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대가
* * *
<점령을 완료했다.="" 포로의="" 처분은="" 맡기지.=""/>
"수고했어."
리노에게서 점령보고가 들어왔다.
이번 점령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그 이유는 라파엘이 시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방어마법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안타깝게도 시전자는="" 찾지="" 못했다.="" 처음부터="" 시전하고="" 자리를="" 비운="" 거겠지.=""/>
과연 이반이 시간을 끌면서까지 준비했던 카드답다.
'마력석으로 마력을 보충해 준 건가?'
그렇다고 해도 방어마법에는 보수가 필요하다.
보수할 수가 없다.
보수할 필요가 없다.
'어느 쪽일까?'
그건 차차 알아가면 된다.
전자면 라파엘이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한다는 뜻이고, 후자면 그녀의 자만심에서 일어난 실수일 거다.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전자면 좋겠다.
후자일 경우는 두 번의 방심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니까.
"그래서, 어땠어?"
<뭐가 말이지?=""/>
당장에 궁금한 건 하나다.
"그 방어막, 단단하지? 라파엘이 실시간으로 유지보수하는 방어막도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의 대답에 따라서 내 행방이 결정된다.
군을 방어마법의 파괴로 시간을 들이기에는 진군에 차질이 생긴다.
경우에 따라서는 방어마법이 발견되는 곳마다 내가 가게 될 수도 있다.
<불가능.../>
".."
<은 아니라고="" 본다.="" 마음껏="" 두드려="" 본="" 바로는="" 그="" 방어막은="" 마수를="" 대상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된다.=""/>
...차이를 모르겠다.
마수가 대상이라고 사람에게는 약해진다는 소리도 아니고.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아직은="" 급조된..="" 그래!="" 체내에="" 마력석을="" 지닌="" 존재가="" 마수라고="" 하면,="" 지니고="" 있지="" 않은="" 존재를="" 사람이라고="" 가정하자.=""/>
"응, 또 인위적으로도 만들 수 있지."
강한 마력을 가진 인물이 사망하면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뭉쳐서 생기는 것이 인위적인 마력석.
그리고 마수에게서 나오는 것보다 더욱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음! 그="" 방어막은="" 체내에="" 마력석을="" 가진="" 존재,="" 즉="" '마수'에게="" 특화돼서="" 방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력석이="" 없는="" 존재는="" 이상="" 없이="" 방어막을="" 통과해야="" 하니까.=""/>
"아.. 그래서.."
급조 되었다고 한 거였다.
그녀가 마수랑 싸우던 시절이라면 그 방어마법은 힘없는 사람의 피난처가 되고, 마수에게는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야 했으니까.
지금은 마수 뿐만 아니라 사람들까지도 막아서고, 아군만을 통과시킨다.
조정은 가능해도 현재로서는 완벽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은 더욱="" 단단해지고,="" 시전자가="" 있다면="" 실시간으로="" 발전해나가겠지.="" 그래도="" 부서보겠다.=""/>
"어? 왜? 아니, 무시하고 진군하라는 건 아닌데. 굳지 네가 할 필요는 없지 않아?"
그가 불가능이 아니라고 했으면 가능은 할 것이다.
그리고 그만이 가능한 일도 않을 것이다.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가능한 인물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파괴를 지시할 것이다.
<단순하다. 자존심="" 때문이다.="" 그래도="" 군에게="" 피해는="" 끼치지="" 않는="" 선에서="" 내="" 자존심을="" 지키지.=""/>
"음... 그건 거인족의 족장으로서의 자존심?"
<아니, 그냥="" 범인으로서.="" 남들보다="" 떨어지는="" 자로서="" 하나라도="" 덜="" 부족해지고="" 싶은="" 자존심이다.=""/>
☆☆☆
신호가 꺼진 통신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범인이라... 누가? 리노가? 자기 비하가 너무 심한데?"
족장의 자리를 딱지치기로 딴 것도 아니고, 순수한 실력과 종족의 인정으로 올라간 자리일 것이다.
라나에게는 힘으로 밀린다고 해도, 순수한 힘일 뿐이지 그가 부족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그 자리는 부족한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
그에게 부족한 것이라고는 황량한 머리 뿐이다.
