앞 뒤를 안 가린다.
마음먹으면 어떤 짓이든 가능한 사람의 화를 샀단 말이다.
<파니아야./>
'난 아무 잘못없다고!'
정말이다.
무고다, 무고.
<나의 딸아,="" 이="" 내가="" 지금="" 너무="" 힘들구나.="" 말="" 좀="" 들어="" 주거라.=""/>
저것도 계속 무리한 부탁을 하고 있다.
<제발 니드호그에게="" 가서,="" 자제="" 좀="" 해="" 달라고="" 전해주거라.=""/>
'마님한테 맞는 다고!'
수일 안으로 맞게 생겼는데, 닉스마님에게 찾아가서 더 맞고 싶지 않다.
그냥 뜯겨 먹혀라.
<네가 맞지="" 않을="" 방법을="" 알려주겠다.=""/>
"말씀하시죠, 세계수님."
그런 것이 있으면 빨리 말해라 장작.
<내가 왜="" 저걸="" 하이엘프로="" 선택했을까...=""/>
당신의 선택입니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세요.
<네가 해결해야="" 할="" 일은="" 니드호그와="" 노예사냥꾼들이다.=""/>
"전자는 어림도 없어요, 그냥 주인님에게만 처맞을래요."
두 사람보다 한 사람에게만 맞는 것이 덜 아프다.
<...노예사냥꾼 건은="" 어찌하겠느냐.=""/>
"음... 그건 주인님도 상당히 화나셨던데요? 하필이면 구한 것이 어린엘프들이라..."
<그건 알고="" 있다,=""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그녀가="" 오면="" 간단하게="" 해결="" 되겠지,="" 노예사냥꾼은="" 찢겨나가고,="" 자신들의="" 행동을="" 후회할="" 시간도="" 없이="" 공포로="" 도망치다가="" 죽어갈="" 것이다.=""/>
그러면 문제가 마님 한 명뿐인데, 어째서 자신에게 부탁을 하는 것일까.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수라면 그정도는 알아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인족이 단단히="" 준비한="" 것="" 같구나.="" 버틀러라고="" 하던가?="" 그자가="" 스크롤이="" 문제다.=""/>
"그 씹! 그 염감탱이요? 그게 뭘 준비했는데요."
이름만 들어도 경기가 나는 영감이 왜...
<아마도 불계통의="" 고위계="" 마법="" 스크롤="" 같구나,="" 어디서="" 그런="" 것을="" 구한="" 건지...=""/>
"어... 엇? 잠시만요..!"
<내가 그날="" 본="" 미래는="" 이때였던="" 것="" 같다.="" 너는="" 당장="" 니드호그와="" 그녀에="" 이="" 일을="" 전하고="" 도망치거라,="" 내게서="" 그="" 이후="" 일이="" 보이지가="" 않는="" 걸="" 보니="" 끝이다.=""/>
세계수가 이럴 리 없다.
어떤 식으로 굴러가도 자신이 살 방도는 반드시 마련하는 것이 세계수다 이번에도 분명히...
<파니아야, 나의="" 아이야.="" 너에게는="" 나만="" 보고="" 자라서="" 그런지,="" 썩="" 훌륭하게="" 자란="" 것="" 같지는="" 않구나.="" 정령들에게는="" 철저하게="" 엘프들만을="" 지키라고="" 했으니,="" 탈출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무슨 소리하는 건가요?! 당신이라면..! 그래요! 이것도 당신이 살 방법이지요?! 그렇죠!"
<참으로 막자란="" 마지막="" 아이야,="" 마왕에게="" 엘프들을="" 의탁시켜라.="" 말로는="" 다="" 없애겠다고="" 해도,="" 정이="" 많은="" 자이니="" 악한자만="" 아니라면="" 쉽게="" 받아드릴="" 것이다.=""/>
정말로 마지막처럼 이러지 마라.
평소처럼 못났다는니, 말 좀 들으라느니, 혼을 내라.
내가 아는 당신 처럼.
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여라.
'제발...'
<버틀러라는 자는="" 엘프들을="" 잡아들이고,="" 나와="" 같이="" 노예사냥꾼을="" 태울="" 작정이다.="" 나를="" 닮은="" 것처럼="" 악착까지="" 살아남으렴.=""/>
"노예사냥꾼이다!!!"
"감시병은 뭘 한 거야!!"
"쳐라!! 엘프들이다!!! 어디 한번 돈방석에 앉아 보자!"
"아하하핫!!! 돈덩어리들이다!!"
아래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단 한 번도 뚫리지 않았던 그린우드에 침입자들이 생겼다.
"신혁! 지금, 이거!!"
"당장 소피아에게 연락을..! 아니, 일단 막아!"
"쓰레기 같은 놈들..!"
나와 같이 온 그들도 즉시 무기를 빼 들면서 맞서려고 했다.
<만약 저="" 셋이="" 죽는="" 다면,="" 마왕의="" 분노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적어도="" 그녀가="" 이성을="" 잃어버리는="" 것만은="" 막아야="" 할="" 이런,="" 네="" 전="" 동료도="" 있구나.="" 왕녀..="" 아니,="" 여왕이="" 이번="" 일에="" 사활을="" 걸었구나.=""/>
'라인하르트..!'
