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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9화 〉 팔은 안으로 굽는다
* * *
"후우..."
체내의 마력을 순환시킨다.
마력은 심장에서 뻗어 나와, 유유히 자신만의 오솔길을 걷고 있다.
오솔길은 단단하게 포장된 길이 되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길이 나오자, 마력은 투래질을 하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길은 점점 넓어져만간다.
이 마력이라는 망아지가 체내에 생긴 고속도로를 달군다.
누구도 방해할 거 같지 않던 미친 질주는 투력이라는 최악의 원수를 만나고서 세상을 찢어 놓을 것처럼 거칠어졌다.
'로자리아에게 회복을 맡기고.'
신체와 길의 수복은 로자리아에게.
'카르마에게는 신체강화를...'
길의 강화는 카르마에게.
나는 두 힘을 한 곳으로 섞는다.
'통증은 그대로.'
신체가 버틸 수 았는 한계점에 끊기 위해서 통증을 느끼는 감각을 그대로 두었다.
'아니, 오히려 모든 감각을 증폭 시킨다.'
시야가 넓어 진다.
인지되는 시간이 한없이 느려지고 있다.
매우 자그마한 소리도 커다란 굉음같아지고, 피부로 흘러드는 감각은 약을 마신 것처럼 예민해진다.
그리고..
"아팟..!"
아파 죽을 거 같다.
<소피아님! 소피아님!="" 미친년이세요?=""/>
이거 요즘 안 갈구니까, 아주 못 하는 말이 없어졌다.
<음... 소피아가="" 또라이는="" 맞다.="" 바보가="" 통증을="" 줄일="" 방법을="" 찾는="" 다면서,="" 오히려="" 늘리면="" 어떡하란="" 말이냐?=""/>
"으엑... 하지만, 이상하게 증폭 효과가 좋을 것 같은 기분이었단 말이야.."
실제로도 좋아졌다.
'거의 장비를 모두 입었을 때랑 비슷했어.'
<하지만이고 뭐고,="" 보조가="" 있다고="" 몸="" 좀="" 막="" 다루지="" 말거라!=""/>
<아픈 것이="" 좋은="" 변태라면="" 안="" 말릴게요.="" 혹시="" 비아님이랑="" 할="" 생각은="" 없나요?=""/>
아니요.
그 사람은 너무 잔인해요.
"일단은 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한 번은 해보는 거지."
생각 없이 기술을 발전시키지말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신체에 들어오는 부담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실전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지.
"목걸이가 있으니까, 지속력과 반동은 늘었는데, 출력 자체는 조금 낮아졌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전에는 회복을 포기한 자폭기와도 같았는데, 융합을 사용해도 치명적인 반동이 사라진 지금은 꽤나 쓸 만한 기술이 되었다.
'더럽게 아프다는 건 여전하지만...'
"좋아! 장비들도 전부 착용한 상태에서 해볼까!"
<뭘 또="" 해="" 본단="" 말이냐!=""/>
<저..! 저..!=""/>
해볼 수 있을 때, 해봐야지 않은가.
'혹시 모르지, 인지능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릴 수도.'
아픈 거야, 조금만 참으면 된다.
역시 일을 나누어서 할 사람이 있다는 건 너무 편하다.
"그런데... 언제까지 보고 있을 거니?"
아까부터 창가 쪽에서 쫑긋거리고 있는 여우 귀.
"[BLANK]."
나는 단거리 전이를 사용해서 귀의 주인에게 다가 갔다.
"응? 레이나."
"흐기약!"
누군가와 떠드는 소리가 상당히도 크게 들렸다.
"그리고... 엘프족의 여자아이네?"
"끼야아악!"
...갑자기 나타나서 많이 놀란 것 같다.
"소.. 소피아언니! 물어볼게 있어!"
☆☆☆
과연 엘프를 끌고 와서 물어볼 것이 뭘까.
나는 레이나에게 시선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물어보았다.
"그래, 내가 답할 수 있는 거라면."
그 말에 레이나는 눈을 빛내면서 기대하고 있다.
'이래서 아이들이 좋아.'