"고생이 많으시네요, 마황님."
"네?"
조용히 차를 마시던 로렐라이가 내게 말했다.
"이번일이나 리노님 같은 분들의 일이나... 역시, 위에 선자가 감수해야 하는 책임 같은 것이군요. 지도자로서 합격이에요, 후후후."
'합격이라.. 장난도 칠 줄 아네.'
"인도해주신 인어들은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그들의 가족들도 마황님께 은혜를 반드시 갚겠다고 했어요."
나도 미네르바도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감사를 받을 만한 행위는 아니다.
'대가는 받았고.'
손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물약병을 바라보았다.
"마황님, 정말로 그거면 상관없나요?"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내 나라에 들어온 이상, 내 국민은 내가 책임진다고."
이 약병도 그 책임의 일환이다.
그녀가 말한 리노의 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약.
<소피아, 정말로="" 인어표="" 발모제면="" 충분한="" 것이냐?=""/>
<맞아요, 더="" 대단한="" 것도="" 있을="" 건데...=""/>
"응, 충분해. 원래 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전에 리노에게 치료제를 찾아 준다고도 했으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은 거야."
연구실에 넘겨서 효과를 확인하고 누구에게나 쉽게 어울리는 약으로 변경이 가능하면 혁신적인 약으로 변할 것이다.
이것도 인어 왕가에 단 하나만 남아 있던 걸 받아온 거니, 충분히 귀한 약이다.
"후후후, 정말로 아랫 사람을 생각해 주시는 마음이 훌륭하셔요."
이런 것이 훌륭하다는 소리까지 들을 만한 일인가?
'아닌 거 같은데..'
"그런 흘러가는 듯한 간단한 약속은 둘째치고, 중요한 약속도 쉽게 어기는 사람들이 존재해요."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사람인 건, 예전부터 매우 흔한 일이다.
그런 사람은 대부분 끝이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하기에 나는 그냥 내가 한 약속들은 되도록이면 지키려는 것뿐이다.
'리노 머리를 풍성풍성하게 만들어 주면서 마왕성 복지 목록을 추가한다고 생각한 거지.'
우리 마왕성에서 일하시면 탈모 치료제를 드립니다? 같은 거.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지도자에게는 필요한 일 중에 하나라고 저는 생각해요."
"사람의 신용 문제니까요. 신용이 없는 사람의 주장을 누가 믿을 까요. 안 그래요?"
"후후, 맞아요. 그만큼 받는 것이 있으면 보답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누군가의 대가없는 선의는 또 누군가를 망치는 지름길과 같아요. 작은 선의도 대가가 없다면 누군가는 조금 더 커다란 선의를 바라니까요."
"하하... 그래서 이거를.."
로렐라이가 고개를 흔든다.
"작아요. 저희 종족을 구해 주신 대가로는 너무 작아요."
탈모치료제가 작은 거 같지는 않은데?
이 세계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발전을 이룬 저쪽도 탈모치료제 만큼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물건이다.
'이거 지구에 들고 가면 돈을 쓸어 담을 텐데...'
로렐라이는 이 약의 가치를 못 알아 본다.
이래서 풍성이들은..
"이걸 받을 때도 말했지만, 저보다는 미네르바에게.."
"예, 그래서 드렸어요. 저희 인어족은 무엇을 받으면 오고 가는 대가 만큼은 확실한 종족이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로렐라이가 다시 차를 음미한다.
'뭘 또 줬어?'
나도 모르게 오고 간 물건이 있는 것 같다.
미네르바의 성격상 사람들의 구출로 대가를 받을 것 같지 않다.
'보통 물건이 아니면...'
"그... 미네르바가 가져간 건..."
"...후후후."
대답해라, 아줌마.
미네르바가 욕심낼 만한 두려운 물건이 뭔지 더욱 궁금해진다.
"그건, 나중을 기대하세요. 그리고 그 약은 구출보다는 세이렌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보답이에요."
전할 말은 전부 전했다는 것처럼 로렐라이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 방을 떠났다.
"그분도 그걸 가져갈 줄은 몰랐네요. 욕심이 있으신 건지, 아니면 없는 건지.."