<나도 수많은="" 인원을="" 현혹시키기는="" 힘들다.="" 탈출하거라.=""/>
'네가..! 네가 감히 라인하르트..!'
"정령들이여!!! 하이엘프 파니아 그린우드가 명한다!!"
<부디 탈출하거라,="" 답지="" 않게="" 그러지="" 말거라.=""/>
"나의 적들에게.. 우리의 안식처에 더러운 발을 드리민 저 작자들에게 단죄의 철퇴를 내리거라."
까드득...
최강의 기사가 무엇인가.
나는 최고의 정령궁수이다.
내가 아무리 삶을 갈구한다고 해도 용서하지 못 하는 것이 있다.
'나와 세계수님의 잘못도 아닌, 너희의 욕망으로 그린우드가 멸망하고 엘프들이 고통받는 다고? 더럽고 비굴하게 지배자의 말을 따르는 나라도 목숨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세계수와 내 동족들.
내 비굴하고 비참한 인형 생활도 그들 위한 행위일 때도 많았다.
'비굴하더라도 살자, 비참하더라도 살자,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길 거다.'
그 생각으로 살아서 모두가 나를 무시하며,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래도 가끔은 내 주위의 인물도 생각한다.
<파니아! 네가="" 살="" 수="" 있는="" 길이라="" 하지="" 않았느냐?!=""/>
"신혁님, 당신들은 엘프들의 탈출을 돕고, 주인님에게 이 일을 전해주세요. 닉스마님도 이 숲에 있으니, 반드시 지켜 주실 거예요."
"파니아, 네가 뭘..!"
내 명령을 들었던 수많은 정령들이 요동쳤다.
수십에서 수백으로 늘어난 정령들.
엘프들을 지킬 정령을 제외하고서, 나와 함께 맞서려는 정령들.
"내가 주인님에게 맞고 산다고 무시하는데, 난 네가 무시할 만한 존재가 아니야. 주인님이라면 이따위라고 불러도 돼, 그 인간이라면 이 수 따위는 뚫어 버리고, 내 목을 베었을 거니까."
비록 내 활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쥔 활의 감촉이 자신감을 안겨 준다.
"라인하르트, 로젤리아의 개새끼. 비슷한 개새끼와 인형의 처지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구나."
그라아아아아아!!!
창공을 찢어 버릴 듯한 괴성이 울려 퍼진다.
"마침, 닉스마님도 오셨네. 가라, 주인님이라면 내가 어디서 뒤져도 신경 안 써, 그래도 너희는 아닐 거다."
끼이이익...
활시위가 당겨지는 소리.
이 소리가 들릴 때면 누구보다 고요한 상태에 들어간다고 자부할 수 있다.
쾅!!!
'인족놈들, 폭탄이라도 들고 왔나?'
"난 들러리 같은 존재였어도, 한때는 마왕과 맞서던 하이엘프다."
주인님을 귀찮게라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를 얕잡아 본 것에 대한 후회를 느끼게 해주겠다.
손을 놓자, 활시위는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려고 했다.
콰가가가!!
그리고 날아가는 정령화살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
콰가가가!
한 개의 화살을 뒤따르는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네 번째.
이윽고 그 수는 수십으로 늘어나고,한 사람이 쏜 것이라고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화살들이 땅에 있는 인족을 향해서 쏟아 지고 있다.
"네놈들이 뒤지나, 내가 뒤지나 한번 해보자! 쓰레기 같은 인족놈들아!!"
☆☆☆
망원 마법으로 바라본 최전선은 발리스타라도 떨어진 것 같이 쓸려 나가고 있었다.
"호오... 이거야 원... 제 실수군요, 엘프들 사이에서 파니아님이 계셨나보네요. 우후후후!"
아무리 고개를 숙이고 살아도 최고라고 불릴 만하다.
'혼자서, 그것도 화살로 저런 짓을 하다니요.'
"우후후, 우리나라의 제 일 기사님? 어쩌시겠습니까?"
"그녀에게는 악감정 따위는 없다, 단지 로젤리아님께서 명하셨으니, 행할 뿐이다."
'그래요, 당신은 그 여왕님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평등하게 무감정하지요.'
어제까지도 동료라고 불렀던 자에게 여왕의 명령이라면 가볍게 칼을 들이밀 수 있는 개.
"우후후후, 제 가문의 기사님에게 스크롤은 맡겨 두었어요. 전 전투는 어울리지 않으니, 이만 빠지지요."
라인하르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살의 폭격이 일어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엘프는 포기해야겠네요. 라인하르트님이야, 알아서 나오실 거고... 파니아님은 안타깝지만, 그에게는 이길 수 없을 거예요.'
"우후후후, 제 기사님?"
"네, 버틀러님."
"태우세요."
적어도 저 인형과 세계수를 지우는 것을 이득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이 지역이 마왕에게 넘어간다면 거대한 방벽을 주는 꼴이니, 얻을 수 없을 바에는 부셔버리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왕궁에 보관 되어 있는 귀한 9위계 스크롤이에요, 효과는 충분하겠지요.'
"라인하르트님!!! 우후후후! 전 먼저 갈 테니, 파니아님만 죽이고 돌아오세요! 여왕님에게는 전달하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