이 순수한 아이들을 어떻게 싫어 할 수 가 있나.
"그래서 궁금한 거야?"
"소피아언니, 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지?"
그런 거였나.
"그럼, 당연하지. 언니는 아직까지 언니보다 강한 사람을 못 봤어."
레이나가 더욱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절로 미소가 번지고 있다.
"거 봐 프루나, 우리 언니가 제일 강하지!"
"아.. 아닌데! 하이엘프님도 엄~청 강하신 분이야! 정령도 엘프 중에서 가장 잘 다루시고.. 또.. 활도 엄청 잘 쏘는 분이야!"
그 하이엘프는 내가 최고로 하이한 기분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리고.. 그리고.. 하이엘프님은 엘프의 영웅이신걸!"
안타깝게도 엘프의 거대한 똥쟁이다.
이 아이가 납치돼서 노예로 팔려 나간 것도 반쯤은 파니아의 잘못이다.
아이의 동심을 생각해서 직접 전하지는 못하겠다.
"아니야! 우리 언니가 제일 쎄!"
"아니야! 하이엘프님이 제일 쎄! 그리고 세계수님도 있어! 무려 세계수님은 반신이다. 히히, 너희 언니는 아니지?"
그 반신은 실시간으로 반신이 뜯겨나가고 있다.
'동심.. 동심...'
"이이... 우리 언니는 마왕님이야!"
처음에는 무슨 질문인가 했는데, 그냥 이맘 때쯤의 아이들에게 있는 '누가 더 강한가'라는 의문점 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친구를 사귀었네?'
이 무슨 친화력.
이러다 친구 백명 만들기를 할 수도 있겠다.
"소피아언니!"
"응?"
"누구 말이 맞아?"
한창이던 말다툼의 화살이 결국에는 내게로 날아와 버렸다.
레이나의 동심을 지켜 주자니 엘프의 아이, 프루나가 걸렸고, 프루나의 동심을 지켜 주자니 레이나가 걸렸다.
두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 중에 한 명에게는 씁쓸한 현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어른이 고통받는 순간 중에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침 프루나를 그린우드로 데려다 주어야 하고, 파니아도 그곳에 있으니, 우리 한 번 확인해 볼까?"
미안하다 아이야.
팔은 안으로 굽는 거란다.
'실험해보고 싶은 기술도 생겼으니까, 좋은 샌드백이 있으니, 때려는 봐야지.'
굳 바이 레이 펜.. 아니, 파니아.
☆☆☆
세계수의 숲 근처에서 파니아를 기다렸다.
소피아가 안내역으로 보내 주었기에 마냥 기다리고만 있는데, 너무 늦는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만들 생각이지, 이 엘프.."
"난 고기스튜, 고기 많이, 일단 많이."
가 왔다.
오자마자 주문부터 한다.
저러니 소피아에게 혼나고 사는 거다.
"이봐요, 왜 이리 늦은 거죠? 일단 기다리게 한 사람들에게 사과가 먼저 아닌가요?"
올리바아가 화를 냈다.
확실히 늦은 것도 모자라서 저렇게 뻔뻔하게 등장하면 화가 날만하다.
문제는 파니아 쪽에서는 전혀 미안함을 못 느끼는 표정을 하고 있다는 거다.
"하! 내가? 왜 사과해야 하지? 느긋하게 오면 늦을 수도 있는 거다, 안경녀."
"뭐라구요?!"
소피아가 없다고 바로 예전처럼 매도하는 엘프로 돌변했다.
'소피아 앞에서는 겁먹은 치와와처럼 떨면서 살더니..'
우리만 있으니까, 즉시 어깨를 피고 매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정도의 매도는 쉽게 잠재울 수 있다.
"파니아, 소피아한테 이른다?"
"하!"
'응?'
소피아가 두렵지 않은 건가?!
잠깐동안 자유를 만끽하고 겁을 상실했던 거였다.
"잘못했습니다!"
..아닌가?
꼬리를 내리는 속도가 빛보다 빠르다.
"그리고 파니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매도를 포상으로 생각할 수 있어."
"으으..."