역시 사람의 죄악중, 가장 큰것은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도망치는 거다.
'그러니까, 뭘 가져갔냐고?!'
☆☆☆
"미네르바님, 수인족 아이들은 평소처럼 하겠습니다."
"응."
수인족 고아들을 보살피는 사람에게 아이들을 인도했다.
"식량이나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말해 줘, 그리고 이번에도 부모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나오면 잘 판단해주고."
큰 걱정은 없어도, 늘 하던 말이라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 부부는 아이가 없는 탓에 자발적으로 구출된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가 되기를 택했고, 마음이 다친 아이들에게 진심 어린 사랑으로 치료해 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부부다.
'그래서 이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이들도 많이 있지.'
아이에서 전사가 된 이들에게 선물도 자주 받는다고 했다.
이 부부는 괜찮다고 늘 거절하기에 전사들은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물건들 위주로 전달하게 되었다고도 했다.
"하하하! 저희야 늘 물건은 넘쳐나니까요, 그건 걱정 없을 듯 합니다. 그래도 필요한 것이 생기면 대족장님에게 전달 하겠습니다."
"응, 우리도 도울 것이 있으면 최대한 도울게."
내 말에 장하다는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 아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그 시선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돌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순수한 의도로 바라보는 거지.'
레이나를 아버님에게 맡길 때도 가장 아쉬워 하면서, 또 아버님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뒤에서 힘써 준 사람들 중 하나였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잘 판단하는 사람들이야.'
"그러면, 잘 부탁해! 히히."
"걱정 마세요. 하하하!"
큰 궤짝을 고쳐 안으면서 그곳을 떠나려 했다.
"그런데 그 궤짝은 뭡니까? 아까부터 굉장히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던데요?"
"아.. 이거? 히히히, 인어족의 특제 술이라고 했어!"
이 술에 대해서 물어보지만 않았다면.
'대가는 필요하다고 했고, 그리고 이거...'
"인어족이 물속에서 마시는 술이다 보니까, 굉장히 독하고 걸쭉한 술이래! 원래는 물에 희석해서 마시는 거라고 했어!"
거절하기 힘들 정도로 마음에 든 술이었다.
정말로 대가 같은 건 필요 없다는 데도, 대가가 없는 도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고, 술의 효능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서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하고 받아왔다.
"...미네르바님 술을 좋아하시는 건 알겠는데, 조금 줄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응? 이거 내가 마실 거 아닌데?"
"예?"
술의 효능으로는 몸에 열을 주고, 자양강장, 다음날 숙취가 적고 소량이라면 활력과 힘을 주는 약제와도 비슷한 술이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들은 효과가 너무 좋았다.
"이거 각성효과도 있어서 밤샘 작업 할 때도 한 잔씩 마시나 봐! 우리 소피아 주려고, 히히!"
이제 취한 상태에서 아주 중요할 때 잠들지 못할 거다.
취하면 잠에 빠지는 아주 몹쓸 습관을 고치기에 딱 좋은 술이다.
'히히히... 항상 자극적이게 변하면서 금방 잔단말이야.'
이제는 어림없다.
이 술에 대한 소식을 전하니, 모두가 좋아하기도 했다.
"하핫! 마왕님께 말입니까? 늘 피곤한 남편을 위해서라... 아주 좋은 부인이 되셨네요, 미네르바님."
"응!"
이런 좋은 물건을 양보해준 인어여왕에게 감사의 인사를 다시 전할 수 있도록 하자.
☆☆☆
부르르...
"읏! 뭐지? 요즘 들어서 소름이 자주 돋네.."
날이 많이 추워진 것 같다.
빨리 추위 속에서 전투를 할 병사들에게 온도조절이 가능한 의복을 전달하자.
""""마왕님! 마왕님! 마왕님!""""
네 명의 리치들도 발모제의 연구를 맡기니까, 지금까지 이상으로 나를 찬양하고 있다.
'...그래, 저 사람들도 머리카락이 많이 없었지..'
하나만 남은 거니까, 꼭 좀 아껴가면서 양산 했으면 좋겠다.
* * *