'하하.. 저렇게 경멸하면서 피하다니...'
업계 포상이다.
'잠깐만?'
엘프, 노예, 매도.
"눈동자 태그가 세 개네?"
이 무슨 음란한..!
역시 엘프는 매우 음란한 종족이다.
"신혁, 눈동자 태그가 뭐지?"
이런.. 프레디는 이 의미를 아직 모르나보다.
그래, 세계가 다르니 모를 수밖에.
태그 하나에 수많은 연인이 내 밤과 휴지끈을 챙겨 주는 고마운 존재를 모르다니, 이런 불쌍하고 눈물 나는 세계가 있을 줄이야.
'이 세상의 남성들은.. 크흑!'
"그냥 칭찬이야, 칭찬."
사실을 말하면 또 시작이라고 할 것 같다.
남자의 매도는 사절이다.
"그래, 파니아가 왔으니까. 출발을... 아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여기서 숙박하고 내일 출발하자."
"알았어, 이봐요. 지켜보고 있으니까, 잘하세요. 사장님에게 전부 이를 거예요."
"네!"
올리비아가 땅에 머리를 밖고 있는 파니아를 건드리면서 이야기했다.
역시, 깡패.
"신혁의 말대로 내일 출발..."
우우웅...
"어? 주인님의 통신이네요. 잠시만요. 주인님? 무슨 일.."
파니아가 통신구를 꺼내서 소피아의 말이 잘 들리도록 중앙에 통신구를 놓았다.
그리고 들리는 소피아의 선언.
<야, 귀쟁아.="" 맞짱뜨자.=""/>
뚝.
...
"어... 음..."
뭐지? 저러고 끝?
"중요한 전달이 아닌데? 왜?"
"에휴.. 사장님도.. 쓸데없는 통신을 좋아하네."
"확실히 쓸데는 없군."
소피아도 심심했나 보다.
모두가 통신구에서 관심을 끄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파니아를 제외하고.
붕붕.
그녀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하고서, 통신구를 흔들었다.
"...어라?"
붕붕.
또 통신구를 흔들었다.
"저기, 방금 주인님이 뭐라고 하셨나요. 제가 잘못들은 거 같아서.."
파니아가 제대로 못 들은 것 같다.
"맞짱 뜨자는데? 너 뭐 잘못했어?"
그래서 다시 알려주었다.
내 말에 파니아가 멍하니 통신구를 바라보았다.
'역시 치와와 같네.'
아주 지진 난 줄 알겠다.
"에... 어? 어억! 왜요?!"
그거야 우리는 모르지.
"왜?! 정말로 왜요! 그래! 통신구를 잃어버렸다고.. 씨발! 아까 주인님 불렀는데!"
순간, 통신구를 저 멀리 던지려고 했지만, 금세 자신이 대답을 했다는 것이 떠올랐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절규를 했다.
"그래..! 노란 고블린! 아까 '눈동다 태그 달린다'가 칭찬이라고 했지?!"
"어? 어?! 잠깐만..!"
파니아가 화살을 뽑아서 쏘는 듯한 속도로 빠르게 통신을 시도 했다.
"그거 말하면..!"
<뭐야, 왜="" 또...=""/>
"주인님! 눈동자 태그 많이 달리게 생기셨네요!"
늦었다.
그녀는 끝났다.
소피아는 그 소리가 무엇인지 매우 잘 안다.
태그가 많이 달리게 생겼다는 거에는 동감하지만, 맞을 거 같아서 일부러 꺼내지 않은 말이었다.
그런데, 파니아는 뭣 모르고 금단의 단어를 꺼냈단 말이다.
'...내 죄가 크다.'
미안, 지옥이 여기보다는 편할 거야.
<...뭐라고? 파니아야,="" 내="" '친구'="" 파니아야.="" 너="" 지금="" 뭐라고="" 했니?=""/>
"눈동자 태그 많이 달리겠다구요! 이야... 한 수십 개는 달고 다니시겠네요. 하하하..."
'안 돼! 그만..! 무덤은 그만 파! 소피아가 너를 '친구'라고 불렀을 때, 눈치를 채야지!'
뭔가가 매우, 심하게 잘못되었다는 걸.
<미친, 귀쟁이="" 새끼야.="" 넌="" 진짜="" 뒤졌다.=""/>
"엣? 주인.."
<요즘 적당하게="" 관계를="" 유지해주니까,="" 아주="" 살만했지?="" 우리="" 전처럼="" 다시="" 만났을="" 때="" 같이="" 맞아보자.=""/>
"잠시만.."
<프루나가 누가="" 더="" 강한지="" 물어봐서="" 적당히="" 할라고="" 했는데,="" 안="" 되겠다.=""/>
"아니, 그게.."
<좀 죽자,="" 파니아.=""/>
"그러니까.."
<어디 정령도="" 전부="" 사용해="" 봐,="" 정령="" 째로="" 구워="" 줄게.=""/>
뚝.
오.. 이런...
"어... 저기 노란 고블린?"
"미안... 그거 사실은.."
눈동자 태그가 무엇인지, 파니아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그 결과는...
"끼야아아아아악! 통신! 통신! 주인님! 잘못했어요! 아니에요! 아니, 통신 좀 되라!"
한 화가의 그림과 같은 절규를 하면서 소피아에게 연락하려고 했다.
'소피아가 통신을 씹고 있는 것이 문제지.'
"으아아악! 노란 고블린! 아니, 신혁! 신혁님! 해결해주세요! 네놈이 칭찬이라고 했잖아요! 그게 성희롱인 줄 몰랐단 말이에요!"
파니아가 내 멱살을 잡고, 격렬하게 흔들었다.
이미 업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어차피 소피아가 때리기로 한 거, 그냥 좀 더 아프게 맞는 다고 생각해라.
"흐어엉! 시발! 주인님에게 그런 소리하고, 태연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마님들과 레이나 작은아가씨 뿐이라고! 나는 더더욱 죽는 단 말이야!"
'솔직히 내가 업지른 물이지..'
나는 고개를 흔들면서 도망쳤다.
나라고 맞고 싶은 건 아니니까.
"에휴... 쯧쯧 처음부터 '늦어서 죄송합니다.'라고 했으면 말려는 주었을 건데, 자업자득이네요."
진정 시킬 가능성이 있는 소피아의 수석 연구원도 구원의 손길을 집어넣었다.
"파니아, 당신. 당신이 그녀를 배신한 대가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십시오. 당신이 그녀의 편에 끝까지 서 있었으면, 그 정도는 용서해 주었을 겁니다."
프레디도 나와 같이 도망친다.
"으허어엉... 연결돼라.. 연결돼라.. 제발.."
'어? 불 들어 왔네?"
해명할 기회가 생긴 건가?
"아오! 병신 같은 것이!"
망했다.
파니아가 눈을 감고 통신 되기만을 빌다가 미쳐, 불이 들어온 걸 못 본 것 같다.
<병신간다, 거기서="" 딱="" 기다려라.=""/>
뚝.
이 장면을 여기서 보네?
중요한 문자는 안 가고, 욕한 부분만 가 버린 그 장면.
"흐아아아..."
털썩...
그녀는 결국에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
"마왕님! 마왕님! 정말로 하이엘프님이랑 만나게 해주시는 거예요? 정말로 하이엘프님이랑 아는 사이죠?"
"하하! 그래, 만나게 해 줄게."
파니아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신난 건지, 나에게 조금 떨어져 있던 프루나가 다리에 붙어서 두 눈을 반짝였다.
<저기, 카르마.="" 잠깐만="" 보고서="" 영원히="" 못="" 보는="" 거="" 아니에요?=""/>
<음... 소피아도="" 죽이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가="" 저렇게="" 좋아하는="" 데,="" 설마="" 눈앞에서="" 죽일까..=""/>
"하이엘프는 엘프들의 우상과도 같았지? 그래, 그래. 꼭 만날 수 있을 거야."
<아닐 것이다.="" ...아마도?=""/>
<아닐 거예요,="" 프루나님을="" 저승으로="" 보내진="" 않을="" 거니까요.=""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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